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1 - 개정완전판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박종윤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199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은 바보. 그러면 어떻게?
 [만화책 즐겨읽기 107] 후지코 F 후지오, 《도라에몽 (1)》

 


 전쟁이란 바보들이 벌이는 짓이라고 느낍니다. 전쟁을 벌이려고 군대를 키우고 사람들을 군인으로 끌어들이는 짓 또한 사람들을 아주 바보로 밀어붙이는 짓이라고 느낍니다.

 

 오늘날 온누리 곳곳에는 직업군인이 있습니다. 군인이 직업이 됩니다. 군인이란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사람 죽이는 재주를 익히면서 돈을 벌고 연금을 받아요.

 

 군대가 나라를 지킨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군대는 정치권력자가 사람들을 바보로 몰아세우면서 돈과 힘을 거머쥐도록 하는 방패막이 구실을 한다고 느낍니다. 이러면서 직업군인이 되려는 이들한테는 나라사랑이라는 사탕발림을 내놓습니다. 군대에 아이를 보낸 어버이한테도 나라사랑하는 셈이라고 외칩니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군대가 있을 때에 나라를 지키는 법은 없어요. 나라가 아닌 정치권력자와 경제권력자를 지킬 뿐이에요.


- “이젠 무서운 게 없을 거야.” “어느 쪽에 붙으면 되는 거야?” “적당히 해.” “정의로운 데를 도와야지.” “어느 쪽이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 전쟁이란 다 그런 거니까. 가까운 쪽 대장을 잡아서 상대편 대장한테 넘기면 전쟁은 끝나는 거야.” (106∼107쪽)


 나는 모든 직업이 거룩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사람들 마음이 거룩하다면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거룩할 수 있지만, 사람을 죽이는 재주를 가르치거나 배우거나 익숙해지거나 길드는 군인이란, 어떠한 마음이 되든 거룩할 수 없다고 느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무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또한 착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거룩할 수 없다고 느껴요. 무기를 새로 빚는 과학자나 기술자 또한 아무리 착하며 고운 마음씨로 이웃사랑을 나눈다 하더라도 거룩할 수 없다고 느껴요.

 

 부디 서로를 아끼는 일자리를 찾으면 좋겠어요. 제발 서로를 사랑하는 일터에서 살아가면 좋겠어요. 아무쪼록 서로 어깨동무하는 마을과 보금자리가 되도록 땀을 흘리면 좋겠어요.

 

 경제성장은 안 해도 돼요. 국토개발이나 사회발전은 없어도 돼요. 아니, 참다이 살아가며 살림을 북돋운다면 좋아요. 내 보금자리 깃드는 마을을 예쁘게 보듬으면서 사람들 누구나 흙·햇살·바람·물·푸나무·벌레·들짐승하고 사랑을 골고루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아요.


- “그런 거야 아무렴 어때. 나는 널 무서운 운명으로부터 구해 주려고 왔어.” “30분 후에 목을 매달고, 40분 후에 불에 달구어진다고?” “그 정도는 새발에 피야. 넌 나이가 들어 죽을 때까지 아주 재수가 없어.” “엑!!” “허풍 치지 마!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 아냐?” “난 알 수 있어.” (7쪽)


 언제인지 떠오르지 않는 나한테 아주 먼 어린 나날, 만화책 《도라에몽》을 읽으며 아주 즐거웠습니다. 전쟁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가끔가끔 말할 뿐 아니라, 동무들하고 다투거나 싸우는 일 또한 얼마나 덧없고 나쁜가를 틈틈이 말하는 《도라에몽》이 재미있었습니다.

 

 진구를 들볶거나 괴롭히는 동무들을 곯리거나 앙갚음 해 주는 도라에몽이지만, 도라에몽은 어느 때이건 지나치는 법이 없어요. 진구만 바보스레 지나치게 나아갑니다. 진구는 도라에몽이 말리는 소리에 손사래치며 마구 나아가다가 그만 제풀에 걸려 넘어져요.

