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Doisneau: Paris: New Compact Edition (Paperback)
Doisneau, Robert / Flammarion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사진책 《My Paris》는 다시 살 수 없는 사진책이기에,

다른 로베르 두와노 사진책에 이 글을 붙입니다.

 

 


 

 사랑하는 고장과 이야기를 사진으로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48] 로베르 두와노(Robert Doisneau), 《My Paris》(Macmillan,1972)

 


 더 잘 찍는 사진이란 없기 때문에, 더 사랑스레 느낄 사진이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느 사진이든, 이 사진 하나는 옹글게 태어납니다. 더 못났다 싶은 사진이나 더 잘났다 싶은 사진이란 없습니다. 초점이 어긋나거나 초점이 빈틈없이 맞거나 대수롭지 않아요. 흔들렸거나 안 흔들렸거나 대단하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태어났으면 어느 사진이든 사랑스러운 넋이 깃듭니다.

 

 서울이 인천보다 나은 삶터가 아닙니다. 인천이 수원보다 나은 삶터가 아닙니다. 수원이 보성보다 나은 삶터가 아닙니다. 보성이 부산보다 나은 삶터가 아닙니다. 부산이 도쿄보다 나은 삶터가 아니에요, 도쿄가 파리보다 나은 삶터가 아니에요.

 

 

 

 어느 곳이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가장 걸맞으면서 좋은 삶터입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서울을 가장 따스하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즐거이 받아들일 만합니다. 파리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파리를 가장 좋거나 멋스럽거나 기쁘게 받아들일 만해요.

 

 굳이 쿠바 아바나를 사진으로 담아야 대단하지 않습니다. 애써 네팔 카트만두를 담아야 빛나지 않습니다. 인도 캘커타를 담거나 일본 훗카이도를 담아야 아름답다 하지 않아요. 내가 사랑하는 터전에서 나 스스로 사랑하는 삶을 일구면서 사진을 찍어야 비로소 즐겁게 읽을 만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마을에서 내 좋은 이야기를 오순도순 나누는 나날을 고스란히 담을 때에 바야흐로 기쁘게 나누는 사진이라 이름 붙입니다.

 

 

 

 로베르 두와노(Robert Doisneau) 님이 빚은 사진책 《My Paris》(Macmillan,1972)를 읽습니다. 로베르 두와노 님한테는 아주 마땅히 “내가 살던 파리”요 “우리 파리”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파리”일 테고 “나와 파리”가 돼요.

 

 프랑스이든 파리이든 밟은 적 없는 나로서는 사진책으로 프랑스와 파리를 헤아립니다. 프랑스마실을 한 적조차 없지만 프랑스사람을 만난 적마저 없지 않느냐 싶어, 이 사진책을 펼치며 비로소 프랑스 이야기를 곰곰이 돌아봅니다.

 

 

 

 파리라서 대단할까? 파리라서 돋보일까? 파리라서 눈부신가? 파리라서 남다른가?

 

 글쎄, 나는 사진책 《My Paris》를 읽는 내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남다르거나 빛다르다 할 만한 이야기는 느끼지 못합니다. 로베르 두와노 님이 살아가는 파리는 이러한 모습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내가 파리에서 살아간다 하면 이러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로베르 두와노 님이 좋아하는 꿈이 깃든 파리는 이러한 모습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내가 파리에서 나고 자라며 파리를 바라본다면 아주 다른 빛깔과 느낌과 이야기를 나눌 사진을 찍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로베르 두와노 님은 다른 사람들한테 프랑스 파리를 이렇게 보여주고 싶었구나 하고 느낍니다. 나는 프랑스 파리이든 한국땅 고흥이든 이 사진책에서와는 사뭇 다르게 사람들 삶과 사랑과 꿈을 들려주고 싶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스스로 사랑하는 고장과 이야기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나날을 사진으로 옮깁니다. 누구나 스스로 즐거이 누리는 꿈과 노래와 밥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프랑스에 가면 에펠탑을 오른다든지 몽마르트에 간다든지 하란 법이 없습니다. 무슨 박물관에 간다거나 무슨 도서관에 간다거나 누구 무덤에 간다든지 하란 법도 없어요.

