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다 소년사 2
이시키 마코토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95

 


마음을 읽고 나누는 벗님
― 하나다 소년사 2
 이시키 마코토 글·그림
 문준식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04.10.13.

 


  별을 볼 일이 없으면 별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별을 볼 일이 없으면 별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별을 볼 일이 없으면 별빛이 어떠하든 느끼거나 살피거나 돌아보지 않습니다.


  꽃을 볼 일이 없으면 꽃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꽃이 어떤 빛이나 무늬인지 살피지 않습니다. 꽃이 피든 지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꽃을 볼 일이 없으니, 꽃밭을 가꿀 마음이 없고, 꽃씨가 맺혀도 받아서 널리 뿌릴 생각을 품지 않습니다.


  냇물을 볼 일이 없으면 냇물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냇물에 쓰레기가 있거나 없거나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냇물이 맑거나 지저분하거나 살피지 않습니다. 냇바닥에 시멘트를 들이붓든 냇가를 시멘트로 다지든 마음이 아플 일이 없습니다.


- “으웩! 그런 선머슴 같은 애가 여동생이 된다고?” “이치로! 선머슴 같다고 하지 마! 케이가 불쌍하잖아.” “싫어.” “이치로! 케이는 엄마에게서 버림받았대.” (12∼13쪽)
- “저런 애를 낳은 여자랑 우리 아빠가 결혼할 리가 없잖아! 엄마인 척하려는 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소름 끼쳐!” “닥쳐, 선머슴!” “이치로!” “소타를 뭐라고 하는 건 괜찮지만 소타네 엄마는 욕하지 마!” “입은 너나 닥쳐! 대머리 이치로!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뭐가 나빠?” “모자지간이 어찌 그리 입이 싼지! 그런 아줌마가 우리 엄마가 되는 꼴은 내가 죽어도 못 봐!” “뭐라고? 그러는 너네 엄마는 병원 환자랑 도망쳤잖아!” “네가 뭘 안다고 떠들어?” (18∼19쪽)

 


  하늘 올려다보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드문 곳에서는 하늘빛이 뿌옇거나 어둡더라도 딱히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하늘빛이 새파란 빛깔을 되찾도록 마음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하늘숨을 마시는 우리 목숨인 줄 느끼지 않습니다.


  풀을 쓰다듬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드문 곳에서는 풀잎에 먼지가 소복히 내려앉거나 말거나 그리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풀밭이 있든 말든 자동차를 대려 할 뿐이요, 풀이 자라는 빈터에 아이들이 놀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쌀밥이란 풀씨요, 소가 풀잎을 뜯으며 살아온 목숨인 줄 알아채지 않습니다. 소고기를 먹더라도 풀잎을 뜯은 소를 잡아서 얻는 고기 아닌, 사료를 먹인 소를 잡아서 얻는 고기인 줄 알아차리지 않습니다.


  삶이란 어떤 삶일까요. 사람이란 어떤 목숨일까요. 사랑이란 어떤 빛일까요.


  어떻게 살아가는 하루가 아름다울까 궁금합니다. 어떤 눈빛으로 마주하는 사람이 아름다울까 궁금합니다. 어떤 사랑을 속삭이며 어깨동무할 때에 아름다울까 궁금합니다. 사람으로서 서로 사랑하는 삶이 아니라면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궁금해요.


- “엄만 소타가 싫다면.” “난 싫은 게 아녜요. 정말이에요. 그런 게 아니라.” “알았어. 하지만 이번 일은 좀 천천히 생각해 보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33쪽)
- “소타는 우리 아빠의 어디가 맘에 안 들어?” (49쪽)
- “소타는 우리 아빠의 어디가 맘에 안 드는거야, 라고 물었어.” “응? 케이가 우리 엄마를 싫어했잖아. 왜냐면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면서!” “넌 바보니? 내가 싫어하는 건 아줌마가 아니라 너야!” “뭐? 나?” “네가 맞선 본 얘기를 여기저기 다 떠벌리는 바람에 다들 알게 됐잖아! 그 말은 내 본심이 아니었다고. 하고 싶어서 한 말이 아냐.” “케이.” “아빠가 생기든 엄마가 생기든 둘 다 중요한 일인데 남자 주제에 입이 싸서는. 게다가 자기는 혼자서 반대하는 주제에. 네 덕분에 엄마가 생기려다 말았잖아.” (61∼62쪽)

