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사진 이야기] 10. 부산 대영서점 2010.9.11.


 어느 헌책방에 찾아가서 책을 고르고 나서 사진을 찍든, 헌책방 일꾼더러 사진으로 곱게 찍혀 주십사 하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따로 모델 사진을 찍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애써 헌책방 일꾼 얼굴이 드러나도록 사진을 찍어야 ‘헌책방 사진’이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헌책방 일꾼 아무개가 손질하거나 만진 책인 줄을 알아야 어느 책 하나를 더 알차게 읽을 수 있지 않습니다. 그저 고마운 책 하나라고 느낄 수 있으면 됩니다. 아주 드물게 헌책방 일꾼 모습을 두 눈으로 서로 마주보면서 사진으로 담습니다. “사진 한 장 찍어서 보내 주면 좋겠다” 하는 말씀을 들을 때면 이처럼 찍습니다. 여느 때 여느 모습을 여느 사진으로 찍을 때에는 퍽 홀가분한데, 다소곳하게 앉아 다소곳한 모습을 다소곳한 매무새로 사진으로 찍자면 진땀이 흐릅니다. 이러면서도 헌책방 일꾼 두 눈과 얼굴을 사진기로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어 고맙기도 합니다. 언제나 책 앞에서 바르게 살아온 얼굴입니다. (4344.4.6.물.ㅎㄲㅅㄱ)


- 2010.9.11. 부산 보수동 대영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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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밥하기와 책읽기


 새벽에 쌀을 씻어서 불린다. 아침에 아이 오줌기저귀를 간다. 어느덧 아이는 잠에서 깬다. 아이가 일어나면 당근을 갈아서 한 그릇 내민다. 아이는 만나게 한 그릇 금세 비운다. 옆지기가 소금을 뿌리면 더 잘 먹을 수 있대서 소금을 살짝 곁들인다.

 간 당근을 다 먹으면 이제 밥에 불을 넣는다. 밥에 불을 넣으며 오늘 아침에는 무슨 국이나 찌개를 끓일까 생각한다. 어제와 똑같이? 어제와 다르게? 어제 먹다 남은 국을 덥히고 건더기를 더 넣어서?

 오늘은 미역을 끊어서 불린다. 아침에 아이한테 당근을 갈아서 줄 때에 강판을 닦으며 당근찌꺼기가 살짝 가라앉은 물에 미역을 넣는다. 2008년에 첫째를 낳기 앞서까지는 가위로 미역을 끊었는데, 가위를 쓰지 말래서 이때부터 손으로 끊는다. 첫째를 낳기 앞서부터 미역을 얼마나 많이 끊었을까. 가위를 쓸 때하고 손을 쓸 때하고 견주면 맛이 얼마나 다를까. 나로서는 잘 모른다. 그러나 느낌이 같지는 않다. 손으로 끊은 미역을 불려서 끓이는 국은 가위로 끊은 미역을 불려서 끓이는 국하고 같지 않다고 몸과 마음으로 느낀다.

 옆지기가 생협 먹을거리나 똥오줌 거름을 쓴 먹을거리를 쓰자고 이야기하는 까닭이 다른 데 있겠나. 내 몸으로 들어오는 밥인데 아무 밥이나 먹을 수 있겠는가. 나는 아직 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한참 멀었다. 살림은 머리로 외는 지식이 아니라 마음을 따사롭게 보듬으면서 몸으로 기쁘게 움직여 꾸리는 내 나날이다.

 표고버섯을 송송 설어 넣자고 생각한다. 감자도 썰어 넣자고 생각한다. 단출하게 국으로 끓이자고 생각한다. 마늘을 빻아서 넣고, 오이도 씻어서 썰어야지. 어제까지 여러 가지 반찬을 했기에 오늘은 따로 아침에 반찬을 하지 말고, 저녁에 새 반찬 하나를 마련하자고 생각한다.

 반찬 하나 하는 데에도 꽤 품과 손이 들지만, 밥을 하고 국을 끓이면서 요모조모 더 마음을 쓰면 한 끼니에 새 반찬 하나 하기란 하나도 힘들지 않고 바쁘지 않다.

 아이는 아버지 등에 업히느니 무어니 하다가 그예 책 하나 펼쳐서 읽어 준다. 몹시 고맙다. 아버지도 책을 읽고 싶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책을 읽을 수 없구나. 아버지도 아침에 책을 좀 읽고 싶으나, 네가 책 읽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좋구나. 아마, 네가 책을 펼치는 모습을 사진으로 바지런히 한두 장 찍고는 밥물을 살피고 국이나 찌개 물을 돌보는 나날이 내 삶책이 되어 줄 테지. 어머니하고 종알종알 떠드는구나. 떠들면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어라. 이십 분만 있으면 아침은 다 된다. (4344.4.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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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4-06 22:54   좋아요 0 | URL
ㅎㅎ 따님이 점점 더 귀여워 지네요.그나 저나 이젠 사진을 찍히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파란놀 2011-04-07 07:01   좋아요 0 | URL
늘 잘 찍혀 주니 고맙답니다~
 

 

- 2011.4.3. 

