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52. 2014.9.14. 무화과돌이



  무화과를 따려고 작은아이를 부른다. 작은아이는 “네? 왜요? 왜요, 아버지?” 하고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달려온다. “자.” “뭐예요?” “무화과.” 하나를 따서 손에 얹고, 또 하나를 따서 손에 얹는다. “두 개네.” 그래, 두 알이야. 어때? 무화과 살결이 어떠하니? 물에 잘 헹구어서 다 같이 즐겁게 먹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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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 얻는 무화과 열매



  올해에는 우리 집 무화과나무를 몇 그루 지킨다. 그동안 이웃집 아저씨가 우리 집 뒤꼍에 몰래 들어와서 함부로 나무를 베었지만, 올해에는 이 짓을 못하게 막았기에, 우리 집 무화과나무가 잘 살았다. 그리고, 즐겁게 무화과 열매를 먹는다. 아직 무화과나무가 크게 자라지 못했기에 열매는 많지 않다. 그래도 하루에 두세 알씩 딴다. 다 같이 밥을 즐겁게 먹고 나서, 낮에 슬그머니 두세 알을 톡 딴다. 그러고는 칼로 알맞게 썰어 접시에 담은 뒤, 함께 둘러앉아 먹는다. 냠냠짭짭. 아, 달다. 아, 맛있다. 우리 집에서 나는 열매가 그야말로 가장 맛있고 달구나. 4347.9.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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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29) 후하다厚 1 : 후한 값


그들이 후한 값을 제시했지만, 그래도 도라 잭슨은 팔지 않았다

《팀 윈튼/이동욱 옮김-블루백》(눌와,2000) 99쪽


 후한 값을 제시했지만

→ 좋은 값을 불렀지만

→ 값을 넉넉히 말했지만

→ 넉넉히 쳐주겠다고 했지만

 …



  ‘두텁다’나 ‘많다’를 가리키는 한자 ‘厚’입니다. 그래서 한국말사전에 실린 외마디 한자말 ‘厚하다’ 뜻풀이 (2)을 보면, “두께가 매우 두껍다”라는 대목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두께가 두꺼운 모습을 가리킬 때에 ‘후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지요? 두꺼우니 ‘두껍다’고 하거나 ‘두툼하다’고 할 뿐입니다.


 인심이 후하다 → 마음이 넉넉하다 / 마음씀이 넓다

 학점이 후한 → 학점을 잘 주는

 보수가 후하다 → 일삯을 많이 준다 / 품삯을 잘 준다


  마음을 너그럽게 펼치는 사람들은 ‘너그러운’ 사람입니다. 마음씀이 넉넉하다고 느끼면, 이이는 ‘넉넉한’ 사람입니다. 학점을 넉넉하게 주는 교수는, 학점을 ‘잘’ 주거나 ‘많이’ 주는 셈입니다. 일삯을 많이 준다고 할 때에는, 일꾼이 ‘넉넉하게’ 쓸 수 있도록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4337.11.24.물/4341.7.20.해/4347.9.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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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좋은 값을 불렀지만, 그래도 도라 잭슨은 팔지 않았다


“값을 제시(提示)했지만”은 “값을 불렀지만”이나 “값을 말했지만”으로 다듬어 줍니다.



후(厚)하다

1. 마음 씀이나 태도가 너그럽다

   - 인심이 후하다 / 그 교수는 학점이 후한 편이다 / 보수가 후하다

2. 두께가 매우 두껍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158) 후하다厚 2 : 요츠바는 후해


“그럼, 특별히 데리고 가 주지.” “요츠바는 참 후하구나.” “요츠바는 후해.”

《아즈마 키요히코/금정 옮김-요츠바랑! 7》(대원씨아이,2008) 159쪽


 요츠바는 참 후하구나

→ 요츠바는 참 넉넉하구나

→ 요츠바는 참 마음이 넓구나

→ 요츠바는 참 너그럽구나

 …



  어른이 아이를 보며 ‘후하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어른한테서 들은 ‘후하다’를 따라서 말합니다. 어른이 아이를 보며 ‘넉넉하다’고 말했으면, 아이는 ‘넉넉하다’고 말했겠지요. 어른이 아이를 보며 ‘너그럽다’고 말한다면, 아이는 ‘너그럽다’는 말을 꺼냈을 테고요.


 요츠바는 참 착하구나 ↔ 요츠바는 착해

 요츠바는 참 멋지구나 ↔ 요츠바는 멋져

 요츠바는 참 좋구나 ↔ 요츠바는 좋아

 요츠바는 참 예쁘구나 ↔ 요츠바는 예뻐


  어른들은 누구나 아이들 앞에서 주고받는 말을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외치는 말과 끄적이는 글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귀담아듣습니다. 아이들은 늘 어른들 이야기를 귀여겨듣습니다.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들은 말을 하나하나 몸에 삭혀서, 이 말대로 이야기를 읊거나 글을 한 줄 두 줄 씁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과 쓰는 글은 어른들이 하는 말과 쓰는 글이 바탕이 됩니다. 어른들이 일제강점기 찌꺼기말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아이들 말과 글 또한 일제강점기 찌꺼기말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이러면서도 아이들은 저희 말씨와 글씨가 어떠한가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저 어릴 적부터 듣거나 말하거나 배운 말이라고 느낄 뿐입니다.