 

 도라에몽은 진구가 앞으로도 궂은 일만 겪으며 고단하게 살아가는 줄 미리 알고는 도우려고 머나먼 앞날에서 찾아왔는데, 진구는 도라에몽이 곁에 있든 없든 자꾸 바보스러운 쪽으로 가요. 사랑스레 받은 도움을 알뜰히 누리면서 동무들과 더 사이좋게 나아가는 길에서 자꾸 엇갈립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란 이렇게 금세 잊거나 함부로 내달리는지 몰라요. 그러나, 아이들 스스로 금세 잊거나 함부로 내달린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가장 가까운 어른인 어버이와 마을 어른이랑 동무들하고 복닥이면서 하나둘 스며들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북돋우기도 하지만, 둘레를 돌아보면서 따르거나 젖어들기도 해요.


- “와앗, 깨졌다! 선생님 꽃병인데 우짤래? 우짤꼬!” “용서 빌 거야.” “혼날 텐데. 저녁때까지 손 들고 있으라고 할걸. 그러다 선생님은 깜박 잊고, 널 세워 둔 채 집에 가실 거야.” (43쪽)
- “위험하잖아! 길에서 축구를 하다니. 미안하다고 사과해!” “내가 차긴 했지만 공 주인은 너잖아.” “축구 하자고 말 꺼낸 건 너야.” “나, 난, 학교 운동장에서 하자고, 그랬는데, 퉁퉁이가 괜찮으니까 길에서 하자고 해서.” “야야, 잠깐, 잠깐, 중요한 건 말야, 진구가 공을 잘 피했으면 됐잖아.” “맞아, 나라면 피했을 거야.” “나야말로 잽싸게 피했지롱.” “난, 되받아 찼을 거야.” “딴생각 하면서 걸으니까 그렇지.” “맞는 녀석이 한심해.” (83∼84쪽)


 진구는 나쁜 아이가 아닙니다. 진구를 괴롭히는 동무도 나쁜 아이가 아닙니다. 모두 착한 아이요, 착한 삶을 사랑할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무리지어 놀며 자꾸자꾸 ‘무리지은 몹쓸 큰힘’을 부리려 해요. 혼자서는 아무것 아니면서 무리지을 때마다 작고 여린 동무를 못살게 굴곤 해요.

 

 서로 거짓말을 안 하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서로 참말을 나눈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서로 도우면서 따사로운 손길이랑 눈길을 나누면 얼마나 고울까요. 서로 기대고 토닥이면서 예쁘게 얼싸안으면 얼마나 신날까요.


- “뭐하러 이렇게 케케묵은 걸 잔뜩 모았냐?” “우하하하, 네가 알 리가 없지. 이런 고급스런 취미를. 우리 집처럼 말야, 자동차나 에어콘, 전자레인지 같은, 편리한 것이 다 갖춰져 있으면, 오래된 것이 무지 그리워지는 법이지! 진구, 너희는 오래된 것 없지?” “있어. 우리 집 텔레비전은 10년이나 됐다구!” (68쪽)
- “우리 조상님은 어떤 분이셨어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산속에서 사냥을 하셨다지. 새나 들짐승을 잡아서 근근히 살아온 모양이야.”“시시해!” (98쪽)


 전쟁은 바보짓이에요. 전쟁은 몹쓸 짓으로 첫손 꼽을 만해요. 전쟁을 생각하거나 전쟁무기를 만들거나 전쟁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사랑을 꽃피우지 못해요.

 

 사랑은 착한 삶이에요. 사랑은 아름다운 일 가운데 첫손 꼽을 만해요. 사랑을 생각하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사랑하는 마음씨로 일을 하고 놀이를 나눈다면 나와 이웃과 동무 모두 빛나는 하루를 누릴 수 있어요.

 

 만화책 《도라에몽》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요. 머나먼 앞날에서 진구를 도우려고 찾아온 도라에몽은 그저 ‘진구가 어려울 때에 앞장서서 나서는 로봇’은 아니에요. 진구가 앞으로 겪을 수많은 어려움과 힘겨움과 가시밭길을 어떠한 넋과 얼과 꿈과 사랑으로 맞아들이면서 씩씩하고 튼튼하게 살아가야 좋은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길동무예요.


