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제비를 바라보는 마음



  새끼 제비를 바라봅니다. 올해에는 우리 집 처마에서 새끼 제비가 몇 마리 깨어나서 자랄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에는 농약바람에 휩쓸리면서 애써 깐 새끼들이 모두 죽었고, 그러께에는 다섯 마리가 깠습니다. 올해에는 얼핏설핏 보기로 세 마리까지는 틀림없이 보는데, 세 마리 뒤에 한두 마리가 더 있을까 궁금합니다.


  며칠 앞서까지 새끼 제비가 갹갹거리는 소리를 가늘게 들었습니다. 엊그제부터 새끼 제비 머리를 살몃살몃 들여다봅니다. 앞으로 며칠 더 있으면 머리에 반지르르한 털이 덮인 새끼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곧 새끼들이 올망졸망 바깥을 구경하느라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볼 테지요.


  암수 어미 제비는 먹이를 물어 나르느라 부산합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습니다. 어미 제비는 먹이를 물어 나르면서 저희 배를 채울까요. 어미 제비는 새끼를 먹이느라 바쁘기에 저희 배를 채울 겨를은 없지 않을까요.


  튼튼하게 잘 지은 집을 더 튼튼하면서 포근하게 손질한 어미 제비입니다. 새끼 제비는 어미한테서 깊고 너른 사랑을 받아먹으면서 클 테고, 여름이 끝날 무렵 날개에 힘을 붙여 싱싱 마을과 들과 숲을 날다가, 가을이 찾아오기 앞서 바다를 가로질러 긴 마실을 떠나겠지요. 4347.6.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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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빛·숲 (사진책도서관 2014.6.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여러 해를 삭히면서 기다린 책이 올해에 나온다. 2011년에 내려고 그러모은 글을 세 해를 더 삭히고 그러모으면서 비로소 빛을 볼 듯하다. 책을 펴내기로 한 출판사에서 한창 편집과 디자인을 한다 하니까, 곧 교정본을 받아서 살피면 된다. 새로운 책을 선보이면서 이웃한테 선물할 수 있으면 언제나 두근거리면서 즐겁다. 나는 언제나 이웃한테서 받은 사랑을 책을 써서 베풀기에, 책을 새로 내는 일이 보람이면서 삶노래라고 할 만하다.


  곧 나올 책을 2011년에 처음 선보이려고 할 적에는 ‘헌책방 아벨서점 단골 20년’이라는 이름을 붙이려 했다. 2014년에 이 책을 드디어 선보이려는 요즈음, 책이름을 바꾸었다. ‘헌책방 아벨서점’이라는 이름은 뒤쪽으로 빼고, 앞에 내놓는 굵직한 이름으로 ‘책·빛·숲’ 세 낱말을 넣는다.


  지난 2013년에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이야기를 책으로 선보일 적에는 ‘책빛마실’이라는 이름을 썼다. ‘책·빛·마실’ 이렇게 세 낱말을 쓴 셈이다. 헌책방 아벨서점이 깃든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이야기하는 이번 책에서는 ‘책·빛·숲’이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은 사람들이 이곳을 제대로 즐겁게 ‘마실’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사람들이 이곳을 제대로 즐겁게 읽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헌책방거리이든 헌책방골목이든, 또 헌책방 한 곳이든, 이러한 책터가 마을에서 어떤 ‘숲’을 이루면서 기나긴 해를 책과 함께 살아냈는가 하는 대목을 읽어 주기를 바란다.


  내 마음으로는 ‘책·빛·숲’인데, 아마 종이에 앉히는 따끈따끈한 책에서는 ‘책빛숲’처럼 붙여서 이름을 넣으리라 본다. 아무튼, 다 좋다. ‘책·빛·숲’도, ‘책빛숲’도 좋다. 다 다른 낱말이면서 다 같은 낱말인 책과 빛과 숲을 우리 이웃과 동무가 모두 기쁘게 얼싸안을 수 있기를 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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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73. 나무 곁에서 장난감을 (2014.6.10.)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 덥지만, 구름이 가득 끼기도 하고 아직 아침이면서 나무그늘 밑에 있으면 한여름에 몹시 시원하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논다 할 적에 되도록 후박나무 그늘이 드리우는 평상에서 갖고 놀도록 한다. 집안에 있어도 개구리 노랫소리가 들리지만, 평상에 앉아서 놀면 나무내음과 나무노래를 함께 듣는다. 온갖 벌레와 새가 들려주는 노래도 듣고, 어미 제비가 새끼 제비한테 먹이를 물어 나르는 부산한 모습도 본다. 너희가 손과 눈으로는 장난감을 좇아도, 마음과 가슴으로는 풀내음과 풀빛을 먹는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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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6-11 23:53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이 컸어요 평상 넘 멋지네요

