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말(인터넷말) 49] contact us

 누리집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리집을 꾸리는 사람들한테 ‘편지를 띄워 연락하라’고 하는 자리를 으레 알파벳으로만 적바림하곤 합니다. ‘contact us’라는 이름을 달아서. 그나마 ‘관리자에게’라 적으면 알아볼 만하지만, 아예 알파벳으로 ‘contact us’라고 적으면 누가 알아보라는 누리집일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말이 길어지더라도 ‘관리자한테 편지쓰기’처럼 이름을 적어야 제대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이렇게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 말이 길다면 짧거나 단출하게 적어서 잘 알릴 수 있는 이름을 더 생각해야 합니다. (4344.3.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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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읽는 어린이


 아이는 제 어버이가 장만한 그림책을 사서 읽는다. 아이 스스로 책방에서 고른 그림책을 읽지 못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책방마실을 한달지라도 책을 사거나 읽으러 간다기보다 어디 놀러 가는 마실이기 때문이다.

 어버이는 아이가 읽을 책이며 어버이 스스로 읽을 책을 고른다. 아이는 마냥 뛰어논다. 어버이가 고른 책 가운데에는 아이가 즐겁게 읽는 책이 있으나, 아이가 거들떠보려 하지 않는 책이 있다.

 글만 빽빽하기에 아이가 거들떠보지 않는 책이지는 않다. 아이는 아직 글을 모르기 때문에 글책은 읽을 수 없다. 그러나 요즈음, 아이는 굵고 큰 글씨는 알아보려 하는 듯하다고 느낀다. 지난주에는 《게게게의 기타로》라는 만화책에 적힌 글씨를 하나씩 짚으며 “이게 뭐야?” 하고 물었다. 오늘 새벽에는 《엉망진창 섬》이라는 그림책에 적힌 글씨를 하나하나 짚으며 《이건 뭐야?》 하고 묻는다. 무슨 어린이가 새벽 두어 시부터 깨어서 논다며 이렇게 방방 뛰는지 알 길이 없다만, 나하고 옆지기가 낳은 아이인 만큼 나하고 옆지기가 어린 날 이렇게 방방 뛰듯이 놀았다는 소리가 될 테지.

 만화책 《게게게의 기타로》는 어린이한테 조금 무서울 수 있으나, 무섭다고 해 보아야 1960년대 어린이한테 무서울 만화였고, 2010년대 어린이한테는 그닥 무섭지 않다 할 만한 만화이다. 왜냐하면, 2010년대 일본이나 한국이나 깊은 두메란 거의 사라졌으니까. 요괴이든 도깨비이든 조용히 깃들면서 사람이랑 씨름하며 놀던 시골자락은 이제 없다. 아이는 만화책을 넘기며 기타로이든 요괴이든 귀엽거나 재미있게 여기는지 모른다. 《엉망진창 섬》에 나오는 괴물 그림을 보면서도 무섭다기보다는 재미나거나 남다르다고 느낄까.

 생각해 보면, 윌리엄 스타이그 님은 ‘무서워 보이는 괴물’을 그렸다기보다 ‘저마다 다 다른 괴물’을 그리지 않았는가 싶다. 저마다 다 다른 괴물들이 저마다 다 다른 삶을 사랑하거나 아끼면서 살아가면 좋을 텐데, 이렇게 하지 못하면서 늘 서로 윽박지르며 다투기만 했다는 이야기를 그렸는지 모른다.

 만화책 《게게게의 기타로》도 매한가지이다. 미즈키 시게루 님은 일부러 무서운 요괴를 그리지 않는다. 미즈키 시게루 님이 그린 일본 요괴는 ‘시골에서 오래오래 살아온 여느 사람들 착하고 참다운 터전을 고이 돌보거나 지키며 이웃하던 어여쁜 다른 목숨’이 아닌가 싶다. 착하며 아름다운 사람하고는 이웃이 되고, 못되거나 모진 사람한테는 쓴맛을 보여주는 또다른 님을 보여준 만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는 예쁘장한 그림보다는 제 마음에 끌리는 그림을 반긴다. 아이가 손에 쥔 그림책 그림이 그저 예쁘장하기만 하다면 곁에서 지켜보는 어버이로서 하나도 재미없다. 아이가 손에 쥔 그림책 그림이 예쁘기도 하면서 살가울 때에는 옆에서 바라보는 어버이로서 언제나 새롭거나 새삼스럽다.

