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내가 갈 길 (2014.9.9.)



  내가 앞으로 갈 길이 무엇인지 다시 헤아려 본다. 책상맡에 놓고 늘 돌아볼 그림을 새로 그리기로 한다. 먼저 숨을 고르고 종이를 바라본다. 빛연필을 하나씩 집어 하나씩 그림을 넣는다. 우리 보금자리와 도서관과 배움터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푸른 숲을 그린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호미를 쥐고 연필을 들면서 노래하고 춤출 수 있기를 꿈꾼다. 나무가 우리를 감싸고, 풀과 꽃이 우리를 살찌운다. 별과 새가 하늘을 누비고, 풀벌레가 노래잔치를 베푼다. 아름다운 사랑이 푸릇푸릇 깨어나기를 바라면서 노란 해와 달과 미리내를 살그마니 찍으면서 그림을 마무리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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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만드는 손인가



  우리 손은 온갖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손으로 갖가지 전쟁무기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 손은 온갖 사랑스러운 노래를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손으로 갖가지 따돌림과 푸대접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 손은 온갖 따스한 글을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손으로 갖가지 끔찍한 헐뜯기나 비틀기를 할 수 있다.


  신문기자는 어떤 글을 쓰는가. 시인이나 소설가는 어디에서 무엇을 보면서 어떤 글을 쓰는가. 출판사는 어떤 책을 내놓으려고 하는가. 학교에서는 어떤 교과서를 아이들한테 내밀면서 무엇을 가르치려 하는가.


  쪽글월을 꾸리는 일곱 살 아이를 바라본다. 일곱 살 아이는 제 모든 사랑을 따스하게 담아 쪽글월을 건넨다. 조그마한 쪽종이에 온갖 노래를 담는다. 작은 종잇조각에 또박또박 이야기를 빚는다.


  사랑을 지을 수 있는 손으로는 사랑을 지으면 좋겠다. 꿈을 가꿀 수 있는 손으로는 꿈을 가꾸면 좋겠다.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는 손으로는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겠다. 서로 따스하게 안고 보살피려는 우리 손이라고 느낀다. 4347.9.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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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9.11. 큰아이―편지순이 1



  사름벼리는 편지순이가 된다. 한집 살붙이한테 편지를 하나씩 써서 건넨다. 편지를 써서 살살 묶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다. 사름벼리한테 받은 쪽글월을 책에 가만히 올려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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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9.11. 큰아이―화내지 마



  일곱 살 사름벼리가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편지를 썼다. 사름벼리는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화내지 마’라는 뜻을 밝힌다. 나는 어릴 적에 내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골을 부리지 말라고 말씀을 여쭌 적이 있었을까 궁금하다. 아마 무서워서 그런 말은 엄두도 못 냈으리라. 이렇게 말해 주니 고맙다. 내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아야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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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깨기



  두 아이가 부엌에서 저지레를 했다. 하얀 접시 하나를 깼다. 접시 깨뜨린 소리를 듣고는 문득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났다. 오랜만? 그렇구나. 오랜만에 접시를 깼구나.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접시를 깰 만한 나이를 살짝 지났다고 할까. 접시를 떨어뜨리거나 유리잔을 떨구는 짓을 거의 안 할 만한 나이라고 할까. 아이들도 깨고 나도 깨고 곁님도 깨서, 우리 집에서 짝이 잘 맞는 그릇이나 접시가 드물다. 접시는 아이들만 깨지 않는다. 나도 설거지를 하다가 손에서 잘못 미끄러져 깨뜨린 적이 있다.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깨고는, 허허허 웃었다. 설거지를 하다 미끄러져도 깨지는구나 싶어 놀랐다. 그러니까, 접시는 아주 쉽게 깨질 수 있다. 아주 잘 건사해야 한다.


  새로운 접시를 아이들과 함께 장만해야겠지. 새로운 그릇을 곁님하고 같이 마련해야겠지. 4347.9.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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