  아이들한테 읽히는 책은 교과서이든 동화책이든 만화책이든, 말과 글이 얼마나 올바르고 알맞고 살갑고 고운가를 꼼꼼히 살피고 거듭 살펴야 합니다. 어릴 적부터 얄궂은 말투에 익숙하거나 길들어 버리면, 이 말투를 나중에 고치거나 바로잡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한번 입에 익은 말을 왜 바꾸어야 하느냐고 따지겠지요. 애서 손에 익은 글을 왜 고쳐야 하느냐고 묻겠지요. ‘어른들이 나한테 이런 말을 가르치지 않았어?’ 하고 따지거나 ‘어른들은 이런 글을 안 고치고 그대로 쓰잖아?’ 하고 묻겠지요. 4341.7.20.해/4347.9.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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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만큼은 데리고 가 주지.” “요츠바는 참 너그럽구나.” “요츠바는 너그러워.”


‘특별(特別)히’는 ‘이번만큼은’이나 ‘이번에는 남달리’로 손질해 봅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1) 후하다厚 3


넌 나의 행운의 클로버야! 얘야, 하나 골라 보렴. 내가 값은 후하게 깎아 줄게

《미셸 코르넥 위튀지/류재화-모자 대소동》(베틀북,2001) 38쪽


 후하게 깎아 줄게

→ 넉넉히 깎아 줄게

→ 얼마든지 깎아 줄게

→ 아주 싸게 줄게

 … 



  값을 ‘넉넉하게’ 깎아 준다면 어떻게 깎는 셈일까 헤아려 봅니다. 아주 많이 깎아 줄까요. 부르는 대로 깎아 줄까요. 얼마든지 깎아 준다는 뜻일까요. 그러니까, 매우 싸게 준다는 뜻일까요. 어느 쪽을 가리키거나 뜻하는지 차근차근 밝혀서 알맞게 쓰기를 바랍니다. 4347.9.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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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게 행운을 부른 토끼풀이야! 얘야, 하나 골라 보렴. 내가 값은 얼마든지 깎아 줄게


“나의 행운의 클로버(clover)”는 “내게 행운을 부른 토끼풀”이나 “나한테 행운을 가져온 토끼풀”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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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98) 안 7


어머니와 아버지는 바다에서 실종되었어요. 나 혼자 남았어요. 나는 커튼을 내리고 내 방 안에 있었지요

《아놀드 로벨/엄혜숙 옮김-코끼리 아저씨》(비룡소,1998) 7쪽


 내 방 안에 있었지요

→ 내 방에 있었지요



  ‘방’이라는 곳에는 문이 있고 벽으로 막힌 곳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으레 “방 안에서 놀아라”처럼 말을 하지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투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방에서 놀아라” 하고 말해야 올바릅니다. 더 생각해 보셔요. “얘야, 마루에서 자지 말고 방에서 자야지.”처럼 말합니다. “밥을 집에서 먹을까, 나가서 먹을까?” 하고 말하겠지요. “밥을 집 안에서 먹을까?”처럼 말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봅니다.


  “내 방에는 인형이 많이 있어요.”라든지 “내 방은 책이 많아서 도서관 같아요.”처럼 말합니다. ‘방 안’처럼 쓰지 않습니다. 4347.9.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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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버지는 바다에서 사라졌어요. 나 혼자 남았어요. 나는 커튼을 내리고 내 방에 있었지요


‘실종(失踪)되었어요’는 ‘사라졌어요’로 다듬습니다. ‘커튼(curtain)’은 영어이지만, 딱히 다듬을 낱말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월에서 다듬으려 한다면 “나는 창문을 가리고”나 “나는 창문을 천으로 가리고”로 고쳐쓰면 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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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97) 가끔씩 2


우리는 서로 가끔씩 만나자고 약속을 했어요

《아놀드 로벨/엄혜숙 옮김-코끼리 아저씨》(비룡소,1998) 64쪽


 가끔씩 만나자고

→ 가끔 만나자고



  ‘가끔’이라는 낱말에 ‘-씩’을 붙일 수 없지만, 이를 깨닫지 못한 채 붙이는 어른이 아주 많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한국말을 잘 모르기에, 어른들이 한국말을 잘못 쓰면 그대로 따라합니다. 아이들은 옳거나 그르다고 가리지 않고 모두 배웁니다.


  어린이문학을 하는 어른이나,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기는 어른이라면, 한국말을 더 찬찬히 살펴서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두 마디라고 여겨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잘못 쓰는 낱말 하나 때문에 아이들한테 엉뚱한 말씨가 퍼집니다. 어린이문학은 아름다운 이야기뿐 아니라 한국말을 슬기롭고 올바르게 가르치는 길동무 구실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4347.9.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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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가끔 만나자고 다짐을 했어요


‘약속(約束)’이라는 한자말은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만, ‘다짐’으로 손볼 수 있어요. 또는 덜어낼 수 있습니다. 보기글에서는 “만나자고 했어요”처럼 적으면 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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