 그림책을 그려서 내놓는 어른은 생각해야 한다. 모든 그림책은 아이가 열 해나 스무 해 넘도록 수천 수만 번을 되읽는 책인 줄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제 어버이만 한 어른이 되어 좋은 짝꿍을 사귄 다음 제 어린 날과 마찬가지인 새로운 어린아이를 낳아 키울 때에 다시금 장만하거나 어릴 적 보던 책을 다시 꺼내어 제 아이한테까지 읽히는 책인 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책읽기를 생각하지 않고서 그림책을 그린다면, 또 만화책을 그린다면, 또 글책을 쓴다면, 이런 책은 책이 아니라 돈벌이일 뿐이다. 돈벌이만 하는 사람은 어린이문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요, 이에 앞서 책삶을 일구는 사람부터 될 수 없다. (4344.3.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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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깊은 밤에 아이가 깼다. 아이가 깨는 소리를 듣고 나도 깬다. 몇 시쯤인가 들여다보니 슬슬 내 일을 해야 할 때인 두시 반. 아이는 잠들려 하지 않는다. 새벽 다섯 시 반이 넘도록 옆에서 졸린 눈으로 잠들려 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도무지 안 되겠어서 아이한테 한소리를 한다. 너, 이제 안 자려면 밖으로 나가서 놀아. 깜깜한 밤에 모두 자는데 너는 왜 안 자겠다고 일어나서 그러니. 아이는 울먹울먹하며 어머니 곁으로 가서 안긴다. 그러나 어머니 곁에서 안긴 뒤로도 한 시간쯤 또 싱글벙글거리면서 잠든 어머니를 깨우면서 논다. 놀이가 모자라서 그 깊은 밤에 일어나 새벽까지 또 놀아야 하니. (4344.3.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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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책꽂이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3.7.



 내가 연 도서관은 내가 주머니를 털어 장만한 책으로 마련했다. 누가 거저로 준다든지 잔뜩 보내준 책으로 연 도서관이 아니다. 그러나 책꽂이만큼은 내가 장만하지 않았다. 아니, 나는 책꽂이를 장만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책을 사느라 바빠 언제나 주머니가 쪼들렸으니까.

 인천집에 살던 고등학생 때에는 아버지한테서 얻은 책꽂이가 둘 있었다. 형이 쓰던 책꽂이는 형이 인천집을 떠나면서 나한테 물려주었다. 아버지가 쓰시던 장식장이나 책꽂이는 아버지가 인천집을 떠나면서 나한테 넘겨주었다. 내가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신문배달을 하며 지내던 때에는 자전거로 신문을 돌리며 ‘버려진 책꽂이’가 있는지 눈여겨보았고, 제아무리 먼 데에 버려진 책꽂이라 하더라도 신문을 다 돌린 뒤 부리나케 달려가서 남들이 먼저 손을 쓰기 앞서 낑낑거리며 날랐다. 깊은 새벽, 신문배달 마치고 땀에 옴팡 젖은 후줄근한 젊은이는 무거운 책꽂이를 홀로 이리 들고 저리 지며 날랐다. 거의 다 혼자 들기 어려운 큰 책꽂이였는데, 서너 번쯤은 혼자서 한 시간쯤 낑낑대로 날라 오는 동안 팔뚝 인대가 늘어나서 자전거 타며 신문을 돌릴 때에 몹시 애먹었다.

