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놀이 10 ― 눈 덮인 평상 걷기

 


  눈이 소복소복 내려 평상을 덮는다. 눈을 맞으며 하염없이 마당을 걷던 큰아이가 평상 한쪽 눈을 긁어서 뭉쳐 놀다가, 문득 평상으로 올라서서 걷는다. 마당에서 눈길 걸을 적하고 평상에서 오락가락할 적에 느낌이 다르니? 다르겠지? 후박나무 밑에서 눈빛과 눈내음과 눈노래를 들으면서 새삼스레 즐겁지? 나도 새벽과 이른아침에 후박나무 밑에서 눈을 얼굴로 받으면서 무척 즐거웠단다. 4347.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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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2-07 19:00   좋아요 0 | URL
고흥에 눈이 내렸군요.
너무 아름답습니다!!!^^

파란놀 2014-02-08 07:34   좋아요 0 | URL
낮에 해가 쨍쨍 뜨며
다 녹았지만
한때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답니다~
 

눈놀이 9 ― 눈을 뭉쳐 볼까

 


  이른아침에 큰아이가 쉬를 누다가 눈이 펄펄 내리는 모습을 본다. 나는 일찌감치 보아서 알지만 시침을 똑 떼고 아무 말을 안 했다. 아이 스스로 알아차리면 더 좋아할 듯해서. 내 생각대로 큰아이는 “아버지!” 하고 큰 소리로 부른다. 그러고는 “밖에 눈이 와요!” 하고 얘기한다. 말없이 사진기를 챙겨 마당으로 내려선다. 눈이 내려앉은 후박나무를 사진으로 담는다. 큰아이는 내가 아무 말을 안 했는데에도 혼자서 옷을 갈아입고 장갑을 끼며 두툼한 겉옷을 챙겨 입는다. 쳇, 여느 때에도 그렇게 ‘말 안 해도’ 옷 갈아입고 양말 꿰고 그러면 얼마나 귀엽니? 큰아이는 눈놀이를 하고 싶어 스스로 옷을 알뜰히 챙겨 입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맨손으로는 손이 너무 시린 줄 알았으니, 장갑 낀 채 눈을 그러모아 뭉친다. 눈을 맞으면서 마당을 이리저리 걷는다. 눈 오는 날에는 하염없이 눈을 맞기만 해도 즐겁단다. 4347.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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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식 님이 숨을 거두고 난 뒤 이 조그맣고 얇은 책 《다큐멘터리 사진을 말하다》를 읽었다. 책은 좀 일찌감치 장만했지만, 우리 집 한쪽 책상자에 그대로 둔 채 여러 달 삭혔다. 엊그제 아이들과 놀다가 등허리가 결려 자리에 모로 누운 채 이 책을 펼쳤다. 열뎌섯 가지로 간추린 최민식 님 사진넋이 흐른다. 최민식 님은 사진이론을 펼칠 적에도 글을 무척 길게 많이 쓰는데, 그 길고 많은 글 가운데 열여섯 가지 알짜를 추려서 묶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말하다》라고 할 만하구나 싶다. 사진을 좋아하는 젊은이한테 남기는 ‘짧은 사랑편지’라고 할까. 최민식 님이 밝힌 사진넋이 옳으냐 그르냐 하고 따지는 일은 부질없다. 즐겁게 읽고 사랑스레 느끼며 아름답게 삭히면 된다. 아무렴, 우리는 모두 “사진 ‘즐김이’”가 될 때에 빛난다. “삶 ‘즐김이’”가 되고 “노래 ‘즐김이’”가 되며, “사랑 ‘즐김이’”가 되어야지. 4347.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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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을 말하다- 최민식의 16가지 생각
최민식 글.사진 / 하다(HadA) / 2010년 7월
8,700원 → 7,830원(10%할인) / 마일리지 430원(5% 적립)
2014년 02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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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옥 님 만화책 《설희》를 표절한 일이 터진 뒤, 새삼스레 강경옥 님 만화책을 다시 읽는다. 곰곰이 돌아보니, 한동안 강경옥 님 만화책을 잊고 지냈구나 싶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 만화를 얕보거나 푸대접하는 흐름을 새롭게 깨달으면서, 제대로 눈길과 사랑을 못 받은 우리 만화 문화를 찬찬히 되새긴다. 왜 두 사람일까? 왜 이런 일은 나한테 찾아올까? 왜 표절과 같은 일이 생길까? 왜 아름다운 삶으로 나아가지 못할까? 왜 전쟁은 자꾸 터지며, 왜 계급차별 학력차별 신분차별 재산차별 지역차별 같은 일은 그치지 않을까? 만화책 하나를 읽으면서 온갖 실타래를 떠올린다. 만화책 하나에서 우리 사회와 문화와 얼거리를 하나하나 읽는다. 나를 아끼는 두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내가 아끼는 두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기쁠까. 나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따사로울까.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재미날까. ‘두 사람’이란 어떤 빛이 되는가를 생각한다. 4347.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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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다 1
강경옥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7년 7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2014년 02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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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다 세트 - 전3권
강경옥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7년 7월
22,500원 → 20,250원(10%할인) / 마일리지 1,120원(5% 적립)
2014년 02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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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2-0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두 사람이다>를 낱권으로 사면 25퍼센트 에누리인데, 세 권을 함께 사면 50퍼센트 에누리. -_-;;;; 하마터면 낱권으로 살 뻔했다! 아니, 그래도 낱권으로 사야 했을까? 50퍼센트 에누리를 하려면 다 똑같이 하든지, 아니면 둘 다 25퍼센트 에누리를 하든지... 거참.... -_-
 

