이명박과 우리 아버지



  조선일보와 티비조선만 보는 우리 아버지가 조선일보를 한참 뒤적이다가 이명박을 거친 말씨로 나무라신다. 나라를 말아먹은 나쁜 놈이라고 부아를 내신다. 조용히 아버지 말씀을 듣닌다. 나는 한 마디도 보태지 않는다.


  조선일보나 티비조선에서 이명박을 나무라나? 두 매체에서도 4대강이 얼마나 끔직한 짓이었는지 밝히나?


  그런데 아버지는 이명박을 찍었고, 나더러 이명박을 찍어야 나라가 산다고 예전에 말씀했다. 아버지는 예전에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알까?


  아마 아버지는 박근혜를 찍으셨겠지. 나중에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면 조선일보와 티비조선은 박근혜가 얼마나 끔직한 짓을 일삼았는지 밝힐까? 4347.9.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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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서울에서는 어디에서나 자동차가 많다. 서울에서는 어디에서나 길이 막힌다. 시외버스는 서울과 가까울수록 더디 달린다. 서울에서 벗어나려 할 적에도 시외버스는 고단하기만 하다. 와, 서울사람은 이런 데서 우예 사노, 하는 소리가 절로 터져나오는데, 온갖 자동차들이 내 피어린 외침소리를 잡아먹는다.


  시골 할매와 할배는 아이들을 몽땅 서울로 보냈다. 서울로 간 아이들은 이곳에서 짝을 만나 아이를 낳는다. 너도 나도 서울내기가 된다. 전라말 충청말 강원말 경상말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모두 새침데기 서울말이 된다. 자동차가 물결친다. 4347.9.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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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집 귀뚜라미



  서울에서 하루를 묵은 뒤 전철역으로 걸어간다. 음성 아버지한테 선물로 드릴 큰 사진판을 옆구리에 끼고 걷는다. 옆구리가 결릴 즈음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듣는다. 어, 뭔가. 두리번두리번 살핀다. 어디를 봐도 아스팔트뿐인 이곳에 어인 풀벌레 노래인가.


  이윽고 저 앞에서 대추나무를 본다. 푸른 알이 잔뜩 맺혔다. 소담스럽다. 옆으로 호박넝쿨이 울타리를 휘감는다. 그렇구나. 이 서울 한복판에서 대추나무 감나무 건사하며 아끼는 집이 있네. 골목집 한 곳이 조그맣게 숲이네.


  귀뚜라미가 아침나절에 노래하는 집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가운데 고개를 돌려 노래잔치를 듣는 사람은 안 보인다. 저마다 귀에 꽂은 딴 노래를 듣는다. 귀뚜라미는 힘차게 노래한다. 바람이 맛있다. 4347.9.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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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잼



  고흥에서 순천으로 나와서 시외버스를 탔다. 두 시간 달려 정안쉼터에 닿는다. 안내소에서 길그림 몇 장 얻고 버스로 돌아오다가 무화과잼 파는 곳을 본다. 한 병 사서 집으로 가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그런데 주머니에 맞돈이 없다.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자고 생각하며 버스에 오른다. 서울과 인천 들르는 길에 돈을 잘 벌어야겠구나.


  곰곰이 생각하다가 무릎을 친다. 아차.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음성을 들르고, 음성에서는 청주로 가서 순천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고흥으로 돌아오네.


  입맛을 다신다. 4347.9.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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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9-04 12:34   좋아요 0 | URL
헉 무화과 쨈 넘 만날 거 같아요. 무지 좋아하는데 비싸서 쨈은 커녕~
어떤 맛일까 궁금하네요

파란놀 2014-09-05 06:09   좋아요 0 | URL
딸기잼보다 달지 않으면서 차분한 맛이랍니다 ^^
 

​어제 아침에 쓴 글을 이제서야 걸친다.


..


혼자 나서는 길



  서울을 거쳐 인천을 들러 음성에서 아버지를 뵙고는 바로 고흥으로 돌아오는 마실을 떠난다. 아이들과 갈까 하다가 너무 힘든 길이 될까 싶어 혼자 대문 열고 나오는데, 어쩐지 서운하다. 혼자 다니지 않은 지 일곱 해째이니 여러모로 낯설다. 그러나 기운을 내야지. 즐겁게 볼일 마치고 웃으며 돌아가자. 4347.9.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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