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놀이 1

 


  작은아이가 가방을 등에 메 달라 한다. 오른손에 하나 꿰고 왼손에 자동차 하나 쥔다. 부엌에서 밥을 먹다가 가방놀이를 하재더니,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마당에서 우산과 대막대기 들고 논다. 너희 누나도 너처럼 어릴 적에 가방놀이 곧잘 했고, 요즈음도 가끔 하는데, 너희 아버지 어머니가 가방 들고 짐을 나르니, 옆에서 보고 따라해 보고 싶었니. 나중에 너희 가방에 너희 옷가지 넣고 마실 다닐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4346.2.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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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며 중국조선족 삶을 눈여겨보며 사진으로 한 장 두 장 담았다고 하는 박진관 기자님. 우연하게 이 책을 알아보고, 아직 판이 끊어지지 않은 모습을 봅니다. 이웃을 바라보는 사진을 앞으로도 꾸준히 한 장 두 장 담아내기시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책도 사랑받을 수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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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 견문록
박진관 글 사진 / 예문서원 / 2007년 12월
20,000원 → 19,000원(5%할인) / 마일리지 57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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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2월 2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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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32] 풀물

 


  가게에서 ‘양송이 스프’를 사다가 끓입니다. 퍽 어릴 적에 먹던 일이 떠올라, 나도 한 번 집에서 가루를 풀어 천천히 끓이고는 밥상에 올립니다. 서양사람은 스프를 먹으니 ‘양송이 스프’라는 이름이 적힐 텐데, 서양사람이 한겨레 ‘죽’을 가게에서 사다가 먹는다면, 그 가게에서는 서양사람한테 어떤 말로 죽을 말할는지 살짝 궁금합니다. 서양사람은 ‘죽’을 서양말(영어)로 옮겨서 이야기할까요, 아니면 ‘zuk’이나 ‘juk’이라 적으며 가리킬까요. 다섯 가지 푸성귀를 가루로 내어 찻물처럼 마신다는 ‘야채 스프’를 마십니다. ‘야채 스프’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야채(野菜)’는 일본 한자말이고, ‘스프/수프(soup)’는 영어일 텐데, 일본에서 먼저 이런 풀물을 마신 뒤, 한국에 들어왔나 싶기도 합니다. 가만히 따지면, 가게에서 파는 ‘양송이 스프’는 ‘양송이 죽’이요, 사람들이 마신다는 ‘야채 스프’란 ‘풀물’입니다. 푸성귀를 달이거나 끓인다는 뜻에서 ‘푸성귀 물’이라 할 수 있어요. 푸른잎 푸성귀나 풀을 갈아 마실 때에 흔히 ‘풀물’이라 할 테니, ‘야채 스프’ 같은 이름은 ‘푸성귀 물’이라 다듬을 때에 어울리겠지요. 몸을 생각하는 먹을거리라 하면, 몸을 살리며 마음 살리는 흐름을 살펴, 마음을 생각하는 말을 한 번쯤 짚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6.2.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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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꽃은
햇살과 흙과 빗물과 바람
골고루 먹으며
자랍니다.

 

햇살은 햇살책
흙은 흙책
빗물은 빗물책
바람은 바람책

 

날마다
맑고 밝은 이야기
새록새록 듣고 건네며
함초롬한 잎새
꽃망울로 피어납니다.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꽃잎마다 맺힌 이야기책
한 줄 두 줄
읽습니다.

 


4346.1.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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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95
임윤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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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바다
[시를 말하는 시 13] 임윤, 《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

 


- 책이름 : 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
- 글 : 임윤
- 펴낸곳 : 실천문학사 (2011.9.30.)
- 책값 : 8000원

 


  아이들이 남긴 밥을 먹습니다. 아이들은 배가 안 고프면 밥자리에서 밥을 덜 먹거나 안 먹지요. 또는 똥을 못 누면 밥을 꺼리거나 미룹니다. 푸지게 똥을 누고 슬슬 배가 고프면, 따로 아이들을 부르지 않아도 밥상 앞에 달라붙습니다. 배고픈 아이들은 어른이 곁에서 숟가락으로 떠먹이지 않아도 바지런히 수저질을 합니다.


  밥을 차리려고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를 마련합니다.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를 장만하려고 땅을 얻습니다. 땅을 얻어 찬찬히 일굽니다. 찬찬히 일군 땅에 씨앗을 심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거나 즐기는 씨앗을 잘 갈무리해서 심습니다. 사람이 따로 씨앗을 심지 않아도 스스로 잘 돋는 풀이 있습니다. 냉이나 쑥이나 미나리나 숱한 나물은 씨앗을 안 심어도 스스로 척척 자랍니다. 상추나 시금치는 으레 씨앗을 뿌린다지만, 상추도 시금치도 씨앗 없이 스스로 자랄 때에 한결 맛나며 몸에 맞으리라 느껴요.