 


  이시키 마코토 님 만화책 《하나다 소년사》(삼양출판사,2004) 둘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작은 만화책에 흐르는 작은 이야기를 곰곰이 돌아봅니다. 만화책에서 흐르는 이야기는 한낱 만화일 뿐일까요. 만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그저 만화에만 있을 법한 이야기일까요.


  마음을 읽고 나누는 벗님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얼마나 다를는지요. 마음을 안 읽으면서 벗님이 될 수 있을는지요. 마음을 나누는 벗님이 없이 하루를 즐겁게 누리거나 웃을 만한지요.


- “아빠, 전 항상 아빠에게 물어 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엄마가 다른 남자랑 재혼해서 내가 다른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면.” “소타.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네?” “나는 너와 네 엄마가 행복해지길 바란단다. 널 낳아 준 아빠는 그렇게 속 좁은 남자가 아니야.” (68쪽)
- “아줌마! 그간 도시락 고마웠어요.” “좀더 솜씨를 부려 케이가 좋아할 만한 햄까스를.” “아뇨, 이제 햄까스는 됐어요.” “하지만 케이는 마츠토미 정육점 햄까스가 없으면.” “학교 오는 길에 아침부터 여는 가게는 거기뿐이라서요. 실은 햄까스는 예전에 질렸거든요.” (73∼74쪽)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이웃사람하고도 마음을 나누는 한편, 나무 한 그루하고도 마음을 나눕니다. 나무 한 그루와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풀 한 포기하고도 마음을 나눕니다. 풀 한 포기하고도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구름과 무지개하고 마음을 나눕니다. 구름과 무지개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바다와 섬하고도 마음을 나눕니다.


  모두 푸르게 숨쉬는 넋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멧토끼와 두더쥐도 푸르게 숨쉬는 넋입니다. 개미와 지렁이도, 뱀과 너구리도, 솔개와 소쩍새도, 꾀꼬리와 뜸북새도, 다 함께 이 땅에서 푸르게 숨쉬어요.


  흙을 한 줌 쥐면서 흙내음을 맡아 보셔요. 흙알갱이 하나도 우리와 똑같은 숨결입니다. 가랑잎을 한 움큼 쥐어 잎내음을 맡아 보셔요. 잎사귀 하나도 우리와 똑같은 숨소리입니다.


  가까이에서도 멀리에서도 이야기를 나누어요.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사랑을 속삭여요. 지구별은 온 우주에 있는 뭇별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나라는 지구별 온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마을은 이 나라 온 마을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들은 저마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 “엄마, 지금 햄버거를 만들어서 뭐하게요?” “아빠가 이치로를 찾으러 간 동안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서. 그 애가 얼마나 배가 고플까.” (164쪽)
- “귀신들은 왜 나한테만 오는 거야!” “귀신이 되면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알게 되는 것 같아. 나도 그래서 여기로 곧장 올 수 있었던 거교.” (215쪽)


  마음을 나누어 사랑을 해요. 마음을 닫을 때에는 자꾸 전쟁이 터져요. 마음을 열지 않으니 서로를 괴롭히거나 따돌리고 말아요. 마음을 안 열려 하니 이웃을 밟고 올라서려 하고, 마음을 꽁꽁 닫아걸기 때문에 혼자 1등을 거머쥐려고 할 뿐이에요.


  운동 경기를 왜 하겠어요. 나 혼자 1등을 하려고? 나 혼자 금메달을 차지하려고? 아니에요. 서로 땀흘리며 즐거운 삶을 나누려고 운동 경기를 해요. 이기고 지는 숫자는 덧없어요. 이기려는 운동 경기 아닌, 사랑과 꿈을 즐기려는 운동 경기예요.


