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글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머리로 꾸며서 쓸 수 있을까. 책을 좀 읽으면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야기 잘 풀어내는 사람한테서 이모저모 도움말 들으면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을 쓰려면 마음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느낀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즐거움과 보람과 아름다움을 곱게 품으면서 이야기가 차근차근 마음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느낀다. 우러나오지 않을 때에는 글이 되지 못한다고 느낀다. 우러나오는 글이 아니라, 머리로 만들거나 손으로 꾸밀 적에는 글이 될 수 없다고 느낀다.


  살아가는 마음에서 글이 나오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글이 흐른다. 동무를 생각하고 숲을 노래하는 마음에서 글이 샘솟는다. 풀과 꽃과 나무를 아끼면서 돌보는 마음에서 글이 태어난다. 차분하고 즐겁게 흐르는 글을 살짝살짝 집어서 종이에 찬찬히 옮겨적는다. 반가운 님한테 글종이를 선물한다. 내 마음을 곱게 드린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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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3-11-28 14:51   좋아요 0 | URL
마음에 기쁨이 고이듯이 무엇인가 한가득 고여,
감추지 못하고 흘러나오듯하는 글쓰기를 생각해본적 있어요.
그럴려면, 전 한참을 더 안으로 고여들어야 할 듯~^^

파란놀 2013-11-28 15:23   좋아요 0 | URL
고이지 않아도
즐겁게 스스로 길어올리면 돼요.

즐거운 마음과 사랑으로 누리는 삶이면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이나 노래나 춤 모두
저절로 흘러나올 테니까요~
 

헌책방에서 노는 아이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논다. 집에서도 마루에서도 마당에서도 골목에서도 찻길에서도 아이들은 거리끼지 않는다. 아이들로서는 어디이든 삶터이고 놀이터 된다. 어른들이 따로 돈을 들여 시설을 마련한 데가 놀이터 아니다. 아이들이 놀면 어디나 놀이터 된다.


  아이들은 헌책방에서 개구지게 뛰어논다. 헌책방이라 해서 시끌벅적 뛰어놀아도 되지 않지만, 아이들은 새책방에서든 헌책방에서든 거리끼지 않는다. 어떤 어른은 헌책방에 있는 책을 만질 적에 장갑을 끼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떤 어른은 헌책방에 있는 책은 먼지와 세균이 많다 여기는데, 아이들은 어느 하나 따지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먼지와 세균은 어디에나 있고, 헌책방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도서관에서 오래도록 묵는 책이야말로 먼지와 세균을 많이 품지 않을까.


  순천에 있는 헌책방집 막내와 우리 집 큰아이는 같은 또래이다. 우리 집 작은아이는 누나랑 형이 노는 틈에 함께 끼어 놀고 싶다. 아이들은 책방마실을 하더라도 책보다 놀이가 훨씬 맛있다. 아이들은 온갖 책이 그득한 숲에서 이리 뛰고 저리 노래하면서 논다. 책방에서 놀며 천천히 책내음 맡고, 책방에서 뒹굴며 가만히 책빛 마신다. 아이들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책노래가 아이들 마음속으로 젖어든다.


  골목에서 놀듯 책방에서 논다. 골목에서 놀며 골목숨 마시고 골목빛 먹듯이, 책방에서 놀며 책방숨 마시고 책방빛 먹는다. 시골에서 놀며 시골숨과 시골빛 먹듯이, 책방에서 놀며 책숨과 책빛을 한껏 들이켠다.


  땀 실컷 흘린 뒤 살짝 땀을 식히며 그림책이나 만화책 집어들 수 있겠지. 땀 옴팡지게 쏟은 뒤 살짝 땀을 달래며 나무그늘 찾아 쉬거나 풀밭에 드러누울 수 있겠지. 놀고 쉬고, 놀고 먹고, 놀고 자고, 놀고 노래하는 아이들이다. 천천히 튼튼하게 자란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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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바라본다

 


  책을 바라본다. 골라들어 장만할 책일는지, 그냥 훑었다가 다시 꽂을 책일는지 모르나, 책을 바라본다. 내가 읽을 만한 책이 될는지, 그냥 얼추 살폈다가 내려놓을 책일는지 모르지만, 책을 바라본다.


