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사 글쓰기

 


 이웃과 동무가 손전화 쪽글로 새해인사를 띄운다. 나는 어느 누구한테도 먼저 새해인사를 띄우지 못했다. 아니, 새해라고 느낄 겨를이 없이 새해를 맞이했다. 내 어버이한테도 옆지기 어버이한테도 전화를 걸지 못했다. 이곳저곳 인사할 어른이 있으나 아무한테도 인사를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마을 어른한테조차 인사를 다니지 못하고, 오늘은 아침과 낮에 서너 시간 즈음 자리에 드러누워 보냈다.

 

 날마다 어김없이 맞이하는 삶이라고 여기기에 딱히 새해 첫날이든 태어난 날이든 무슨무슨 날이든 더 기리거나 헤아리지 않으며 살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퍽 어린 나날부터 나 태어난 날이든 무슨무슨 날이든 그닥 기리거나 헤아리지 않았다고 느낀다.

 

 내 어버이 두 분부터 무슨무슨 날이라 해서 옳게 기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명절이나 제사가 닥치면 여러 날 설밥이며 한가위밥이며 제사밥이며 장만하느라 허리가 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고 심부름을 했기 때문일까.

 

 살아가는 즐거움이나 보람 하나를 오래도록 놓거나 놓친 채 한 해 두 해 보내며 서른여덟을 맞이했는지 모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들한테 살아가는 즐거움이나 보람을 옳게 물려주지 못하는지 모른다. 아버지 몸이 고단하다는 빌미를 들어, 이 아이들이 조금 더 넓거나 깊게 이웃과 동무를 사귀면서 인사하는 매무새를 들이도록 이끌지 못한다 할 수 있다.

 

 새해인사를 하자면 몸부터 튼튼하고 씩씩해야 하는구나. 새해인사를 하자면 하루하루 새롭게 되새기며 고마이 여길 줄 알아야 하는구나. 새해인사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날마다 기쁜 빛과 사랑을 한가득 누리는 사람이구나. (4345.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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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05 03:24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바람입니다.
된장님 글 보다보면, 너무 짜안할 때가 많단 말이예요.
제발 건강하시고,,, 손빨래도 좋지만, 너무 고되어 보이신단 말이예요.
그러니 털털이 세탁기라도 좀 장만하셔요.
문풍지랑 창호지 붙이다 몸살나시고, 지난번에는 집보러 다니시고 몸살나시고. ㅠㅠ

저두 걱정하는데, 옆지기님과 어린 딸은 얼마나 앞으로 걱정하시겠어요!
새해에는 된장님 가족 모두 슈퍼맨처럼 튼튼하시기 바랍니다. ^^

파란놀 2012-01-05 08:22   좋아요 0 | URL
튼튼하고 씩씩하며 즐거이 잘 살아야지요.
ㅜ.ㅡ

고맙습니다~~
 
너에게 닿기를 3
시이나 카루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앞으로 빛날 나날
 [만화책 즐겨읽기 93] 시이나 카루호, 《너에게 닿기를 (3)》

 


 아이들은 앞으로 빛날 목숨이겠지요. 나 또한 어린 나날을 보낼 때에 내 어버이가 나를 바라보며 앞으로 빛날 목숨으로 여겨 곱게 보살피셨기에 두 아이를 함께 낳아 살아갈 수 있겠지요.

 

 아이들은 틀림없이 앞으로 빛날 목숨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앞으로뿐 아니라 바로 오늘도 빛나는 목숨입니다. 오늘은 오늘대로 빛나면서 앞으로 새롭게 빛날 목숨이에요.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른은 한창 빛나는 목숨입니다. 그리고, 한 살 열 살 나이를 먹어 늙은 몸이 될 때에는, 이처럼 늙은 몸뚱이가 되면서 빛나는 목숨이에요. 어느 누구도 섣불리 겪거나 누릴 수 없는 늙은 빛줄기를 뽐내는 목숨이 돼요.