- “천만에! 이 연필만 있으면 땡이라구! 도라에몽, 너도 데려갈게.” “흥.” “저 눈. 경멸하는 듯한 눈초리. 더러운 것이라도 보는 듯한. 쳇, 알게 뭐람! 내일은 기필코 쓰고 말 거야!” (137쪽)
- “남들도 하는데 너라고 못하겠냐! 상처투성이, 멍투성이가 되도록 연습하는 거야!” “도라에몽은 너무해.” …… “뭐야, 이렇게 간단한데. 지금까지는 왜 못했을까?” “그것 봐!” (190쪽)


 사랑을 말하는 동무가 반갑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동무가 고맙습니다. 사랑을 꽃피우며 열매맺으려고 땀을 흘리는 동무가 살갑습니다. 나는 옆지기랑 아이들이랑 좋은 사랑을 씨앗 한 알로 우리 보금자리에 심고 싶습니다. 예쁘게 자라고, 예쁘게 살며, 예쁘게 누리면서 한삶을 마무리짓고 싶습니다. (4345.1.11.물.ㅎㄲㅅㄱ)


― 도라에몽 1 (후지코 F 후지오 글·그림,박종윤 옮김,대원씨아이 펴냄,1995.8.30./3500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같은 책 다시 사서 간직하기

 


 어린이놀이 이야기를 펼치며, 손수 나무한 장작으로 불을 때면서 살림을 함께 꾸리는 경상북도 안동 시골마을 편해문 님이 있습니다. 편해문 님은 지지난해부터인가 사진달력을 내놓습니다. 나는 지지난해부터 편해문 님이 내놓는 사진달력을 하나씩 장만하는데, 편해문 님은 사진쟁이가 아니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편해문 님은 어린이놀이 이야기를 다루는 일을 하니, 어린이들 놀거나 어울리는 모습을 아주 보드라이 사진으로 찍습니다.

 

 옆지기랑 딸아이랑 셋이 나라밖 마실도 다니는 편해문 님이 내놓은 사진책은 《소꿉》(고래가그랬어,2009). 나는 이 사진책을 읽으면서 편해문 님이 한국 어린이를 담은 사진책도 언젠가 내놓아 주면 하고 바랍니다. 그러나, 한국 어린이놀이를 사진으로 담든, 나라밖 어린이놀이를 사진으로 담든, 똑같이 어린이를 사랑하는 넋을 담고, 놀이를 아끼는 꿈을 실어요.

 

 애써 인도나 네팔이나 티벳이나 중동까지 찾아가야 하지 않아요. 굳이 한국땅 시골 곳곳 누벼야 하지 않아요. 스스로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아이들 만나 가장 살가운 손길로 어깨동무할 수 있으면 즐거워요. 2009년 처음 나왔을 때에 곧바로 장만한 《소꿉》을 2012년에 한 권 더 장만합니다. 올해에 두 권째, 몇 해 뒤에 세 권째, 앞으로 몇 해 더 지나 네 권째를 장만하더라도 즐겁습니다. (4345.1.11.물.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얀 밤달 책읽기

 


 설날이 가까운 보름달을 올려다본다. 나도 옆지기도 밤달이 참 환하다고 느낀다. 밤달을 올려다보는 마당에 한동안 서서 가만히 하늘과 들판을 바라보았다. 손이 덜 가는 흙땅이 되고, 스스로 더 싱그러이 올라서는 풀과 나무들로 우거진 멧자락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으면서, 아직 이러한 자리가 못 된다면 나와 옆지기와 아이들이 이러한 마을로 집숲으로 나아가도록 애쓰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하면서 이러한 보금자리가 되도록 땀을 흘릴 수 있을까.

 

 북극별조차 하얀 밤달이 베푸는 빛살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토록 환하고 하얀 빛살이라니. 이토록 온누리를 맑고 환하게 비출 수 있다니.

 

 나는 얼마나 어두웠던가. 나는 얼마나 조그마했던가. 나는 얼마나 옹크리며 살았던가.

 

 몸을 얼른 추슬러야겠다. 마음을 얼른 다잡아야겠다. 삶을 사랑하는 꿈을 얼른 다스리면서 북돋아야겠다. (4345.1.11.물.ㅎㄲㅅㄱ)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2-01-11 09:19   좋아요 0 | URL
고운 단어들 속에 어떤 다짐도 엿보이기는 글이네요.
저도 어제 밤 산책 길에 달을 봤어요. 구름에 둘러싸여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분위기 있는 달의 모습이던데요.

파란놀 2012-01-11 16:56   좋아요 0 | URL
설날에 구름이 끼지 않으면,
또 큰보름에 구름이 끼지 않으면,
가장 밝은 흰달을 볼 수 있으리라 믿어요.

