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사진 이야기] 8. 부산 우리글방 2009.9.27. (2)


 책을 사는 손길이기에 누구나 아름답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을 애써 사들이지만 잘 읽지 못한다면 그다지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책을 사서 읽는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짝꿍이나 아이 손을 잡고 함께 책방마실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책을 잘 읽고 못 읽고를 떠나 참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나중에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제 어머니나 아버지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된 제 어머니나 아버지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책방마실을 할 수 있을까요. 제 어버이가 내 어린 나날 손을 잡고 책방마실을 해 주었듯이, 이제는 내 아이가 왼편에 서고 내가 오른편에 서면서 둘이 같이 내 할머니아 할아버지 손을 잡고 책방마실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헌책방 일꾼은 스무 해 마흔 해를 기다리면서 ‘어버이와 아이’가 함께 마실하는 나날을 맞이합니다. (4344.3.24.나무.ㅎㄲㅅㄱ)


- 2009.9.27. 부산 보수동 우리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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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사진 이야기] 7. 부산 우리글방 2009.9.26. (1)


 새책방 가운데 책방 한켠에서 차를 마시면서 다리쉼을 하도록 마련한 곳은 퍽 드뭅니다. 새책방 가운데 책시렁 한쪽에 걸상을 마련한 곳조차 몹시 드뭅니다. 헌책방이라면 어디에서나 차를 마시면서 책을 살필 수 있고, 바닥이든 작은 걸상에든 앉아서 다리쉼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새책방 마실을 하던 때에 나한테 자리에 앉아 다리쉼을 하라’고 하는 책방을 딱 두 군데 보았습니다. 하나는 서울 명륜동에 자리한 인문사회과학책방 〈풀무질〉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 혜화동에 자리한 인문책방 〈이음책방〉입니다. 이 두 곳을 뺀 어떠한 새책방에서고 걸상에 앉아 다리쉼을 하면서 책을 살피거나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헌책방에서고 걸상에 앉든 계단에 앉든 바닥에 앉든 하면서 다리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 자리한 〈우리글방〉은 아예 ‘북카페’까지 열어 책손을 맞이합니다. (4344.3.24.나무.ㅎㄲㅅㄱ)


- 2009.9.26. 부산 보수동 우리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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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3-24 12:20   좋아요 0 | URL
어 부산 보수동 헌책방에 이처럼 지하로 내려가던 헌책방이 있었네요.제가 몇년전에 부산에 가서 보수동 헌책방 거리를 돌았을적에는 못 보았던것 같습니당^^

파란놀 2011-03-24 12:57   좋아요 0 | URL
요사이는 제 머리가 바보가 되어 년도는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는데, 보수동 <우리글방>이 북카페를 열고 지하와 1층이 이어지는 통로를 만든 때는 2008년이 아니었나 싶어요. 잘 찾아서 들어가지 않으면 이곳을 찾을 수 없답니다 ^^

카스피 2011-03-25 08:27   좋아요 0 | URL
그럼 못본게 당연하네요.제가 간 것이 2008년 이전이었으니까요^^

파란놀 2011-03-25 20:31   좋아요 0 | URL
이곳에 있는 책을 보는 데에만도 여러 날이 걸린답니다. 아니, 여러 날 걸리더라도 못 훑어요. 모두 세 층으로 이루어진 <우리글방>인데 하루에 한 층씩 본다 하더라도 조금밖에 못 훑고 말아요. 다른 곳은 다른 곳대로 오래도록 살펴야 하기도 하지만, <우리글방> 한 군데를 여러 날 돌아볼 마음을 품고서 찾아가도 참으로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식구는 이곳에 가면 나흘쯤은 책을 돌아보면서 장만하곤 합니다 ^^;;;
 

 