 

 누군가는 프랑스에 펼쳐진 숲을 느끼고 싶겠지요. 누군가는 프랑스를 싱그러이 북돋우는 멧자락을 느끼고 싶겠지요. 누군가는 프랑스에 있을 갯벌과 바다를 느끼고 싶겠지요. 누군가는 프랑스에서 올려다볼 뭉게구름을 느끼고 싶겠지요. 또, 누군가는 프랑스에 있을 헌책방을 느끼고 싶을 테고요.

 

 

 

 

 어느 모습을 어떻게 담더라도 프랑스 모습이요 프랑스 이야기입니다. 어떤 빛깔을 어찌저찌 옮기더라도 프랑스 파리 이야기입니다. 어떤 꿈과 사랑이 감도는 모습을 담더라도 프랑스 파리를 이루는 사람들 이야기예요.

 

 스스로 사랑하는 고장이 아니라면 섣불리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이야기를 느끼지 못하면 필름과 메모리카드만 끝없이 채울 뿐, 고운 빛살을 보여주지 못해요.

 

 

 

 날마다 우중충한 빛살을 느껴 우중충한 빛살을 보여줄 수 있어요. 날마다 어두컴컴한 시멘트 그늘을 느껴 어두컴컴한 그늘을 보여줄 수 있어요. 날마다 시원한 여름바람 나무그늘을 느껴 시원한 여름바람 나무그늘을 보여줄 수 있어요.

 

 하루 동안 새벽부터 밤까지 돌아다니며 내 이야기 찾을 수 있습니다. 예닐곱 해나 스무 해에 걸쳐 오래도록 바라본 내 이야기 찾을 수 있습니다. 한 해 네 철 따라 바라본 내 이야기 찾을 수 있겠지요.

 

 내가 좋아하는 삶결 그대로 내가 즐거이 빚는 사진입니다. 내가 누리는 삶결 고스란히 내가 애틋하게 보살피며 예쁘게 빚는 사진이에요.

 

 슬프다고 느끼며 살아가면 슬프다고 느낄 사진이 태어나요. 기쁘다고 느끼며 살아가면 기쁘다고 느낄 사진이 태어나요. 서럽다 여기며 살아가면 서럽다 느낄 사진이 태어나고, 외롭다 느끼며 살아가면 외롭다 느낄 사진이 태어나요.

 

 옳거나 맞거나 틀리거나 그릇된 사진은 없어요. 모두 다 다른 사람들, 모두 다 다른 삶, 모두 다 다른 사랑과 아픔과 이야기 아로새기는 사진이에요. (4345.2.4.흙.ㅎㄲㅅㄱ)

 

 

 

 

 

(사진 잘 보셨으면, 구경삯으로 추천 한 번을~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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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의 오두막 - 어린이를 위한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스티븐 슈너 엮음, 피터 피오레 그림, 김철호 옮김 / 달리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떤 삶을 꿈꾸어야 즐거울까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35] 피터 피오레·스티븐 슈너, 《소로우의 오두막》(달리,2003)

 


 깊은 새벽, 둘째 아이가 끅끅 소리내며 잠들지 못합니다. 아이 어머니가 따순 물을 주라 하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끓입니다. 물잔에 따순 물을 담습니다. 숟가락 하나 물잔에 넣고 방으로 들어옵니다. 밤새 젖만 물려 하는 아기한테 물을 먹입니다. 예닐곱 숟가락쯤 물을 떠먹은 아기는 고개를 요리조리 홱 돌립니다.

 

 다시 잠들려나, 새벽에 놀자고 하려나. 아이 어머니가 너무 힘듭니다. 아이 옷을 입힙니다. 품에 안고 어릅니다. 등에 업고 포대기를 두릅니다. 오줌기저귀는 대야에 담급니다. 살짝 마당으로 나옵니다. 고요하고 어두운 마을을 휘 둘러봅니다. 밤바람이 엊그제처럼 차갑지 않습니다. 아이한테 이렇게 고요하고 깜깜한 밤에 다들 코 자고, 너도 코 자야지, 하고 이야기합니다.

 

 방으로 들어옵니다. 포대기를 끌릅니다. 선 채 아이를 안고 아주 나즈막한 목소리로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아이가 머리를 내 왼쪽어깨에 기대는 무게가 조금 무겁구나 싶을 무렵 자리에 앉습니다. 아이가 내 가슴에 댄 손에 힘이 스르르 풀려 밑으로 톡 처질 무렵 자장노래를 그칩니다. 포대기를 갭니다. 갠 포대기는 베개로 삼아 내 왼허벅지에 받혀 아기를 눕힙니다. 작은 이불을 덮습니다. 눈에는 얇고 작은 손닦개를 덮습니다.

