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1.22.

숨은책 973


《너 정말로 한국 말 아니?》

 이어령 글

 김천정 그림

 웅진출판주식회사

 1997.6.1.첫/1997.10.20.5벌



  ‘이어령 석학교수의 생각에 날개를 달자 9’으로 나온 《너 정말로 한국 말 아니?》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열 자락으로 나오고서 사라졌는데, 2009년에 펴냄터를 옮겨서 새로 나왔어요. 우리는 늘 ‘우리말’을 쓰지만, 우리말을 가리키는 이름은 ‘한국어·한국말·국어’로 뒤죽박죽입니다. ‘우리글’이 ‘한글’인데, 왜 진작부터 ‘한말’이라 이르지 못하거나 않을까요? 떠난 분은 끝까지 ‘교수님(석좌교수)’ 같은 이름을 안 놓으려고 했습니다. ‘의사·검사·변호사’마냥 ‘-사’를 붙이려 하고, 이에 따라 ‘간호원·운전수’를 ‘간호사·운전사’로 바꾸었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한테 우리말이 없다면 우리말을 낮추거나 얕볼 수 있다지만, 숱한 고비와 가시밭과 사슬을 거쳤는데 오히려 우리말을 얕보거나 낮춥니다. ‘논밭꾼(농사꾼)’처럼 ‘-꾼’은 낮춤말로 여겨서 ‘일꾼·노래꾼’이라 이르면 하찮게 본다며 싫어합니다. 그러면 논밭일꾼은 ‘農師’여야 할까요? ‘논밭꾼·논밭지기·논밭님’처럼 우리말씨로 바라보면서 모든 ‘-사(師)’하고 ‘-가(家)’를 내려놓을 만할까요? 겉이름을 내려놓아야 속살림을 들여다봅니다. 속살림을 헤아려야 말빛을 읽습니다. 말빛을 읽어야 마음밭을 일구고 마음씨를 심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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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눈을 감으면



눈을 감으면 눈앞에 보던 모습을 잊고서, 오직 마음으로 바라보게 마련이야. 마음을 밝게 틔우고 깨우는 사람이라면, 눈을 감으며 온누리를 속속들이 밝게 알아보면서 눈뜨지. 마음을 어둡게 닫고 가두는 사람이라면, 눈을 감으며 꿍꿍이속을 키우느라 스스로 어둡게 잠기는 뒷짓으로 기우느라 끝내 눈을 못 떠. 누구나 눈뜰 수 있지만, 누구나 눈뜨지 않는구나. 눈뜨고 싶다면, 먼저 오래오래 눈감고서 속빛과 마음과 숨소리를 알아보는 넋을 밝혀야 하지. 속눈·마음눈·숨눈을 깨우지 않기에 ‘겉눈’으로 휘둘리고서 두리번두리번 갈팡질팡이란다. 속눈·마음눈·숨눈을 깨우려면 언제나 ‘몸눈’부터 차분히 다스릴 노릇이야. 겉훑기에 매인 몸으로는 겉모습부터 못 알아봐. 겉가죽은 겉모습일 뿐이요 누구나 이 삶을 입는 옷인 줄 받아들이는 머리일 때라야, 비로소 눈감고서 깨어나 눈뜨는 하루를 열 수 있어. 너는 아마 눈감고서 하나도 안 보인다고 여길 수 있지. 그러나 하나도 안 보일 수 없단다. 그저 네가 “하나도 안 보인다”는 마음으로 묶었을 뿐이야. 눈을 감기에 늘 속빛을 바로바로 다 알아보지는 않아. 너는 아직 “눈감고서 눈뜬다”는 말을 네 숨결로 맞아들이지 않거든. 흙이 품은 씨앗은 땅밑이라는 곳에서 햇빛을 못 볼 테지만, “잠든 몸을 깨우려는 작은 눈(씨눈)”을 그저 온마음으로 가꿔서 깨울 적에 ‘감은눈’으로 ‘새눈’을 이루고서 싹이 트고 뿌리가 내려서 곧게 일어선단다. 씨앗이 되어야 씨눈을 맺고, 한참 잠들고서 흙이라는 품을 온몸으로 품어야 “씨눈을 틔우”는 ‘싹트기’로 나아가지. 가만히 감고서 모든 검은빛을 거느리듯 감싸안는 눈(씨눈·싹눈)이 네 깊은속에 있어. 2025.12.28.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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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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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잎이 지는