지난해에는 설날 달을 못 보았거든요 ㅠ.ㅜ

sslmo 2012-01-11 15:41   좋아요 0 | URL
전 어제 달이 너무 밝아...
누웠다 일어나 앉았다가 달밤에 체조를 했었다나 어쨌다나...
螢雪之功이란 고사성어의 주인공을 달로 바꿔야하는게 아닌가 뭐,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다는...

맨날 이쁘기만 한 글들을 봐서 그런가,
결의까지 느껴지니 새로운걸요~^^

저도 덕분에 희망 한자락 얻어갑니다, 감사~!

파란놀 2012-01-11 16:56   좋아요 0 | URL
힘들 때에 쓴 글이라 좀 그렇습니다 ^^;;;

2012-01-11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함께 아프고, 함께 살며
[시를 노래하는 시 10] 박경리,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책이름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글 : 박경리
- 펴낸곳 : 마로니에북스 (2008.6.22.)
- 책값 : 9000원

 


 배앓이로 스물네 시간 남짓 뒹굴었습니다. 이제 배는 엊그제처럼 당기거나 쑤시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말끔하지는 않아, 자주 쿡쿡 쑤십니다. 배앓이가 조금 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옆지기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이렇게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며 무얼 잘못 먹고 어떻게 잘못 움직여 속이 이토록 쓰리고 얹혔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옆지기 아버님은 갑자기 속이 얹혔을 때에 말이 나오지 않으나 성을 내면서라도 손가락을 따 달라고 하셨다는데, 나는 그저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엎드린 채 말도 못하고 끙끙거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또 이렇게 바보스레 몸앓이를 치르면서, 내 옆지기는 하루 한 해 온삶 어떤 몸으로 아픈 속을 달래며 지내는가를 생각합니다. 나는 고작 하루이틀쯤 배앓이로 꼼짝을 못하며 드러눕다가 모로 눕다가 엎드리다가 무릎 꿇고 엎드리다가를 되풀이할 뿐인데.

 

 저녁에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밀린 기저귀 열두 장을 빨고, 둘째를 먼저 씻긴 다음, 첫째를 씻깁니다. 아이들 옷가지를 차곡차곡 빨래합니다. 내 몸이 힘들다고 아이들 씻기기까지 못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막상 내 몸을 씻지 못하지만, 내 몸을 못 씻는 채 여러 날 보내더라도 아이들 씻기지 못하면 몸과 마음이 더 힘듭니다.


.. 억울할 것 하나도 없다 / 남보다 더 살았으니 당연하지 …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  (산다는 것)


 빨래기계 없이 살아가고 싶지만, 빨래기계를 들여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손수 빨래하는 삶이 나쁜 나날이 아니지만, 스스로 이 일 저 일 마음을 쓰거나 품을 들이며 몸이 지치고 만다면, 애써 손수 빨래하는 삶이 되더라도 즐겁거나 보람찰 수 없구나 싶습니다. 그래, 하느님은 나를 빨래하며 삶을 보내라고 낳지 않았겠지요. 돈벌이를 하라고 낳은 내 목숨이 아닐 테고, 이맛살 찡그리며 살라고 낳은 내 목숨이 아닐 테며, 바보스레 살라고 낳은 내 목숨이 아닐 테지요. 참답고 착하며 곱게 살아가라는 내 목숨일 텐데, 자꾸자꾸 이 셋을 놓치거나 잊거나 저버린다면, 내 목숨을 다시 이어 하루를 새로 살며 무슨 뜻이 있고 어떤 사랑을 키울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나는 왜 빨래기계 없이 살아가려 했을까요. 어느덧 이런 생각마저 잊은 채 살아가는 나날이 아니었는지요.


.. 그러나 어머니는 / 딸이라 섭섭해 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  (20쪽)


 배가 아프며 아이를 낳지 않은 몸이기에 아이들을 덜 사랑할 수는 없다고 느낍니다. 내 몸속에 아이를 담고 열 달을 살아내지 않았으니 아이들을 덜 사랑할 수는 없다고 느낍니다. 남자이든 여자이든 언제나 ‘아이가 될 씨앗’을 몸속에 담으며 살아가는 만큼, 오늘 하루 무얼 보고 무얼 들으며 무얼 하고 무얼 누리는가 하는 삶이 고스란히 내 씨앗에 스며드는구나 싶어요. 이러한 흐름과 씨앗과 삶을 느끼지 못할 때에는 내 몸부터 옳게 아끼지 못하고, 내 몸부터 옳게 아끼지 못하는데, 내 곁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을 옳게 아끼지 못하겠지요.