 이러다가 두 차례 책꽂이를 여럿 얻는다. 먼저, 충북 충주에서 이오덕 님 글을 갈무리하는 일을 하던 때에 스무 개 남짓 얻는다. 다음으로, 인천에서 드디어 내 도서관 문을 열던 때에 헌책방 아주머니가 알음알음하여 장만한 미군부대 도서관 책꽂이를 서른 개 남짓 얻는다.

 날마다 책이 조금씩 늘어나니까 책꽂이 또한 날마다 늘어나야 하는데, 나는 책꽂이를 새로 살 생각을 늘 안 하면서 살았다. 인천에서 문을 연 도서관을 충북 충주 멧골마을로 옮기면서도 책꽂이를 새로 장만하지 못한다. 책짐을 옮기느라 돈이 무척 많이 들었고, 시골집 둘레에서는 책꽂이를 주워 올 데라든지 살 데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

 멧골마을로 도서관을 옮길 때, 멧골자락에 도서관 자리를 내어주신 분이 삼 미터 남짓 되는 벽을 따라 단단한 책꽂이를 가득 마련해 주었다. 이리하여 나로서는 또 책꽂이를 얻는다. 그런데 이 자리에 책을 꽂으면서 살피니, 이만큼으로도 책을 다 꽂아 놓지 못한다. 책꽂이가 모자라다.

 가만히 생각한다. 나는 이제껏 내 책을 책꽂이에 알뜰히 꽂은 채로 지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소리일까. 책꽂이가 조금은 빈 채, 그러니까 책들이 조금은 넉넉히 꽂힐 수 있도록 마음을 쓴 적이 없다는 이야기일까.

 그렇지만, 책꽂이가 꼭 모자라기 때문에 책을 제대로 못 꽂는다고는 볼 수 없다. 옆지기는 말한다. 내가 책을 이곳저곳에 늘어놓기 때문에 책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기도 하지만, 차곡차곡 제자리에 두지 않으니까, 이곳저곳에 잔뜩 쌓이기만 한다고.

 어서 날이 풀려 저녁나절에도 도서관에서 얼른 책 갈무리를 마무리짓고 싶다. 아직 저녁에는 손이 시려서 책 갈무리를 오래 하기 힘들다. 얼른 날이 풀려야 우리 집 물이 녹을 테고, 물이 녹아야 걸레를 빨아서 그동안 쌓인 먼지를 닦으면서 집이며 도서관이며 건사할 텐데. 이제는 부디 따스한 날이 온 멧자락에 가득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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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날 책읽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3.4.



 이오덕학교 어린이와 푸름이가 우리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온다. 아직은 만화책만 신나게 읽는다. 그러나 만화책만으로는 제 눈높이에 맞다 싶은 책을 찾기가 만만하지 않은 만큼, 다른 책을 바라기도 한다.

 나이가 가장 어린 아이는 그림책 꽂힌 자리에 가서 이것저것 살핀다. 나이가 조금 있는 아이는 이제 글책 있는 자리에 가서 이것저것 살피겠지.

 그나저나 지난겨울도 그렇고 아직까지도 그렇고, 한 주에 한 차례 모든 어린이와 푸름이가 찾아오는 때에는 한 주 가운데 가장 날이 춥다. 전기난로를 켜 놓지만 이 난로로 따뜻하기는 힘들다. 칸막이 있는 방이 아니라서 따스함이 고이 남지 못한다.

 그래도 차가워지는 손으로 만화책이든 그림책이든 글책이든 잘 읽는다. 아이들이 쥐는 책이 아이들한테 재미나지 않다면 손이 시린 데에도 읽을 수 없겠지. 손이 시려도 놓지 않을 만큼 재미나야 비로소 읽을 만한 책이라 여길 수 있겠지.

 나는 내 도서관에 갖춘 책을 겨울날에는 두 손이며 두 발이며 몸뚱이며 꽁꽁 얼어붙으면서 한 권 두 권 살피면서 장만했다. 책을 장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몸과 손발은 얼어붙었고, 집에서도 시린 손을 비비면서 읽었다. 맨 처음 책을 장만하는 사람부터 손발이 얼어도 꼭 사야겠다 느끼는 책이기에 장만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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