  수많은 책들 가운데에는 내 마음 사로잡는 책이 있다. 내 마음은 사로잡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 마음 사로잡는 책이 있다. 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일구어 태어난 책들은, 다 다른 사람들이 찬찬히 엮기에 태어날 수 있고, 다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즐기기에 책시렁에 놓인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삶을 누리며 이야기를 빚어 책을 쓴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손길로 이야기를 사랑하며 책을 엮는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눈빛 밝히며 이녁 마음으로 스며들 이야기를 찾아 책을 읽는다.


  책을 바라본다. 이제껏 살아온 발자국대로 책을 바라본다. 책을 마주한다. 오늘까지 살아온 사랑을 듬뿍 실어 책을 마주한다. 책을 품에 안는다. 바로 이곳에서 가슴 두근두근 설레도록 이끈 책 하나 품에 안는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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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놀이 1

 


  인천에서 살던 때에는 옥탑집에서는 옥탑집대로 4층까지 오르내리는 계단이었고, 벽돌집에서는 2층을 오르내리는 커다란 계단이었다. 큰아이는 인천에서 태어나 세 살까지 자라며 언제나 계단놀이를 즐겼다. 이와 달리 멧골자락에서 태어난 작은아이는 계단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도시로 나들이를 가면 그제서야 계단을 만난다. 큰아이는 오랜만에 계단놀이 즐기고, 작은아이는 새롭게 계단놀이에 흠뻑 빠져든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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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3) 안도의 1 : 안도의 한숨

 

그리고는 “잡았다!” 하는 의미로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야누슈 코르착/노영희 옮김-아이들》(양철북,2002) 44쪽

 

  ‘그리고는’은 ‘그러고는’으로 고칩니다. ‘의미(意味)’는 ‘뜻’으로 손봅니다.
  한자말 ‘안도(安堵)’는 “(1) 사는 곳에서 평안히 지냄 (2) 어떤 일이 잘 진행되어 마음을 놓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안도의 한숨”이나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나 “안도의 빛을 보이다” 같은 보기글이 국어사전에 나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 한숨을 후유 쉽니다
→ 마음 놓는 한숨을 쉽니다
→ 마음을 놓으며 한숨을 쉽니다
→ 마음이 가벼워지는 한숨을 쉽니다
 …

 

  “안도의 한숨”이라는 말마디에서 ‘안도’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보는 분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으레 이런 말투로 쓰기 때문에 낱말책 보기글에까지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그러면 이런 말은 우리가 얼마나 쓸 만할까요.


  잘 따져 보아야 합니다.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안도하는 한숨’입니다. 적어도 이렇게 적어야 알맞습니다. 그렇다면 ‘안도한다’는 무엇일까요. 바로 “마음을 놓는다”이고, “마음이 가벼워진다”입니다. 그러면 이 말뜻 그대로 “마음을 놓는 한숨”이나 “마음이 가벼워지는 한숨”으로 적어야 올바를 테지요.


  “마음을 놓는 한숨”인 줄 느꼈다면, 차근차근 가지를 치며 “마음이 풀어지는 한숨”이나 “마음이 가벼워지는 한숨”이나 “마음에 얹힌 짐을 내려놓는 한숨”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숨 쉬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 “한숨을 후유 쉽니다” 해도 되고요. 4337.9.13.달/4346.11.28.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러고는 “잡았다!” 하는 뜻으로 후유 한숨을 쉽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518) 안도의 2 : 안도의 한숨

 

‘아! 이제 평택만 가면 내 인생의 새로운 길이 열리는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오아블로-희망을 푸는 두레박》(미다스북스,2004) 188쪽