  구슬치기도 고무줄놀이도 돌치기도 자치기도 모두 등수나 순위는 따지지 않아요. 즐겁게 노니까 놀이예요. 즐겁게 놀지 않으면 놀이가 아니에요. 장작을 패거나 절구질을 하는데 등수나 순위란 없어요. 바느질을 하고 길쌈을 하는데 등수나 순위란 없습니다. 전복을 따고 김을 말릴 적에 등수나 순위가 있을 턱이 없어요.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손을 내밀어 어깨동무를 합니다. 마음을 열어 사랑을 나누고, 생각을 열어 평화로운 보금자리를 일굽니다. 4347.1.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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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1-23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참 귀엽습니다!!
재밌어 보이는 만화인 것 같은데 절판이네요..ㅠㅠ

파란놀 2014-01-24 08:53   좋아요 0 | URL
아주 재미있을 뿐 아니라,
뜻도 무척 깊어요.

<피아노의 숲>이 널리 사랑받는 만큼
머잖아 애장판이 새롭게 나오리라
굳게 믿고 기다립니다 ㅠ.ㅜ

애장판 나오면 애장판도 갖추려고요~

페크pek0501 2014-01-24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에도 좋은 글이 많다는 것. 님이 잘 소개해 주시네요.
어떤 만화는 사유가 깊은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것 같았어요.
동화도 그래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33쪽)
- 참 좋은 말입니다. 이것이 최선이겠죠.

파란놀 2014-01-24 19:55   좋아요 0 | URL
만화를 그리는 분들은 모두 시인이라고 느껴요.
만화책에 흐르는 말은 모두 시로구나 싶어요.

어설픈 만화책이라면 어설픈 시일 테고,
아름다운 만화책이라면 아름다운 시라고 느껴요.
 


  일곱 살 큰아이와 《빨강 빨강 앵두》를 읽는데, 큰아이가 문득 한 마디 한다. “왜 한 알만 따?” “한 알만 땄나 봐.” “두 알 따서 동생 먹고 나도 먹으면 되잖아?” “그러게. 앵두 잔뜩 맺혔는데 두 알 따서 둘이 같이 먹으면 되는데.” 옛노래라 하는데 왜 한 알만 따는 흐름으로 나올까. 두 알이나 석 알을 따는 뒷노래가 더 있을까. 옛노래를 살려서 빚는 그림책도 좋은데,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인 줄 생각한다면, 아이다운 마음씨를 더 헤아려서 새롭게 가꾸면 한결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아이들은 혼자만 먹지 않으니까. 참말 콩 한 알도 나누니까. 4347.1.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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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빨강 앵두- 동요로 배우는 말놀이
전래동요 지음, 권문희 그림 / 다섯수레 / 2009년 6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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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1월 2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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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물총 재미있어

 


  손이 꽁꽁 얼면서도 이 겨울에 물을 만지는 마음은 어떠할까 하고 헤아려 본다. 아무튼 놀면 다 재미있고, 까르르 웃고 떠들 적에 즐거웁겠지. 영 도 밑으로 십 도나 이십 도가 훅 떨어진 한겨울에 맨손으로 눈을 굴리고 뭉쳐서 놀기도 했던 아버지이니, 한겨울에도 거의 영 도 밑으로는 안 떨어지는 고흥 시골집 마당에서 얼마든지 물총놀이를 할 만하겠지. 산들보라가 대청마루로 달려오면서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물 더 넣어 주셔요!” 4346.1.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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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23 08:59   좋아요 0 | URL
앗, 아까 첫사진 보며 깜짝 놀랐어요~
마티스의 어떤 이미지가 떠올라서요~
물로 그린 그래피티네요~
이렇게도 저렇게도 참 재미나게 노는 벼리와 보라!!^^

파란놀 2014-01-23 09:0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벽에 저렇게 물그림 그리는 모습 보고
참 재미있네 하고 느꼈어요.