 

- 2011.4.5. 

 

4월 5일 어제 드디어 아주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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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1-04-11 17:16   좋아요 0 | URL
노오란 산수유... 우리동네 어느집 마당에도 잘생긴 산수유 나무 한그루 있어요. 요즈음 꽃이 활짝 펴서, 깜깜한 밤에 지나다 보면 노란 꽃등을 켜고 있는 것 같이 아주 예뻐요~~

파란놀 2011-04-12 04:08   좋아요 0 | URL
봄꽃은 할미꽃이 맨 먼저라 했는데, 올해에는 할미꽃을 못 봤어요... 할미꽃 핀 멧골 안쪽까지 다닐 겨를이 없어서 못 봤다고 해야겠지요... ㅠ.ㅜ
 

 

- 2011.3.27. 

어머니가 두 벌째 뜬 옷을 입고 노는 아이. 치마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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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el Adams (Hardcover)
Lauris Morgan-Griffiths / Quercus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을 남기는 사진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23] 안젤 아담스(Ansel Adams), 《landscapes of the American West》(Quercus,2008)
 Lauris Morgan-Griffiths (엮음)


 자연을 찍은 사진이란 자연을 찍은 사진입니다. 그러나, 자연이 아닌 풍경을 찍은 사진이라면 ‘자연 사진’이 아닌 ‘풍경 사진’입니다. 꽃을 찍으면 ‘꽃 사진’입니다. 꽃에 깃든 자연을 찍을 때에는 ‘자연 사진’이지만, 자연을 헤아리지 않고 꽃만 찍는다면 ‘꽃 사진’에 그칩니다. 나무를 찍거나 하늘을 찍거나 바다를 찍거나 논밭을 찍어도 매한가지입니다. 사진기를 쥔 사람 스스로 나무만 바라본다면 ‘나무 사진’이지 ‘자연 사진’이 될 수 없습니다. 시골 논밭을 찍었대서 ‘자연 사진’이나 ‘시골 사진’이 되지 않아요. 때로는 ‘논밭 사진’조차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으로 찍힌 모습은 논밭일지라도, 사진기를 쥔 사람은 논밭을 논밭 그대로 바라보거나 받아들이면서 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골목길을 찍었기 때문에 언제나 ‘골목 사진’일 수 없어요. 사진감은 골목길이지만, 사진쟁이 마음이 골목길을 골목길 터전 그대로 껴안지 못한다면 ‘골목 사진’이 되지 못합니다.

 사람 얼굴을 찍거나 사람 몸을 찍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말해서 ‘얼굴 사진’이나 ‘사람 사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만, 사진쟁이 스스로 한 사람을 한 목숨으로서 사랑하면서 찍느냐 아니냐에 따라 ‘사람 사진’인지 아닌지가 갈립니다. 기계처럼 찍어대는 일이야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만, ‘사람 사진’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거나, 나아가 ‘사진’이라 할 만하도록 이루어 내는 일은 누구나 하지 못합니다.

 안젤 아담스 님이 빚은 사진책 《landscapes of the American West》(Quercus,2008)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안젤 아담스 님은 언제나 ‘미국 대자연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고들 일컫습니다. 안젤 아담스 님 사진에서 사진감은 틀림없이 ‘미국 대자연’입니다. 북중미 대자연을 큼지막한 사진기로 한 장씩 천천히 담았습니다. 그렇다면, 안젤 아담스 님이 빚은 사진에 깃든 이야기 또한 ‘미국 대자연’이라 할 만하를 헤아려야 합니다. 사진감이 미국 대자연이래서 사진이야기 또한 미국 대자연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책 《landscapes of the American West》는 여섯 갈래로 나눕니다. 첫재는 하늘이고, 둘째는 물이며, 셋째는 푸나무이고, 넷째는 돌이요, 다섯째는 집입니다. 마지막 여섯째는 삶입니다.

 하늘에서 비롯하여 물로 흐르다가는 푸나무에서 기운을 얻은 다음 돌로 우뚝 서고는 집을 마련합니다. 이리하여 삶입니다.

 안젤 아담스 님은 무슨 사진을 이루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까요. 안젤 아담스 님 사진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깃들면서 우리가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을까요.

 하늘은 하늘 그대로가 아닙니다. 내가 바라보는 하늘, 곧 사람이 올려다보는 하늘입니다. 물은 그저 물이 아닙니다. 내가 마시는 물이요, 내 목숨을 이루며 건사해 주는 물입니다. 푸나무는 그예 푸나무가 아니에요. 내 밥이 되는 풀이요 내 집을 짓도록 몸을 내어주는 나무입니다. 돌은 딱딱하게 굳은 흙이나 모래일 뿐일까요.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디디며 섰을까요. 내가 선 지구별이란 어떤 곳일까요. 더운 곳에서는 더운 곳대로 집을 짓습니다. 추운 곳에서는 추운 곳대로 집을 짓습니다. 저마다 다 다른 터에 걸맞게 집을 짓습니다. 이리하여 사람들은 저마다 다 다른 터에서 저마다 다 다른 삶을 일굽니다.