- “난 형제가 없는데, 부럽다.” “넌, 그 말이 걸려?” ‘웃음소리. 복닥복닥한 방. 너무 좋아하는 친구들. 내가, 같이 있어도 되는 거지?’ (14∼15쪽)
- “모, 모두 같이 웃고 떠들고 엄청 재밌거든. 너도 있으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자전거 타고 날아갈게. 기다려!” (19쪽)


 아이들한테 어린 나날은 한 번뿐입니다. 푸름이한테 푸른 나날은 한 번뿐입니다. 젊은이한테 젊은 나날이란 한 번뿐입니다. 여기에, 나이든 사람들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이라는 나이 또한 한 번뿐이에요.

 

 열다섯 살 아름다운 나이가 되듯 스물다섯과 마흔다섯과 일흔다섯은 참으로 아름다운 오직 한 번 있는 나이입니다. 언제나 한 번 누릴 수 있는 나이요, 한 번 보내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날이에요.


- ‘내가 모르는 카제하야다. 어떤 중학생이었을까? 연습 많이 하는 연습벌레였을까?’ “한번 보고 싶다.” “아, 이제 곧 체육대회잖아! 아마 카제하야 소프트볼 경깅 나갈걸?” “아 맞다.” ‘그렇구나. 난, 앞으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야! 이제부턴. 모두와 사진을 찍어서 남기기도 하고 수많은 일을 함께할 수 있어!’ (21∼22쪽)
- “오늘 정말 재밌었어.” “그래, 재밌었어.” “앞으로도 이런 날은 아주아주 많을 거야!” “응!” ‘친구들과 함께한 토요일 밤은 내 자신이 거기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러면서도 편안하고 모두가 함께 웃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37∼38쪽)


 나는 언제부터 내 나이를 느꼈는지 잘 모릅니다. 아주 어린 나날부터 내 나이를 생각하며 살았는지, 나이를 제법 먹은 뒤 내 나이를 곱씹었는지 잘 모릅니다.

 

 그저 내가 떠올리기로는, 퍽 어리던 국민학생 때에도 ‘내 올해는 오직 한 번’이라고 여겼어요. 아쉬울 일을 남기지 말자고 여겼어요. 마음껏 놀고 신나게 뛰며 즐거이 어울렸어요.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요. 어디에서 읽었을까요. 집에서 보던 텔레비전으로 듣고 알았을까요.

 

 아마 나는 무척 신나게 뛰노는 한편 홀로 고요히 생각에 잠기던 때도 꽤 있었으리라 느낍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건 학교로 가는 길이건 으레 혼자서 걸었어요. 우리 동네에는 우리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참 많았으나 다들 두 정류장 길을 버스 타며 다녔어요. 나는 두 정류장 길을 비가 오건 눈이 오건 덥건 춥건 그냥 걸었어요. 날씨를 느끼고 철을 받아들이면서 걸었어요.

 

 안개 낀 날은 안개가 끼어 좋습니다. 바람이 몰아치는 날은 바람이 몰아쳐서 좋아요. 햇볕 쨍쨍 쬐는 날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니 좋아요.

 

 거의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혼자 걸으며 내 하루를 돌아봅니다. 거의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 길을 홀로 거닐며 내 오늘을 되새깁니다. 집이나 학교나 동네에서는 개구쟁이 노릇이지만, 이렇게 하루에 두 차례 혼자 보내는 겨를을 누리면서 내 나이 내 삶 내 길 내 앞날 내 꿈 내 사랑을 돌아볼 수 있었구나 싶어요.


- ‘긴장했다! 방금 진짜로 긴장했었어! 그나저나 요즘 계속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 (111쪽)
- ‘쿠루미가 너무 예뻐서 부러웠고, 그래서 나도 예뻐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120쪽)


 나는 중학생이던 나날 세 해를 거의 떠올리지 못합니다. 나는 중학생이던 나날을 내 머리와 마음에서 지우기로 생각하며 세 해를 보냈습니다. 너무 끔찍하고 모질며 슬픈 나이가 중학생이라고 느껴, 이러한 곳에서 세 해를 썩힌다는 일이 괴롭고 아팠습니다. 열넷 열다섯 열여섯이라는 나이라지만, 나한테 열넷도 열다섯도 열여섯도 거의 어떠한 일도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드문드문 떠올리는 일은 있으나, 나한테 중학생은 ‘예비 입시 고등학생’으로 이름표가 붙는 나이였어요. 내 둘레 어디에서도 예쁜 열네 살이라든지 어여쁜 열다섯 살이라든지 아름다운 열여섯 살이라고 이야기해 주지 않았어요.