[헌책방 사진 이야기] 6. 서울 정은서점 2009


 사람들은 헌책방 헌책은 어지러이 쌓여서 책 하나 찾아보기 퍽 힘들다고 말합니다. 헌책방 헌책은 틀림없이 쌓입니다. 책꽂이에 꽂을 만큼만 갖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느 새책방이라면 오래도록 안 팔리는 책을 반품하겠지요. 새책방은 반품을 한대서 책방에 손해가 되는 일이 없으니까요. 헌책방은 모든 책을 헌책방 일꾼 돈을 치러 사들입니다. 헌책방에서 책을 버린다 하면, 당신이 사들인 책을 팔지 못해서 버리기 때문에 당신 돈을 버리는 셈입니다. 그러나, 사들인 책이 아깝기에 책을 못 버리거나 못 치우지 않습니다. 어떠한 책이든, 처음 사들이고 나서 며칠 만이거나 한두 달 만이거나 한두 해 사이에 팔리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다만, 언젠가 좋은 때가 되면 좋은 임자가 나타나 좋은 값을 좋은 마음으로 치러 사들인 다음 좋은 손길로 읽어 좋은 열매를 맺으리라 생각합니다. 헌책방에는 책이 쌓이지 않고, 책이 책손을 기다립니다. (4344.3.24.나무.ㅎㄲㅅㄱ)


- 2009년. 서울 연세대 건너편 정은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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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길


 오늘 하루는 온갖 집일을 하느라 빨래를 저녁 일곱 시가 넘어서야 한다. 아직 살림집 물이 안 녹았기에 멧길을 따라 올라가는 이오덕학교에서 빨래를 한다. 빨래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은 깜깜한 밤길. 깜깜한 시골 멧자락 밤길이니 별이 참 잘 보인다. 반짝반짝 수많은 별을 올려다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밤에 쉬를 누러 마당으로 나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 많은 별이 우리 식구를 따사로이 지켜보면서 보듬는구나 싶다. 그런데 나는 애 아버지로 얼마나 잘 살아가려나. 이렇게 따사로이 지켜보면서 보듬는 별이 많은데, 고운 목숨 하나인 사람으로서 얼마나 사랑스러우며 아름다이 살아가는가. (4344.3.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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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니까 책읽기


 아프니까 쓰러지고, 지치니까 드러눕는다. 아프니까 쉬고 싶다. 지치니까 눈을 감고 싶다.

 아픈 몸을 일으킨다. 아픈 몸으로 생각한다. 아, 내가 이렇게 아프면 집일은 어떻게 하나. 집살림까지 바라지 못하더라도 아프면 어쩌나.

 아픈 몸을 일으켜 움직이니 어지럽다. 그런데 이렇게 아픈 채 몇 시간 힘겨이 움직이고 보니 어느새 아팠던 곳이 사라진다. 잊었을까. 아픔을 잊었을까.

 지치니까 드러눕는다. 드러누운 몸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자빠진 채 있으면 집안일은 누가 하나. 일어난다. 온몸에서 두두둑 소리가 난다. 끄응 하면서 집일을 붙잡는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나 애 어머니 허리나 허벅지나 다리를 주무른다. 지쳐 드러누웠을 때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는데, 용하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며 주무를 수 있다.

 아파서 아무것 못할 수 있다. 참말 많이 아픈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마음은 하고 싶어도 몸이 따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아플 때에는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아픈 몸을 어찌저찌 움직이고 보면, 내 몸이 참 대단히 고맙게도 잘 움직여 준다. 빠릿빠릿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어느 만큼 집일을 할 수 있도록 움직여 준다.

 사람 몸뚱이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 기계이더라도 사랑을 실으면 따뜻해질 수 있을까.

 그래, 아프니까 더 잘 살아가려고 꿈을 꾼다. 아프니까 아픈 몸으로 책을 펼친다. 힘드니까 더 웃고 싶어서 빙그레 얼굴꽃을 피운다. 힘들기에 힘든 몸으로 책을 한 쪽이라도 읽는다. (4344.3.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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