 사람들은 착한 일을 하기도 하지만, 미운 짓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참답게 살아가기도 하지만, 그릇되게 뒹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아름답게 어우러지기도 하지만, 돈이나 이름값이나 권력 때문에 등치거나 짓밟기도 해요.

 우리는 햇볕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구름을 모르면서 살아갈 수 있나요. 하늘에서 비나 눈이 내리지 않아도 우리 목숨을 이을 수 있나요. 가게에서 돈을 치러 먹는샘물 페트병을 사다 먹으면 목이 안 마르나요. 꼭지를 틀어 물을 쓰면 되나요.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도록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꽁꽁 뒤덮는 도시에서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나요. 안젤 아담스 님은 참말 ‘풍경 사진’을 찍은 사람일까요. 안젤 아담스 님은 ‘너른 자연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만한 사진쟁이로 그칠 수 있나요.

 한국땅에서 설악산을 찍거나 제주섬을 찍는 사람들은 왜 찍는가 궁금합니다. 풍경을 찍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은 얼마나 좋은 풍경일는지 궁금합니다. 왜 내가 살아가는 보금자리나 마을은 어여쁜 풍경으로 담지 않고, 굳이 자가용을 몰아 멀리멀리 나들이를 가거나 비행기를 타고 바깥으로 나다니며 사진을 찍나요.

 가난한 사람은 티벳이나 인도에만 있나요. 내 살림집 옆에는 가난한 사람이 없나요. 한국에는 골목길이 없나요. 한국에는 높은 산이나 시원한 골짜기가 없을까요. 한국에서는 어떤 햇볕을 쬘 수 있는가요. 이 나라에서는 어떤 바닷물을 마시고 어떤 갯벌에서 어떤 조개를 캐서 먹으려나요.

 모든 사진은 사람을 남깁니다. 사람 모습이 드러나도록 찍으며 사람을 남기는 사진이 되기도 하지만, 사람 그림자란 얼씬도 하지 않지만 사람을 남기는 사진이 되기도 합니다.

 모든 사진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이 땅에서 고마운 목숨 하나 얻으며 살아가며 복닥이는 이야기를 담는 사진입니다.

 모든 사진은 사람이 빚습니다. 착한 사람이든 미운 사람이든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똑똑한 사람이든 어리석은 사람이든 좋은 사람이든 엉망진창 사람이든, 누구나 제 깜냥껏 살아가는 대로 사진 하나 빚습니다.

 겉치레로 사진을 하는 사람도 사진을 남기고, 속마음으로 사랑을 나누는 사람도 사진을 남깁니다. 돈벌이로 사진일을 붙잡는 사람도 사진을 남기며, 집에서 내 아이 사랑하며 돌보는 사람도 사진을 남깁니다.

 누군가는 그럴싸한 사진책을 몇 권 내놓거나 그럴듯한 대학교수 이름표를 앞에 내밀면서 사진을 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아마추어나 풋내기라는 이름을 언제까지나 꼬리표로 붙이면서 사진책은커녕 아무런 사진비평을 듣지 못하면서 홀로 좋아하는 사진을 혼자서 누리며 스러집니다.

 안젤 아담스 님 사진은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안젤 아담스 님 사진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안젤 아담스 님 사진은 그리 거룩하지 않습니다. 안젤 아담스 님 사진은 그리 어수룩하지 않습니다.

 삶이 대단할 때에 사진 또한 대단한데, 대단한 삶이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로서는 내 어머니나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여기기에, 내 어머니나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 참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삶이 거룩할 때에 사진 또한 거룩한데, 거룩한 삶이란 어떠한지 알쏭달쏭합니다. 저로서는 제 살림을 제 손으로 일구며 꾸리는 사람들이 거룩하다고 느끼기에, 여느 농사꾼이나 고기잡이들이 사진을 찍는다 할 때에, 이들 사진이 참 거룩하다고 느낍니다. 아니, 굳이 스스로 사진기를 쥐지 않아도 숱한 사진쟁이들이 농사꾼이나 고기잡이 삶을 사진으로 담아 주니까, 이 사진으로 들여다보기만 해도 참 거룩하다고 느낍니다.

 사람을 남기는 사진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발자국을 남기는 사진입니다. 안젤 아담스 님은 당신이 바라보며 사랑하는 삶을 당신 사진에 차곡차곡 아로새깁니다. 자연이나 대자연이 아닌 ‘미국 서쪽 땅’에서 ‘미국 서쪽 땅 사람들’하고 어울리며 지내던 이야기를 사진으로 차근차근 담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삶을 당신이 아끼는 사진으로 옮깁니다. 당신이 고맙게 여기는 사람들 삶을 당신이 고맙게 여겨 마지 않는 사진으로 그립니다. (4344.4.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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