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95) 휴


휴, 너도 미아랑 똑같이 바보 같구나 … 휴, 나도 몰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김라합 옮김-마디타》(문학과지성사,2005) 142, 143쪽


 휴

→ 후유

→ 어휴

→ 아휴

 …



  한숨을 내쉬는 소리를 ‘휴’처럼 잘못 적는 분이 꽤 많습니다. 게다가 어린이책에까지 이처럼 적는 일이 잦아요. 모두 한국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해야 할 모습입니다. ‘휴’는 일본말 ‘ひゅう’를 그대로 옮겨적은 소리입니다. 한숨 소리는 한국말로는 ‘후유’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한국사람과 일본사람이 한숨을 내쉴 적에 비슷하게 소리를 낸다고 할 만하기에, 그만 헷갈릴 수 있겠지요. 그러나, 한숨 소리뿐 아니라 소쩍새 우는 소리와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까지 나라마다 다 다르게 적습니다. 한숨을 쉬는 소리에다가 웃거나 우는 소리도 나라마다 다 다르게 적어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휴’를 ‘후유’를 줄인 낱말인 듯 다룹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말풀이와 올림말은 모두 잘못입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휴’는 털어야 마땅합니다. 일본사람 한숨 소리를 잘못 적어서 자꾸 퍼지는 ‘휴’를 함부로 한국말사전에 실으면 안 될 노릇입니다. 저마다 다른 숨결이 깃든 말을 올바르게 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9.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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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디타는 신나게 놀고 싶다. 그래서 신나게 논다. 마디타는 하하 웃고 싶다. 그래서 하하 웃는다. 마디타는 싸움을 안 좋아하지만 누가 동생을 괴롭힐라치면 번개처럼 달려와서 벼락처럼 주먹을 날린다. 마디타는 일곱 살에 지붕을 솜씨 있게 탈 수 있고, 나무는 가볍게 오르며, 맨발로 온 들과 숲을 누빌 수 있다. 사랑스러운 아이 마디타는 놀이순이요 이야기순이인데다가 꿈순이와 사랑순이라고 느낀다. 날마다 새롭게 아침을 맞이하고, 언제나 즐겁게 노래한다.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따사로운 숨결을 물려받고, 이웃과 동무한테 맑은 눈망울을 베푼다. 이야기책 《마디타》에 나오는 마디타는, 이야기책 《삐삐》에 나오는 삐삐하고 서로 동무로구나 하고 느낀다. 다만, 삐삐는 벼랑에서 뛰어내려도 하늘을 날았지만, 마디타는 지붕에서 뛰어내렸다가 머리가 크게 다쳤다. 4347.9.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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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타- 2단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라합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4년 09월 1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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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 3세인 이붕언 님이 일본에서 ‘재일 1세’로 살아가는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만났다. 이녁한테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될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찍었다. 머잖아 재일 1세인 할아버지 할머니는 모두 돌아가실 테고, 그분들 이야기는 이러한 책에 글과 사진으로 남으리라. 재일 1세가 모두 사라지면, 그무렵에는 재일 4세가 재일 2세를 할아버지나 할머니로서 만날 테지. 기나긴 날이 흘러 재일 2세도 스러질 무렵이면, 재일 5세가 재일 3세를 할아버지나 할머니로서 만날 테지. 한 세대를 건너뛰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세대롤 가로질러 이야기가 흐른다. 오늘 한국에서는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어떤 손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오늘 한국에서는 어떤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서 어떤 이야기가 흐를 수 있을까. 《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에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똑같은 숨결이다. 4347.9.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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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 사진으로 기록한 재일동포 1세들의 마지막 초상
이붕언 지음, 윤상인 옮김 / 동아시아 / 2009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4년 09월 1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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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그리기 (사진책도서관 2014.9.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한가위를 맞이했고, 우리 집은 시골을 지킨다. 양력으로는 퍽 이르다 할 한가위인 터라 아직 꽤 덥다. 아침 열 시가 지나가면 땀이 흐른다. 아이들과 도서관으로 가서 놀기로 한다. 오늘도 다른 날처럼 ‘책꽂이 곰팡이’를 닦는다. 그러나 조금만 닦는다. 날마다 곰팡이를 닦자니 다른 일을 아무것도 못 한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차례씩 곰팡이를 닦기로 하고, 여느 날에는 책꽂이를 살피거나 뮤패드로 책이야기를 써 보기로 한다.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길목이 확 트였다. 우리가 빌려서 쓰는 폐교 건물을 건사하는 새로운 분이 풀을 죄 베어 주신 듯하다. 우리가 도서관으로 삼는 폐교 건물은 다른 분이 먼저 빌리셨고, 우리는 그분들한테 다시 빌렸다. 우리는 건물 반칸만 쓰기로 했으니 다른 것은 손대지 못한다. 풀이 쑥쑥 잘 자라도 길만 낫으로 조금 벨 뿐, 더 건드릴 수 없다. 전기를 못 쓰건 물을 못 쓰건 우리가 아랑곳할 수 없는 노릇이다.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풀숲길이 넓게 트이니, 큰아이가 “내가 좋아하는 꽃이 모두 사라졌잖아.” 하고 말한다. 괜찮아. 이 길에만 꽃이 없을 뿐, 옆에 있는 너른 풀숲에는 고들빼기꽃이며 돌콩꽃이며 가득하단다. 이제 막 봉오리를 터뜨리려 하던 사광이풀도 모두 베여서 사라지니 아쉽기는 하지만, 사광이풀은 어디에서든 쉬 찾아볼 수 있겠지. 어제 도서관에 왔을 적에 사광이풀꽃 봉오리를 만지니 꽤 단단했다. 아주 작아 아기 손톱보다 더 작은 봉오리인데 얼마나 야무진지 모른다.