 

  “내 인생(人生)의 새로운 길이”는 “내 삶에도 새로운 길이”나 “내 삶에 새 로운 길이”로 다듬어 줍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 히유, 한숨을 쉬었습니다
→ 가볍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 마음이 놓이며 한숨이 나왔습니다
→ 이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 이제야 마음을 놓았습니다
 …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맺힌 앙금이나 쌓인 근심이 확 풀렸다고 하면서 한숨을 쉰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숨소리를 옮겨서 글을 쓸 수 있고, 근심이나 앙금이 풀린 만큼 “가볍게 한숨을 쉬었습니다”나 “홀가분하게 한숨을 쉬었습니다”처럼 적을 수 있어요. “마음을 놓았다”라 적어도 됩니다. 큰짐을 더니 마음이 가볍고, 마음이 가벼우니 한숨이 나오며, 한숨이 나오니 마음이 놓입니다. 4339.2.27.달/4346.11.28.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 이제 평택만 가면 내 삶에 새로운 길이 열리는구나.’ 가볍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046) 안도의 3 : 안도의 한숨

 

다 치워 놓고 안도의 한숨 쉬고, 텅 빈 마음으로 우리는 서로를 오랜만에 바라보듯 마주 바라보았다
《김성혜-이민 가족》(주우,1981) 165쪽

 

  혼례잔치를 다른 걱정이나 어려움 없이 마친 두 사람은, 이래저래 다 치워 놓은 다음 비로소 마음을 놓았답니다. 가만히 마주앉은 두 사람은 히유 하고 길게 한숨을 쉽니다. 이제 걱정과 시름은 사라졌다고 하면서.

 

 안도의 한숨 쉬고
→ 한숨 한 번 쉬고
→ 한숨 푸욱 쉬고
→ 마음 놓여 한숨 쉬고
→ 마음 풀려 한숨 쉬고
→ 이제 다 끝났다며 한숨 쉬고
 …

 

  걱정이 될 때에 쉬는 숨이 한숨이요, 걱정이 풀릴 때에 쉬는 숨이 또 한숨입니다. 기쁠 때 웃지만 슬플 때에도 웃음이 나기도 하며, 슬플 때 울지만 기뻐서 눈물이 흐를 때도 있으니, 이 한숨도 마음이 놓이거나 마음이 답답할 두 가지 때에 저절로 나옵니다.


  보기글에서는 “이제 다 되었다”고, “이제 다 끝났다”고, “이제 마음쓸 일이 없다”고, “이제는 홀가분할 수 있다”고 해서 한숨을 쉰다고 나타내면 잘 어울립니다. 4340.7.25.물/4346.11.28.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다 치워 놓고 한숨 한 번 쉬고, 텅 빈 마음으로 우리는 서로를 오랜만에 바라보듯 마주 바라보았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08) 안도의 4 : 안도의 한숨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마티아스와 조심해서 사다리를 내려왔습니다
《한스 페터슨/김정희 옮김-마티아스와 다람쥐》(온누리,2007) 24쪽

 

  ‘조심(操心)해서’ 같은 낱말은 그대로 둘 만합니다만, ‘살금살금’이나 ‘천천히’나 ‘차근차근’으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 후유 한숨을 쉬며
→ 히유 한숨을 쉬며
→ 한숨을 폭 쉬며
→ 한숨을 쉬며
 …

 

  크게 걱정했기에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아무 말 못하고 마음만 졸이다가 드디어 걱정을 풉니다.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옵니다. 히유, 후유, 에휴, 한숨소리 절로 터져나옵니다. 이때에는 한숨을 ‘폭’ 쉬거나 ‘푹’ 쉬거나 ‘크게’ 쉰다고 할 만합니다. “엄마는 한숨을 크게 쉬며”라든지 “엄마는 자꾸 한숨을 쉬며”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엄마는 한숨을 폭 쉬며 마티아스와 천천히 사다리를 내려왔습니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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