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54 : 미의 기준 실체 것 판단


미의 기준이라는 실체도 없는 것을 왜 남들이 함부로 판단해?

→ 귀엽다는 눈금은 없는데 왜 남들이 함부로 따져?

→ 멋있다는 잣대는 없는데 왜 남들이 함부로 가름해?

→ 곱다는 길은 없는데 왜 남들이 함부로 다뤄?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예롱, 뿌리와이파리, 2019) 96쪽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멋과 맛이 다 다릅니다. 나한테 멋있거나 맛있어도 너한테는 멋없거나 맛없을 만합니다. 누구한테는 보기좋아도, 누구한테는 보기나쁠 테지요. 이와 달리 사랑은 언제나 사랑이고, 아름다움과 참은 늘 아름다움과 참이에요. 사랑·아름다움·참은 따로 잣대나 틀이 없습니다. 이래야 귀엽다거나 저래야 멋있다는 잣대는 함부로 떠들거나 따질 수 없어요. 어우르고 아우르며 함께 나아가는 길을 차분히 바라보려고 한다면, 무늬도 모습도 없는 헛된 길은 말끔히 걷어낼 만합니다. ㅍㄹㄴ


미(美) : 1. 눈 따위의 감각 기관을 통하여 인간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아름다움 2. (일부 명사 앞 또는 뒤에 붙어)‘아름다움’의 뜻을 나타내는 말

기준(基準) : 1. 기본이 되는 표준 2. [군사] 제식 훈련에서, 대오(隊伍)를 정렬하는 데 기본이 되는 표준을 대원들에게 알리는 구령

실체(實體) : 1. 실제의 물체. 또는 외형에 대한 실상(實相) 2. [수학] 실수로 이루어진 체 = 실수체 3. [철학] 늘 변하지 아니하고 일정하게 지속하면서 사물의 근원을 이루는 것 ≒ 서브스턴스

판단(判斷) :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을 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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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55 : 그게 주어진 -ㅁ에 대한 예의


졸릴 때는 졸아야 한다. 그게 주어진 졸림에 대한 예의다

→ 졸릴 때는 졸아야 한다. 졸린 나를 모실 노릇이다

→ 졸릴 때는 졸아야 한다. 졸리면 따를 일이다

→ 졸릴 때는 졸아야 한다. 졸리면 자야 맞다

《기계라도 따뜻하게》(표성배, 문학의전당, 2013) 80쪽


옮김말씨인 “-에 대한 예의”가 꽤나 퍼졌습니다만, 우리말씨로는 “-를 모시다”나 “-를 섬기다”나 “-를 따르다”로 다듬을 만합니다. “-할 일이다”나 “맞다”로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졸립다면 “졸린 나를 모실 노릇”이요 “졸린 몸을 살필 일”이며 “졸리니 자야 맞”습니다. ㅍㄹㄴ


대하다(對-) :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예의(禮儀) :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 ≒ 식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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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9.24.

숨은책 1078


《生活敎養全書 食餌療法》

 안명수 엮음

 금성출판사

 1986.2.28.



  2025년 9월 첫머리에, 일본 노래띠앗 ‘ス-パ-登山部屋’이 〈山步〉를 내놓았다는데, 김광석 님이 지난날 부른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고스란히 베꼈다지요. 일본 노래띠앗은 잘못했다는 말이 없고, 노래를 내리지도 않습니다. 노래삯(저작권)이라든지 몽둥이(벌금)는 어림조차 않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1986년에 나온 《生活敎養全書 食餌療法》처럼 우리는 여태 일본책을 말없이 훔쳤습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언저리까지 일본책이며 일본노래에 일본 온갖 살림살이를 슬그머니 베꼈어요. 저는 1998년에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부전공 수업으로 ‘광고제작’을 들은 적 있는데, 그때 길잡이(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첫손꼽히는 ‘양념(조미료)’을 내놓은 곳에서 찍은 광고와 일본 광고를 나란히 틀면서 “무엇을 베꼈고 무엇이 다른지 말해 보라”고 시키더군요. 그때 저는 멍하니 보다가 “하나는 우리말, 하나는 일본말, 이 둘이 다를 뿐 그냥 똑같은데요?” 하고 말할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모르니 배울 수 있되, 베끼거나 훔쳐서는 ‘우리 살림’으로 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슬쩍 베끼거나 훔치면 한동안 돈벌이가 쏠쏠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이고 싶다면 그냥 지어야지요. 짓기가 버거우면 뼈를 깎고 피땀을 흘리면 됩니다.


ㅍㄹㄴ


"번안곡인 줄" 일본의 한국 음악 표절 의혹 잇따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14/0001450480?sid=10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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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9.24.

숨은책 1077


《칠기 공주》

 파트리스 파발로 글

 프랑수와 말라발 그림

 윤정임 옮김

 웅진주니어

 2006.6.26.