  도서관에 들어온 뒤 큰아이는 만화책부터 찾고, 작은아이는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쉬잖고 달리면서 논다.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도록 논다. 지난날을 돌이킨다. 일곱 살 큰아이가 서너 살 무렵일 적에도 요즈음 작은아이처럼 내내 뛰면서 놀았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봄에도 가을에도 그야말로 기운차게 달리면서 놀았다. 놀이순이 큰아이는 어느새 책순이로 거듭난다. 이제 다리힘이 많이 붙은 작은아이는 한동안 놀이돌이로만 지낼 테지.


  두 아이가 서로 다르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생각한다. 내가 이루어 앞으로 즐겁게 꾸리고 싶은 도서관은 어떤 모습인가. 풀과 나무로 숲을 이룬 도서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책을 갖춘 도서관, 시골사람 스스로 삶을 짓는 보금자리와 함께 있는 도서관, 자동차 소리나 농약 냄새에서 홀가분한 도서관, 일하고 놀고 어울리고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당이 되는 도서관, 날마다 삶을 새롭게 배우면서 스스로 다시 태어나는 넋을 익힐 수 있는 도서관, 이런 도서관이겠지.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려야겠다. 우리 도서관이 나아갈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날마다 들여다보아야겠다. 곰팡이 걱정뿐 아니라 임대료 걱정이나 농약 걱정을 모두 씻어내는 아름다운 도서관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야겠다. 아이들을 생각하고 나와 곁님을 생각하며 이웃과 동무 모두를 생각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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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창비시선 243
류인서 지음 / 창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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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66



시와 한가위

―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류인서 글

 창비 펴냄, 2005.3.15.



  한가위가 되니, 시골에는 자동차가 부쩍 늘어납니다. 우리 마을에도 이웃 여러 마을에도 온통 자동차투성이입니다. 여느 때에는 볼 수 없는 온갖 자동차가 마을마다 가득합니다.


  아마 서울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는 자동차가 부쩍 줄었을 테지요. 거의 다 시골로 왔을 테니까요. 그래서 한가위 언저리에는 어디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안 듭니다. 조용하고 깨끗하던 시골에 시끄러운 소리에다가 어지러운 자동차 물결에다가 매캐한 배기가스가 춤추기 때문입니다.



.. 운주사 골자기에서 비 잠시 긋는 동안 / 바위와 석탑을 머리에 이고 선 석불 곁에 / 먹을 것 마실 것 힘겹게 지고 온 배낭나찰을 내려 기대 놓는다 ..  (운주에 오르다)



  한가위 언저리에 시골마을에 자동차가 빼곡하게 들어서면서, 곳곳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립니다. 여느 날에는 저녁 여덟 시만 되면 마을마다 불을 다 끄는데, 한가위 언저리에는 저녁 열 시가 넘도록 불을 안 끄는 집이 수두룩합니다. 이때까지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깊어 가는 밤에 아이들 쉬를 누인 뒤 쉬통을 비우고는 나도 쉬를 한 뒤 집으로 들어가면서 이웃집 불빛을 바라봅니다.


  대청마루로 들어서는 모기문을 열면서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립니다. ‘시끄럽다.’ 모처럼 시골에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지만, 왜 그런지 자꾸 ‘시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시끄럽습니다.


  먼 도시에서 오랫동안 달려 시골까지 달려온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틀어박혀 바깥으로 안 나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마당에서 놀거나 고샅을 달리는 아이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직 가을걷이를 하지 않았으니 빈들이 없어 들에서 놀 수 없기도 하지만, 마을 어귀 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도 없습니다. 한가위이고 설이고 연을 날리는 아이도 없습니다. 하다못해 폭죽놀이라도 하는 아이마저 없습니다.