.. 도끼로 장작을 쪼개면 / 자작자작 쏟아지는 햇살 ..  (자작나무 빗자루)


  밥을 차리다가, 밥을 먹다가, 똥을 누다가, 밭을 바라보다가, 풀을 쓰다듬다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지구별에 맨 첫 목숨이 태어났을 적에, 맨 첫 목숨은 무엇을 먹으며 살았을까 하고 생각에 잠깁니다.

  맨 첫 목숨은 짐승이 아니었겠지요. 아니, 짐승이었을 수 있겠지요. 첫 목숨이 풀이었든 짐승이었던 벌레였던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느 목숨이었건, 첫 목숨은 오직 햇살, 바람, 흙, 이렇게 세 가지만 먹었으리라 느껴요. 지구별 첫때에도 물이 있었을까요. 아마, 물이 있었겠지요. 그러면, 물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물이 있는 별은 왜 물이 있고, 물이 없는 별은 왜 물이 없을까요.

  흙은 또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흙에 물기가 없으면 죽은 흙이라 합니다. 물기 있으며 기름질 때에 온갖 씨앗이 흙에 뿌리를 내려요. 그리고, 물과 흙은 바람을 마시면서 싱그럽게 거듭납니다. 바람을 마시는 물과 흙은 햇살 따사로운 기운을 받아들여 푸르게 빛납니다.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마시기만 하여도 숨결을 푸르게 이었으리라 생각해 보곤 합니다. 아니,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마실 때에는 푸른 숨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바람을 마시는 사람은 바람똥을 누겠지요. 바람을 마시니까요. 풀을 먹는 사람은 풀똥을 누어요. 고기를 먹는 사람은 고기똥을 누지요. 누구나 먹은 대로 똥을 눕니다. 그래서, 달팽이를 보면 잘 알 만해요. 달팽이는 스스로 먹은 대로 똥빛이 바뀌어요. 사람도 달팽이하고 똑같아서,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먹은 대로 똥빛이 바뀝니다. 그러니까, 맑고 푸른 숨결 깃든 먹을거리로 몸을 채우면, 맑고 푸른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똥을 눕니다.


.. 자동차 조립공장엔 / 디지털시계 빨간 눈알이 깜빡거렸다 / 출렁거리는 컨베이어 속도에 고정된 사내 / 이 분 간격으로 지나가는 엔진을 / 그의 가슴에도 장착한다 ..  (날개 돋친 시간)


  생각이 맑은 사람은 스스로 맑은 일을 찾아서 하기에 생각이 맑습니다. 맑은 것을 바라고 찾으며 생각할 때에 온 넋이 맑게 빛납니다. 맑은 이야기를 떠올리고 맑은 웃음을 지을 적에는, 언제나 맑은 말이 샘솟습니다. 맑지 못한 이야기에 휘둘리거나 맑지 않은 사건과 사고와 문명에 휩싸일 적에는 맑지 않은 말마디가 튀어나오겠지요.


  글을 쓴다 할 적에는, 맨 먼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맑은 꿈 드리우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문학빛 돋보이는 글을 쓰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사회고발이나 사회비판 드러내는 글을 쓰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은 시골 흙내음이 글마다 묻어나기 마련입니다. 군사훈련 받는 사람은 군사훈련 총소리 칼소리 글마다 스며듭니다. 까르르 웃고 뒹구는 아이들과 뛰노는 사람은 까르르 웃음소리 글마다 배어나기 마련입니다. 매캐한 배기가스와 시끄러운 소리 가득한 도시에서 자가용 굴리는 사람은 어수선한 도시내음 글마다 가득합니다.


.. 초점 흐린 능선에 쌓이는 초가을 눈밭 / 오래던 그 머리비듬처럼 흩날리는 / 한 장의 기억 / “오마니” ..  (김 씨가 함흥으로 돌아가던 날)


  임윤 님이 쓴 시집 《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실천문학사,2011)을 읽습니다. 임윤 님은 스스로 무슨 꿈을 꾸면서 어디에서 삶을 누렸을까요. 임윤 님은 스스로 어떤 숨결 되어 어떤 글을 빚고 싶을까요.


  드넓은 바다를 누비었다는 임윤 님은 이녁 글자락에 드넓은 바다내음 얼마나 살포시 담았을까요. 파랗게 빛나는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임윤 님은 이녁 글밭에 무엇을 심었을까요.


  바닷물에 뛰어들어요. 바닷물에 온몸을 맡겨 함께 출렁여요. 바닷물 넘실거리는 소리를 듣고, 바닷물이 모래밭에서 부서지는 소리를 들어요.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뛰어놀아요. 햇볕에 몸을 말리고, 모래밭에 몸을 파묻어요. 바닷소리를 듣고, 바다내음 마셔요. 바다로 드리우는 햇살 먹고, 바다에 깃드는 숱한 이웃을 만나요. 게와 고둥이 내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갈매기와 갯강구가 내 살결에 대고 노래합니다. 4346.2.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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