잎이 지면, 풀과 나무가 자란다는 뜻이야. 늘푸른나무는 잎갈이를 하려고 오래잎을 떨궈. 갈잎나무는 잠들고서 꿈을 그리려고 한해잎을 떨궈. 이렇게 잎을 떨구기에 새잎이 돋을 틈이 나지. 게다가 오래잎·한해잎은 나무뿌리가 뻗은 자리를 소복히 덮으면서 포근하게 돌보고, 이 잎은 어느새 새흙으로 돌아간단다. 사람은 머리카락이 톡 빠지면서 새 머리카락이 돋아. 더듬이 노릇을 하던 머리카락은 땅으로 돌아가서 사르르 풀려. 새로 돋은 머리카락은 새바람을 마시면서 땅바닥도 뒹굴고 바람도 타고 풀잎이나 나무줄기도 스치는데, 작은새가 슬쩍 집어서 둥지를 틀 적에 밑감으로도 삼아. 둥지 밑감으로 쓰이는 머리카락은 기뻐서 들뜨지. 새길을 가며 이렇게 또 하나를 더 배우기에 설레. 뒹굴거나 쌓이다가 가만히 잠들고 풀려서 흙으로 돌아가는 머리카락은 차분하단다. 참하게 녹으면서 앞으로 맞이할 새길을 두근두근 맞이해. ‘지는 잎’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알아가는 새길인지 궁금하면, 네 머리카락이 네 몸을 떠나서 어떤 길을 어떻게 거치는지 하나씩 짚으면 돼. 풀과 꽃과 나무가 매다는 잎이 어떤 몫이자 길이고 빛인지 궁금하면, 네 머리카락이 네 몸에서 어떤 노릇으로 있는지 차근차근 돌아보면 돼. 잎이 돋으면서 삶길을 열어. 잎이 지면서 삶길을 맺어. 온잎으로 해바람비를 듬뿍 받아들이기에 풀꽃나무가 싱그럽고 튼튼하게 자라서 열매를 맺고 씨앗을 품어. 넌 사람으로서 머리카락을 어떻게 느낄까? 넌 네 머리카락을 어떻게 보듬으며 이 삶을 배울까? 한겨울에 잎이 푸르단다. 2026.1.1.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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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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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등짐이 없는


등짐이 없이 다니는 사람이 많아. 손짐도 어깨짐도 없는 사람이 많아. 무슨 짐 하나도 안 드는 사람이 많아. 가볍게 다니려고 맨몸일 수 있고, 온몸으로 온누리를 고스란히 느끼고 읽고 배우고 익히고 누리려는 뜻으로 맨몸일 수 있어. 그냥 짐이 무겁거나 성가시다고 여겨서 맨몸일 수 있어. 스스로 짊어질 마음이 없고, 몸을 뽐내려고 맨몸일 수 있어. 그러면 둘레를 봐. 누가 왜 등짐을 멜까? 누가 왜 여러 가지를 챙기면서 등에 지고서 다닐까? 등짐차림인 사람은 무엇을 보고 느끼고 나누려는 하루일까? 맡은 짐이 없는 맨몸차림일 적에는 누가 짐을 맡아서 움직일까? 집에서는 어떻게 지내니? 등짐차림인 사람은 집에서 어떻게 지낼까? 맨몸차림인 사람은 집에서 무엇을 할까? 마냥 무겁거나 성가시다고 여겨서 짐을 치울 수 있어. 기꺼이 맡으면서 둘레를 돌보려고 짐을 챙길 수 있어. 이모저모 빚고 짓고 가꾼 살림을 나누고 누리려고 짊어질 수 있지. 여태 일군 열매를 두루 펴고 베풀려고 짐을 꾸릴 만해. 등짐이 있기에 훌륭하지 않고, 등짐이 없기에 가볍지 않아. 모든 다른 때와 자리를 스스로 살펴서 움직일 일이란다. 누가 어떻게 입방아를 찧거나 말거나 네 길을 가야 해. 남이 어떻게 하든 말든 너는 네 살림을 여미는 하루를 살 노릇이야. 넌 언제 등짐을 꾸리니? 넌 언제 맨몸차림이니? 네 등짐에 무엇을 담아? 넌 맨몸으로 어디를 다니면서 무엇을 하니? 바람은 맨몸으로 다니듯 해도, 구름을 안거나 새를 태워. 때로는 큰날개에 집채도 싣지. 바람처럼 등짐을 하면 돼. 2025.12.31.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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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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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안 읽고서 쓴



