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생각
― 사진과 사람


 사진은 사람입니다. 찍는 사진은 찍는 사람 얼굴입니다. 보여주는 사진은 보여주는 사람 눈빛입니다. 나누는 사진은 나누는 사람 사랑입니다.

 사진은 사람입니다. 사진기를 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나라밖으로까지 ‘출사’를 다니고, 누군가는 가난하다는 동네로 ‘출사’를 다닙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인데, 출사를 하며 찍는 사진은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사진으로 찍으려는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스스럼없이 찍는 사진만 사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 할 수 있고, 취미로 야구를 즐긴다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취미는 취미이지, 취미가 사진이거나 야구가 되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살아가야 사진이고, 야구로 살아가야 야구입니다.

 전문 사진쟁이가 되어야 사진이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프로 야구선수가 되어야 야구라는 소리 또한 아닙니다. 내 삶을 사진으로 맞추면서 사진하고 한몸이 될 때에 비로소 사진이라는 소리입니다. 내 삶을 야구와 맞물리면서 야구하고 한마음이 될 때에 바야흐로 야구라는 소리입니다. 아이키우기일 때에도 이와 마찬가지이고, 살림살이를 꾸릴 때에도 이와 매한가지예요.

 “‘사진’의 ‘사’ 자도 모르는 주제에?”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진하고 한몸이 되지 않을 때에는 전문 사진쟁이가 되든 취미 사진쟁이가 되든 사진하고 동떨어질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프로이든 아마이든 대단하지 않고, 직업이든 취미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참답고 착하며 아름다이 사진길을 걷느냐 아니냐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사진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진에는 사진기를 쥐어 살아가는 사람들 말과 넋과 꿈과 삶과 생각과 매무새가 깃들기 때문입니다.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사진 또한 착하게 찍습니다. 사진만 착하게 찍고, 삶은 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진과 삶이 다르면서 사진만 착하게 군다면, 겉과 속이 다른 매무새는 어김없이 사진에 스며들기 마련입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여느 사람이 쉬 알아채지 못할 뿐입니다. 거꾸로 사람은 착한데 사진은 안 착할 수 없습니다. 사진은 안 착하지만 사람이 착할 수 없습니다. 사진이 착하지 않은 사람은 당신 삶 또한 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쁘장한 모습을 찍는대서 예쁘거나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슬프거나 고단한 삶자락을 찍는대서 밉거나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사진에 서리는 기운과 넋과 마음과 꿈과 뜻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착함과 나쁨이에요.

 사진은 사람이고 다시 사람이며 또 사람입니다. 내가 살아가려는 길에 걸맞게 내 사진기를 장만하고 내 사진감을 찾으며 내 사진솜씨를 냅니다. 더 낫다는 장비로 틀림없이 더 낫다는 사진을 얻을 수 있겠지만, 더 엉성하다는 장비로도 얼마든지 더 낫다는 사진을 얻을 수 있어요.

 질감이 더 보드라울 때에 더 나은 사진이 아닙니다. 초점이 잘 맞거나 흔들림이 없을 때에 더 좋은 사진이 아닙니다. 밝거나 환하거나 맑은 웃음이 피어나야 아름다운 사진이 아닙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깃들일 때에 비로소 좋은 사진이고 착한 사진이며 참다운 사진입니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내 하루를 곱씹습니다. 나 스스로 흐뭇하면서 기쁘게 맞이하는 하루일 때에 내가 즐기는 사진이 어떠한가를 헤아립니다. 나 스스로 괴로우면서 힘겨울 때에 내가 이루는 사진이 어떠한가를 되뇝니다.

 더 하거나 덜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내 모습 고스란히 사진입니다.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내 삶 그대로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내 사진입니다.

 사람이고 사진이면서 삶입니다. 오늘 먹은 밥이 오늘 찍는 사진입니다. 오늘 내 살붙이하고 마주하는 모습이 오늘 내가 마주할 사진입니다. 내 아이랑 주고받는 말마디가 내 아이를 바라보며 찍는 내 사진입니다.

 사진기를 쥐기 앞서 내 됨됨이를 다스려야 합니다. 사진기를 장만하기 앞서 내 살림살이를 보듬어야 합니다. 사진기로 바라보기 앞서 내 삶길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려는 내 나날인가를 돌이키면서, 내가 손에 쥔 사진기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사랑하려 하는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아이를 학교에 넣는대서 아이가 똑똑해지지 않습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낸대서 아이가 더 많이 배우지 않습니다. 아이가 머리속에 이런 앎조각이나 저런 앎부스러기를 더 채운대서 더 슬기롭지 않습니다. 아이는 저하고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어른)를 바라보면서 삶을 배우고 사랑을 물려받습니다. 사진기를 쥐어 사진을 빚으려는 사람들은 사진기를 쥘 때까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왔느냐 하는 모든 발자국과 손길이 그러모여 사진삶으로 이루어집니다.

 배우려 하기에 배우지 않습니다. 살려고 하기에 살아냅니다. 가르치려 하기에 가르칠 수 없습니다. 살아가려 할 때에 살아갑니다.