사진과 함께 33. 손빛을 살며시

 


  얇고 동그랗게 썬 무 한 조각을 한손에 들고는 소매를 척척 걷어붙인 매무새로 그림을 그리며 노는 일곱 살 아이를 바라봅니다. 그림을 그리는 손놀림이 얼마나 야무진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가끔 아이한테 물어 봅니다. “이 예쁜 아이야, 너는 어디에서 왔니?” 너도 이 지구별 사람이니? 아니면 다른 머나먼 별에서 지구별에 따숩고 살가운 사랑을 나누어 주려고 찾아온 사람이니?


  사진가 가운데 ‘일하는 사람’ 손을 사진으로 꾸준히 찍는 분들이 있습니다. 투박하고 거친 손을 사진에 담으면서 저마다 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 다른 빛을 선보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갓난쟁이 손을 어른 손과 맞잡도록 하며 사진을 찍어, 사람들 삶이 흐르는 빛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는 어버이가 이녁 아이를 스무 해쯤 꾸준히 찍어, 갓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어떤 모습인가를 알뜰살뜰 그러모으곤 합니다. 이때에 흔히 얼굴빛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몸빛도 사진으로 담습니다. 그런데, 손빛을 사진으로 담는 사람은 좀 드물지 싶어요. 조그마한 손에서 차츰 커지는 손으로 달라지는 흐름을 찍는 사람은 퍽 드물지 싶어요. 손과 함께 발을 차근차근 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꼭 어떤 대단한 작품을 만들자는 뜻으로 찍는 손빛이 되기보다는, 한 사람이 사랑을 받아 살아가는 결을 손빛에 실어서 보여준다면 무척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둘레 사람들 손은 둘레 사람들 손대로, 내 손은 내 손대로, 여기에 아이들 손은 아이들 손대로 꾸준히 바라보면서 어루만지고 토닥이면서 사진 한 장으로 담아요.


  그림을 그리는 손빛을 담습니다. 밥을 먹는 손빛을 담습니다. 춤을 추는 손빛을 담습니다. 책을 쥔 손빛을 담습니다. 호미를 잡고 땅을 쪼는 손빛을 담습니다. 한겨울에 흙놀이를 하거나 눈놀이를 하는 손빛을 담습니다.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손빛을 담습니다. 나무를 쓰다듬고 조그마한 꽃송이를 아끼는 손빛을 담습니다. 할머니를 부르며 달려가서 품에 꼬옥 안기는 손빛을 담습니다. 자전거를 달리는 손빛을 담습니다. 혼자서 가방을 척 메고는 들마실 하는 손빛을 담습니다.


  얼마나 많은 손빛이 있는가 헤아립니다. 얼마나 깊고 너른 손빛이 그득한가 돌아봅니다. 내가 살아가는 손빛을 오늘부터 스무 해 동안 찍을 적에도 예쁜 이야기가 새삼스레 태어납니다. 4347.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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