 

 상업잡지라 하지만, 《하이틴》이라든지 《주니어》라든지 하는 잡지에서 열넷∼열여섯을 살짝살짝 곱다시 보여주곤 했어요. 김수정 님이 빚은 만화 《홍실이》나 《자투리반의 덧니들》이나 《소금자 블루스》나 《오달자의 봄》에서 겨우겨우 빛나는 푸른 이야기를 살필 수 있었어요.

 

 우리 집 두 아이가 열네 살이 되면, 열다섯 살을 보내면, 열여섯 살을 맞이하면, 이때에도 우리 아이들은 아무런 빛도 꿈도 사랑도 이야기도 실타래도 이루지 못하면서 제 푸른 나날을 잊으려 해야 할까요. 우리 아이들 또래 동무들은 중학교라는 데에서 무슨 빛을 볼 수 있고 무슨 빛을 누릴 수 있으며 무슨 빛을 펼칠 수 있나요.


- ‘그렇구나. 카제하야도 긴장을 하는구나. 카제하야도 똑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나 봐.’ (162∼163쪽)
- ‘카제하야한테 특별한 사람이 생긴다고? 그걸 내가 돕는 거야?’ “윽, 미안해. 아무래도 난 안 될 것 같아! 나한텐 도저히 무리야!” (176∼180쪽)


 시이나 카루호 님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대원씨아이,2007) 3권을 읽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아니 바로 오늘까지도 빛날 일이 없던 아이들이라 하지만, 이제부터 예쁘게 빛나면 되는 나날이라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그래요. 중학교를 다니며 빛을 보지 못했다면, 중학교를 마치면서 빛을 보면 돼요. 고등학교를 마치는 때까지 또 빛을 못 보고 만다면, 고등학교를 마치면서 빛을 보면 돼요. 대학교에 간다든지 회사살이를 해야 한다든지, 또 뭐를 해야 한다면서 빛을 보기 힘들다면, 이러저러한 굴레와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나서 빛을 보면 되겠지요.

 

 앞으로 빛날 삶이니까요. 가만히 보면, 이제까지 곱게 빛나는 삶이었으나 둘레에서 어느 누구도 이 빛을 느끼거나 깨닫거나 아끼지 못했을 뿐이니까요. 맑게 빛나는 푸른 꿈이지만, 이토록 빛나는 푸른 꿈을 둘레에서 감추거나 숨기거나 가린 나머지, 나 스스로 못 느끼거나 못 깨달았을 뿐이니까요.

 

 아이들은 누구나 예쁘기 때문에, 아이들이 빚는 사랑은 예쁩니다. 어른이 된 사람도 누구나 예쁘니, 어른이 된 사람들이 이루려는 사랑 또한 예쁩니다. 예쁘지 않은 사람이 있던가요. 예쁘지 않은 꽃이나 예쁘지 않은 나무나 예쁘지 않은 풀이나 예쁘지 않은 햇살이 있던가요. (4345.1.2.달.ㅎㄲㅅㄱ)


― 너에게 닿기를 3 (시이나 카루호 글·그림,서수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7.11.1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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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이 쓰는 글

 


 혼자 살아가는 때에는 혼자서 생각하고 밥먹으며 쓰는 글입니다. 둘이 살아가는 때에는 둘이서 생각하고 빨래하며 쓰는 글입니다. 셋이 살아가는 때에는 셋이서 생각하고 마실하며 쓰는 글입니다. 넷이 살아가는 때에는 넷이서 생각하고 복닥이며 쓰는 글입니다.

