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52] 어느 쪽으로



  이리로 가니 이쪽

  저리로 가니 저쪽

  그리로 가니 그쪽



  어느 쪽으로 가든 가는 길입니다. 지름길이 있고 에움길이 있습니다. 지름길이니 질러서 가는 길이고, 에움길이니 에워서 가는 길입니다. 지름길은 더 빨리 간다 할 수 있지만, 지름길로 가다가 낮잠을 잘 수 있어요. 에움길은 더 늦게 간다 할 만하지만, 에움길을 꾸준히 쉬잖고 갈 수 있어요. 정치나 사회에서는 으레 왼쪽과 오른쪽을 가르는데, 왼쪽과 오른쪽 가운데 더 낫거나 나쁜 쪽은 없습니다. 그저 왼쪽과 오른쪽일 뿐입니다. 왼쪽과 오른쪽 사이에 있는 사람은 그저 사이에 있을 뿐입니다. 어느 쪽에 있든 스스로 가장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삶을 지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아름답’거나 ‘사랑스럽’습니다. 어느 쪽에 있든 바보스러운 짓을 일삼는 사람은 바보스럽습니다. 어느 쪽에 있든 날마다 새롭게 삶을 짓는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태어납니다.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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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23. 소꿉놀이



벼리야, 보라야

소꿉놀이 재미있니.

밥 짓고 국 끓여서

둘이 함께 맛있어.

어머니도 드리고

아버지도 드리고

제비한테도 주고

마당에 핀 꽃도

서로 나눠 먹자.



2014.5.2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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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모습이 아닌 넋을 읽는 이웃이 있다. 얼굴 생김새가 아닌 마음빛을 읽는 동무가 있다. 이들은 두 눈으로 옷차림을 살피지 않는다. 마음결이 흐르는 곳을 읽고, 마음자리가 드리우는 자리를 바라본다. 갓 태어난 아기한테는 어머니는 어머니이고 아버지는 아버지이다. 아기는 자라면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어머니와 아버지로 여길 뿐이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여길 뿐이다. 돈이 많대서 어머니를 좋아하거나 힘이 세기에 아버지를 따르지 않는다. 그저 어머니와 아버지를 살가이 아끼며 좋아한다. 동화책 《별이 뜨는 꽃담》을 읽는다. 놀이동무가 없던 아이는 손수레 할아버지를 동네에서 만난다. 아이는 할아버지 마음을 읽는다. 아이를 뺀 동네사람은 할아버지 차림새와 겉모습만 읽는다. 은행 일꾼은 할아버지가 내민 통장에 적힌 숫자를 읽는다.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를까. 옳거나 그른 쪽은 없을 테지. 저마다 이녁 삶에 따라 읽을 뿐이니까. 그리고, 손수레 할아버지는 아이를 살가운 동무로 삼는다. 아이도 할아버지를 사랑스러운 동무로 느낀다. 두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하루를 맞이하고, 아이가 새 동네로 떠나야 하면서, 이튿날부터 저마다 새로운 삶을 지으려고 기지개를 켠다.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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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뜨는 꽃담
유타루 지음, 김효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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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떨어지다


  아이들과 먹을 낮밥을 한창 하는데, 갑자기 가스불이 꺼진다. 뭔가 하고 다시 켜지만 안 켜진다. 아차 벌써 다 썼나 하고 생각하며 살펴보니 참말 가스가 다 떨어졌다. 생각보다 가스가 빨리 떨어지는구나 싶다. 전화번호부를 뒤져 면소재지 가스집에 전화를 건다. 언제쯤 올 지는 알 수 없다. 광에서 버너를 꺼낸다. 끓이던 국을 마저 끓인다. 비는 하염없이 쏟아진다. 사흘 동안 해가 나고 하루쯤 비가 온다면, 닷새나 엿새쯤 해가 쨍쨍 내리쬔 뒤 하루쯤 비가 온다면, 이만 한 비면 딱 좋으리라 생각한다. 너덧새에 하루 비가 내리는 날씨가 숲에도 들에도 가장 즐거우리라. 빗소리를 들으며 밥을 짓는다.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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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4] 우리 집 딱새 두 마리

― 노래이웃



  우리 집에서 살듯이 지내는 딱새가 두 마리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당을 가로지르면서 다니지 않았으나 며칠 앞서부터 마당이고 섬돌이고 아무렇지 않게 뾰롱뾰롱 날아앉거나 콩콩콩 뛰어서 다닙니다. 한 마리인가 했으나 두 마리입니다. 한 마리는 수컷일 텐데, 다른 한 마리는 암컷일까요. 새끼를 까면서 모두 떠나고 빈 제비집에 깃들려나 궁금합니다. 후박나무에 둥지를 지었을까요, 풀숲에서 지내려나요.


  제비가 떠나고 없는 우리 집에 딱새가 날마다 노래를 베풉니다. 고마우면서 반갑고 사랑스러운 이웃입니다. 딱새는 노래이웃입니다. 딱새 두 마리는 노래동무입니다. 날마다 고운 빛으로 노래하면서 시골집에 밝은 기운을 나누어 줍니다.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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