후애(厚愛) 2014-01-23 21:23   좋아요 0 | URL
물그림 그리는 놀이 정말 재밌어 보입니다.
지금 보니 아이들이 많이 자랐네요.^^
산들보라가 신고 있는 신이 고무신 맞지요?
너무 깜찍하고 귀엽습니다~

파란놀 2014-01-24 08:54   좋아요 0 | URL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라요.
후애 님네 조카들도
'많이 큰 아이'들이라지만,
하루가 다르게 눈빛과 마음이 부쩍부쩍 자라는 빛을
느끼시겠지요~

네, 고무신입니다 ^^
 

물총놀이 2 - 한겨울에도 너희들은

 


  큰아이가 마당에서 놀다가 문득 물총을 보고는 “물총으로 놀아 볼까?” 한다. 그러더니 참말 물총놀이를 한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쏘는 물벼락을 맞으면서도 좋다고 웃는다. 얼굴과 옷이 물로 젖어도 씩씩하게 이 한겨울에 물놀이를 한다. 어쩜 너희들은 이렇게 잘 노느냐. 누구를 닮았을까. 4347.1.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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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4-01-24 11:16   좋아요 0 | URL
ㅎㅎ 너무 귀여워요 한겨울에 저 고무신도 너무 이쁘고,,,그나저나 발은 안시러웠을까?

파란놀 2014-01-24 11:44   좋아요 0 | URL
시리든 말든
큰아이 작은아이 모두
아랑곳하지 않아요.

아버지가 겨울에도 늘 맨발이니
아이들도 아버지 따라
양말을 안 신으려고 한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641) 개 1 : 두 개 마을

 

스물 일곱 개 마을 가운데 두 개 마을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물에 잠겼다고 한다
《황안나-내 나이가 어때서?》(샨티,2005) 176쪽 


 스물 일곱 개 마을
→ 스물일곱 마을
→ 마을 스물일곱 곳 

 

 두 개 마을
→ 두 마을
→ 마을 두 곳 


  “스물일곱 개의 마을”이나 “두 개의 마을”이라고 안 썼으니 그나마 반갑다고 여겨야 할까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개’라는 낱말부터 덜어야지요. 마을을 세면서 어떻게 ‘한 개’, ‘두 개’ 하고 셀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마을 하나”라 하고 “마을 둘”이라 해야지요. 굳이 하나치(단위) 낱말을 붙인다면 “마을 한 곳”이나 “마을 두 곳”이라 하면 됩니다.


  서울이나 부산이나 인천 같은 도시를 셀 적에도 “도시 한 개”나 “도시 세 개”라 하지 않습니다. 아니, 이렇게 말할 사람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나라를 셀 적에도 “나라 한 개”처럼 말할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말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글을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자꾸자꾸 엉뚱한 말씨가 퍼지리라 느낍니다. 4339.11.12.해/4347.1.2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스물일곱 마을 가운데 두 마을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물에 잠겼다고 한다

 

“물에 잠겼다”처럼 쓰니 반갑습니다. ‘수몰(水沒)’이라 쓸 까닭이 없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677) 개 2 : 손톱 발톱 스무 개

 

커피를 마시고 손톱 발톱 스무 개에 매니큐어를 바르자
《김옥-청소녀 백과사전》(낮은산,2006) 21쪽

 

 손톱 발톱 스무 개에
→ 손톱 발톱 스무 군데에
→ 손발톱 스무 곳에
→ 손발톱 스물에
→ 스무 손발톱에
 …


  저는 어릴 적에 국민학교에서 ‘하나치(단위) 말’을 달달 외워야 했습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도 숫자를 세며 붙이는 하나치를 낱낱이 가르쳐서 다 다른 것을 다 다르게 가리키도록 이끌었습니다. 무는 뿌리요 배추는 포기입니다. 조기 한 손이라든지 달걀 한 판이라든지 꾸러미, 꾸리, 묶음 들을 알맞게 써야 한다고 했어요. 감 한 접은 몇 알인지 헤아리고, 무엇은 줄로 세고 했습니다.


