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금선 님이 2007년에 선보인 《집시 바람새 바람꽃》을 보았을 적에는 적잖이 아쉬웠다. 유럽에서 흑백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쿠델카 님이 선보이는 빛이나 무늬하고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금선 님이 2014년에 새롭게 선보이는 《바람에 눕다 경계에 서다 고려인》을 본다. 한금선 님은 ‘바람’을 좋아하는구나 싶다. 바람을 따라 사진을 찍고, 바람을 느끼면서 사진을 찾는구나 싶다. 어떤 바람이 불기에 사진에 바람을 담으려 할까. 어떤 바람을 맞으면서 사진에 바람을 녹이려 할까. 사진잡지 〈포토닷〉 2014년 9월치에 난 이야기를 읽으니, 고려인을 취재하면서 방송기사 옆으로 밀리며 사진을 찍기 어려웠다고 밝힌다. 방송기사가 촬영기를 돌릴 적에는 사진기 단추 누르는 소리가 들리면 안 되었고, 촬영기를 다 돌린 뒤에는 취재를 받던 고려인마다 한숨을 돌리면서 풀어지니, 정작 ‘그림다운 그림’을 얻기 어려웠으리라. 그런데, 나는 바로 이 때문에 한금선 님이 비로소 ‘한금선다운 빛과 무늬’가 무엇인지를 애써서 찾거나 느끼려고 한 발자국 나설 수 있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고려인 취재를 한결 수월하게 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어떤 사진을 찍었을까? 아마 《집시 바람새 바람꽃》 느낌과 거의 같거나 더 나아가지 못한 사진에 그치지 않았을까? 사진찍기는 ‘그림 만들기’가 아니다. 사진찍기는 ‘이야기 나누기’이다. 사진기를 손에 쥐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사진찍기’를 할 수 있고, 이러한 이야기를 차곡차곡 그러모으면 다큐멘터리가 된다. 이 다음에는 취재가 아닌 ‘이웃’으로서 고려인을 만나면, 한결 새로운 빛과 무늬가 싱그러이 살아서 숨쉬는 사진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4347.9.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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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눕다 경계에 서다 고려인- 한금선 사진집
한금선 지음 / 봄날의책 / 2014년 8월
32,000원 → 28,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600원(5% 적립)
2014년 09월 14일에 저장
품절

우리가 사랑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14인 2- 우리 시대 가장 뜨겁게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삶과 사진 이야기
송수정 글, 노순택 외 사진 / 포토넷 / 2009년 3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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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현실문화 / 2006년 1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2014년 09월 14일에 저장
절판

눈 밖에 나다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곽상필.김문호.박영숙.성남훈.안세홍.염중호.이재갑.최민식.한금선 사진 / 휴머니스트 / 2003년 1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4년 09월 14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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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371) -화化 24 : 초토화 1


이 유충들이 카사바를 다 먹어치워 농장을 초토화시켰던 것이다 … 또한 개미는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초토화시키기 때문에 집을 옮겨야 하는 사태도 발생한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윤효진 옮김-곤충ㆍ책》(양문,2004) 27, 59쪽


 농장을 초토화시켰던 것이다

→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 논밭을 다 망쳐 놓았다

 초토화시키기 때문에

→ 쑥대밭으로 만들기 때문에

→ 망쳐 놓기 때문에

 …



  농사짓는 곳을 ‘농장(農場)’이라고도 합니다. 포도농장이라든지 돼지농장이라든지 하면서. 그러나, 열매나무를 가꾸는 곳이라면 ‘포도밭’이나 ‘능금밭’이이나 ‘배밭’처럼 ‘-밭’이라는 낱말을 뒤에 붙일 적에 한결 잘 어울립니다. 짐승만 치는 곳이라면 ‘돼지치기집·소치기집·닭치기집’이나 ‘돼지집·소집·닭집’처럼 쓸 수 있어요.


