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란 억지로 태어나지 않는다. 즐겁게 노래하는 삶에서 재미가 천천히 샘솟는다.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그린대서 재미있지 않으니, 날마다 즐겁게 노래하는 빛을 누리면, 이러한 빛이 고스란히 이야기로 거듭난다. 온갖 사람들 온갖 생채기를 달래면서 변호를 맡는 사람들 삶이 흐르는 만화책 《어떻게 좀 안 될까요》 첫째 권을 읽으며 생각한다. 법정에서 툭탁거리고, 법정까지 안 가더라도 부딪히는 다툼이나 미움이나 생채기는 왜 일어날까. 왜 서로 다투려 할까. 왜 변호사를 찾아가서 돈을 치르면서 치고받으려 할까. 참말 재미나게 살아가기에도 모자란 삶 아닐까. 참말 재미있게 살아갈 때에 아름다운 삶 아닌가. 돈을 잘 번대서 즐겁지 않고, 이름값 날린대서 즐겁지 않다. 즐거울 때에 즐거운 삶이다. 이런 이야기를 찬찬히 보여주는 이 작품이 퍽 돋보인다. 둘째 권과 셋째 권, 여기에 얼마 앞서까지 나온 일곱째 권까지 얼마나 고이 흐르는 이야기일는지 궁금하다. 4347.1.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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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좀 안 될까요 1
아소우 미코토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0년 11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2014년 01월 21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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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이와 놀아 주는가

 


  오늘날 거의 모든 아버지는 집 바깥으로 새벽같이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온다. 집 바깥으로 나가서 나쁜 일을 하지 않는다. 집식구를 먹여살리려고 힘쓴다. 그런데, 집식구를 먹여살리려는 돈을 버느라 집 바깥에 너무 오래 있다. 집에서 아이들과 부대끼거나 놀 겨를이 거의 없는 요즈음 아버지라고 느낀다. 게다가 집 바깥에서 집식구 먹여살릴 돈을 버느라 바쁘고 힘든 탓에, 토요일이나 일요일조차 집에서 뒹굴거나 잠을 더 자고 싶을 뿐, 새벽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뛰노는 아이들하고 땀을 흘리면서 놀려고 마음과 몸을 쓰는 아버지는 참 드물다.


  누가 아이와 놀아 주는가.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이와 놀아 주지 않으면, 아이는 누구하고 놀아야 하는가. 마을 동무? 학교 동무? 학원 동무? 시골에서는 일찌감치 마을 동무가 모조리 사라졌다. 도시에서는 어떠할까? 도시에서 골목놀이를 즐기는 동무가 있을까? 그나마 자전거라도 함께 타는 동무는 있는가? 기껏 있어도 피시방까지만 자전거를 타고 갈 테지. 학원에서는 학원 진도 따라가야 하고, 학교에서는 학교 진도를 따라가야겠지. 참말 아이들한테 제대로 된 놀이동무란 어디에 있을까. 어버이는 아이를 낳고 나서 학교와 시설과 학원에 보내기에만 바쁜 나머지, 아이하고 놀거나 복닥이는 삶을 모조리 잊거나 등돌리거나 남한테만 맡기는 셈 아닌가 궁금하다.


  아이와 놀지 않으면 아이들이 놀면서 얼마나 환한 웃음빛인지 깨닫지 못한다. 아이와 놀지 않으면 아이들이 날마다 얼마나 무럭무럭 자라면서 씩씩하게 몸매가 탄탄히 잡히는가를 알아채지 못한다. 하루아침에 쑥 크는 아이는 없다. 날마다 조금씩 천천히 자라면서 아주 야무지고 대견하다. 하루아침에 부쩍 크거나 줄기가 굵는 나무는 없다. 해마다 조금씩 굵어지고 키가 자란다.


  아이들 손톱과 손가락이 날마다 얼마나 예쁘게 자라는가를 어버이 모두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 발가락과 허벅지와 종아리가 날마다 얼마나 곱고 튼튼하게 살점 잡히는가를 어버이 누구나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날마다 조금씩 뱃살이 들어가면서 엉덩이 탱탱해지고 볼살이 빠지면서 어깨가 넓어지고 가슴과 허리가 단단해지는가를 어버이 모두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날마다 늘어나는 말솜씨와 말빛을 느껴야 어버이라 할 만하지 않겠는가.


  지난날에는 어느 어버이도 집 바깥으로 혼자 일하러 다니지 않았다. 지난날에는 모든 어버이가 아이와 함께 일했다. 집 바깥에서나 안에서나 늘 아이가 곁에 있었다. 아이를 곁에 두고 일하지 못하는 삶이란, 아이한테도 어른한테도 서로 슬프거나 힘겨운 나날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언제나 기다린다. 저를 낳은 어른들하고 놀아 주려고 아이들은 언제나 기다린다. 4347.1.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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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41] 아이들 발소리 듣기
― 겨울바람 사이로 귀를 기울여

 


  아이가 걷습니다. 처음 발걸음 디딜 수 있던 날부터 일곱 살을 맞이한 일월 한복판을 걷습니다. 큰아이가 처음 걸음을 디딘 곳은 인천 골목동네입니다. 그럭저럭 자동차 뜸한 골목이었지만, 아이가 내딛는 걸음을 느긋하게 누리려 할 적마다 앞과 뒤에서 자동차가 오르내렸습니다. 아이는 골목마실을 하면서 더 신나게 걷지 못했습니다.