.. 몸에 무수한 방을 가진 남자를 알고 있다 / 햇살방 구름방 바람방 풀꽃방 / 세상에, 남자의 몸에 무슨 그리 많은 방을 ..  (그 남자의 방)



  아이들은 도시에서도 ‘집에 틀어박혀’ 지내고, 한가위를 맞이해서 시골로 왔어도 ‘집에 코 박혀’ 바깥으로 안 나옵니다. 모처럼 애써 시골에 왔지만,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바깥으로 나다니지 않습니다. 바깥바람을 쐰다든지 숲길을 거닌다든지 나무그늘에 앉는 어른도 아이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을 테지만, 오늘날 시골에는 숲정이가 없어요. 마을 둘레 나무를 거의 다 베었기에 숲정이가 남아날 수 없습니다. 시골집 가운데 마당나무 한 그루라도 제대로 건사하는 집이 드뭅니다. 마당나무 한 그루쯤 있어도 가지를 죄 치거나 목아지를 뎅겅 베어 그늘이 없습니다.


  한가위나 설을 맞이해서 시골로 왔지만, 정작 마당이나 바깥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탓할 수 없습니다. 집 바깥으로 나와도 갈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사람들은 집 바깥에서 어울릴 수 없습니다. 집 바깥에서 어울릴 너른 터나 마당이나 자리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 하늘색 빨래걸이에 말그레 웃고 있는 몇잎의 빨래 / 그것의 입김이었습니다, 프리지어향 산뜻한 ..  (빨래꽃)



  류인서 님 시집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창비,2005)를 읽습니다. 늘 왼쪽에 앉는다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지만 ‘왼쪽’은 어디일까요. 누가 보기에 왼쪽일까요. 왼쪽이라고 해 본들 언제까지 왼쪽이 될 만할까요.


  아무래도 왼쪽에 앉고 싶으니 왼쪽에 앉을 테지요. 스스로 왼쪽이 좋으니 왼쪽에 앉을 테고요.



.. 누적된 불면에 현기증까지 겹친 마녀가 어느날 굳게 성문을 잠가버렸어, 부엌의 밥솥 타이머를 정확히 백년에 맞춰두고 풍덩, 잠솥에 빠져버린 거야. 재미있지 않니? 백년 동안의 뜨거운 솥단지를 생각해봐, 그동안 여기서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다 일어났지 ..  (뚱딴지)



  날이 새로 밝고 한가위 연휴가 끝나면 시골마을을 가득 채우던 자가용은 모두 떠나리라 생각합니다. 모처럼 시골집마다 늦도록 불을 밝히던 아이들도 모조리 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가만히 보면, 애써 시골로 나들이를 왔어도, 도시내기 어른들이 시골에서 할 만한 일이 없습니다. 애써 시골로 와서 늙은 어버이가 못하는 농약치기를 해 줄까요? 뭐, 안 해 줘도 됩니다. 요사이 시골 어르신들은 농협에 돈을 주고는 ‘농약 헬리콥터’를 사서 씁니다. 시골 어르신들은 이제 돈만 있으면 됩니다. 일꾼이 없어도 됩니다. 다 농약을 치니까 풀을 낫으로 벨 일도 없습니다. 풀을 베어야 해도 기계로 슥슥 밀 뿐이니, 도시내기가 거들 일이 그야말로 없습니다. 손으로 나락을 벨 일도 없으니, 이앙기를 사서 쓰도록 돈만 있으면 됩니다.


  젊은 사람은 도시에서 돈을 법니다. 늙은 어버이는 시골에서 돈을 들여 기계를 부리고 농약을 부립니다. 아이들은 도시와 시골 사이를 가끔 오가지만, 도시와 시골이 무엇이 다른가를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시골로 왔어도 꽃이나 나비를 볼 틈이 없습니다. 시골에 왔지만 나무나 숲을 만나지 않습니다.



.. 소꿉시절 잃어버린 손거울을 꿈에서 찾았다 / 내 손바닥 안의 작은 연못 / 빛의 방죽길 ..  (거울연못)



  류인서 님은 이녁 시집에서 ‘늘 왼쪽에 앉는 그’를 노래합니다. 왼쪽에 앉는 그가 있으면 오른쪽에 앉는 이웃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왼쪽에 앉는 그 사람 곁에는 아무도 없을는지, 오른쪽을 차지하는 이웃이 있을는지, 아니면 더 왼쪽에 앉는 동무가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이웃 어르신들이 하도 농약을 뿌려대어 풀벌레도 얼마 살아남지 못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조용한 한가위가 흐릅니다. 아마 보름달이 떴겠지요. 그러나 보름달을 구경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을 고샅을 거니는 발걸음 소리를 아직 못 들었습니다. 4347.9.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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