 

 네 사람은 서로 한식구이지만 서로 다른 목숨입니다. 네 사람은 함께 한 집에서 지내지만 서로 다른 몸과 마음으로 움직이며 집일을 건사합니다. 네 사람은 네 가지 빛깔로 무지개를 그립니다. 네 사람은 네 가지 꽃을 피우고 네 가지 열매를 맺습니다.

 

 넷이 쓰는 글은 넷이 일구는 삶입니다. 넷이 읽는 글은 넷이 사랑하는 삶입니다. 넷은 서로서로 안고 부빕니다. 넷은 서로한테 안기고 새근새근 잠듭니다. 넷은 서로 어깨를 기대고 서로 손을 내밀며 서로 눈을 맞춥니다. 좋은 날을 맞이하면 좋은 생각을 빛냅니다. 좋지 못한 날을 맞이하면 좋은 생각으로 잘 타이릅니다.

 

 두 살, 다섯 살, 서른세 살, 서른여덟 살, 이렇게 네 사람은 새해 첫날을 엽니다. 아침 일찍 똥을 두 차례 푸지게 눈 두 살 아기는 서른여덟 살 아버지가 씻기고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넙니다. 다섯 살 아이랑 서른여덟 살 아버지는 감 여덟 알을 썰어서 먹습니다. 두 살 아이는 서른세 살 어머니 품에서 젖을 물며 잠듭니다. (4345.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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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야 비로소 오리지널 판으로 내놓는다는 유리가면. 헉! 헉! 헉! 그러면 이제껏 내놓은 유리가면은 모두 오리지널 판이 아니라는 뜻. 하기는, 유리가면만이 아니라 다른 일본 번역 만화를 읽을 때면 옆이나 아래가 잘린 모습을 보았으니, 참 어처구니없다고 여겼다. 그나마, 유리가면은 오리지널 판으로 나온다니 고맙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해야 하지 않았을까. 만화가, 그림이, 사진이, 또 글이... 처음 빚은 사람들 꿈과 사랑 그대로 담아내는 결이 아니었으면, 그동안 얼마나 엉터리였다는 말인가. .. 다시 사야 마땅할 테지만 엄두 안 나는 유리가면... ㅠ.ㅜ 1권 하나만 사 놓을까? 된장 된장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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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1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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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0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유리가면의 오리지널 판을 내놓는데여?
이거 참 손가락이 근질거리는데, 몇권이려나... 아직 끝나지도 않은 작품을.

그나마 작가가 돌아와서, 생전에 완결시킬 결심이라니, 정말 그건 감사하더라구요.
1권만 사놓을까 에서, 저도 같은 고민으로 웃습니다. ㅋㅋㅋㅋㅋ

파란놀 2012-01-02 18:33   좋아요 0 | URL
저는 전질이 다 있는데 옛날 판이에요.
그래서 굳이 다시 안 사도 되기는 한데.
참... -_-;;;;;

분꽃 2012-01-0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올려 놓은 책이 오리지널 판이라는 건가요??

참... 종규님, 예쁜 아가들과 예쁜 아가엄마... 올해에도 더욱 건강하고 기쁜 일 가득하기를 바랄게요~ 꾸벅!!

파란놀 2012-01-03 20:56   좋아요 0 | URL

이제서야 원판이 그대로 나온다고 하네요... @.@

분꽃 님도 춘천에서 고운 새해 맞이하셔요~
 

 

 '-적' 없애야 말 된다
 (411) 철학적 1 : 철학적 차이

 

.. 좋게 말해서 철학적 차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의견 차이는 질병의 원인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책임 문제를 둘러싼 것이다 ..  《데브라 데이비스/김승욱 옮김-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에코리브르,2004) 17쪽

 

 “우리의 의견(意見) 차이(差異)”는 “우리 생각”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앞에서 “철학적 차이”라 하면서 ‘차이’라는 낱말이 나왔거든요. 또는, 이 글월을 통째로 손질해서 “좋게 말해서 철학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우리들은”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와 같이 글월을 통째로 손질할 때가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낱말 하나하나만 놓고 다듬기는 어렵습니다.

