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3.12. 

혼자서 옷을 입겠다는 어린이. 참 착하고 예쁘지요. 

 

아버지 어머니 일할 때에 혼자서 책을 보아 주는 어린이. 참 고마우며 미안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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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책을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3.18.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즐겁게 찾아 읽습니다. 나는 내가 즐겁게 찾아 읽은 책으로 내 도서관을 열었기 때문에, 내 도서관 책꽂이 짜임새는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틀에 맞춥니다. 십진분류법이라든지 여느 사람들이 바라는 찾기법에 따라 책을 꽂지 않습니다. 더욱이, 십진분류법으로는 사진책을 갈무리하거나 가눌 수 없어요. 사진책을 알맞게 나눌 만한 나눔법이란 아직 없습니다.

 사람들이 내 도서관에 찾아와서 어느 책이 어디에 꽂혔는지 모르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나는 내 도서관이 지식 책터가 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그때 보면서 마음에 드는 사랑스럽거나 아름다운 책을 알아보기를 바랍니다. 이름난 사람들 책만 보면 된다거나, 널리 알려진 책을 보면 즐겁다고 하는 틀이 슬픕니다. 왜 우리는 틀에 갇힌 넋으로 책을 만나려 하나요. 왜 우리는 아름다운 삶을 놓치며 딱딱한 틀에 따라 책을 사귀려 하지요.

 그러나 목록 없이 꾸리는 도서관이기 때문에, 나조차 내가 좋아하는 책이 어디에 꽂혔는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나는 그다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책이 그럭저럭 있던 때에는 목록 따위야 없어도 돼, 하고 생각했는데, 요즈음 들어서는 책꽂이마다 목록표를 붙여야 하나 생각해 보곤 합니다.

 목록표 붙일 힘이 있으면 새로운 책을 하나 더 사서 읽거나, 못 찾은 그 책을 다시 사서 보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보스러운 생각이고 바보스러운 삶인데, 거듭 생각하면, 참 바보스럽게 살아왔으니 내 돈으로 장만한 내 아까운 책으로 누구나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을 열었겠지요.

 아직 많이 추워 도서관에서는 손이 얼어붙으니 책 보러 마실 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많이 추우니 도서관 책이나 짐을 살뜰히 치우지도 못했습니다. 삼월을 넘었는데 이렇게 손가락이 얼얼해도 되나 생각하지만, 시골이요 멧자락이니까 마땅한 노릇 아니겠느냐 하고 생각을 고쳐먹습니다.

 얼얼한 손가락으로 ‘일본 보육사(保育社)’에서 펴낸 손바닥책인 ‘color books’를 만지작거립니다. 이 조그마한 손바닥책을 예나 이제나 도서관 한켠 썩 잘 보이는 자리에 올려놓습니다. 알아보는 사람은 기쁘게 알아보고, 못 알아보는 사람은 쥐어서 내밀어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일본사람은 “빛깔 있는 책들”을 이처럼 앙증맞으며 값싸게 꾸준히 내놓으면서 일본 책밭을 일구었습니다. 이 책들은 책밭뿐 아니라 사진밭까지 알뜰히 일구는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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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45] 개수대

 부엌에서 밥그릇이나 수저를 씻는 물을 일컬어 ‘개수’라 합니다. 부엌에서 쓴 물이 흘러 나가도록 마련한 곳을 ‘수채’라 합니다.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이와 같은 말을 들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언제나 ‘씽크대(sink臺)’와 ‘하수도(下水道)’라는 낱말만 들었습니다. 어린 날부터 ‘싱크대’조차 아닌 ‘씽크대’와 ‘하수도’라는 낱말만 들었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으레 ‘씽크대’와 ‘하수도’라고만 말할 뿐, 달리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를 알지 못했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이 스물을 넘어 내 어버이 집에서 나와 홀로 살림하며 살아가던 때에 비로소 다른 사람들 입에서 ‘개수대’와 ‘수채구멍’이라는 낱말을 듣습니다. 처음으로 듣는 낱말이니 낯설었지만, 낯설다고 느끼기 앞서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온 사람인지 뿌리부터 궁금했습니다. 이제 나는 우리 집에서 우리 아이한테 ‘개수대’와 ‘수채구멍’이라는 말을 씁니다. 아이는 제 아버지 말을 귀담아들으며 “응, 개수대.”나 “응, 수채구멍.” 하고 되뇝니다. 오늘날에는 어릴 적부터 ‘개수대’나 ‘수채구멍’이라는 말을 들을 또래는 없을 테지만, 애 아버지인 나는 설거지를 개수대에서 하고 수채구멍에 개수를 쏟는걸요. (4344.3.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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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책읽기