파란놀 2014-06-12 00:14   좋아요 0 | URL
날마다 무럭무럭 잘 큽니다~
시골 어느 집이나 다 있는 평상이랍니다 ^^
비를 맞고 바람을 맞으며 햇볕을 맞으며
이런 빛깔이 되더군요~
 

블럭놀이 1 - 평상에서 놀자


  아이들 외삼촌이 어릴 적 놀던 블럭을 물려받는다. 플라스틱통에 가득 담겼다. 이 엄청난 것을 방바닥에 늘어놓고 놀 모습을 떠올리니 살짝 아찔하구나 싶어 평상에서 놀라고 말한다. 두 아이는 평상에 모두 엎어놓고는 하나씩 짝을 맞추어 본다. 한참이 지나도록 빠져든다. 조각을 짜맞추는 놀이가 몹시 재미나면서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일까. 나도 우리 아이들처럼 어릴 적에 조각놀이를 몹시 즐겼겠지. 작은아이가 네 살이니 이런 장난감도 물려받아서 함께 놀 만하리라. 4347.6.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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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월드컵을 보지 않는다


  우리 집 아이들은 세계축구대회라 하는 ‘월드컵’을 보지 않습니다. 지난겨울에 겨울올림픽을 보지 않았으며, 올해에 한국에서 연다는 아시안경기도 보지 않습니다. 이런 운동경기를 보아야 할 까닭이 없고, 이런 운동경기에 마음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뛰놀면서 즐겁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복닥이면서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몸을 움직여 놀 때에 즐겁습니다. 굳이 다른 사람 놀이를 구경하면서 ‘숫자(기록)’를 따지거나 ‘이기고 지는 흐름’을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2014년에 브라질에서 세계축구대회를 연다고 합니다. 유월부터 경기를 치른다 하고, 아마 이주나 다음주에 첫 경기를 할 테지요. 오늘 몇몇 기사를 찾아서 읽으니, 브라질은 2007년부터 축구경기장을 새로 짓고 주차장과 새 찻길을 닦으려고 20만이 넘는 사람들을 길바닥으로 내쫓는 재개발을 했다고 합니다. 이동안 브라질 정부는 경찰과 군대를 끌어들여 사람들을 두들겨패거나 죽였다고 합니다.

  우리 한국에서는 지난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1984년과 1988년을 앞두고 어떤 철거와 재개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하거나 죽였는지 돌아봅니다. 1984년에 앞서는 전국체전을 벌인다면서 전국 곳곳에서 끔찍한 철거와 재개발을 해마다 했습니다. 그러니까, ‘국내 대회’이든 ‘세계 대회’이든 지구별 모든 나라는 경기장을 짓고 주차장과 찻길과 숙소를 마련한다는 핑계를 내세워서 나라살림을 거덜내는 한편, 부동산투기와 토목건설만 일삼습니다.

  요즈음 브라질에서 집회와 시위를 막고 재개발을 밀어붙이는 데에 들이는 군부대와 경찰 숫자가 20만이라고 합니다. 브라질에서 지난 여덟 해에 걸쳐 20만에 이르는 사람들을 이녁 보금자리에서 내쫓았다고 합니다. 어쩜 군부대와 경찰 숫자하고 ‘삶터에서 쫓겨난 사람’ 숫자가 같을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하자면, 군부대와 경찰을 거느리느라 드는 돈을 고스란히 ‘사람들 삶터를 가꾸고 지키는 데에 쓴다’면 나라가 살고 문화가 살며 복지가 꽃피운다는 뜻입니다. 경기장을 짓고 싶으면 경기장을 짓되, 사람들을 함부로 쫓아내거나 괴롭히지 않아도, 얼마든지 돈이 있을 뿐 아니라, 다 함께 즐겁게 살아갈 길이 있다는 뜻입니다.

  군부대와 경찰 20만을 여덟 해 동안 거느리는 돈으로 시골에 땅을 마련해서 ‘삶터에서 쫓겨난 20만’이 새 보금자리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그렇지만 브라질 정부는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도 예나 이제나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운동경기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이와 같은데, 이런 운동경기를 왜 보아야 할까요. 운동경기를 치른다면서 이웃과 동무를 죽이거나 괴롭히는데, 그저 경기장만 쳐다보거나 방송 화면만 바라보면 될까요. 유월에 논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을 재우고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4347.6.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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