 큰소리로 꾸짖는 일은 큰소리로 꾸짖는 일입니다. 사랑도 아니지만, 가르침도 아닙니다. 몽둥이나 회초리를 드는 일도 몽둥이나 회초리를 드는 일이지, 사랑이나 가르침이 되지 않아요. 몸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몸으로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 합니다. 한마음 한몸 한삶이어야 합니다. 아이키우기일 때이든 책읽기일 때이든 사랑나누기일 때이든 사진찍기일 때이든, 한결같이 한마음 한몸 한삶이어야 합니다. 사진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하는 사진이고, 사진으로 드러나는 사람입니다. (4344.6.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1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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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씨 꽂는 피아노


 봄이 한창 무르익을 때에 꽃이 피는 단풍나무는 한 달 즈음 꽃을 잇다가 한 달 즈음 씨앗을 매답니다. 아이하고 멧길을 오르내리면 아이는 어김없이 단풍꽃이나 단풍씨를 하나씩 꺾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이는 저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단풍꽃이나 단풍씨를 올려놓습니다. 아이는 피아노 건반 사이에 단풍씨와 단풍잎을 꽂고는 살며시 다른 건반을 똥똥 튀깁니다. (4344.6.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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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삶과 사랑


 아이가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서 어른이라는 몸이 되어 제 목숨을 누릴 때에는 꼭 세 가지를 돌아보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첫째는, 아이 스스로 제 목숨이 얼마나 고마운가를 느껴 저와 동무와 살붙이와 이웃이 다 달리 아름다운 사람인 줄을 알도록 하는 일입니다. 둘째는, 아이가 살아가는 나날을 어떻게 하면 아이 손으로 착하게 꾸릴 수 있는가를 깨닫도록 돕는 일입니다. 셋째는, 아이가 아이 삶과 어버이 삶과 이웃 삶과 동무 삶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살펴서, 이 사랑스러운 삶을 참다이 껴안을 수 있도록 어깨동무하는 일입니다. (4344.6.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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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깃든 땀과 값과 꿈


 좋은 삶을 좋은 넋으로 일구면서 좋은 글을 쓰려고 좋은 땀을 흘려 좋은 책 하나 태어납니다. 좋은 책 하나 태어났을 때에는 좋은 일을 해서 번 좋은 돈으로 좋은 마실을 즐기면서 좋은 책방에서 좋은 손길을 내밀어 좋은 웃음을 주고받으면서 장만합니다. 좋은 마음이 되어 좋은 발걸음으로 좋은 골목을 천천히 거닐거나 좋은 자전거를 산들한들 달리며 좋은 보금자리로 돌아옵니다. 좋은 살림집에서 좋은 아이를 어루만지면서 좋은 푸성귀와 곡식으로 마련한 좋은 밥을 차려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좋은 하루를 보냅니다. 좋은 잠자리를 펼쳐 좋은 자장노래를 부르면서 좋은 꿈을 맞아들이도록 하고, 살짝 좋은 틈을 내어 좋은 책에 서린 좋은 얼을 되새깁니다. 좋은 책을 좋은 매무새로 읽으면서 내 좋은 삶을 한결 좋은 길로 거듭나도록 보살피는 좋은 기운을 얻습니다. 좋은 땀이 깃든 좋은 책을 읽으면서 내 좋은 삶을 날마다 새롭게 북돋웁니다. 좋은 책은 나 스스로 좋아하는 어여쁜 일터에서 땀흘려 얻은 삯을 그러모아 장만합니다. 좋은 꿈은 좋은 책을 하나둘 꾸준하게 맞아들이면서 좋은 흙을 밟고 좋은 바람을 쐬며 좋은 햇살을 누리는 기쁨을 밑밥 삼아 키웁니다. 나날이 책을 사귀고 책을 만나며 책을 사랑하며 지내는 동안, 책삶은 사랑삶으로 뿌리내립니다. (4344.6.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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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과 책읽기


 누가 어느 책을 깎아내린대서 내가 어느 책을 읽을 때에 좋은 알맹이나 줄거리나 빛줄기가 스러지거나 옅어지지 않는다. 누가 어느 책을 추켜세운대서 내가 어느 책을 읽을 때에 얄궂은 속살이나 겉치레나 허울이나 껍데기가 사라지거나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읽는 책이요, 책은 책 그대로 책이다.

 누가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한대서 내가 깎이거나 낮추어지지 않는다. 누가 나를 추켜세운대서 내가 올라가거나 높아지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나일 뿐, 둘레 사람들 어떠한 말에든 아랑곳할 까닭이 없다. 나로서는 내 삶을 사랑하면서 늘 착하며 참다이 걸어갈 한길을 돌아볼 노릇이다.

 겉이 아닌 속을 읽을 책이고, 겉치레가 아닌 속치레를 할 삶이며, 입에 발린 사랑이 아니라 따스히 껴안는 사랑을 나눌 일이라고 느낀다. 부질없는 말을 일삼을 때에는 부질없는 삶에 스스로 얽히고 만다. 맑은 말로 맑은 넋을 키우며 맑은 삶을 일구면 된다. 밝은 글이 깃든 밝은 책을 알아보며 밝은 꿈을 가꾸면 된다. (4344.6.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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