 아이가 잠든다. 히유. 아니, 아이가 잠든다기보다 아빠가 잠든다.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쉬지 못하며 몰아친 아빠가 아이를 팔베개를 하면서 “아빠 좀 안아 줘.” 하고 말하면서 먼저 잠든다. 아이는 무척 졸립지만 더 놀고프다며 이불을 발로 걷어차다가는, “아빠 좀 안아 줘.” 하는 말에 얌전히 아빠를 안아 준다. 아빠는 조곤조곤 속삭인다. 하루 내내 말 안 들으며 땡깡쟁이로 놀던 아이였으나 이렇게 말을 잘 듣는 아이인걸, 하면서 이렇게 착한 아이는 둘도 없으리라 다시금 속삭인다. 그러고는 까무룩 잠들었다. 문득 팔이 몹시 저리며 뻣뻣하다. 팔이 저려서 잠에서 깬다. 아, 나도 이렇게 잠들고 말았네, 하고 혼잣말을 하며 팔을 살살 뺀다. 찌릿찌릿하다. 기저귀를 들고 아이한테 채우려 한다. 아이도 살짝 깨며 웅얼웅얼한다. 그러나 기저귀를 채우고 이불을 다시 덮으며 토닥토닥하니까 아이는 이내 잠든다. 이제부터 아빠도 홀가분하게 글쓰기를 하든 책읽기를 하든 할 수 있다. 오늘은 글쓰기를 거의 못했으니까 글을 좀 만진 다음에 집을 치우고, 책도 조금 읽다가는 다시 아이 옆에 누워서 깊디깊이 밤잠을 자야겠다. (4344.3.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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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값을 매기는 책읽기


 사람들이 값을 매깁니다. 사람들이 책방에 값을 매기고, 사람들이 책에 값을 매깁니다. 돈을 치러 사고파는 물건이라면 마땅히 값을 매겨야 합니다. 책마다 값이 얼마라고 붙어야 비로소 사고팔 만합니다.

 내 가슴을 건드리거나 움직이는 좋은 책을 만났다고 하는 이들은 ‘이 책 하나는 어떤 큰 돈을 받아도 팔지 않는다’라든지 ‘이 책 하나를 사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여깁니다. 사랑스럽거나 아름답거나 훌륭하거나 좋은 책은, 겉에 적힌 숫자(책값)가 부질없습니다.

 때때로 ‘책값이 아깝다’고 느끼는 책을 만나곤 합니다. 책이 책이 아니라 물건이 되고 말기에 책값이 아깝다고 느낍니다. 책이 책다울 때에는 나무를 베어 만든 종이에 글을 찍은 종이뭉텅이가 아닙니다. 책이 책다울 때에는 만 원이요 십만 원이요 백만 원이요 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책이 책다울 때에는 살아숨쉬는 이야기요 싱그럽거나 해맑거나 착한 삶을 북돋우는 길동무입니다.

 사람들이 값을 매깁니다. 별 몇 개를 잣대로 삼아, 이 찻집은 별 몇 개짜리이고, 저 헌책방은 별 몇을 붙일 만하다고 값을 매깁니다.

 저마다 다 다르게 느꼈을 테니, 누군가한테는 이 찻집이 참으로 아늑했을 테고, 누군가한테는 저 헌책방이 꽤 좋았을 테지요. 누군가한테는 이 찻집에서 내어준 차가 맛났을 테며, 누군가한테는 저 헌책방에서 사들인 헌책이 값싸며 훌륭했다고 느꼈을 테지요.

 그런데, 우리는 무엇에 값을 매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왜 값을 매겨야 하나요. 내 아이가 오늘 얼마나 말썽을 피우는가를 값으로 매겨서 꾸짖거나 토닥여야 하는지요. 오늘 차린 밥상은 맛이 어떠한가를 별점으로 매겨야 하는지요. 하늘빛을, 바람세기를, 새봄 새싹을,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를 값으로 매기며 들여다보아야 할까요.

 사람한테는 값을 매길 수 없고, 사람이 하는 일에도 값을 매길 수 없습니다. 뭇 짐승한테는 값을 매길 수 없으며, 어떤 풀과 나무라 하더라도 값을 매길 수 없습니다. 책이든 헌책방이든 값을 매길 수 없습니다. 값을 매기려 한다면, 값을 매기는 사람부터 늘 값으로 매겨 돌아본다는 소리입니다. 책이 아닌 값을 보고, 이야기가 아닌 값을 느끼려 한다는 뜻입니다.

 나는 값있는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나는 내가 만난 모든 책들에 저마다 다른 값이 깃든다고 느낍니다. 더 거룩한 값이라서 더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 어설픈 값이라서 막 다룰 만하지 않습니다. 더 높은 값이니까 고이 아낄 까닭이 없고, 더 낮은 값이니까 불쏘시개로 써도 되지 않습니다. 책은 그저 책이고, 사람은 그예 사람입니다. (4344.3.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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