 

 그러니까, 이제까지 나는 내 몸속에 깃든 ‘아이가 될 씨앗’을 올바로 깨닫거나 느끼거나 알아채지 않았습니다.

 

 늦게까지 잠들지 않으려 하면서 더 놀겠다는 아이한테 윽박지르듯 어서 안 자고 뭐 하니, 하고 나무란대서 아이가 잠들지 않습니다. 너 몸이 힘들지 않니, 살살 달래고 품에 따스히 안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노래 들려줄 때에 시나브로 잠듭니다.

 

 내 몸이 숱한 일을 치르며 고단하기에 날선 말이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내 몸이 무거운 일을 짊어지며 힘겹기에 골 부리는 말이 새어나오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하루하루 즐거이 누릴 마음이 못 되니까, 자꾸 날서거나 골 부리는 말이 삐져나와요.

 

 무슨 꿈으로 기운을 내고 어떤 사랑으로 삶을 일구는가를 살피지 않는다면, 온통 부질없는 일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삶을 밝히고 어떤 마음으로 사랑을 함께하는가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그저 덧없는 하루하루입니다.


..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면서도, / 서억서억 톱을 움직이며 / 나무의 살갗이 찢기는 것을, 그럴 때도 여행을 했고 / 밭을 맬 때도 / 설거지를 할 때도 여행을 했다 ..  (여행)


 살고 싶은 모습을 그려야 합니다. 살고 싶은 모습을 그리며 살아야지요. 어찌저찌 되기를 빌면서 기다리거나 손을 놓는 삶이 아니라, 어떠한 그림으로 그리는 내 좋은 삶이 되도록 해야 할까를 되뇌며, 나 스스로 힘을 내야 합니다.

 

 이냥저냥 걷다가 뜻밖에 보배를 손에 쥐는 삶이란 없어요. 생각없이 살다가 난데없이 찾아오는 선물이란 없어요. 삶을 지어 삶을 누리고, 사랑을 지어 사랑을 누려요.

 

 나는 무슨 삶을 짓고 어떤 사랑을 짓는 나날인가 가만히 헤아립니다. 아무런 삶도 사랑도 안 지으면서 선물을 받으려 하는 나날이 아닌가 뉘우칩니다. 그야말로 번드레하게 말만 그럴듯하고, 막상 내 자리 내 터 내 사람들을 아끼는 일은 없이 수렁에서 헤매는 몸짓이 아니냐 싶어 부끄럽습니다.


..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 개미 쳇바퀴 돌 듯 /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  (바느질)


 소설쓰는 박경리 님이 남긴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마로니에북스,2008)를 읽습니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싯말을 읽으면서, 이 싯말은 하나하나 산문하고 같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싯말이라는 틀이지만, 따로 시를 쓰는 시가 아니라, 하나둘 털면서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을 갈무리하는구나 싶어요.

 

 할 까닭이 없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할 까닭이 있는 말을 합니다. 살아가며 나눌 사랑을 생각하고, 살아가며 누릴 보람을 생각하며, 살아가며 흘릴 땀방울을 생각합니다.


.. 다시 태어나면 /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 깊고 깊은 산골에서 / 농사짓고 살고 싶다 / 내 대답 // 돌아가는 길에 /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 왜 울었을까 ..  (일 잘하는 사내)


 아이들 옷가지를 중천장에 줄줄이 넌 방에 앉습니다. 동이 틀 무렵이면 이 옷가지와 기저귀는 다 마르겠지요. 빨래기계 장만하면서 내 일을 줄여 내가 고단하게 보내는 나날을 바꾸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는, 인터넷을 뒤져 빨래기계가 얼마나 하고 크기는 얼마만 한지 살핍니다. 읍내에 있는 대리점에 가서 물건을 보아야 할는지, 인터넷으로 장만해야 할는지 생각에 잠깁니다. 어차피 똑같은 물건일까 궁금하고, 통에 이불을 어느 만큼 넣을 만한가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만할까 궁금합니다. 빨래기계를 들이면 씻는 자리는 얼마나 좁아질까 헤아립니다.

 

 그러나 이보다 다른 한 가지 생각이 오래오래 떠돕니다. 배앓이를 하며 뒹구는 동안 나는 생각도 일도 무엇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오직 아플 뿐입니다.