 농촌이 초토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 농촌이 무너질 판이다

→ 농촌이 무너지려 한다

 순식간에 초토가 되었다

→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었다

→ 금세 잿더미가 되었다

 인정이 메말라 버린 초토

→ 마음이 메말라 버린 거친 땅

→ 사랑이 메말라 버린 쓸쓸한 땅


  “초토가 된다”를 뜻하는 ‘초토화’를 살펴봅니다. ‘초토’란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땅이라고 합니다. 불에 탄 땅이라, 그러면 우리 말로는 ‘잿더미’일 테군요. 무엇이든 불에 타면 재가 되고, 집이나 숲이나 마을이 타 버리면 재가 더미로 쌓여서 잿더미가 됩니다.


  불에 타지 않았으나 잿더미처럼 되게 한다면, 망가뜨리거나 망치거나 무너뜨리는 셈입니다. 마을을 무너뜨리고 시골을 망가뜨리며 삶터를 흔들어 버린다고 할까요.


 잿더미로 만들다 . 쑥대밭으로 만들다

 무너뜨리다 . 망가뜨리다 . 망치다

 짓밟다 . 짓이기다 . 짓누르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한국말을 무너뜨리는지 모릅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 말살림을 잿더미로 바꾸는지 모릅니다.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말하고는 동떨어지는지 모릅니다. 4339.1.12.나무/4347.9.14.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애벌레들이 카사바를 다 먹어치워 논밭을 다 망쳐 놓았다 … 또한 개미는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쑥대밭으로 만들기 때문에 집을 옮겨야 하는 일도 생긴다


‘유충(幼蟲)’은 한자말이고, ‘애벌레’는 한국말입니다. “집을 옮겨야 하는 사태(事態)도 발생(發生)한다”는 “집을 옮겨야 하는 일도 생긴다”나 “집마저 옮겨야 하곤 한다”로 다듬어 줍니다. “초토화시켰던 것이다”는 “초토화시키고 말았다”나 “초토화시켰다”로 고칩니다.



초토화(焦土化) : 초토가 됨. 또는 초토로 만듦

   - 농축산물의 개방으로 농촌이 초토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초토(焦土)

1.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땅

   - 마을은 불타 순식간에 초토가 되었다

2. 불에 탄 것처럼 황폐해지고 못 쓰게 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그는 인정이 메말라 버린 초토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86) -화化 186 : 초토화 2


교육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에 대체 무엇이 잘못이길래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가진 능력을 그렇게나 초토화시키는 걸까

《톰 새디악/추미란 옮김-두려움과의 대화》(샨티,2014) 197쪽


 초토화시키는 걸까

→ 짓밟고 말까

→ 억누르고 말까

→ 깡그리 없앨까

→ 몽땅 없앨까

→ 갈기갈기 찢을까

 …



  아이들이 아이다움을 잃도록 하는 교육이라면, 이러한 교육은 아이들을 짓밟거나 억누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태어날 적부터 가슴에 품은 따사로운 숨결이 깡그리 없어지거나 몽땅 사라진다고 할 만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잘못 가르치거나 엉터리로 이끌면서 아이들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다고 할 테지요.


  아이들 마음이 잿더미가 되지 않기를 바라요. 아니, 아이들 마음이 사랑누리가 되기를 바라요. 아이들 마음이 쑥대밭이 되지 않기를 바라요. 아니, 아이들 마음이 꿈누리로 활짝 피어나기를 바라요. 4347.9.14.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교육에 다가서는 우리가 참말 무엇을 잘못했기에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가진 솜씨를 그렇게나 짓밟고 말까


“교육에 대(對)한 우리의 접근(接近) 방식(方式)이”는 “교육에 다가서는 우리가”나 “교육을 마주하는 우리가”나 “우리가 교육에 다가서는 매무새가”나 “우리가 교육을 마주하는 몸가짐이”로 다듬습니다. ‘대체(大體)’는 ‘참말’이나 ‘참말로’로 손보고, ‘능력(能力)’은 ‘솜씨’나 ‘재주’나 ‘기운’이나 ‘힘’으로 손봅니다. “-시키는 걸까”는 “-시킬까”나 “-시키고 말까”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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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85) -화化 185 : 유료화


