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렴


 아버지는 아침에 집 고치는 일을 하고, 어머니는 둘째를 재우고 나서 첫째랑 마을 한 바퀴 마실을 한다. 첫째랑 두 시간 가까이 마을 한 바퀴 돌기를 했기에 고단함이 몰려들어 낮잠을 잔단다. 아버지는 잠든 아이 곁에 살며시 누워 함께 눈을 붙이다가는 책을 조금 읽는다. 시골집으로 옮기고 나서 처음으로 느긋하게 드러누워 본다. 그래 봤자 얼른 다시 일어나 청소와 손질을 마저 해야 하지만, 이렇게 함께 낮잠 조금 자고 책도 살짝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지. 이 좋은 날을 좋은 넋으로 좋은 꿈을 키우면서 누리자. 아이야, 잘 자렴. 자고 일어나서 또 신나게 놀렴. (4344.10.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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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 다시 책읽기


 우리 집 뿌리를 잃은 채 한 달 남짓 떠돈 끝에 드디어 마련한 새 보금자리에서 이모저모 집 손질을 얼추 마무리짓는다고 느껴 아이가 볼 그림책을 몇 권 장만한다. 아이가 볼 그림책까지 몽땅 짐을 묶었고, 이 짐은 아직 가져오지 못할 뿐 아니라, 바깥으로 떠돌면서 아이가 그림책 하나 느긋하게 펼칠 겨를이 없었다.

 오늘 낮 우체국 일꾼이 소포꾸러미를 갖다 준다. 책이 왔구나. 가위도 아직 없어 드라이버로 소포꾸러미를 끌른다. 아이가 볼 그림책부터 꺼낸다. 아버지가 읽을 책도 몇 권 곁들였다. 아이는 참으로 모처럼 제 집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그림책을 넘긴다. 이제 밤나절 다 함께 잠들기 앞서 모두 씻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잠자리에 누울 무렵,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이한테 그림책 한두 권 읽어 줄 수 있겠지. 다음주나 다다음주 무렵에 책짐을 옮길 수 있을까. 부엌과 끝방 청소와 벽종이 바르기를 끝낸다면 책짐을 옮길 텐데, 다 끝마치지 못하더라도 먼저 책짐부터 옮기고 나중에 손수레로 살림짐을 나를까 싶기도 하다. (4344.10.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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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의 정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과 살가이 함께 살아가요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6] 데이비드 스몰·사라 스튜어트, 《리디아의 정원》(시공주니어,1998)


 우리 식구는 집을 옮겨 다닙니다. 네 식구 살림을 꾸리기 앞서 혼자 지내던 때에도 으레 집을 옮겨 다녔습니다. 혼자 지내던 때에는 집에 온통 책을 쟁이느라 해마다 부쩍 늘어난 책을 더 넉넉히 건사할 집을 찾아 옮겨 다녔어요. 살림살이는 얼마 안 되고 책만 잔뜩 꾸려 조금씩 넓은 살림터를 찾았습니다.

 네 식구 살림을 꾸리는 오늘날에도 책짐은 참 많습니다. 그래도 여느 살림살이가 제법 늘었다 할 만할 텐데, 옆지기가 뜨개질을 할 때에 쓰는 실과 바늘을 뺀다면 옷가지랑 그릇과 냄비가 살림살이 모두라 할 만합니다.

 벌이가 많지 않으니 살림 늘어날 일이 없는지 모릅니다. 벌이가 있어도 딱히 뭘 장만하거나 갖추는 데에 안 쓰니 살림은 이냥저냥 적은지 모릅니다. 벌이가 있으면 옆지기는 실이랑 바늘을 사고, 나는 책을 사니까, 우리 집에는 책이랑 실만 있다 할는지 모릅니다.

 아이들 옷가지를 거의 새로 사지 않습니다. 이웃한테 말씀을 여쭈어 이웃 아이들이 많이 자라며 더 못 입는 옷을 얻습니다. 이웃이 먼저 아이들 옷을 그러모아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우리 집에 마실을 오면서 아이들 새옷을 주시는 분이 있기도 합니다.


.. 저녁을 다 먹고 나서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우리 집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제가 외삼촌네서 살면 어떻겠느냐고 하셨다면서요? 할머니에게서 들으셨어요? 아빠가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이제는 아무도 엄마에게 옷을 지어 달라고 하지 않는다는걸요 ..  (6쪽)


 집에 빨래기계를 들이지 않기에 날마다 손빨래를 합니다. 기계가 한꺼번에 빨래를 해내고 물기까지 퍽 많이 짜내면 집일을 한결 덜 만하다 하겠지만, 빨래기계를 쓴대서 집일이 줄어든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외려 집일이 더 늘어나지 싶어요. 이런저런 기계나 장비가 쓸모없다고 여기지 않아요. 쓸 기계는 쓰고 쓸 장비는 쓰지만, 나는 내 손을 쓰면서 집일을 하고 싶어요. 손을 쓰면서 집일을 하는 모습 그대로 우리 아이들하고 지낼 때에 즐거워요.