 

 “질병(疾病)의 원인(原因)에 대(對)한 지식”은 “질병이 왜 생기나 하는 지식”이나 “병이 생기는 까닭을 다루는 지식”으로 손질하고, “그 지식”은 “이 지식”으로 손질하며, “둘러싼 것이다”는 “둘러싼 데에서 비롯한다”나 “둘러싸고 부딪힌다”로 손질합니다. 앞 글월을 “우리 생각은”으로 다듬으면 뒷 글월은 “둘러싼 데에서 비롯한다”로 손질하고, 앞 글월을 “우리들은”으로 다듬으면 뒷 글월은 “둘러싸고 부딪힌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철학적(哲學的) : 철학에 기초를 두거나 철학에 관한
   - 철학적 사고 / 철학적인 문제 / 릴케의 시가 철학적으로 해석되는 이유
 철학(哲學)
  (1)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2)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
   -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활 철학을 가지고 살아간다

 

 철학적 차이라고 할 수 있는
→ 철학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 생각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 서로 다르게 볼 수 있다고 하는
 …

 

 철학이란 딱딱하거나 머리 아픈 학문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느끼고 헤아리며 살피는 마음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삶에 밑바탕을 두는 학문이요, 삶이 없는 철학은 헛생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거짓말이기 일쑤이고요. 그래서 이런 철학을 가리키거나 나타내는 말은 알맞게 가다듬어야 우리 생각과 삶을 알뜰하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어설피 말장난을 한다든지, 얄궂게 말자랑을 한다든지, 어리석게 말재주를 부린다고 해서 철학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철학’이라는 낱말에 ‘-적’을 붙인다고 해서 뜻이나 느낌이 한결 깊어지지 않습니다. 더욱 ‘학문을 잘 다룬다’는 깊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철학적 차이”라고 했을 때는 먼저 ‘철학이라는 학문’이 다르거나 ‘이 학문을 바라보고 느끼고 아는 테두리’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앞엣것이라면 “철학이 다르다”로 풀면 됩니다. 뒤엣것이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나 “생각이 다르다”로 풀면 됩니다. 아니, 처음부터 이와 같이 풀어서 쉽게 써야 할 노릇 아니랴 싶습니다. 처음부터 ‘철학 + 적’ 같은 말투로 우리 넋과 얼을 나타내려고 할 까닭이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철학적 사고
→ 철학에 바탕을 둔 생각 / 깊은 생각
 철학적인 문제
→ 철학 문제 / 바라보는 문제 /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문제
 철학적으로 해석되는 이유
→ 철학으로 풀이되는 까닭 / 깊이있게 읽히는 까닭
 …

 

 ‘철학’이라는 낱말을 써야 하는 자리라 한다면 이 낱말을 써야 합니다. ‘사상’이든 ‘종교’이든 ‘학문’이든, 이 같은 낱말을 알맞고 올바르게 써야 합니다.

 

 구태여 쓸 까닭이 없는 자리에는 쓰지 않아야 합니다. 구태여 쓸 까닭이 없는데 ‘-적’붙이 말투를 자꾸 쓰고 있다면, 나 스스로 사람들 앞에서 내 지식을 으스대거나 자랑하려는 얕은 매무새가 아닌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생각이 어떠한가를 제대로 모르거나 놓치면서 껍데기만 잔뜩 들씌우지 않나 하고 곰곰이 살펴야지 싶습니다.

 

 좋게 말해서 생각이 다르다 할 수 있는 우리는
 좋게 말해서 생각이 다른 우리는
 좋게 말해서 서로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고 할 만한 우리는
 좋게 말해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간다고 할 만한 우리는
 …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 생각을 하면서 번역을 해야 합니다.

 

 이 보기글을 다시금 헤아려 봅니다. 이 글을 우리 말로 옮긴 분은 맨 처음 영어로 글을 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어찌어찌 짜맞추어 한글로 옮겼으나, 무엇을 말하려는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둘 또는 여러 사람이 “생각이 다르다”고 하는데, 왜 생각이 다른가 하는 문제는 두 가지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이를 옳게 풀어내지 못합니다.