 

 자리에 눕혀도 될 듯하지만, 자리에 눕히면 또 어머니만 찾겠다 싶어, 내 무릎에 누여 새벽을 보낼까 생각합니다.


.. 3월이 끝나갈 무럽, 나는 도끼 한 자루를 빌려서 월든 호숫가 숲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집 짓는 데 쓸 키 큰 소나무들을 찍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일을 한 곳은 아늑한 언덕바지였습니다. 소나무 숲이 언덕을 덮고 있었고 그 숲 사이로 호수가 내려다보였습니다 ..  (4쪽)

 


 피터 피오레 님이 그림을 담고, 스티븐 슈너 님이 엮은 그림책 《소로우의 오두막》(달리,2003)을 읽습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님이 미국 월든 못가에 오두막 한 채 지어 조용히 살아가던 나날을 톺아보는 이야기 담는 그림책입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소로우 님 삶을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위인전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책 엮음새를 곰곰이 살피면, 이 그림책은 말 그대로 그림책이지 위인전이 아니구나 싶어요.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힐 어른들부터 찬찬히 돌아보면서 ‘오늘 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생각하자고 이끈다고 느껴요.


.. 나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서둘러 괭이질을 끝내고 굴뚝을 올렸습니다. 그때까지는 매일 이른 아침 집 밖 맨땅에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  (11쪽)


 소로우 님은 도끼 한 자루를 빌려 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스스로 나무를 벱니다. 벤 나무는 스스로 손질합니다. 빈 오두막 하나를 사들여, 새 오두막 지을 때에 쓸 널판을 얻었다고 합니다. 널판은 손수 못을 빼고 다듬었다고 합니다.

 

 소로우 님은 누구한테서 집짓기를 배웠을까요. 누가 소로우 님한테 집짓기를 가르쳤을까요. 소로우 님네 어버이가 집짓기를 가르쳤을까요. 어린 소로우 님이 당신 어버이한테서 집짓기를 배웠을까요.

 

 지난날 미국에서나 오늘날 한국에서나 집은 돈을 치러 장만할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돈이 있으면 내 마음에 들 만한 집을 골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아마 거의 모든 어버이는 거의 모든 아이들한테 집을 손수 짓는 길을 보여주는 삶이 아니라, 집을 돈으로 마련해서 몸뚱이만 깃들이는 길을 보여주는 삶이 아니겠느냐 싶어요.

 

 나부터 생각합니다. 나부터 내 어버이한테서 집짓기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나부터 내 아이한테 집짓기를 가르치자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집짓기를 배우자면 내가 내 삶과 꿈과 넋에 걸맞게 지낼 집이 어떠해야 좋은가를 곰곰이 그려야 합니다. 내 집을 어떻게 마련하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엮고, 이 꿈과 이야기에 따라 집을 지을 나무와 흙과 돌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를 살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날씨가 어떠한 곳에서 살고픈가를 살핍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겠느냐 하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을 보금자리에서는 누구하고 어떻게 살림을 꾸리고 싶은가를 생각합니다.

 


.. 소나무와 덩굴옻나무에 둘러싸여 홀로 고요히 앉아 있으면, 새들이 가까이서 지저귀거나 소리 없이 집 안을 지나 날아갔습니다 ..  (16쪽)


 밑그림을 그리면 이제 몸을 움직입니다. 내 몸을 내 뜻대로 움직이며 땀을 흘립니다. 마땅하고 좋은 자리를 스스로 찾아내어 기쁘게 일합니다.

 

 그래요. 어버이부터 집을 지어야 아이들이 집을 짓겠지요. 어버이부터 집을 짓자고 꿈을 꾸어야 아이들도 집을 짓는 꿈을 꾸겠지요. 어버이부터 내 삶을 어떻게 사랑하며 아끼고 싶은가를 꿈꾸어야 아이들도 아이들 삶을 어떻게 사랑하며 아끼면 즐거운가 하고 꿈을 꾸겠지요.

