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75] 학교옷

 아이들이 중학교 들어갈 무렵 학교옷을 맞춥니다. 똑같은 모양과 빛깔로 맞춘 학교옷을 입은 아이들이 버스나 자가용이나 두 다리나 자전거로 학교에 갑니다. 옷을 똑같이 맞춘 만큼, 학교에서 이 아이들한테 베푸는 앎조각이란 모두 똑같습니다. 똑같은 대학교에 시험성적 더 잘 받은 아이가 들어가게끔 힘씁니다. 아이들은 학교옷을 똑같이 맞춰 입기에 한결 예뻐 보이는지, 아니면 학교 밖에서 미운 짓이나 못난 짓을 못하도록 가로막거나 지키거나 다스리려고 틀에 맞추는 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아이들이 학교옷을 따로 맞추지 않을 때에도 끔찍한 입시지옥이 그대로 있을까 궁금합니다. 다 다른 아이들이 저마다 다 다른 옷을 입고, 다 다른 꿈에 걸맞게 다 다른 이야기를 다 다른 어른한테서 배울 수 있다면, 이리하여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른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며 다 다른 삶을 예쁘게 일굴 수 있으면, 우리한테 대학교란 어떤 값이나 보람이나 뜻이 있을까요. 학교옷을 입고 운동장에서 뒹굴 수 없습니다. 땀내 물씬 나는 옷을 한 주 내내 입기 어렵습니다. 학교옷을 입고 논밭에서 일할 수 없습니다. 학교옷을 입고 바다에서 고기를 낚을 수 없습니다. 학교옷을 입고 어린 갓난쟁이 동생을 돌볼 수 없습니다. 학교옷 똑같이 입은 아이들은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는 길만 걷습니다. (4344.11.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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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고 싶은 터


 멧자락을 곁에 낀 보금자리란 참으로 좋다. 멧자락과 함께 들판이 찬찬히 펼쳐진 자리에 있는 보금자리란 더없이 좋다. 물줄기가 시원하게 흐르는 골짜기가 함께 있으면 아주 좋다. 물줄기가 바다로 이어져 갯벌과 모래밭까지 한 시간쯤 걸어서 찾아갈 수 있으면 그야말로 좋다.

 옆지기가 살아가고 싶은 보금자리를 마음속으로 그린다. 나는 어떠한 보금자리에서 살아가고 싶었나 곰곰이 헤아린다. 돌이키면, 나는 책방 곁 작은 보금자리를 생각했을 뿐, 정작 내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보듬을 만한 보금자리를 꿈꾼 적이 없다. 오직 마음밥 하나 먹는 일에만 생각을 쏟았다.

 내가 오늘 함께 살아가는 옆지기를 만나지 않았으면, 아마 책방하고 가까운 도시에서 내처 살아가지 않았으랴 싶다. 마음밥만 먹으면서 막상 몸은 썩 튼튼하지 못한 삐뚜름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돌아본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내가 살아갈 만한 터를 곱씹는다. 옆지기하고 함께 낳은 아이들과 지내며 이 아이들하고 사랑스레 살아갈 만한 터를 되새긴다.

 그래, 멧자락, 들판, 물줄기, 바다, 갯벌, 모래밭 골고루 있을 때에 얼마나 따사롭고 포근할까. 멧자락에는 온갖 나무가 골고루 자라고, 나와 살붙이 모두 풀과 나무가 베푸는 선물을 곱게 받으면서, 나 또한 풀과 나무한테 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나날이라면 얼마나 기쁘며 고마울까. 흙을 밟으면서 흙으로 벽을 쌓고, 나무를 만지면서 나무로 기둥과 지붕 뼈대를 올리며, 돌을 쓰다듬으며 너른 돌판을 지붕으로 얹는 집이라면 가장 어여쁘겠지.

 그러고 보면, 이와 같은 보금자리에는 한 가지 깃들 수 없다. 바로 건널목. 내가 우리 살붙이하고 느긋하게 마실을 다니는 터에는 건널목이 깃들 수 없다. 나는 건널목 있는 마을이 싫다. 건널목 없이 길을 걷고 싶다. 건널목 없이 이곳과 저곳을 오가고 싶다.

