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코의 술 애장판 5
오제 아키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마음을 빚으며 살아가는 꿈
 [만화책 즐겨읽기 95] 오제 아키라, 《나츠코의 술 (5)》

 


 누군가 나한테 ‘네 꿈이 뭐니?’ 하고 묻는다면, 나는 꿈을 품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소리로구나 싶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꿈이라 한다면, 내 둘레 사람들은 내 모습을 보면서 ‘아하, 이 사람은 꿈이 이러하구나.’ 하고 느끼리라 믿어요. 스스로 꿈을 잊거나 잃은 채 어디론가 치닫거나 내달리는 나머지, 이렇게 다잡거나 붙잡으려고 ‘네 꿈이 뭐니?’ 하고 묻는구나 싶어요.


- ‘쌀, 그것은 술의 생명입니다.’ (6쪽)
- “이건 명인의 솜씨요. 이걸 만든 도지의 마음이 절로 느껴지는군.” “그래요, 마음이죠. 술을 빚는다는 건, 마음을 빚는 것이니까요.” (60쪽)


 여러 날 몸앓이를 하면서 마음앓이를 함께 합니다. 몸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대로 살아갈는지 모르고, 어쩌면 몸앓이를 말끔히 털고 씩씩하며 튼튼하게 살아갈는지 모릅니다. 어떠한 새날이 펼쳐지든 나 스스로 바라거나 꿈꾸는 대로 달라지겠지요.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 〈티벳에서 보낸 일곱 해〉를 집에서 봅니다. 디브이디가 있으니 언제라도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어, 이 영화 그동안 몇 차례 다른 데에서 보았구나.’ 하고 느낍니다. 나는 이 영화를 본 적 없는 줄 알았는데, 줄거리이며 사람들 모습이며 환하게 떠오릅니다.

 

 티벳 라싸에서 재단사로 일하는 아가씨는 브래드 피트가 맡은 하인리히한테 말합니다. ‘당신’과 ‘우리들(티벳사람)’은 삶과 생각이 다르다고.

 

 그런데, 삶과 생각만 다르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삶과 생각에다가 사랑과 꿈도 다르겠지요. 눈물과 웃음도 다를 테고, 밥과 옷도 다르겠지요. 이야기와 책 또한 다를 테고요.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일이 대수롭지 않듯,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일이 대수롭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버느냐 적게 버느냐는 대수로울 수 없어요. 내 살림을 일굴 만큼 돈을 벌면서 내 살림을 아름다이 일구느냐가 대수롭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려 하면서 살림을 돌보고, 어떠한 삶과 살림을 꿈꾸면서 돈을 어느 자리에서 벌려 하느냐가 대수롭습니다.


- “너희 양조장에선 그런 걸 얼마나 만들지?” “우린 옛날부터 만들지 않아. 아버지도 오빠도 도지도 모두 반대였거든.” “그런데 그런 술이 잘 나가.” “알아. 일본술의 90%가 아직도 그런 술인걸.” “술꾼들은 다 멍청해.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15쪽)
- “우리 술은 소비자의 지지를 받고 있어. 기술은 소비자의 수요에 응하는 것뿐이다.” “정 그렇다면, 라벨에 큼지막하게 써넣으시죠. 모모무스메는 쌀겨로 만든 술이라고 실컷 자랑하라고요!” (24쪽)


 오제 아키라 님 만화책 《나츠코의 술》(학산문화사,2011) 다섯째 권에서 마음을 빚으며 살아가는 꿈을 천천히 읽습니다. 그래, 이 만화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마음을 빚으며 살아가는 꿈을 키우는데, 나는 우리 시골집에서 무슨 꿈을 키우지? 나 혼자서라도 꿈을 키우나? 나 혼자만 잘될 꿈을 바라나? 네 식구 나란히 사랑스레 웃을 꿈을 헤아리나?

 

 마음을 빚을 때에 삶을 빚습니다. 마음을 빚는 넋으로 글을 빚습니다. 마음을 빚지 못하는데 살림이건 돈이건 알뜰살뜰 빚을 턱 없습니다.

 

 한 마디로 간추려 생각하니 그렇군요. 나 스스로 내 둘레 사람이 내 꿈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나는 내 사랑스러운 살붙이들이 꿈을 꾸는 길을 돕지 않을 뿐더러 살피지 못하는데다가 함께 빚을 꿈은 영 들여다보지 못하는 셈입니다. 나한테 꿈이 있다면, 내 둘레 사람들 누구나 환히 느낄 만한 꿈을 예쁘게 돌본다면, 나는 나와 내 살붙이들 모두 기쁘게 웃으며 활짝 피어날 꿈을 빚으려고 온마음 쏟는 삶입니다.