 

 아픈 몸으로 스스로 손가락을 따지 못합니다. 아이들하고 어울려 놀지 못합니다. 갓난쟁이를 안아도 가슴이 답답합니다. 손발과 몸뚱이 모두 차가우니 물을 만지기 싫습니다. 빨래는커녕 설거지를 꿈꾸지 못합니다. 빗자루와 걸레를 들어 방과 마루를 쓸고 닦자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 꿈에서 깨면 /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  (어머니)


 내가 아플 때에 아픈 사람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면, 내 몸으로 찾아온 이 아픔이 가시고 난 뒤, 내 둘레 아픈 사람들 삶을 얼마만큼 헤아리거나 보듬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문득, 내 어린 나날 내 어머니는 몸이 아픈 적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머니는 몸이 아플 때에 어떻게 하루하루 살림을 일구었을까 궁금합니다.

 

 나는 어린 나날 얼마나 몸앓이를 했을까 되새깁니다. 우리 집 아이들 떠올리면서, 이 아이들이 몸앓이를 하면 나로서는 얼마나 힘이 들거나 벅찰는지 돌이킵니다. 씩씩하게 놀고 튼튼하게 밥먹는 아이들일 때에 얼마나 고마우며 사랑스러운가 하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아픈 사람한테 이거 하라 저거 하라 시킬 수 없어요. 아픈 사람이 무얼 바라는가를 묻고 들으면서 이것저것 차근차근 챙길 수 있어야 해요. 먼저 할 일을 살피고, 즐거이 함께 할 일을 찾아야 해요. 내 몸뚱이를 움직여 어느 일을 할 수 있는가 가늠하면서, 하루하루 알맞게 일거리를 잡아야 해요.


.. 각기 다르게, 그러나 모두 한길을 가는 / 목마른 삶의 모습을 / 생각하는 밤이 그 얼마인가 ..  (어머니의 사는 법)


 소설쓰는 박경리 님은 눈이 가물가물해지고 손아귀에 힘이 빠질 무렵 이 싯말을 내놓았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눈이 한결 밝고 손아귀로 호미를 힘껏 쥘 무렵에는 다른 싯말을 내놓고 다른 소설말을 들려주었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글 한 줄 쓰다가 가슴이 쑤셔 끄응 하고 웅크리는 모습을 헤아립니다. 호미질 한 번 하다가 가슴이 갑갑해 끄응 하고 옹크려 앓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골방에서 글줄 붙잡으면 가슴이 더 쑤실는지 모릅니다. 흙을 밟으며 쟁기질을 하면 가슴이 조금씩 뚫릴는지 모릅니다. 골방에 너는 빨래도 하루 지나면 마르겠지만, 햇살 내리쬐는 마당에 너는 빨래는 햇살과 바람과 풀내음을 머금으며 한결 보송보송 마릅니다.


.. 밥을 예쁘게 자시던 노인네는 / 장날이 되면 소금으로 양치질하고 / 얼굴은 수건으로 빡빡 닦고 / 얹은머리를 한 뒤 / 열다섯 새 고운 베옷으로 갈아입고 / 작은 지게를 진 머슴새끼 앞세우며 / 출타하는 뒷모습이 훤칠했다 ..  (친할머니)


 갓난쟁이는 어머니가 곁에 없으면 울음을 터뜨립니다. 아버지가 곁에서 살가이 안고 살뜰히 달래며 사랑스레 재우곤 했다면, 어머니가 곁에 없더라도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텐데 싶습니다. 포근하게 품에 안고, 넉넉하게 손을 잡으며, 싱그러이 눈을 마주치는 어버이 노릇을 얼마나 했나 하고 곱씹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바라고,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얼마나 살피는 내 하루일까요. 한 집에서 얼크러지는 살붙이들 몸과 마음을 어느 만큼 헤아리는 내 하루일까요.


.. 뙤약볕 아래 / 밭을 매는 아낙네는 / 밭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 온 밭을 끌어안고 토닥거린다 ..  (92쪽)


 삶이 사랑스레 있고서야 글 한 줄 태어납니다. 삶을 사랑스레 돌보고서야 글 한 줄 거듭납니다. 삶을 사랑스레 함께하는 옆지기와 아이들을 생각하고서야 글 한 줄 여밉니다.