  요즈음은 학교에서 하나치를 거의 못 가르치지 싶습니다. 학교에서뿐 아니라, 집이나 마을에서도 이런 낱말을 옳게 가누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가게에서 이런 말을 쓸까요? 커다란 할인마트에서 이런 말을 쓰나요? 아직 가게나 저잣거리에서 쓴다 하더라도, 막상 사람들은 스스로 흙일이나 물일을 하지 않으니, 이런저런 하나치는 차츰 잊히리라 느껴요. 이리하여, 손톱을 가리킬 적에도 ‘개’라는 낱말을 쓰겠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손톱은 어떻게 세야 할까요. 손톱을 세는 하나치가 있을까요. 어쩌면 있을는지 모릅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손톱이나 발톱은 ‘숫자로만 세면’ 되지 싶습니다. 머리카락은 한 올 두 올 하고 셉니다만, 손톱은 하나 둘 하고 세면 돼요. 눈도 귀도 코도 팔도 다리고 하나 둘 하고 세면 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군데’나 ‘곳’을 넣으면 될 테고요. 4340.1.5.쇠/4347.1.2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커피를 마시고 손톱 발톱 스무 군데에 매니큐어를 바르자

 

..

 

 우리 말도 익혀야지
 (807) 개 3 : 감자 두 개

 

감자 두 개를 까서 강판에 갈아 감자전을 준비하고
《전희식-똥꽃》(그물코,2008) 63쪽


 감자 두 개를
→ 감자 두 알을
→ 감자 둘을
→ 감자를 둘
 …


  저잣거리 나들이를 가서 감자를 사면서 “한 알 주셔요”나 “석 알 주셔요” 하지는 않습니다. 요사이는 봉지에 담아서 천 원어치나 이천 원어치, 이렇게 팔거든요. 능금을 살 적에도 배를 살 적에도 이와 같습니다.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값을 매겨서 사는 일이란 드뭅니다. 달걀을 살 적에도 그래요.

 

 달걀 하나 (o)
 달걀 한 알 (o)
 달걀 한 개 (x)

 

  물건 팔림새가 물건을 가리키는 하나치 낱말에까지 스며드는구나 싶습니다. 한 알 두 알 세면서 사던 지난날에는 ‘개’를 함부로 붙이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포도는 송이요, 도라지는 뿌리이며, 복숭아는 알입니다. 감자도 알이고 배도 알이며 능금도 알입니다. 오얏도 알이고 살구도 알이며 귤도 알입니다. 4341.3.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감자 두 알을 까서 강판에 갈아 감자지짐이를 마련하고

 

감자‘전(煎)’을 ‘부치’거나 ‘지진’다고 말합니다. 생각해 보면 지지니까 ‘지짐이’고, 부치니까 ‘부침개’입니다. 감자‘전’이라 하기보다는 감자‘지짐’이나 감자‘부침개’라 할 때가 한결 낫다고 느낍니다. “감자전을 준비(準備)하고”는 “감자지짐이를 차리고”나 “감자지짐이를 마련하고”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960) 개 4 : 감자 몇 개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에 한 끼 아니면 두 끼 정도를 먹는다. 기껏해야 감자 몇 개 정도 먹는 것이 전부다
《이기식-잉카의 웃음, 잉카의 눈물》(작가,2005) 80쪽


 감자 몇 개
→ 감자 몇 알


  밥을 먹을 적에 “한 끼”와 “두 끼”라고 하듯이, 감자를 가리키는 자리에는 “한 알”과 “두 알”이라 합니다. “밥 한 개”를 먹지 않습니다. ‘끼’나 ‘끼니’라는 낱말을 씁니다. 감자를 가리킬 적에도 올바로 가리키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늘 쓰는 말을 차근차근 가다듬어서 맑은 넋과 밝은 숨결 깃들도록 하기를 빕니다. 4347.1.2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가난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에 한 끼 아니면 두 끼쯤 먹는다. 기껏해야 감자 몇 알쯤 먹을 뿐이다

 

‘빈민촌(貧民村)’은 ‘가난한 마을’로 손봅니다. “두 끼 정도(程度)”는 “두 끼쯤”으로 손질하고, “몇 개 정도(程度)”는 “몇 알쯤”으로 손질합니다. ‘전부(全部)’는 ‘모두’로 고치면 되는데, 이 보기글에서는 앞쪽에 ‘기껏해야’가 나오니, 아예 덜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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