- “아버지야 어떻든 넌 좋은 술을 만들면 되잖아.” (17쪽)
- “귀한 쌀?” “그럼 귀하지. 하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안 한다. 그만큼 내가 좋은 술을 빚으면 되니까. 깎으면 깎은 만큼 더욱 정성을 들여 술을 빚는 거야. 그게 쌀에 대한 예의다, 나츠코.” (33쪽)


 더 마음을 쓰면서 살아갈 하루입니다. 더 사랑을 기울이면서 아낄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더 믿음을 나누면서 어깨동무할 살붙이예요.

 

 배고픈 아이한테 밥을 먹여야지요. 똥을 눈 아이 기저귀를 갈고 밑을 씻겨야지요. 졸린 아이를 토닥토닥 안으며 재워야지요. 고단한 아이를 업고는 다리를 쉬도록 해야지요. 심심한 아이랑 즐거이 놀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마당에서 뛰놀아야지요.

 

 할 일이 많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할 일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돌아봅니다.

 

 몸앓이를 치르는 동안, 자리에 골골 드러누워 생각합니다. 이 시골집에서 내가 볼일 보러 홀로 서울까지 다녀와야 할 때에, 옆지기가 혼자 두 아이 돌보며 집일을 얼마나 힘차게 챙길 만한가 곱씹습니다. 집일은 그닥 힘들지 않아요. 힘들거나 고달프다면, 집일 조금 할라치면 깨어나며 안아 달라 놀아 달라 하는 갓난쟁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저귀를 빨아야 하는데 갓난쟁이가 으앙 깨어나면 빨래는 할 수 없어요. 이불을 털다가 갓난쟁이가 으앙 울 때에도 이불을 털 수 없어요. 갓난쟁이가 기어다닐 때에는 곁에서 지켜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나는 이 집에서 옆지기가 집일을 어느 만큼 훌륭히 치르며 씩씩하게 살아가도록 집살림을 잘 건사했을까?


- “다른 양조장과 맞서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질을 높이는 거야. 난 그런 신념으로 여지껏 일해 왔다. 그건 앞으로도 변함 없을 거야.” (110쪽)
- “우린 초라하고 이름도 없는 양조장이에요. 리베이트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마음으로 술을 팔려 하고 있습니다.” (170쪽)


 만화책 《나츠코의 술》은 술빚기로 살아온 사람들 넋은 오직 한 가지뿐이라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줍니다. 술빚기란 마음빚기입니다. 마음을 빚듯 술을 빚을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빚는 사람들이 모여 좋은 술을 빚도록 땀을 흘린다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립니다.

 

 돈은 벌어야지요. 아무렴. 그러나, 돈을 벌려고 술을 빚지는 않아요. 즐거이 살아가는 살림돈을 마련하는 길이면서, 서로서로 즐거울 삶이 될 좋은 동무로 삼는 술 하나를 빚어요.

 

 마음을 나누는 동무는 어떤 동무인가요. 마음을 읽는 동무는 어떤 동무일까요. 마음을 기대는 동무는 어떤 동무이지요.

 

 우리 겨레는 역사가 깊다 하지만, 막상 깊디깊다는 역사를 등에 짊어지면서 오늘 이곳에서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를 착하게 사랑하는 몸짓은 그닥 보여주지 못합니다. 가만히 살피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한겨레 오천 해 역사란, 온통 임금님들 발자취이거나, 땅넓히기 싸움판이기 일쑤입니다. 서로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꿈을 보여주는 오천 해 발자취를 들려주는 역사책은 없어요. 문학책도 예술책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이든 기술이든 연예인이든 정치이든, 서로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꿈이 드러나는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4345.1.13.쇠.ㅎㄲㅅㄱ)


― 나츠코의 술 5 (오제 아키라 글·그림,최윤정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11.10.25./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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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발·책꽂이·방바닥

 