 

 호미질을 하지 않으면서 호미질 이야기를 글로 담지 못합니다. 살붙이들 사랑하지 않으면서 살붙이들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엮지 못합니다. 그저 멀거니 구경하는 듯한 이야기만 끄집어낼 뿐입니다.

 

 내 삶이 구경하는 삶이 아니라면, 내 옆지기와 아이들을 옳게 좋아하며 예쁘게 어깨동무하고 싶은 삶이라면, 나는 오늘 다시 잠자리에 누울 때에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빌어야 할까요.


..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 목이 메이게 척박했던 시절 / 그래도 나누어 먹고 살았는데 ..  (까치설)


 소설쓰는 박경리 님 시집을 다 읽고 덮습니다. 박경리 님이 한 땀 두 땀 일구며 보낸 나날을 찬찬히 갈무리한 시집을 마저 읽고 덮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흙, 사랑하는 호미, 사랑하는 연필과 종이, 사랑하는 꿈과 마음과 별이 있으니, 이렇게 싯말 하나 내놓을 수 있구나 싶습니다.

 

 싯말 내놓는 사람 삶이 이러하다면, 싯말 듣거나 읽으며 살아가는 나는 어떠한가요. 마냥 듣기만 하거나 그저 읽기만 해도 홀가분할까요. 스치고 지나가는 이야기 하나여도 될까요. 눈에 담고 마음에 담는데, 온몸으로 움직이지 않을 때에 무엇이 있을까요.


.. 거대한 산업 / 어디로 가나 세상 구석구석 / 광고의 싸락눈 안 내리는 곳이 없다 // 천문학적 자본을 쏟아 붓고 / 인력을 쏟아 붓고 / 시간을 쏟아 붓고 / 그것으로 먹고산다 / 그것으로 돈 벌어 부자가 된다 / 그것은 정치 전략의 요체가 되었다 // 그것으로 먹고사는 함정에서 / 사람들은 빠져나갈 수가 없다 ..  (소문)


 함께 아프고, 함께 살아갑니다. 함께 즐겁고, 함께 살아갑니다.

 

 함께 웃으면서 살아갑니다. 함께 밥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혼자 시시덕거린다면 내 삶도 우리 삶도 아닙니다. 홀로 앞장서기만 한다면, 홀로 내닫기만 한다면, 내 삶부터 될 수 없고 우리 삶은 도무지 아니에요.

 

 바보스러운 몸짓 말 마음 모두 버립니다. 아니, 살며시 내려놓습니다. 아니, 버리지도 내려놓지도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몸짓 말 마음 모두 붙잡습니다. 아니, 가만히 쓰다듬습니다. 아니, 붙잡지도 쓰다듬지도 않습니다. 그예 즐거우며 예쁘게 누릴 삶을 생각하면서 나 스스로 사랑스러운 몸짓이요 말이며 마음이 되자고 다짐합니다. (4345.1.11.물.ㅎㄲㅅ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2-01-11 11:36   좋아요 0 | URL
박경리도 박경리지만 리뷰가 참 시 같기도 하고,
산문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래서 배앓이는 나은 거죠? 왜 그랬을까요?ㅠㅠ

파란놀 2012-01-11 16:58   좋아요 0 | URL
아직 멀었어요 ㅠ.ㅜ

하루나 이틀을 더 묵어야 할 듯해요...
에궁... ㅠ.ㅜ
 


 우리 말도 익혀야지
 (927) 가운데 1 : 아이를 돌보는 가운데

 

.. 큰 아이는 이렇게 어린 아이를 돌보는 가운데 참을성과 상상력을 기른다. 그런 한편, 어린 아이들은 큰 아이들과의 이러한 교류를 통해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  《아이카와 아키코/장희정 옮김-흙에서 자라는 아이들》(호미,2011) 87쪽

 

 ‘인내력(忍耐力)’이 아닌 ‘참을성’이라 적은 만큼, ‘상상력’이 아닌 ‘생각힘’이라 적을 수 있습니다. “큰 아이들과의 이러한 교류(交流)를 통(通)해”는 “큰 아이들과 이렇게 사귀면서”나 “큰 아이들과 이렇게 어우러지면서”나 “큰 아이들과 이렇게 어울리면서”나 “큰 아이들과 이렇게 놀면서”나 “큰 아이들과 이렇게 만나면서”로 다듬습니다. ‘성장(成長)한다’는 ‘자란다’나 ‘큰다’로 손봅니다.