  큰아이가 세 살 적부터 시골로 옮겨 살아갑니다. 큰아이는 자동차를 거의 걱정하지 않으면서 걷고 달리며 뜁니다. 가끔 지나가는 짐차나 택배차나 군내버스 소리를 듣기는 하는데, 워낙 지나다니는 자동차가 적으니, 마당에서 놀다가도, 또 대청마루에서 놀다가도, 무슨 자동차가 지나가는지 알아차립니다. 언제나 비슷한 때에 비슷한 자동차가 지나가거든요. 우체국 오토바이 소리라든지, 마을 이장님 짐차라든지, 저기 마을 어귀로 군내버스 지나가는 소리라든지, 우리 집에 들르는 택배차라든지, 언제나 거의 어김없이 비슷한 때에 똑같은 소리로 지나가요.


  자동차가 적을 적에는 이렇게 자동차마다 다른 소리를 헤아리는데, 자동차가 많은 곳에서 살면 아이 귀는 어떤 소리를 받아들일까요. 그리 궁금하지는 않아요.


  시골집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아이가 듣는 소리는 바람소리입니다. 풀벌레 노랫소리입니다. 개구리와 멧새와 제비가 들려주는 노랫소리입니다. 나뭇가지 흔들리고 풀잎이 눕는 소리를 듣습니다. 더 귀를 기울이면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와 꽃씨 흩어지는 소리를 듣겠지요. 민들레와 같이 솜털 같은 씨앗이 날아가는 소리도 곧 들을 만하리라 생각해요. 아침저녁으로 제비꽃과 괭이밥꽃 피고 지는 소리를 머잖아 듣기도 하리라 느껴요.


  두 아이와 마을 한 바퀴 돌면서 아이들 발걸음 소리를 듣습니다. 사뿐사뿐 나긋나긋 가뿐가뿐 느긋느긋 디디는 발소리를 듣습니다. 폭신한 신을 신고 디디는 발소리는 아주 작습니다. 그렇지만 보록보록 디디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요. 겨울바람 솨라라 부는 소리도 듣고, 바람소리 사이사이 흐르는 두 아이 발걸음 다른 소리를 듣습니다. 나풀나풀 나비와 같고, 너풀너풀 날갯짓을 하는 발소리를 빙그레 웃으면서 자꾸자꾸 듣고 또 듣습니다. 4347.1.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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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2. 억새놀이 즐거운 시골길 (2014.1.20.)

 


  도시에서라면 억새를 뽑아서 놀 수 없다. 다만, 도시 가운데에는 조금 바깥으로 나가면 억새를 얻을 만한 데가 있을는지 모른다. 시골은 억새도 있지만 자동차도 없다. 억새가 있으면서 자동차가 없으니 시골이다. 그러나, 시골 가운데에도 억새를 보기 어려우면서 자동차는 자주 보는 데도 있겠지.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억새를 누리면서 자동차는 없어 시골길 한복판을 아무 거리낌이 없이 달리거나 거닐면서 논다. 바람소리를 듣고 바람내음을 먹는다. 바람빛을 누리면서 여름에도 겨울에도 마음껏 지낸다. 얼마나 즐거운가, 자동차가 없으니. 얼마나 조용하면서 싱그러운가, 자동차가 달리지 않으니. 자동차가 달리는 찻길에는 억새뿐 아니라 나락도 콩도 자랄 수 없다. 자동차가 달릴 수 없는 논과 밭과 들과 숲에는 억새뿐 아니라 앵두나무도 잣나무도 유채풀도 동백나무도 씩씩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자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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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놀이 2 - 둘이 함께

 


  큰아이가 억새 한 포기 뽑아 달라면서 부른다. “어디만큼 뽑을까?” “음, 저기.” 큰아이가 바라는 대로 길게 뽑는다. 이제 작은아이도 하나 뽑아 달란다. 그래 저쪽에 긴 억새 있으니 저기에서 뽑자. 두 아이는 억새 한 포기 손에 쥐고 좋다. 깔깔 웃으면서 자동차 없는 시골길 한복판을 성큼성큼 걷는다. 마을 어귀 배롱나무 가지에 살살 문질러 본다. 아무렴, 좋지. 즐겁지. 재미있지. 우리 시골은 온통 놀잇감이니까. 4347.1.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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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21 23:00   좋아요 0 | URL
억새 한 포기만 가지고도, 즐겁게 노는 벼리와 보라가 참 부러워요~!
아 저 나무가 배롱나무군요~?
벼리의 신발도 보라의 바지도 참 예쁘네요~*^^*

파란놀 2014-01-21 23:09   좋아요 0 | URL
시골에서는 모두 배롱나무라 하고,
도시로 가면 다들 백일홍이나 '목백일홍'이라고 하더라구요.

보라는 갑자기 '한복' 입다고 말해서
어제부터 아주 오랜만에 입혔어요.

보라 신은
누나가 지난해까지 신던 털신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