 하루 해가 저물고 두 아이를 씻기고 나서 이제 한숨을 돌리는 저녁나절. 둘째는 어머니 품에 안겨 칭얼대고 놀다가 잠들고, 첫째는 방방 뛰며 놀다가 문득 그림책 하나 꺼내 무릎에 올려놓고 읽는다. 모처럼 맞이하는 조용한 저녁때. 작은 아이가 작은 손으로 책장 넘기는 소리는 조용하고, 곁에서 사진을 찍는 소리도 조용하다. 책은 손과 발로 함께 읽는다. 책들을 방바닥에 널브러뜨리기도 하지만 책꽂이에 얌전히 꽂기도 한다. 날마다 몇 차례씩 방바닥을 치우고 쓸며 닦지만, 그래도 먼지는 날리고 그래도 온통 어지러움투성이. 이 아이들이 몇 살쯤 되면 덜 어지럽히거나 스스로 씻거나 손수 빨래하는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면 등허리 두들기며 한숨 돌리는 어버이한테 구성지고 해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듯 책을 읽어 줄 수 있을까. (4345.1.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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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걸상 잡고 서기

 


 이제 꽤나 잘 걷는 산들보라가 서려고 용을 쓴다. 걸상이 되든 엄마 아빠 바짓가랑이가 되든 무언가 붙잡고 서려 한다. 무언가 붙잡고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설 때면 비틀거리는 모습이 마치 춤추는 아기 같다. 젖이랑 맘마 더 먹고 무릎과 팔에 더 기운을 붙여 씩씩하게 서 보렴. (4345.1.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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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01-12 15:58   좋아요 0 | URL
우와, 이제 사고 시작이군요. 막 걷기 배울 때 아가는 정말 이쁘지만, 그만큼 정말 주의가 필요하죠. 얼마전 후배 아해도 그만 싱크대를 붙잡고 용을 쓰다 커피물이 쏟아져 화상으로 입원했답니다. 흑흑.

파란놀 2012-01-12 21:42   좋아요 0 | URL
네, 늘 붙어 지내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
 


 좋아하는 책들 꽂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1.7.

 


 책상자를 하나하나 끌를 때마다 그동안 잊던 내가 좋아하던 책들이 나온다. 그리 좋아하지는 않으나 책을 말하는 일을 하자면 어쩔 수 없이 간수해야 하는 책들도 나오는데, 이런 책이건 저런 책이건 모두 나와 함께 살아가는 책들이다.

 

 그림책 상자를 거의 다 끌를 무렵, 드디어 ‘어, 이 그림책들이 어디에 들어갔기에 여태 꽁지 하나 안 보이나’ 하고 생각하던 책들이 보인다. 백제와 문선사에서 나오던 ‘현대세계걸작동화’들. 한글판으로 읽어도 즐겁지만, 일본판으로 읽어도 즐거운 그림책을 들여다본다. 그림책 꽂은 책꽂이 앞은 이제 널브러진 것 거의 없이 말끔히 치운다. 이쪽 바닥에 갓난쟁이 둘째가 기어다니며 놀 만한 깔개를 깐다면, 날이 폭할 때에 네 식구 도서관 나들이를 하면서, 나는 책을 치우고, 아이들과 옆지기는 앉아서 책을 읽으며 쉴 수 있으리라.

 

 도서관 둘레에는 시멘트로 깔린 데가 얼마 없어, 아주 홀가분하게 흙을 밟을 수 있다. 논둑길을 따라 도서관으로 걸어오면 한결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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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64) -화化 164 : 의식화 1

 

.. 딸애는 다행히 지금 ‘여자도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엄마인 나의 생활을 보며 의식화된 것인데, 가끔 “나는 크면 회사 다닐 거야” 하곤 “회사에서 돈벌어서 엄마 이쁜 옷 사 줄 거야” 한다 ..  《김수미-그리운 것은 말하지 않겠다》(샘터,1987) 100쪽

 

 ‘다행(多幸)히’ 같은 말마디는 굳이 다듬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때와 곳에 따라 조금 더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고맙게도’나 ‘뜻밖에도’나 ‘반갑게도’로 다듬을 수 있어요. “-는 사실(事實)을 당연(當然)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그저 이 자리에서는 “-는 생각을 마땅하게 받아들인다”라든지 “-는 삶을 즐겁게 받아들인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듬거나 손보면서 글흐름을 돌아볼 때에,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똑같은 느낌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굳이 이처럼 다듬거나 손보는 까닭은, 말하고자 하는 이가 어떤 이야기를 말하고자 하는가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말과 글을 다룬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듣는 사람 자리에서 어떻게 말을 들려줄 때에 한결 알맞고 좋을까를 살피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의 생활(生活)”은 “내 삶”으로 손질하고, “회사 다닐 거야”는 “회사 다닐 테야”나 “회사를 다니겠어”로 손질하며, “의식화된 것인데”는 “의식화되었는데”쯤으로는 손질해 줍니다.