 자동차를 안 몰고, 자동차를 애써 타려 하지 않으나, 짐을 싣는다든지 가끔 얻어탄다든지 한다. 오늘날 자동차가 아예 없을 수 없다고 느낀다. 그러나 늘 자동차를 타야 할 까닭이 없다. 꼭 타야 할 때에만 고마이 살짝 얻어타면 된다. 그러니까, 이 자동차들 때문에 찻길이 넓어진다든지, 건널목이 생긴다든지 할 일이란 없다. 드문드문 아주 드물게 달릴 자동차에는 빵빵이가 없어야 한다. 시골마을 달리는 자전거에도 딸랑이가 없어야 한다. 시골마을 자전거는 앞에 가는 사람을 딸랑이로 놀래켜서는 안 된다. 시골마을 자동차는 앞에 걷는 사람을 빵빵이로 비키라 윽박질러서는 안 된다. 사람이 앞에서 걸어가면 뒤에서 천천히 가다가 스르르 옆으로 비켜 가야 할 자전거요 자동차이다.

 사람은 사람을 생각할 때에 사람이다. 삶을 생각하는 나날이어야 삶이다. 사랑을 아끼는 손길이어야 사랑이다. 조용히 예쁘게 살가이 꿈을 누리는 보금자리가 좋다. (4344.11.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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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11-08 22:20   좋아요 0 | URL
하긴 차가 있으면 편하긴 하지만 없어도 그만이죠.정말 좁은 땅덩어리에 차가 너무 많군요.
 


 김경호, 알리


 노래꾼 김경호 님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속이 시원하다. 무더운 여름 땡볕에서 일하며 땀을 후줄근히 흘릴 때에 나뭇잎과 내 머리카락을 솨르르 날리는 바람과 같구나 싶다. 노래꾼 알리 님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마음이 개운하다. 가슴에 얹히거나 맺힌 응어리가 스르르 풀리면서 내 삶길을 맑고 밝게 북돋울 사랑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이끌어 주는구나 싶다. 혜은이 님 노래 〈새벽비〉가 새옷을 입었다. 새옷뿐 아니라 새삶을 누렸다.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흐른다. (4344.11.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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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녹여서 쓰는 글


 힘겨운 아픔을 삭여서 쓰는 글이라고 해서 나쁘지 않아요. 고단한 나날을 울면서 쓰는 글이라고 해서 나쁘지 않아요. 괴로운 눈물을 곱씹으며 쓰는 글이라고 해서 나쁠 수 없어요. 다만, 힘겨운 아픔을 쓰든 고단한 나날을 쓰든 괴로운 눈물을 쓰든, 따순 사랑을 녹여서 쓰는 글일 때에 가장 좋아요. (4344.11.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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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소리 1
우사미 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만화책 즐겨읽기 76] 마키 우사미, 《사랑 소리 (1)》


 아이들은 사랑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또래동무를 사랑할 수 있고, 언니나 누나나 오빠를 사랑할 수 있으며, 어머니나 아버지나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사랑할 수 있어요. 모두들 사랑을 하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풀을 사랑하고 풀벌레를 사랑하며 풀꽃을 사랑하면서 씩씩하게 큽니다.

 사랑을 하는 아이들이기에 해맑으며 싱그럽습니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나누는 아이들인 만큼 티없으면서 정갈합니다. 사랑을 꿈꾸며 사랑을 일구는 터라 노상 빛나면서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하는 어른 또한 맑고 밝습니다. 사랑을 하는 할머니도 맑으며 밝습니다. 사랑을 하는 갓난쟁이도 맑으면서 밝아요.

 사람은 밥을 먹어 목숨을 얻고, 바람을 마시면서 숨을 쉬며, 물을 받아들여 몸을 움직이는데, 밥과 바람과 물은 바로 사랑이 스며들 때에 제힘을 냅니다.

