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서 아파



  읍내마실을 가려고 마을 어귀로 가는데, 신나게 달리던 사름벼리가 그만 넘어진다. 앞으로 철푸덕 엎어진다. 아이들은 언제나 온몸으로 걷거나 달리니, 한 번 넘어지더라도 그야말로 온몸으로 넘어진다. 대문을 닫고 뒤에서 따라가는데 큰아이가 넘어진 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아플까. 그렇지만 달려가서 일으켜세우지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도록 지켜본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훨씬 아픈 듯하다. 몸이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니, 앞으로는 넘어질 때마다 더 아프리라. 시골길이 옛날처럼 흙길이라면 모르되, 온통 시멘트바닥이다. 게다가, 시골 길바닥은 채이고 깨지고 깎여서 울퉁불퉁하다. 시멘트바닥이라 하더라도 도시가 시골보다 덜 다칠 만하리라 본다. 시골에서는 시멘트바닥을 깔아도 얇게 깐다. 시늉으로만 깐다고 할까.


  사름벼리야, 아프기는 아프겠지. 그러니까, 아이고 아프네 하고 한 번만 말하고 생각해. 그러고는 아픔은 흘려보내기를 바란다. 네 마음속에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들이를 간다는 즐거움을 담기를 바란다. 그러면 너는 온몸에 즐거운 기운이 새로 솟으면서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다시 힘차게 달리면서 놀 수 있을 테니까.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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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40. 맨발로 세발자전거 (2014.9.17.)



  사름벼리는 곧잘 동생 세발자전거를 탄다. 동생 세발자전거를 타는 까닭은 동생더러 ‘이렇게 발을 굴러서 발판을 밟으면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간다’고 보여주려는 뜻은 아닐까 싶곤 하다. 가을이 무르익는 구월 아침에 마당에서 맨발로 세발자전거를 타면서 노는 자전거순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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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누나 잘 도와줘



  누나가 길바닥에 철퍽 엎어졌다. 무릎이 까졌다. 무릎이 아프단다. 마을 어귀 버스역 걸상에 앉은 누나가 동생더러 신 찍찍이 붙여 달라 말한다. 산들보라는 누나가 무릎 많이 아프겠다고 걱정해 주면서 신 찍찍이를 붙여 준다. 참 착하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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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51. 함께 짓는 사진



  사진 한 장을 함께 짓습니다. 어떻게 함께 지을 수 있을까요?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서로 한마음이 되기에, 사진 한 장을 함께 짓습니다. 밥 한 그릇을 함께 짓습니다. 어떻게 함께 지을 수 있을까요? 끓이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서로 한마음이 되니, 밥 한 그릇을 함께 짓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즐겁습니다. 나 스스로 찍고 싶은 모습을 찍을 수 있기에 즐겁고, 내가 즐겁게 찍은 모습을 이웃이나 동무한테 즐겁게 보여주어 읽힐 수 있어 즐겁습니다. 사진이 즐겁다면, 찍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즐거움은 언제나 나란히 흐릅니다. 외곬로 흐르는 즐거움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찍는 즐거움만 있지 않으며, 읽는 즐거움만 있지 않아요. 찍는 즐거움만 앞세워서 찍으려 한다면 사진이 아닙니다. 읽는 즐거움만 앞세워서 읽으려 한다면 사진이 아니에요. 두 가지를 늘 함께 헤아리면서 사진을 이룹니다. 찍기와 읽기를 함께 아우르면서 사진이 빛납니다.


  주면서 받는 사랑입니다. 받으면서 주는 사랑입니다. 사랑을 나눈 사람은 모두 잘 알리라 생각해요. 내가 너한테 사랑을 주려 하면 이 사랑은 언제나 나한테 고스란히 곧바로 돌아옵니다. 내가 너한테서 사랑을 받으려 하면 이 사랑은 언제나 너한테 고스란히 곧바로 돌아갑니다.


  사진을 찍는 마음은 사랑입니다. 주고 또 주고 다시 주어도 새롭게 샘솟는 사랑처럼, 찍고 또 찍고 다시 찍어도 새롭게 찍을 수 있는 사진입니다. 그래서,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어도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사진이에요.


  함께 짓습니다. 함께 짓는 삶을 생각합니다. 함께 짓는 삶을 즐겁게 누리면서 사진기 단추를 누르고, 종이에 얹은 사진을 읽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들어 보셔요. 마음을 기울여 말 한 마디 건네셔요. 우리가 서로 어떤 마음인가 읽고 살피면서, 이 마음이 사진 한 장에 찬찬히 깃들 수 있도록 사랑을 짓습니다. 사랑을 지을 때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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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50. 그림을 타고난 사람



  그림을 타고난 사람이 있습니다. 글을 타고나거나 사진을 타고난 사람이 있습니다. 밥짓기를 타고난다든지, 자전거를 타고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놀이를 타고나거나 셈하기를 타고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한 가지를 타고납니다. 때로는 두어 가지를 타고날 수 있고, 어느 때에는 모든 것을 타고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살면서 어른이 되는 사이, 내가 어릴 적에 보여준 타고난 솜씨를 잃을 수 있습니다. 오직 대입시험 공부만 시키는 학교를 다니다가 내 타고난 솜씨를 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한테 똑같이 타고난 것이 있어요. 바로 ‘사랑’입니다. 우리는 이런 재주나 저런 솜씨가 있거나 없거나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달리기가 느리거나 힘이 여리더라도, 누구나 가슴속에 사랑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달리기가 느리지만 사랑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힘이 여리지만 사랑이 있어 즐겁습니다.


  사진을 잘 찍거나 못 찍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잘 찍는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못 찍는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기계를 잘 다루기에 잘 찍는 사진이라면, 잘 찍는 사진에는 어떤 이야기가 깃들까요? 잘 찍는 사진이라지만, 이 사진에 아무런 이야기가 없거나, 어떠한 사랑도 감돌지 않는다면 어떤 뜻이 있을는지 궁금해요. 이야기도 없고 사랑도 없다면, 사진을 사진이라고 해도 될는지 궁금해요.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잘 그리거나 못 그리는 모습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그리고픈 대로 즐겁게 그리면 됩니다.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잘 찍거나 못 찍는 모습은 대수롭지 않아요. 스스로 찍고픈 대로 사랑스레 찍으면 됩니다. 사진 한 장에 내 사랑을 담아서 찍습니다. 사진 한 장을 내 사랑으로 읽습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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