 

 의식화(意識化) : 어떤 대상에 대하여 깨닫거나 생각하게 함. 특히, 계급 의식
    을 갖게 한다는 뜻으로 쓴다
   - 의식화 작업 / 노동자들이 의식화되면서 /
     조선의 농민들을 의식화한다는 것은 어려운 면도 있겠으나

 

 엄마인 나의 생활을 보며 의식화된 것인데
→ 엄마인 내 삶을 보며 생각한 셈인데
→ 엄마인 내 삶을 보며 느꼈을 텐데
→ 엄마인 내 삶을 보며 배웠을 텐데
→ 엄마인 내 삶을 보며 몸에 배었을 텐데
 …

 

 국어사전 뜻풀이에 잘 나오듯이 여느 사람들은 ‘의식화’라는 말마디를 “계급 의식을 갖게 한다”는 뜻으로 으레 씁니다. 그야말로 계급 의식을 느끼게 하도록 애쓰는 쪽이든, 이러한 쪽을 안 좋게 보는 쪽이든 똑같이 씁니다.

 

 그러면 ‘의식화’란 어떤 일일까요? 말 그대로 헤아리자면 “의식을 하도록 한다”는 이야기이겠지요. 다음으로 ‘의식(意識)’이란 무엇일까요? “세상을 보는 눈과 머리를 깨운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좋게 보든 얄궂게 보든 ‘의식화’라고 하는 일은 “우리 누리를 제대로 파헤치거나 올바르게 꿰뚫어보도록 이끄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하나도 나쁘게 여길 말마디가 아니요, 조금도 얄궂게 돌아볼 말투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나라가 아닙니다. 정부에서는 이 땅이 자유민주주의라고 내세우지만, 속살을 들여다보았을 때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자유도 민주도 죄 억눌리니까요. 왜냐하면 국가보안법이 도사리거든요.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초·중·고등학교 제도권교육이 오로지 입시지옥으로 친친 얽매고 뒤틉니다. 꿈을 펼치며 아름답게 살아갈 나날을 열어젖히는 사회살이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지 않으면 뒤처지거나 나동그라질밖에 없는 사회 얼거리예요.

 

 곧, 이 나라에서 ‘의식화’라 한다면 겉과 속이 다른 우리 누리와 나라와 정부와 얼거리 모두를 샅샅이 깨우친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우리 누리뿐 아니라 내 삶터와 보금자리와 마을이 어떤 모습인가를 참답게 알고 깨우치고 느끼고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의식화’란 어떤 주의나 사상을 억지로 집어넣는 일이 아니라 나 스스로 아름답고 바르게 살아가자는 흐름이요 결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온누리를 올바르게 읽고 가슴에 새기는 흐름과 결이란 어쩔 수 없이 기득권이든 권력자이든 우리 삶터를 어떻게 짓누르거나 억누르면서 뒤트는가를 깨닫는 길이기 마련이고, 이렇게 깨닫고 나면 잘잘못을 바로잡도록 힘을 기울입니다. 잘잘못을 바로잡도록 힘을 기울이다 보면 기득권이든 권력자이든 싫어하거나 짜증스레 느끼기 마련이요, 이동안 저절로 ‘의식화’ 같은 말마디를 얄궂거나 나쁘게 받아들이도록 뿌리박아 버립니다. 말이 말다울 수 없도록 하고, 사람이 사람다울 수 없도록 한달까요. ‘의식화’가 말썽거리가 아니라 의식화를 가로막는 사람이 말썽거리입니다만, 말이 비틀리고 넋이 뒤틀립니다. 의식화를 어떤 밥그릇 지키기로 써먹으려는 사람이 골칫거리입니다만, 글이 짓눌리고 삶이 억눌립니다.

 

 의식화 작업 → 생각 깨우기 / 생각 열기
 노동자들이 의식화되면서 → 노동자들이 깨어나면서 / 노동자들이 세상을 배우며
 농민들을 의식화한다는 것은 → 농민들을 깨우친다는 일은

 

 우리는 우리 말을 제대로 써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말을 올바로 써야 합니다. 우리 말을 제대로 느끼고 제대로 다루어야 합니다. 우리 말을 참답게 깨닫고 참답게 가꾸어야 합니다. 지식쪼가리를 머리에 쑤셔넣는 배움이 아닌 말 한 마디에 사랑과 믿음을 고이 담는 배움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지식부스러기를 먹고사는 사람이 아닌 삶을 살찌우는 넋과 얼로 빛나는 사람이 되도록 다스려야 합니다.