 사랑으로 지은 밥이라야 맛납니다. 사랑으로 지은 옷이어야 어여쁩니다. 사랑으로 지은 집이어야 포근합니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손길이어야 따스합니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꿈이어야 넉넉합니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믿음이어야 튼튼합니다.

 사랑은 지식이 아닙니다. 이런저런 지식을 깨우친대서 사랑을 꽃피우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길잡이책이나 처세책이나 자기계발책을 읽는대서 사랑을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어요.

 사랑은 오직 삶입니다. 조잘조잘 떠드는 수다가 사랑이 될 수 없어요. 나날이 부대끼는 내 애틋한 삶에서 시나브로 샘솟는 사랑이에요. 언제나 복닥이는 내 아기자기한 삶에서 천천히 피어나는 사랑이에요.


- 난 아직 모른다. 사랑을 하면 내 가슴에선 어떤 소리가 나게 될까? (5쪽)
- “우리 아빠는 그림동화 작가야. 별로 인기는 없지만.” “흐응 굉장하다. 엄마는? 혹시 만화가 아냐?” “아, 엄마는 안 계셔. 내가 10살 때 돌아가셨거든. 아, 근데 우리 엄마는 글을 썼었어! 취미긴 하지만. 그리고 요리하는 것도 엄청 좋아했어. 먹는 거랑! 너네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나도 없어. 얼굴도 기억 안 나.” (38쪽)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어버이가 처음 베푼 사랑으로 새 목숨을 얻고, 어버이가 나누는 밥에 서린 사랑을 먹으며 숨결을 잇습니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고 달리며 노래하는 보금자리에서 사랑을 느낍니다. 아이들은 더 많은 놀잇감이나 더 많은 책이나 더 커다란 놀이터가 아닌, 살가운 사랑이 얼크러진 이야기와 흙과 햇살이 있을 때에 예쁘게 자라요.

 아이들이 예쁘게 자랄 만한 마을이라면 어른들도 예쁘게 어깨동무할 만한 마을입니다. 아이들이 푸석푸석한 얼굴로 겉모습 가꾸기에 사로잡히는 곳에서는 어른들도 푸석푸석한 얼굴로 겉치레 꾸미기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니까, 어른들부터 스스로 겉껍데기를 뒤집어쓰는 곳에서 아이들한테 겉껍데기에 휘둘리는 삶을 베푸는 셈입니다.

 사랑이 사랑을 낳고, 사랑이 사랑을 부릅니다. 사랑이 없었기에 사랑을 모른다지만, 사랑을 받지 못하면서 사랑을 나눌 줄 모르고 맙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사랑을 찾아요. 내 마음은 늘 사랑을 좇아 움직입니다.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살았다면, 이 좋은 사랑을 스스럼없이 나누는 나날을 누리고,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지냈다면, 이 애틋한 사랑을 일구고 싶은 길을 걷습니다.


- “거짓말하는 사람이라도 겉모습만 좋으면 사랑받는군!” (21쪽)
- 마음 깊이 박혀 한편으로는 꿈처럼 덧없고 한편으로는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 같은 추억이었는데. 코우키한테는 그게 잊어버릴 수 있는 일이었나 봐. (86쪽)
- “그런 특별한 일을 잊을 리가 없잖아.” 꿈처럼 사라져버릴 것 같았던 그날들이 또렷하게 선명한 색으로 되살아난다. 내가 가슴에 소중히 품은 보물을 코우키도 소중히 여기고 있었던 거야. (92∼94쪽)


 마키 우사미 님 만화책 《사랑 소리》(대원씨아이,2009) 1권을 읽습니다. ‘중3’에서 ‘고1’로 들어서는 아이 ‘이치고’는 사랑을 꿈꿉니다. 사랑을 할 때에 가슴에서 어떤 소리가 날까 궁금해 하며 기다립니다. 열여섯 살 아이는 열여섯 살 아이대로 사랑을 꿈꿉니다. 이제껏 제 어버이와 둘레 사람들한테서 받으며 나눈 사랑에서 거듭나는, 새로 태어나는, 찬찬히 열매를 맺을, 이 아이 모든 꿈과 삶을 녹여내는 사랑을 꿈꿉니다.