 

 아이를 돌보는 가운데
→ 아이를 돌보는 동안
→ 아이를 돌보는 사이에
→ 아이를 돌보면서
 …

 

 “무엇을 -하는 가운데”처럼 쓰는 말투가 올바르지 않을 줄 느끼거나 깨닫는 사람이 몹시 드뭅니다. 곰곰이 돌이키면, 나부터 이 말투를 퍽 오랫동안 썼어요. 이 말투를 쓰면서 이 말투가 올바른가 아닌가를 살피지 못했어요. 아니, 이러한 말투를 애써 살펴야 하는가를 헤아리지 못했어요.

 

 어느 날 문득 궁금했습니다. “그러는 중(中)에 이 일이 벌어졌다”처럼 쓰는 말투는 영어 현재진행형을 일본사람이 옮겨적으며 한국사람한테 스며든 말투입니다. 이 말투에서 한자 ‘中’을 무늬만 한글로 ‘중’으로 적는다든지 ‘中’이 “가운데 중”이니까 ‘가운데’로 풀어 적는다든지, 이렇게 쓰는 말투는 서로 어떻게 얼마나 다른가 하고 궁금했습니다.

 

 그러는 中에 (x)
 그러는 중에 (x)
 그러는 가운데 (x)

 

 문득 돌아보니 세 말투 모두 올바르지 않았어요. 그야말로 문득 느꼈어요. 영어 ‘in’을 ‘인’이라고 한글로 적는대서 한국말이 되지 않아요. ‘in’이든 ‘인’이든 영어예요. “in house”를 “인 하우스”로 적는대서 한국말이 될 수 없어요. 또한 “집 속”이라 적을 때에도 한국말이 될 수 없어요. 한국사람 한국말은 “집 속”이 아니라 “집에”예요. 한국사람은 “집에 있다”라 말해야 한국말이 되지, “집 속에 있다”라 말하면 한국말이 되지 않아요. 안과 밖을 나누느라 “집 안에 있다”처럼 쓸 수는 있으나, “집 속”이라 할 수 없어요.

 

 그런 한편 (o)
 그런 가운데 (x)

 

 보기글을 살피면 “그런 한편”이라는 말마디가 있어요. 오늘날 여느 사람들은 이 자리에서도 “그런 한편”이라 쓰기보다 “그런 가운데”라고 곧잘 써요. 어느 사람은 “그런 중에”라고도 써요. 조금 예전 사람 가운데에는 “그런 中에”처럼 쓰는 분이 있기도 해요.

 

 왜 이러한 말투가 한국 말투에 스며들었을까요. 왜 우리들은 이렇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고 말까요. 이러한 말투가 우리한테 알맞거나 걸맞거나 좋다고 여기는가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쓰다 보니 익숙한 말투가 되나요.

 

 남들이 다 쓰니까 나 또한 따라서 쓰는 말투가 되는지요. 신문에 나오고 책에 실리며 방송에서 떠드니까 아무렇지 않게 쓰면서 익숙한가요. 귀에 익고 손에 익으며 입에 익으니, 이러한 말투를 오늘날 새로운 한국 말투로 삼아야 하나요.

 

 민족주의라느니 순수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사람이 한국사람다이 한국말을 하는 얼거리와 흐름과 삶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토박이말이나 국어순화라는 테두리가 아니에요. 우리들이 으레 쓰는 말투가 얼마나 알맞거나 올바르거나 참다운가를 곰곰이 짚어야 한다고 느껴요.

 

 공장에서 찍은 가공식품을 아무렇지 않게 먹어도 목숨이 곧장 끊어지지는 않는다고 해요. 폐수나 매연이 섞인 물이나 바람을 마셔도 곧바로 숨이 끊어지지는 않는다고 해요. 몇 가지 얄궂거나 뒤틀린 말투를 쓴대서 내 마음이 어두워지거나 비뚤어지거나 망가지지 않을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나는 잘 살고 싶어요. 내 삶을 예쁘게 일구고 싶어요. 아이들과 누리는 하루를 즐거이 어깨동무하고 싶어요. 밥 한 그릇 좋게 먹고 싶어요. 말 한 마디 좋게 나누고 싶어요. 생각 한 자락 좋게 품고 싶어요. (4345.1.10.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