 

 어버이 스스로 꿈을 꾸지 않을 때에는 아이들이 꿈을 꾸기 어렵습니다. 어버이는 꿈을 꾸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꿈을 꿀는지 모르나, 어버이부터 꿈을 꾸지 않을 때에는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꿈을 꾸는 길을 가로막거나 헤살을 놓기 마련이에요.

 


.. 달빛 쏟아지는 밤에 여우들이 꿩이나 다른 먹잇감을 찾아 얼어붙은 눈밭 위를 돌아다니며 들개처럼 짖어대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었습니다. 새벽이면 붉은다람쥐가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벽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나를 잠에서 깨웠습니다 ..  (26쪽)


 소로우 님은 꿈을 꾸는 사람이었기에 도끼 한 자루를 빌렸습니다. 소로우 님은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나무를 베고 집을 지었습니다. 소로우 님은 넋을 아름다이 돌보는 사람이었기에 숲과 들과 짐승들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루하루 즐거이 누렸습니다.

 

 《소로우의 오두막》을 덮다가 문득 《감자를 먹으며》라는 그림책이 떠오릅니다. 한국땅 이오덕 님이 살아온 나날을 되새기는 그림책입니다. 이쪽 사람은 집을 짓고 저쪽 사람은 감자를 먹는다, 그러면 나는 내 보금자리에서 내 살붙이들하고 무엇을 누리면서 무슨 이야기씨앗 심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즐거울까. 나는 두 아이 어버이요 한 사람 옆지기로서 어떤 삶을 꿈꾸어야 즐거울까. 내 길을 어떻게 갈무리해서 어떤 발걸음을 내딛어야 즐거울까. (4345.2.4.흙.ㅎㄲㅅㄱ)


― 소로우의 오두막 (피터 피오레 그림,스티븐 슈너 엮음,헨리 데이빗 소로우 글,김철호 옮김,달리 펴냄,2003.5.30./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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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04 13:16   좋아요 0 | URL
어린이를 위한 월든이군요. 근데 이것, 찾아보니 알라딘에선 품절이네요.ㅋㅋ

소로우의 글을 보면 우리가 뭔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것을 추구하며 산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이 아주 아름답네요. 된장님에게 아주 어울리는 책인 듯해요. ㅋ

파란놀 2012-02-04 13:50   좋아요 0 | URL
네, 품절이라서
저도 헌책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겨우 샀어요 ㅠ.ㅜ

그림결이 살짝 틀에 박힐 듯 말 듯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만큼 되어도 서양 그림결에서는
좀 나은 편이라고 느껴요.

한결 보드라이,
조금 더 따사로이,
그러니까,
소로우라는 사람이 즐거이 살았던 나날을 헤아리며
더 나즈막하게 그림을 그렸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싶기도 하지만,
퍽 괜찮다고는 느껴요.

다만... 어느 책을 읽든
소로우 님 글 번역 가운데
제 마음에 드는 번역은 아직 없어요... 이궁 @.@

진주 2012-02-04 17:28   좋아요 0 | URL
저도 '감자를 먹으며'를 굉장히 아껴요. 제가 말을 안 해서 된장 님은 모르시겠지만 저랑 된장님의 공통분모 중 하나가 이오덕 선생님이예요. 선생님께 직접 사사받은 적은 없지만 저는 이오덕 선생님께 글짓기 공부를 배웠다고 여기거든요. '글은 참되어야 하느니라.'^^;

파란놀 2012-02-05 02:16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군요~

저 또한 이오덕 선생님한테서 따로 배운 적 없어요 ^^
그저 글과 책으로만 만났을 뿐이랍니다.

즐거이 살아가고 참다이 길을 걸어가면
누구나 똑같이 아름다운 사랑을 만나리라 믿어요~
 

메리포핀스 님 장바구니에서 보고 잊지 말자 생각하며 걸친다. 브레히트 님 책으로 이러한 이야기가 있었구나. "어린이를 위한 인생 이야기"라는 이름은 걸맞지 않구나 싶지만, 브레히트이기 때문에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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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의 어린이 십자군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김준형 옮김 / 새터 / 2012년 1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2012년 02월 0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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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은 좋은 삶에서 태어난다
[나란히 읽는 책 1] 박태희, 안목


 사진을 찍고 사진을 말하는 박태희 님은 사진책 펴내는 일을 나란히 합니다. 2009년부터 ‘안목’이라는 이름을 붙인 출판사에서 사진책을 펴냅니다. 이 가운데 《꽃무늬 몸빼 막막한 평화》는 여느 책방에는 없어 따로 출판사에 주문해야 받아볼 수 있고, 《The Sadness of Men》는 필립 퍼키스 님이 나라밖에서 내놓은 사진책입니다.