  함께 있던, 나란히 한바람을 마시던, 서로 마음으로 그곳에 있던 숱한 이야기는 언제나 오래오래 흐르리라 느낍니다. 이미 지나간 옛모습일 수 있어도, 마음과 몸과 눈과 귀에는 깊이 남아서 앞으로도 이어갈 하루일 테고요. 같이 걷던,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던, 도란도란 마음으로 어울리던 긴긴 나날은 앞으로 두고두고 새싹으로 돋으리라 느낍니다. 눈앞에 안 보이기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몸을 벗었기에 죽지 않습니다. 누구나 넋으로 살고 마주하며 빛납니다. 《칠기 공주》는 옻그릇(칠기)을 눈부시게 빚을 줄 아는 아가씨가 걸어간 삶을 들려줍니다. 우두머리는 높은자리에 앉아서 뭇사람이 조아리기를 바라고, 벼슬아치는 그저 돈을 야금야금 가로채기를 바랍니다. 뭇사람은 서로 아끼고 도우면서 수수하게 살림을 짓습니다. 마침내 우두머리는 옻그릇 아가씨를 차갑고 어두운 곳에 가두어 길들이려 하는데, 옻그릇 아가씨는 차분히 마음을 다스리면서 홀가분한 빛으로 거듭납니다. 힘을 거머쥔 무리는 윽박지르면서 가두면 다들 꼼짝을 못 하겠거니 여기는데, 바로 우두머리·벼슬아치가 힘·돈에 꼼짝 못 하는 얼뜨기입니다. ‘살림그릇’은 “살림짓는 누구나” 누릴 수 있되, 얼뜬 힘꾼은 아예 못 건드려요. 처음이라는 마음을 잇는 눈빛이면 언제나 반짝여요. 첫마음을 잊은 채 억누르는 모든 무리야말로 어둠에 갇혀 못 헤어나오다가 죽어버립니다.


ㅍㄹㄴ


“너는 이제부터 오로지 우리의 태양보다 더 빛나는 왕을 위해서만 칠기를 만들어라.” 그러자 우탱이 머뭇거리며 말했어요. “제 딸은 그렇게 위대한 왕의 고귀한 취향을 맞춰드릴 수 없을 것입니다. 저희가 만드는 칠기들은 소박한 사람들, 농부나 어부 같은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것들입니다.” (7쪽)


태양보다 더 빛나는 왕은 칠기 공주를 향해 몸을 숙이더니 얼굴에 대고 쏘아붙였어요. “네 그림들은 거짓말투성이야!” “전하, 저는 제 눈으로 본 것들만 칠기에 그렸습니다.” “그렇다면 네 눈을 뽑아버리겠다!” (1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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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26. 서울잠



  늦여름 끝자락에 부산과 서울에서 자다가 자꾸 일어나서 씻어야 했다. 들숲메를 품는 시골은 이미 늦여름 첫머리부터 밤이 서늘하거나 추웠다. 저녁에 씻고 누우면 아침까지 땀이 안 났다. 그러나 부산과 서울에서는 땀밤이었다.


  우리나라는 푸른집(청와대)과 벼슬집(공공기관)부터 에어컨 없이 일하는 터전으로 갈 수 있을까? 우리는 쇠(자가용)를 몰며 바깥바람(창문바람)만 쐴 수 있을까? 푸른집이나 벼슬집이 아닌, 여느 가게와 일터도 에어컨 아닌 바깥바람을 맞아들이면서 다 다른 철을 느끼고 누리는 살림살이를 다시 바라볼 수 있을까?


  ‘혁명’이나 ‘개혁’을 하자는 말은 누구나 외치기 쉽다. 삶으로 갈아엎거나 뜯어고치려면 늘 집부터 할 노릇이다. 무슨 개혁이나 혁명을 하기 앞서 “대학교뿐 아니라 중고등학교조차 안 다니는” 혁명과 개혁부터 나설 노릇이다. 졸업장과 자격증을 불쏘시개로 삼는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들여서 갈아엎은 다음에 돈을 끌어모으는 밭갈이가 아닌, 삶을 가꾸고 살림을 일구며 사랑을 품는 새길을 열어야지 싶다.


  아이사랑은 졸업장으로 안 한다. 논밭살림은 자격증으로 안 한다. 사랑과 살림과 사람과 숲은 그저 집부터 돌보는 길을 걷는 하루에서 비롯한다. ‘가시버시’와 ‘어버이’라는 오래말을 떠올리자. ‘가시(갓) + 버시(벗)’인 ‘가시버시’인 얼개요, 순이(여성)가 앞이면서 돌이(남성)가 뒤를 받치는 이름이다. ‘어버이 = 어머니 + 아버지’이다. 어머니가 앞에서 이끌고 아버지가 뒤에서 받치면서 집살림을 맡는다는 뜻을 품은 오래말이다.


  바람이 불기에 시원하지 않다. 모래바람이나 ‘서울 아파트 골바람’은 시원할 수 없다. 풀꽃나무를 스치는 바람일 적에 싱그럽고 시원하다. 들숲메바다를 가르던 바람이기에 맑고 푸르다.


  풀꽃이 자라기에 풀벌레가 깃들며 노래한다. 나무가 서기에 새와 매미가 찾아들며 노래한다. 기름 먹는 쇠(자동차)이든, 전기 먹는 쇠(자동차)이든, 노래가 아닌 매캐한 시끌소리와 쓰레기만 내놓을 뿐 아니라, 쇳덩이가 달릴 길을 닦느라 들숲메를 죽인다. 하늘나루(공항)를 그만 지을 때에 참살림(민주정부)이다. 어설프고 어쭙잖은 겉옷(양복)을 벗어서 다 버리고서 낫을 쥐기에 푸른나라(민주공화국)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아직 참살림하고 멀고, 푸른나라도 못 바라본다. 이제는 참살림을 품으면서, 푸른나라로 풀어갈 노릇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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