 그제 저녁 아이들을 씻길 때에 첫째 아이한테 대야에 물을 받아 낯과 손을 씻으라 한 다음에 아이 옷가지를 빨래하자니 네 살 아이는 “벼리(아이 이름)는 빨래 못 해요. 아버지가 빨래 해요.” 하고 말합니다. 더 어릴 적에는 저도 빨래를 한다며 아버지 옆에 궁둥이 디밀고 앉아 조그마한 손으로 쪼물딱쪼물딱 주무르더니, 이제는 못 한다고 말합니다. 마당에서 비질을 하면 저도 비질을 하겠다며 아버지 빗자루를 빼앗으려 해서 아이 몫으로 건넬 빗자루를 따로 둡니다. 걸레질을 하면 아이가 저도 하겠다며 아버지 걸레를 빼앗기에 걸레를 여럿 마련합니다. 밥상을 행주로 닦을 때에도 아이는 제가 하겠다며 나섭니다. 수저 놓기는 아예 아이한테 맡깁니다. 아이는 집에서 저희 어머니랑 아버지랑 동생이랑 함께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일을 맡아요. 아버지 사진기를 안 떨어뜨리면서 들고 다닐 줄 압니다. 물병을 들고 나를 줄 압니다. 뜨거운 국을 후후 식혀 어머니나 아버지보고 마시라며 내밀 줄 압니다. 혼자서 옷을 갈아입을 줄 압니다.

 씩씩하며 다부진 아이는 씩씩하고 다부지게 하루하루 맞이합니다. 예쁘며 맑은 아이는 예쁘며 맑게 새날을 누립니다.

 어버이는 이 씩씩하며 다부진 아이랑 어울리면서 씩씩하며 다부지게 살아가자고 새로 다짐합니다. 어버이는 이 예쁘며 맑은 아이랑 복닥이면서 예쁘며 맑게 지내자고 거듭 헤아립니다.


.. 이 동네에는 집집마다 창 밖에 화분이 있어요! 마치 화분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이제 봄이 오기만 기다릴 거예요 ..  (12쪽)


 그림책 《리디아의 정원》(시공주니어,1998)을 읽습니다. 아버지가 먼저 책방에서 장만하면서 읽고, 아이가 집에서 찬찬히 넘기면서 읽습니다. 《리디아의 정원》은 1930년대 미국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가난한 나머지 리디아라는 아이는 저희 어버이랑 함께 살아가지 못합니다. 시골에서 할머니랑 살아가며 흙을 만집니다. 노상 흙을 보듬으면서 일굽니다.

 시골 아닌 도시에서 일자리가 없어 고달픈 아버지는 어떻게든 도시에서 살아남으려고 합니다. 도시 일자리를 찾습니다. 이동안 리디아라는 아이는 도시에 있는 외삼촌 댁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리디아네 어머니는 옷을 기워 파는 일을 하는 듯한데, 사회와 경제가 어렵다고 하니까 리디아네 어머니한테서 옷을 사서 입는 사람이 싹 끊겼는가 봐요. 이리하여, 리디아는 퍽 어린 나이일 테지만, 어머니하고도 아버지하고도 떨어진 채 살아가야 합니다. 돈이 없는 탓에 아버지를 볼 수 없고, 가난한 나머지 어머니 품에 안길 수 없어요.

 리디아네 어버이는 왜 리디아를 도시로 불러들이려고 할까요. 리디아네 어버이는 왜 리디아와 함께 리디아네 할머니랑 시골에서 흙을 일구면서 살아가려고 하지 않을까요.

 돈을 안 벌어도 되지 않나요. 먹고살 길이란 먹을거리를 손수 일구어 얻어도 열리지 않나요. 꼭 돈을 장만해서 먹을거리를 가게에서 사다 먹어야 하나요. 시골에서 흙을 일구어 거둔 먹을거리를 사람들한테 팔 때에도 돈을 얻지 않나요.


.. 집에서 오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저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저도 더 자주 편지를 쓰도록 할게요. 보내 주신 꽃씨들을 심느라 바빠서요. 깨진 컵이나 찌그러진 케이크 팬에다 꽃씨를 심고 있습니다. 할머니, 흙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으세요? 아래 공터에서 질 좋은 흙을 좀 가져왔거든요 ..  (17쪽)


 리디아는 시골에서 할머니랑 살아가는 때에도 흙을 만지고 푸나무랑 사귑니다. 리디아는 도시로 찾아가서 외삼촌이랑 지내는 때에도 빵반죽뿐 아니라 흙을 함께 만지고 꽃하고 사귑니다. 아버지는 리디아한테 흙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리디아한테 흙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리디아는 할머니랑 어울리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흙을 바라보고 흙을 밟으며 흙을 보듬습니다.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목숨이요, 살아숨쉬는 나날에는 흙에서 기운을 얻어 씩씩한 넋을 키우는 줄 느낍니다.

 그러니까, 살가이 함께 살아가면 됩니다. 즐겁게 어깨동무하면서 같이 지내면 됩니다. 사랑스레 손잡으면서 나란히 아끼고 좋아하면 돼요.