무료 캠페인 기간이 끝나서, 유료화됐다오

《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경계의 린네 13》(학산문화사,2014) 62쪽


 유료화됐다오

→ 돈을 내야 하오

→ 돈을 치러야 하오

→ 값을 물어야 하오

→ 값을 치러야 하오

→ 값을 매겼오

 …



  “요금이 없음”을 뜻한다는 ‘무료(無料)’이고, “요금을 내게 되어 있음”을 뜻한다는 ‘유료(有料)’라고 합니다. 보기글을 보면 ‘유료화됐다오’라 나오는데, 이런 말투는 겹말입니다. ‘유료화’가 “유료가 되다”이니, 이 말마디에 ‘-됐다오’를 붙일 수 없습니다. 한자말 ‘유료’를 쓰고 싶다면 “유료가 됐다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한자말 ‘요금(料金)’은 “대가로 치르는 돈”을 뜻해요. 다시 말하자면, 한국말로 ‘돈’을 한자로 옮겨 ‘요금’이 된 셈입니다. ‘유료화’란 “돈을 내야 하는” 일을 가리켜요. 이 보기글에서는 “돈을 내야 하오”라든지 “값을 치러야 하오”처럼 더 손질할 수 있습니다. 4347.9.14.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냥 주던 때가 끝나서, 돈을 내야 하오


“무료(無料) 캠페인(campaign) 기간(期間)이 끝나서”는 “무료 행사 기간이 끝나서”로 손보거나, “그냥 주는 기간이 끝나서”나 “무료 행사가 끝나서”로 손볼 수 있는데, “그냥 주던 때가 끝나서”로 손보아도 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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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책을 꾸준히



  새롭게 산 책은 앞으로 언제이든 같이 즐길 수 있어요. 이제부터 내 곁에 있으니까요. 오늘 바로 읽을 수 있고, 이튿날 읽을 수 있으며, 보름이나 달포쯤 묵힌 뒤 읽을 수 있어요. 즐겁게 장만한 만큼, 내 마음에 스며들 때를 즐겁게 기다린 뒤 한 장씩 넘길 수 있어요.


  책 한 권을 오늘 새롭게 사서 오늘 읽어도 즐겁습니다. 책 한 권을 오늘 새롭게 사서 다음달에 읽어도 즐겁습니다. 책 한 권을 다음달에 사서 그날 바로 읽어도 즐겁습니다. 언제 어떻게 읽든 내 마음으로 흘러들 이야기요 노래이며 숨결입니다.


  무엇인가 느낀 그날부터 느긋하게 천천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책을 사는 일을 그저 즐겁게 받아들이면서 누리면 되지요. 새로운 책을 읽는 하루를 언제나 기쁘게 꿈꾸면서 밝히면 돼요.


  책을 새롭게 살 수 있는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늘 새롭게 배우고 싶다는 뜻’이 있기에 책을 새롭게 살 수 있구나 싶어요. ‘언제나 새롭게 느끼며 사랑하고 싶다는 뜻’이 있기에, 두 손에 책을 쥐고 생각을 가꿀 수 있구나 싶어요. 4347.9.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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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맡에 그림책



  밥상을 차리는데 밥상맡에 그림책이 하나 있다. 큰아이가 그림책을 보고 나서 그대로 두었나 보다. 혼자서 그림책을 즐겁게 보고 나서 제자리에 잘 꽂기도 하지만, 동생이랑 그림책을 보며 놀다가 다른 놀이로 옮기면서 그만 방바닥에 그림책을 놓고는 깜빡 잊곤 한다.


  밥상을 다 차린 뒤 아이들을 부른다. 수저를 놓기 앞서 큰아이한테 말한다. 책을 잘 보았으면 치워야지. 큰아이는 네 하고 외친 다음 콩콩콩 달려서 책꽂이에 꽂는다. 그러고 나서 수저를 놓도록 한다. 밥상맡에 장난감이나 책이 있으면 밥을 안 주지. 4347.9.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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