  갈수록 “안 읽고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는다. 부쩍부쩍 는다. 안 읽고서 별꽃(평점)을 다는 사람도 많다. 어느 책이나 영화를 놓고서 한 줄이건 한 마디이건 하더라도, 이 책이나 영화를 “적어도 두어 벌”은 보고 나서 말을 하거나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꽃을 본 적이 없이 꽃냄새를 ‘책(식물도감)’에서 들춰본 대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얼마나 거짓스러울까. 제비나 꾀꼬리나 후투티나 매를 본 적이 없이 날갯짓과 노랫소리를 ‘책(조류도감)’에서 훑어본 대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얼마나 후줄근할까. 첫겨울바람과 한겨울바람과 늦겨울바람이 저마다 어찌 다른지 온몸으로 맞이하지 않고서 ‘책’에서 슥 본 대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얼마나 겉치레일까.


  두어 벌 보더라도 모자라다. 서너 벌을 지나고 대여섯 벌을 지나며 한참 곱씹을 노릇이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티를 드러내는 ‘겉글’은 누구보다 ‘겉글꾼’한테 불씨로 스민다. 알찬 책이건 모자란 책이건 대수롭지 않다. 어느 책이건 스스로 삶을 들여서 곰곰이 읽은 ‘마음’을 쓸 노릇이다. 모든 느낌글은 ‘책쓴이’가 아니라 ‘읽고서 쓴 이’한테 이바지한다.


  책이든 글이든 ‘말’로 풀어내는 삶이다. 책이나 글을 풀어내는 말에 스미는 낱말을 짚으면, 책쓴이나 글쓴이가 걸어온 삶이 고스란히 보인다. 말결을 가꾸는 사람은 언제나 어린이 곁에 서려는 마음으로 낱말을 고른다. 배우면서 책과 글을 쓰는 이라면, “이미 나는 아직 멀었지만, 이만큼 배운 바를 둘레에 나누고서 이제부터 새로 배우려고 해.” 같은 마음이 돋보인다. 빈틈없이 쓰는 책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책은 책쓴이 스스로 배움길인 줄 밝히는 씨앗이다. 책을 마쳐서 내놓을 적부터 새걸음을 떼며 다시 배운다.


  배우며 나누려는 마음이 아니면서 책을 내는 이는 글빗(비평)을 꺼리거나 닫거나 막거나 등진다. 안 배우고 안 나누려는 마음일 적에는 ‘자랑’이자 ‘책팔이’에 갇힌다. 배우기에 늘 듣고 읽는다. 배우기에 새소리와 풀소리와 나비소리와 나무소리와 바람소리와 바닷소리와 빗소리에 귀기울이며 기쁘게 배운다. 버우기에 아기랑 마음을 나누고, 배우기에 할매할배한테 두런두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일으켜세운다.


  책을 읽고서 책을 쓰면 헛바퀴라고 느낀다. 우리 손은 살림을 지으며 삶을 배우고서 사랑을 펴려는 뜻으로 있다. 우리 발은 이웃한테 찾아가고 이 땅에 든든히 서서 나무 곁에서 배우고 춤추라는 뜻으로 있다. 우리 눈은 별과 바람과 꿈을 보고 배워서 지으라는 뜻으로 있다. 우리 귀는 숨소리를 들으며 풀벌레노래를 사랑하고 배우라는 뜻으로 있다.


  읽고서 쓸 글이자 마음이고 하루이다. 안 읽고서 쓰는 글이 흘러넘치는 나라에서는 사랑씨가 마르고 노래씨가 잊히고 꿈씨가 사그라든다. 오늘(1.8.)은 길을 걸으며 책을 읽다가 손가락이 꽁꽁 언다. 그래도 끝까지 읽고서 책을 덮는다. 언손은 녹이면 되니까. 언손은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에서 녹이면서 노래를 한 자락 쓰면 되니까. 한겨울이 무르익으니 17시가 넘어도 아직 환하다. 즐겁다. 2026.1.8.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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