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69] 이웃님



  한국말에는 ‘님’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낱말이라고 느낍니다. 가만히 헤아려요. 하느님, 땅님, 바다님, 숲님, 들님, 꽃님, 풀님, 비님, 눈님, 밭님, 흙님, 나비님, 제비님, 곰님, 여우님, 이렇게 ‘님’을 붙이면 이야기가 확 달라집니다. 아우님, 형님, 동무님, 이웃님, 이렇게 서로 ‘님’을 붙일 적에도 이야기와 마음이 사뭇 거듭나요. 우리 겨레가 예부터 쓰던 이런 낱말은 서로 아끼면서 사랑하던 숨결을 담았구나 하고 느낍니다. 다른 어느 것을 안 붙이고, 그저 ‘님’이라고만 부를 수 있어요. 님아, 님이여, 하고 불러 보셔요. 곁님이라 부르고 사랑님이라 불러 보셔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즐거운 이웃이기에 이웃님입니다. 이 지구별에서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기쁘게 웃을 이웃이기에 이웃님입니다. 이 마을에서 오순도순 이야기꽃 피우면서 노래잔치를 누리고 싶은 이웃이기에 이웃님입니다. 4347.9.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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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68] 풀밭길



  도시에서는 왜 ‘보도블럭 까뒤집기’ 같은 바보짓을 하면서 돈은 엉터리로 쓰고, 사람들은 으레 공무원 바보짓을 손가락질을 해야 할까 궁금합니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다니는 거님길 보도블럭도 자꾸 갈지만, 자동차가 오가는 찻길도 자꾸 갈아요. 이러면서 돈이나 자원을 끝없이 들이고, 사람들은 짜증이 생깁니다. 나는 아이들과 시골에서 살기에, 시골사람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숲길이나 멧길은, 그러니까 사람이 두 다리로 조용히 오가는 들길이나 흙길은 아무도 손질하지 않습니다. 숲길·멧길·들길·흙길은 돈이나 자원을 하나도 안 들이지만, 망가지지 않아요. 게다가, 이 길을 걷는 사람은 누구나 즐겁습니다. 이런 길은 아이들이 뛰노는 자리, 다시 말하자면 놀이터가 됩니다. 숲길·멧길·들길·흙길이란 ‘풀밭길’입니다. 풀이 없이 휑뎅그렁한 곳은 사람이 두 다리로 지나가도 발자국이 남고 땅이 패이고 비가 오면 쓸립니다. 그러니까, 들길이어도 풀이 없는 들길은 들길답지 않습니다. 참다운 숲길이나 흙길이란, 풀이 자란 길입니다. ‘풀밭길’일 때에 싱그럽고 아름다우면서 즐겁고 사랑스러운 길이 되고 놀이터가 돼요. 거님길이 풀밭이나 풀숲이 되도록 한다면, 돈이나 자원을 함부로 버릴 일이 없고, 공무원을 나무랄 일이 없으며, 걷기 좋도록 풀을 알맞게 다스려야 하니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도시 곳곳이 딱딱한 시멘트 보도블럭이 아닌 풀밭길이나 풀숲길이라면, ‘풀숲거님길’이나 ‘풀밭거님길’이 되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울까요. 4347.9.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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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돋지 못하는 곳은



  시외버스를 부산에서 순천으로 달렸고, 순천에서 다시 고흥으로 달린다. 벌교읍을 지날 무렵, 할매 여럿이 어떤 공원인지 시설 어귀에 있는 큰돌 둘레에 난 풀을 뽑는 모습을 본다. 풀이 그리 높게 자라지 않았는데, 아니 이 가을에 새로 돋은 풀이라고 해 보았자 발목 높이밖에 안 되는데, 참으로 알뜰히 풀을 복복 뽑는다.


  사람들이 잘 알아야 하는데, 숲에서 풀을 뽑는 사람은 없다. 멧길을 오르내리는 사람은 알 텐데, 멧길에 풀이 돋지 않으면 사람들이 디디는 발걸음에도 흙이 쓸려서 길이 무너진다. 풀이 없으면 멧자락이 무너진다. 풀이 없기 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난다. 풀이 없으니 비만 오면 흙이 모조리 쓸린다.


  풀이 없는 곳은 ‘사막’이다. 풀이 없는 흙땅을 걸어 보라. 이를테면, 학교 운동장 같은 데를 걸어 보라. 얼마나 더운가. 얼마나 고단한가. 얼마나 지치는가. 이와 달리 풀밭길을 걸어 보라. 잔디밭길을 걸어 보라. 땡볕이어도 풀밭길을 거닐면 그다지 덥지 않다. 잔디밭에 앉거나 누우면 시원할 뿐 아니라 싱그러운 바람이 분다.


  공을 차는 사람들이 풀 없는 맨흙땅에서 뛴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덥고 힘든가. 맨흙땅에서 넘어지면 무릎에 까지고 피가 난다. 잔디밭으로 잘 가꾼 곳에서 공을 차면 넘어져도 폭신하다. 웬만해서는 긁히지도 않고 피도 안 난다. 공을 차는 곳, 그러니까 축구장에 그토록 풀이 잘 돋도록 보살피는 모습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왜 축구장에만 풀이 돋게 하는지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걸어다니는 모든 길은 풀밭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딱딱한 시멘트돌을 때려박는 짓은 멈추고 모든 거님길을 풀밭길로 바꾸어야 한다.


