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35] 이름없음

 요사이는 손전화 쪽지가 올 때에 ‘이름없음’이 뜰 때가 꽤 있습니다. 뭔가 하고 들여다보면 으레 광고 쪽지인데, 광고를 낸 쪽은 저희 전화번호를 알리고 싶지 않아 이렇게 하겠지요. 문득 생각해 보니 얼마 앞서까지만 해도 이런 광고 쪽지는 ‘발신번호제한’이라는 이름이 붙어 왔구나 싶은데, 왜 이렇게 ‘이름없음’으로 바뀌었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내가 내 손전화에 적히는 말을 내 나름대로 예쁘거나 살갑거나 쉽거나 알맞거나 좋다 싶은 말마디로 고칠 수 없으니, 틀림없이 전화회사에서 이렇게 한꺼번에 바꾸었는지 모르고, 나라법이라든지 무엇으로 이와 같이 바뀌었을는지 모르지요. 새로 나오는 손전화 기계는 영어인지 무슨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이지만, 모조리 알파벳으로 이름이 붙는데, 뜻밖에도 ‘발신번호제한’ 같은 말마디는, 뭐랄까, 손전화 만드는 사람들이 보기에 ‘멋스럽다’ 할 만한 영어로 바꾸지 않으니,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면서, 그래도 이런 낱말 하나 쉬운 말로 고쳐 준 대목을 반가워 해야 할는지 고마워 해야 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쉽게 쓰려 애쓴 말인데, 왜 이제서야 이렇게 쓰는지요. 이 대목 하나만 잘 다듬는다고 손전화 말삶이 한껏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4344.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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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맡 책읽기


 아침맡이면 파란 빛깔로 물드는 먼 멧자락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겨울 멧새가 집 둘레를 바지런히 날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이윽고,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 옹옹옹 하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종알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바야흐로, 새벽녘 씻어서 불리던 쌀에 물을 더 부어 불을 넣을 때입니다. 밥이 보글보글 익는 동안 다른 찬거리와 국을 끓이고, 오늘 하루도 어제처럼, 또 이듬날에도 오늘처럼, 바쁘며 눈코 뜰 사이 없는 나날을 보내야겠지요. 이래저래 느긋이 쉴 겨를이 없으니 이 방 저 방 이곳저곳에 책을 이냥저냥 쌓아 놓습니다. 어느 때라도 들추고 싶어서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놓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 곳에 정갈히 갈무리해 놓을 때에 책을 한결 차분히 들여다볼는지 모릅니다. 외려, 이리저리 어지러이 놓으니까 책은 책대로 더 못 보면서, 삶은 삶대로 집살림이 이리저리 어수선하다 하겠지요.

 언손을 부비면서 조금씩 녹입니다. (4344.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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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72] 해맑은 우리집

 읍내 마트 옆을 지나가면서, 마트 앞에 잔뜩 쌓은 두루마리휴지를 흘깃 바라본다. 예전에는 어느 나라 말인지 알 길이 없는 이름으로 휴지 이름을 삼았지만, 이제는 우리 말이로구나 하고 느낄 만한 휴지 이름을 쉽게 본다. 우리 말일 뿐 아니라, 고운 말씨를 잘 헤아리며 이름을 붙인다고 느끼는데, 애써 붙인 고운 이름 밑에는 어김없이 군더더기가 뒤따른다. “best friend”라 하지 않아도 좋은 벗님인 줄 모를까. (4344.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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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21] 50% OFF 반값 주간 베스트 10

 “50% OFF 반값”이 맞는 말이 될까 하고 한참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런 말마디를 생각하느라 애먼 나날을 갉아먹지 않느냐 싶습니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오늘날 이 나라 사람들은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아랑곳하지 않으며 받아들이니까요. 가만히 따지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50%를 깎은 반값”이라는 소리이니까요. 그런데, ‘반값’이면 반값입니다. 반값이니 굳이 반값 앞에 ‘50%’라는 꾸밈말을 달 까닭이 없습니다. 반값이라면, 에누리를 했다는 소리이니 ‘OFF’ 같은 말마디 또한 붙일 일이 없습니다. 말을 말다이 쓰지 못하는 삶이니, 말을 말다이 여미지 못하면서, 저절로 내가 미국사람이라도 되는듯이 ‘best ten’ 같은 영어를 어디에나 손쉽게 적바림합니다. (4344.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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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1-29 20:02   좋아요 0 | URL
뭐 우리 말에도 그런 것이 꽤 많지요.동일한 뜻인데 우리말+한자의 조합 말이에요.이렇게 적고 보니 갑자기 그런 단언들이 생각나질 않네요^^;;;;

파란놀 2011-01-29 20:35   좋아요 0 | URL
요 얼마 앞서 제가 낸 <사랑하는 글쓰기>가 그런 얄궂은 말들 사례를 108가지 모아서 엮었어요. 이루 셀 수 없이 참 많답니다.

흔히 쓰는 "부담감을 느끼다"나 "공포감을 느끼다" 같은 말투가 바로 카스피 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조합이기도 해요. '부담감'이란 "부담스러워 하는 느낌"이고 '공포감'은 "공포스러워 하는 느낌"이니까 "부담을 느끼다"나 "공포를 느끼다"라고만 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웬만한 한자말 말투 끝에 '-성'을 붙일 때에도 거의 겹말이 되곤 해요. '진정성'이 아닌 '진정'이라고만 해야 합니다. "진정성이 없다"가 아니라 "진정이 없다"처럼... '-화'를 붙이는 말투들, 이를테면 "세계화되다"나 "현대화하다"나 "특화되다"가 모두 겹말이에요...
 

 

- 2011.1.20. 

아빠 손전화로 사진찍기를 즐기는 아이. 

 

아빠 좀 쉬자는데 얼굴 들이밀지 마라이... 

 

상자에 들어가 삐삐 상자 읽으며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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