 

 한자말로 하자면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말로 하자면 깨어나야 합니다. 깨우쳐야 합니다. 일깨워야 하고 깨달아야 합니다. 알아내야 하며 알아채야 하고, 알아들어야 하고 알아보아야 합니다.

 ‘의식을 한다’이든 ‘의식을 하게 한다’이든 바로 ‘알도록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앎을 내 머리나 가슴에 품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앎을 받아들인다’는 소리요, 이 앎이 슬기로 거듭나도록 갈고닦는다는 셈입니다.

 

 삶이 삶답도록 갈고닦습니다. 말이 말답도록 갈고닦습니다. 넋이 넋답도록 갈고닦습니다. 그리고 우리 누리가 참누리다울 수 있게끔 갈고닦는 길에 내 한 손을 보탭니다. (4343.2.21.해./4345.1.12.나무.ㅎㄲㅅㄱ)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75) -화化 175 : 의식화 2

 

.. 말하자면, 자기 자신이 자각하지 못하던 유아기를 의식화함으로써, 또 한 번의 인생을 살게 되는 셈이다. 자신의 아이가 울거나 싸우거나 할 때마다 아이의 기분에 감정이입함으로써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성격이 형성된 배경을 발견하거나, 어디서 실패했는지를 깨닫기도 한다 ..  《아이카와 아키코/장희정 옮김-흙에서 자라는 아이들》(호미,2011) 143쪽

 

 “자기(自己) 자신(自身)이 자각(自覺)하지 못하던”은 “나 스스로 깨닫지 못하던”으로 다듬고, ‘유아기(幼兒期)’는 ‘어린 날’로 다듬으며, “또 한 번의 인생(人生)을 살게 되는 셈이다”는 “또 한 번 새롭게 살아가는 셈이다”로 다듬습니다. “인생을 살게”는 겹말입니다.

 

 “자신의 아이가”는 “내 아이가”로 손보고, “아이의 기분(氣分)에 감정이입(感情移入)함으로써”는 “아이 마음을 헤아리면서”나 “아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로 손보며, “자기 인생”은 “내 삶”으로 손봅니다. “자신의 성격(性格)이 형성(形成)된 배경(背景)을 발견(發見)하거나”는 “내 마음씨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알아채거나”나 “내 몸가짐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느끼거나”로 손질하고, “어디서 실패(失敗)했는지를”은 “어디서 잘못되었는지를”이나 “어디서 엇나갔는지를”로 손질합니다.

 

 유아기를 의식화함으로써
→ 어린 날을 느끼면서
→ 어린 날을 생각하면서
→ 어릴 적을 되새기면서
→ 어릴 적을 떠올리면서
→ 어릴 적을 헤아리면서
 …

 

 보기글을 잘 살피면, 첫머리에 ‘의식화’라는 낱말이 나오고, 뒤따라 ‘되돌아보다’와 ‘깨닫다’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이 세 낱말을 살피고, 이 세 낱말을 쓴 자리가 어떤 뜻이요 느낌인가를 곰곰이 짚으면, 세 낱말은 아주 다르게 쓴 낱말이 아니라, 같은 이야기를 하려고 넣은 낱말이라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쓴 분은 세 자리 모두 ‘의식화’나 ‘의식하다’라는 낱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세 자리 모두 이러한 한자말을 털어내고는 다 다른 낱말을 다 다른 느낌과 말맛을 살려 알맞게 넣을 수 있어요.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o)
 자기 인생을 의식하게 된다 (x)
 어디서 실패했는지를 깨닫기도 한다 (o)
 어디서 실패했는지를 의식하기도 한다 (x)

 

 어떠한 낱말을 써서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가는 저마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슬기로이 생각할 때에는 슬기로운 빛이 감도는 낱말과 말투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름다이 생각할 때에는 아름다운 꿈이 어리는 낱말과 말투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랑스레 생각할 때에는 사랑스러운 뜻이 깃드는 낱말과 말투로 이야기를 들려줘요.

 

 생각할 때에 살아나는 말이에요. 생각하지 않을 때에 스러지는 말이에요. 생각하는 사람들이 북돋우거나 일구는 말이에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망가뜨리거나 내팽개치는 말이에요.

 

 내 삶을 생각하고 내 사랑을 생각합니다. 내 사람을 생각하고 내가 나아갈 길을 생각합니다. 옳게 생각하고 착하게 생각합니다. 곱게 생각하며 즐거이 생각합니다. (4345.1.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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