 

 통째로 손질해서 다시 적어 봅니다. “좋게 말해서 우리는 생각이 서로 다른데, 하나는 병이 왜 생기느냐 하는 생각이 다르고, 이 병이 생기는 까닭을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다르다.” 또는, “좋게 말해서 생각이 다른 우리는, 병이 왜 생기는가를 다르게 생각하고, 이에 따라 병을 고치거나 병을 일으킨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 또한 다르게 생각한다.”

 

 수백 쪽에 이르는 책에서 이 글월 하나만 어줍잖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글월 하나를 손질해 본다 한들 다른 글월이라고 더 낫거나 좋지 않으니 답답하고 까마득합니다. 아쉬우나마 다문 한 줄이라도 우리 글답게 가다듬으면서 읽고 싶을 뿐입니다. (4339.1.15.해./4343.1.29.쇠./4345.1.2.달.ㅎㄲㅅㄱ)

 


 '-적' 없애야 말 된다
 (1085) 철학적 2 : 철학적인 성격

 

.. 나의 사진에는 사회성이 담겨 있으며 철학적인 성격도 들어 있다 ..  《최민식-사진이란 무엇인가》(현문서가,2005) 114쪽

 

 “나의 사진에는”은 “내 사진에는”이나 “내가 찍은 사진에는”으로 고칩니다. “사회성(社會性)이 담겨”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우리 삶터 이야기가 담겨”로 손볼 수 있고, “담겨 있으며”는 “담겼으며”로 손보며, “들어 있다”는 “들었다”로 손봅니다.

 

 철학적인 성격도 들어 있다
→ 내 철학도 들었다
→ 내 생각도 있다
→ 내 마음도 담았다
→ 내 생각도 깊이 담았다
→ 내 온갖 마음도 들었다
 …

 

 사진에 담긴 ‘철학’ 하나 놓고, 사진에 담긴 ‘생각’을 하나 놓아 봅니다. 온누리를 보는 눈, 온누리를 헤아리는 눈길, 온누리를 보듬는 눈썰미는 ‘철학’이라는 낱말로 가리킬 때 알맞을까요, ‘생각’이라는 낱말로 가리켜도 넉넉한가요.

 

 내 사진에는 우리 사회 모습이 담겼으며, 깊은 생각도 들었다
 내 사진에는 우리 삶터 이야기와 온누리를 보는 눈길도 담긴다
 내 사진에는 우리 삶터 이야기를 담고 세상을 보는 눈도 담는다
 …

 

 ‘사회’라는 낱말을 쓰듯 ‘철학’이라는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낱말을 잘 다독이면서 올바르게 쓰면 됩니다. 여기에, ‘삶터’라는 낱말을 생각하고 ‘눈길’이라는 낱말을 돌아보는 한편 ‘생각’이라는 낱말을 곱씹으면서 하나하나 추스를 수 있습니다. 쓰는 사람 나름입니다. 쓰기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 힘으로 우리 사진밭뿐 아니라 우리 말글밭을 더 알차게 일굴 수 있습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 사진밭과 말글밭을 기름지게 가꿀 수 있습니다. 우리 슬기로 우리 사진밭이며 말글밭을 한결 아름답고 싱그러이 돌볼 수 있습니다. (4341.3.18.불./4343.1.29.쇠./4345.1.2.달.ㅎㄲㅅㄱ)

 


 '-적' 없애야 말 된다
 (1557) 철학적 3 : 철학적 분석

 

.. 바로 그 신문편집의 숨은 권력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 이 책의 주제이다 ..  《손석춘-신문편집의 철학》(풀빛,1994) 7쪽

 

 “신문편집의 숨은 권력에 대(對)한”은 “신문편집에 숨은 권력을”이나 “신문편집에 숨은 권력이 무엇인가를”로 손질합니다. “이 책의 주제(主題)이다”는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이다”나 “이 책에서 다룬다”로 손봅니다.