  잘 생각해 보라. 도시에서도 거님길이 시멘트돌 아닌 풀밭이 되도록 한다면, ‘보도블록 까뒤집는 바보짓’에 더는 돈을 안 쓴다. 게다가, 풀밭길로 거님길을 가꾸면, 이곳을 풀밭길로 가꾸는 일꾼을 둘 수 있다. ‘보도블록 까뒤집는 바보짓’은 돈을 헤프게 흘려 버리는 못난 짓이지만, 거님길이 흙땅에 풀이 알맞게 잘 자라게끔 돌본다면, 돈이 한 푼도 안 든다. 게다가, 풀밭길이 될 거님길로 가꾸려 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 풀밭거님길을 걷는 사람은 언제나 즐겁고,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 수 있다. 넘어져도 안 다치지. 게다가, 풀밭거님길이 되면 언제나 푸른 바람이 불 테니, 바람맛까지 좋다.


  자전거길도 아스콘을 깔기보다는 풀밭이 되도록 하면 한결 낫다. 자전거길을 아스콘으로 까니까, 자전거꾼이 이 자전거길에서 너무 무시무시하게 마구 달린다. 자전거길이 그야말로 자전거길이 되도록 하려면, 어른도 어린이도 느긋하게 자전거를 즐기면서 타고 다니도록 하자면, 자전거길에서도 아스콘을 몽땅 걷고 풀밭길로 가꿀 때에 싱그러우면서 아름답다.


  잔디밭을 자전거로 달린 적 있는 사람은 알 테지. 잔디밭을 자전거로 달릴 적에 얼마나 즐겁고 가슴 가득 기쁨이 샘솟는지 알 테지. 마을 골목도 아스팔트 아닌 풀밭찻길로 바꾼다면, 골목에서 마구 내달리는 자동차가 사라지리라 느낀다. 그리고, 자동차가 오가지 않을 적에는 마을 골목에서 아이들이 다시 놀 수 있으리라.


  그러니까, 우리가 마을을 살리고 숲을 살리며 지구별을 살리는 길은 바로 하나이다. 풀부터 제대로 바라보고 아낄 수 있어야 한다. 풀은 따로 씨앗을 뿌리거나 심지 않아도 된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지켜보면 된다. 그러면 풀씨가 날아와 어느새 자란다. 마을 골목이라면 마을사람이 틈틈이 풀을 보듬으면 된다.


  풀이 돋아야 우리 모두 푸르게 숨을 쉬고 푸르게 생각꽃을 피울 수 있다. 4347.9.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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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바다밑에는 어떤 삶이 있을까. 실비아 얼이라는 분이 아름다운 숨결로 빚은 《바다 속 이야기》가 1992년에 한국말로 멋지게 번역되었는데, 이 책은 조용히 사라졌다. 제법 많이 읽히기는 했지만, 꾸준하게 사랑받지는 못하는구나 싶다. 그래도, ‘실비아 얼’을 기리는 그림책 《나의 아름다운 바다》가 2012년에 나온 적 있다. 아무쪼록, 이분이 손수 쓴 아름다운 이야기책 《바다 속 이야기》도 머잖아 새로운 출판사에서 새로운 옷을 갖추어 입고 즐겁게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4347.9.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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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속 이야기
실비아 얼 / 현암사 / 1992년 10월
6,500원 → 5,850원(10%할인) / 마일리지 3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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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Jump Into Science: Coral Reefs (Paperback)
Sylvia Earle / Natl Geographic Soc Childrens books / 2009년 5월
9,500원 → 7,120원(25%할인) / 마일리지 38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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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Hope: Exploring and Caring for Earth's Magnificent Ocean (Hardcover)
Sylvia Earle / Natl Geographic Society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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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via Earle : Ocean Explorer (Hardcover)
Fertig, Dennis / Raintree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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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쓰는 폴 오스터 님이 여러 매체하고 나눈 이야기를 그러모은 책 《글쓰기를 말하다》를 읽는다. 이 책 《글쓰기를 말하다》는 ‘글쓰기’를 ‘말한다’고 하는데, 곰곰이 읽어 보면, 글쓰기를 말한다기보다는 폴 오스터라고 하는 분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며 가꾸는가’ 하는 대목을 보여주는구나 싶다. 그러니까, 삶을 말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일 텐데, 삶을 말하는 이야기를 담으니 “글쓰기를 말하다”와 같은 이름을 붙일 만하다. 왜냐하면, 글쓰기란 삶쓰기이기 때문이다. 삶을 글로 쓰기에 글쓰기이다. 삶을 쓰지 않는다면 무엇일까? 삶을 쓰지 않는 ‘쓰기’는 ‘글씨 쓰기’이다. ‘베껴쓰기’나 ‘받아쓰기’쯤 될 테지. 잘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베껴쓰기와 받아쓰기를 가리켜 ‘글쓰기’라 하는 사람은 없다. 글을 쓰는 일이란, 사람들이 저마다 이녁 삶을 곰곰이 바라보고 헤아리면서 밝히는 일이다. 4347.9.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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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말하다- 폴오스터와의 대화
폴 오스터 지음, 제임스 M. 허치슨 엮음, 심혜경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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