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65. 2013.11.9.ㄱ

 


  이른아침, 아직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방에서, 큰아이가 방바닥에 드러누워 아톰 만화책을 펼친다. 모처럼 새벽에 방바닥 불을 넣었기에 방바닥은 따스하다. 큰아이는 커다란 방석을 이불처럼 배에 척 얹는다. 다리까지 모두 덮을 수 있다. 등바닥으로는 따스한 기운을, 배로는 포근한 기운을 누리면서 더없이 느긋한 몸짓으로 책에 빠져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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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11.8. 큰아이―야무진 손놀림

 


  드디어 작은아이 글씨쓰기가 ‘ㄱㄴㄷ’하고 ‘ㅏㅑㅓ’를 표처럼 놓은 뒤 하나하나 적으며 읽는 데까지 온다. 다 만들어진 글씨가 아니라, ㄱㄴㄷ하고 ㅏㅑㅓ를 찬찬히 엮으면서 글씨를 쓰는 줄 찬찬히 헤아릴 수 있겠지. 이렇게 해서 모든 한글을 소리내어 읽을 수 있다면, 뜻은 모르더라도 어느 책이건 간판이건 모두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가만히 욀 수 있으리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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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11.9. 작은아이―나도 글 쓸래

 


  연필과 빈종이를 본 작은아이가 문득 글놀이를 한다. 누나가 공책을 펴고 한글을 익히는 만큼, 작은아이가 요 흉내를 내는구나 싶다. 얼마 앞서까지 연필 쥠새가 영 서툴던 작은아이인데, 오늘 보니 누나 못지않게 야무지게 연필을 쥔다. 이제 너도 무언가 슬슬 그리거나 쓰는 재미를 누리려니. 그림놀이나 글놀이는 누가 시켜서 할 수 없어. 너 스스로 재미를 느낄 적에 비로소 할 수 있단다. 마음껏 쓰고 놀아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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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놀이 3

 


  옆지기가 공부하는 방으로 쓰는 끝방을 치우다가, 2011년 가을에 이곳 고흥 시골집으로 들어온 뒤 아직 끈을 끌르지 않은 상자가 나왔다. 상자 겉에는 ‘은경 장난감’이라면서 옆지기 이름을 적었다. 무엇을 담았더라. 옆지기가 상자를 끌른다. 안에서 플라스틱 소꿉놀이 장난감이 쏟아진다. 옆지기는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이라 치우려 했고, 나는 큰아이가 잔뜩 어지르기만 해서 치우려 했던 장난감이다. 이제 이 장난감이 여러 해만에 아이들 품에 안긴다. 아이들은 방바닥이며 마룻바닥이며 잔뜩 늘어놓고 논다. 발 디딜 자리가 사라진다. 어젯밤에도 잔뜩 늘어놓고는 잠이 들었으니, 방바닥에는 아직 이 플라스틱 소꿉놀이 장난감이 고스란히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곰곰이 생각한다. 나도 어릴 적에 ‘나한테 사랑스러운 장난감’을 방바닥에 잔뜩 펼쳐서 놀기를 즐기지 않았는가. 비록 플라스틱덩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두 아이가 입에 물 일은 없으니, 그래도 아이들이 플라스틱을 만지도록 하는 일이 달갑지는 않지만, 한동안 늘어놓으며 갖고 놀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리도록 놀고 나서 슬쩍 다시 상자에 담아 치우면 되지. 4346.11.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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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01) 나의 40 : 나의 물감 상자

 

아직도 나의 물감 상자를 간직하고 있는 줄리아
《카를로스 펠리세르 로페스/김상희 옮김-줄리엣과 물감 상자》(미래M&B,2006) 4쪽

 

  “간직하고 있는”은 “간직하는”으로 손봅니다. ‘-고 있다’와 같은 말투가 우리 말투가 아닌 줄 못 느끼는 분이 많지만, 생각을 차근차근 기울여 우리 말투를 되살릴 수 있기를 빌어요. 아이들과 함께 읽는 그림책과 동화책부터 우리 말투를 알뜰살뜰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물감 상자
→ 내 물감 상자
→ 물감 상자

 

  이 자리에서는 ‘내’로 다듬어야 알맞을 텐데, ‘내’조차 덜어도 됩니다. 어릴 적에 선물받은 물감 상자를 나이가 제법 든 뒤까지 알뜰히 챙겨 간직하는 누군가를 이야기하는 글이기에, 다른 꾸밈말을 넣어 “물감 상자를 알뜰히 간직하는”이나 “물감 상자를 고이 간직하는”이나 “물감 상자를 사랑스레 간직하는”처럼 적어도 돼요. 이 자리에 나오는 “내 물감 상자”란 ‘나한테 보배라 할 만한 물감 상자’입니다. 그래서 “내 아름다운 물감 상자”라든지 “내 즐거운 물감 상자”라든지 “내 사랑스러운 물감 상자”처럼 다듬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6.11.10.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직도 물감 상자를 고이 간직하는 줄리아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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