 작은 집에서 살아가면 됩니다. 서울 강남에서 한 평에 일 억이 넘는 아파트를 장만해야 내 삶이 아름답지 않습니다. 전라남도 고흥에서 마흔 평 마당과 마흔 평 텃밭 딸린 스무 평 작은 집을 천만 원에 장만해서 조용히 살아가면 됩니다. 큰도시에서 전세돈 삼천만 원이나 오천만 원짜리 방이나 집을 얻으려고 용을 쓸 수 있지만, 시골에서 집과 논밭을 자그맣게 장만해서 우리 집 먹고살 길을 흐뭇하게 열면 돼요.

 무상급식에 목매달지 않아도 돼요. 집에서 손수 도시락을 마련하면 되지요. 반값등록금을 꼭 이루어야 하지 않아요. 애써 대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내 삶길을 예쁘게 열 수 있어요. 대통령이나 서울시장이 청년일자리를 몇 만 개씩 만들 까닭은 없어요. 시골에서 할머니랑 할아버지만 흙을 일구도록 등돌리지 않으면 되거든요. 펜대를 잡거나 셈틀을 또닥거려야 일자리이지 않아요. 버스를 몰거나 지하철을 몰거나 공장 기계를 돌려야 일꾼이 되지 않아요.

 리디아는 빵반죽을 주무르지 않아도 예쁜 아이입니다. 리디아는 저희 아버지나 어머니가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지 않아도 아름다운 아이입니다. 리디아는 ‘원예사’나 ‘정원사’가 아닙니다. 리디아는 혼자서 어여쁘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길을 슬기롭게 깨닫는 아이입니다. (4344.10.28.쇠.ㅎㄲㅅㄱ)


― 리디아의 정원 (데이비드 스몰 그림,사라 스튜어트 글,이복희 옮김,시공주니어 펴냄,1998.3.30./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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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보고도 '소셜 북스토어'인가를 하라는 편지가 알라딘에서 오는데, 

 나로서는 '알라딘서재에 책 사진 걸어서 책 팔기'를 

 어떻게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이대로만 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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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구멍 책읽기


 군청 농업축산과에서 전화가 온다. 우리보고 ‘귀농·귀촌 빈집 수리비 지원서’를 내라고 이야기한다. 빈집을 장만했다는 등기부등본과 영수증과 사진을 붙여 지원서를 내면 ‘빈집 수리비 도움돈 500만 원’을 준다고 한다.

 참 고맙다. 500만 원을 얻어 이 집을 고칠 수 있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어제에 이어 오늘 시골집 전기를 고친다. 전기를 고치는 데에 60만 원이 든다. 오늘은 부엌 자리 기울어지는 샤시문과 대들보 고치는 일을 한다. 얼마가 들는지 아직 모른다. 보일러와 양수기를 가는 데에 50만 원이 들었다. 그제 지붕을 고쳐 물샘을 막는 데에 360만 원이 들었다. 벽종이와 장판을 사는 데에 56만 원이 들었다. 벽종이와 장판은 옆지기 어머님하고 함께 붙이고 깔았다. 헌 싱크대를 치우고 새로 들이느라 65만 원이 들었다. 살림집 곁에 붙은 낡은 집을 헐고 터를 다지는 데에 40만 원이 들었다. 앞으로 어느 곳에 돈이 얼마나 더 들는지 알 길이 없다. 창호지만 발린 방문을 고치는 데에, 또 뭐를 하고 뭐를 하는 데에 살림돈을 얼마나 들여야 할는지 까마득하다.

 예전부터 느끼는데, 시골에서 집을 얻어 살아가려 할 때에도 돈이 참 많이 든다. 그렇다고 도시처럼 전세이니 월세이니 하고 얻어 지내지 못한다. 시골에서는 년세를 내는데, 아기자기하게 잘 꾸미고 살면 으레 집임자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야 한다. 집을 사서 오래오래 눌러앉을 생각을 해야 한다. 집을 사고 땅을 사지 않으면 안 되니까 목돈을 마련하고 나서 시골살이를 헤아려야 한다.

 써야 할 데이니 써야 하는 돈이기에, 하루아침에 50만 원이니 300만 원이니 하고 쏙쏙 나간다. 그래, 잘 나가서 이 집이 예쁘게 자리잡도록 해 주어라. 그러고 나서는 우리 새 도서관에 껴안을 좋은 책을 마음껏 장만하는 돈이 되어 주어라. (4344.10.2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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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28 10:22   좋아요 0 | URL
된장님, 이 집인가요?
왜 제가 뿌듯한거죠? 보금자리를 마련하시고, 수리하시는 모습이 넘 기쁩니다.
거기다 500만원 지원이라니, 너무 다행이네요.

꼬옥 수리 다 마치시고 사진 올려주셔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 - 저는 오늘도 감기로 제정신이 아니거든요. ㅠㅠ

파란놀 2011-10-28 16:32   좋아요 0 | URL
네, 하루하루 집 돌보느라
눈 빠진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