 

 숨은 권력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
→ 숨은 권력을 철학으로 분석하기가
→ 숨은 권력을 깊이 살펴보기가
→ 숨은 힘을 차근차근 파헤치기가
 …

 

 사람들은 어느새 이 보기글 같은 글투에 익숙해집니다. 아니, 오늘날 거의 모든 지식인은 이 글투로 글을 쓰고 이대로 말을 합니다. 요즈음 이러한 글투나 말투를 놓고 얄궂다고 느끼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신문편집에 숨은 권력을 깊이 살피고자 이 책을 쓴다
 바로 이 같은 신문편집에 숨은 힘을 차근차근 파헤치고자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신문편집에 숨은 힘을 낱낱이 살펴본다
 이 책은 바로 이 같은 신문편집에 숨은 힘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

 

 한국사람이라면 한국사람다이 나눌 말투를 찾아서 내 이야기를 내 이웃한테 내 사랑을 펼치면서 나누어야지 싶습니다. 누구한테 떠넘기거나 모르는 척 지나칠 일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내 터전을 즐겁고 튼튼하며 곱게 여미고픈 꿈을 키우려 한다면, 차근차근 살피고 깊이있게 돌아보며 알차게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좋은 넋을 좋은 말에 담아 좋은 뜻을 이루는 좋은 땀이 되도록 애쓰면 고맙겠습니다. (4343.1.29.쇠./4345.1.2.달.ㅎㄲㅅㄱ)

 


 '-적' 없애야 말 된다
 (1639) 철학적 4 : 철학적인 메시지

 

.. 캐릭터를 잘 살린 ‘원숭이’ 시리즈는 귀엽고 재치 있는 이야기로 재미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  《이토우 히로시/김난주 옮김-원숭이 동생》(비룡소,2003) 2쪽

 

 ‘캐릭터(character)’나 ‘시리즈(series)’나 ‘메시지(message)’는 이제 영어라 할 수 없는지 모릅니다. 그저 한국말로 삼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저, 이 글월이 실린 자리를 헤아린다면, “그림을 잘 살린 원숭이 그림책은 …… 생각까지 담는다”쯤으로 적어도 넉넉했으리라 봅니다.

 

 “재치(才致) 있는 이야기”는 “번뜩이는 이야기”나 “톡톡 튀는 이야기”로 다듬어 봅니다. “담고 있다”는 “담았다”나 “담는다”로 손봅니다.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 깊은 생각까지 담았다
→ 너른 생각주머니까지 담아냈다
→ 깊은 생각으로 이끈다
→ 깊이 생각하도록 돕는다

 

 보기글을 통째로 손질하면 어떨까 생각하며, “살가운 그림을 잘 살린 원숭이 이야기책은 귀엽고 재미나며, 깊이 생각하도록 이끈다”처럼 적어 봅니다. 아이들 읽는 책에 쓰는 말인 만큼, 캐릭터이니 시리즈이니 메시지이니 하는 영어뿐 아니라, 철학적이니 재치이니 하는 한자말도 살포시 내려놓으면 좋겠어요.

 

 살가이 말을 하고 손쉽게 글을 쓰면 좋겠어요. 따사로이 말을 하고 어여삐 글을 쓰면 좋겠어요. 생각을 조금 깊이 하면 되니까요. 생각을 차근차근 기울이면 되니까요. 생각을 넓히면 즐거워요. 생각을 담뿍 담으면 아름답습니다. (4345.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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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1-02 11:48   좋아요 0 | URL
아, 어려워요. 저도 글 쓸 때 이 표현이 나은가, 저 표현이 나은가, 또 이 낱말이 나은가, 저 낱말이 나은가 하고 고민하곤 하는데 어느 게 나은지 잘 모를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는 시간이 생겨요. ㅋ

된장님의 이 글은 글 쓰는 사람들 모두 읽어보면 좋겠어요.

파란놀 2012-01-02 18:33   좋아요 0 | URL
오래도록 생각하며 차근차근 가다듬으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