 사랑을 꿈꾸기에 사랑이 태어날 수 있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힘차고 맑은 소리를 기다리기에 힘차고 맑은 사랑이 태어날 수 있어요.

 열여섯 살 이치고네 어머니와 아버지도 이치고와 같은 나이일 때에, 또 이치고처럼 차근차근 푸른 넋을 빛낼 때에, 사랑을 간직하면서 따사로이 품에 안았겠지요. 좋은 사랑을 받고 좋은 사랑을 나누면서 한 살 두 살 맞아들였겠지요. 빛나는 다섯 살, 열 살, 열다섯 살, 스무 살, 스물다섯 살을 거쳤겠지요. 마흔 살에는 마흔 살대로 빛나고 예순 살에는 예순 살대로 빛날 수 있겠지요. 가슴이 뛰는 삶을 사랑하면서 하루하루 고마이 맞아들였겠지요.


- “오길 바랐던 걸까? 응. 오길 바랐어. 코우키랑 같이 별똥별 보고 싶었으니까.” (32∼33쪽)
- 내게 보여준 그 다정함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건 믿어. (134쪽)
- 온몸을 내달리는 심장소리. 아아, 이건, 사랑의 소리구나. (138∼139쪽)


 어린 나날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사랑하고는 동떨어진 곳에서 자라야 했다면, 살아야 했다면, 억눌려야 했다면, 시달려야 했다면, 이때에는 어떤 사랑이 숨쉴 수 있으려나요. 사랑이 빛나지 못하고 어두운 그늘이어야 했으면, 이녁은 눈부신 열여섯 나이에 어떤 나날을 보내야 하는가요.

 오늘날 이 나라 푸름이 삶을 생각합니다. 오늘날 이 나라 푸름이들, 열다섯 열여섯 일일곱 푸름이들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헤아려 봅니다. 살을 섞는 놀이가 아닌, 사랑을 하는 삶을 꽃피우는 이 나라 푸름이가 얼마나 될는지 곱씹어 봅니다.

 아니, 푸름이에 앞서, 이 나라 어른들부터 살을 섞는 놀이가 아닌, 사랑을 하는 삶을 꽃피우는 분이 얼마나 될까 가누어 봅니다.

 사랑할 줄 모르는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똑같은 굴레를 씌우지는 않나요. 사랑과 동떨어진 채 살섞기만 하는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똑같은 쳇바퀴를 물려주지 않나요.


- “넌 나에 대해 모르잖아. 여름에 잠깐 만났던 거 빼고. 네가 나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어? 나다운 게 뭐지?” (120∼121쪽)
- 코우키, 그런 미소를 보고 어떻게 혼자 두고 가란 거야? (165쪽)
- “좋아하니까. 좋아하니까 걱정하는 거야!” (174쪽)
- 안아 주고 싶어. 이렇게 가늘게 떨고 있는 널, 내 모든 걸로. (183쪽)


 사랑할 수 있는 삶이라면 시험성적이야 대수롭지 않습니다. 사랑할 수 없는 삶이라면 이름난 대학교에 척척 붙는들 부질없습니다. 사랑할 수 있는 삶이라면 고등학교만 마치든 중학교만 마치든 즐겁습니다. 사랑할 수 없는 삶이라면 공무원시험에 붙든 사법고시에 붙든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사랑할 수 있는 삶이라면 흙을 어루만지며 누리는 나날이 참으로 즐겁습니다. 사랑할 수 없는 삶이라면 대통령이 된들 국회의원이 된들 시장이나 군수가 된들 덧없습니다.

 좋아하면 돼요. 걱정하면 돼요. 마음을 기울이면 돼요. 가만히 바라보며 포근히 감싸면 돼요. 아끼는 넋으로 곱게 사랑하면 아름답습니다. (4344.11.6.해.ㅎㄲㅅㄱ)


― 사랑 소리 1 (마키 우사미 글·그림,서수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9.3.1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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