 

 박태희 님은 2008년에 《사진, 찍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를 옮긴 뒤 더디지만 꾸준한 발걸음으로 사진이야기를 꽃피웁니다. 사진책이 안 팔리거나 안 읽힌다 하지만, 차근차근 씩씩하게 내딛는 발걸음은 틀림없이 사진꽃과 삶꽃과 책꽃과 사랑꽃을 소담스레 피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사진과 책》(안목,2011.12./2만5천 원)
 글 : 박태희
 사진을 말하고 책을 말하는 이야기 한 자락. 세계사진역사라는 서양사람 틀거리에서 벗어나, 내가 발을 딛는 이 땅에서 사랑하며 어깨동무하고픈 사진과 꿈과 사람과 사랑을 들려주려는 이야기 두 자락. 사진을 찍고 사진을 말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마땅히 사진책을 사서 읽으면서 이렇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세 자락.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안목,2011.3./9천5백 원)
 글 : 필립 퍼키스
 옮긴이 : 박태희

 사진강의를 하면서 굳이 사진교재를 내놓아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강의 듣는 이는 구태여 사진교재를 들춰야 하지 않습니다. 강의를 하며 배울 사진은 교재에 없으니까요. 강의로 말하고 들을 사진은 바로 사진기를 손에 쥘 사람들이 부대낄 내 삶에 있으니까요.

 


《사막의 꽃》(안목,2011.2./3만8천 원)
 글 : 조현예
 사진 : 박태희

 좋아하는 사람 글에 나 스스로 좋아하는 사진을 담아 책 하나 빚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에 글을 하나 붙이겠지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좋아하는 글에 가락을 달겠지요.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좋아하는 글에 내 온 꿈을 실은 사진을 붙이겠지요.

 


《필립 퍼키스와의 대화》(안목,2009.9./8천 원)
 글 : 필립 퍼키스, 막스 코즐로프, 존 브레이버맨 리바인
 옮긴이 : 박태희

 사진길을 걷는 씩씩한 사람은 사진만 말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말하면서 내 삶을 말합니다. 내 삶을 말하면서 사진을 말합니다. 그림길을 걷는 튼튼한 사람은 그림만 말하지 않아요. 흙길을 걷는 야무진 사람은 흙만 말하지 않고요. 흙을 일구는 사람하고 흙과 삶과 목숨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진을 일구는 사람하고 또.

 


 《사진, 찍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미진사,2008.3./3만 원)
 글 : 앤 셀린 제이거
 옮긴이 : 박태희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은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만들고 싶은 사람은 사진을 만듭니다. 삶을 일구고 싶은 사람은 삶을 일굽니다. 삶을 꾸미고 싶은 사람은 삶을 꾸밉니다. 사랑을 나누고 싶은 사람은 사랑을 나눕니다. 사랑을 불태우고 싶은 사람은 사랑을 불태웁니다. 저마다 살아가는 대로 사진이든 사랑이든 합니다.

 


 《꽃무늬 몸빼 막막한 평화》(안목,2009.12./2만 원)
 글·사진 : 한금선
 펴낸이 : 박태희
 
http://anmoc.com 에 들어가야 살 수 있음
 시골마을 할머니들 겨울철 양말은 여러 켤레입니다. 두 켤레를 껴신고 덧신을 신습니다. 할머니들 덧신은 똑같은 무늬가 없습니다. 가게에서 사다 신어도 덧신 무늬가 다 다릅니다. 이 어여쁜 덧신 꽃무늬는 할머니들 바지나 치마나 웃도리하고 더없이 잘 어울립니다. 시골집과 시골길과 시골하늘이랑 곱게 어우러집니다.

 


 《The Sadness of Men》(Quantuck Lane Press,2008/5만4천 원)
 글·사진 : 필립 퍼키스
 
http://anmoc.com 에 들어가야 살 수 있음
 아낌없이 살아가는 하루입니다. 아낌없이 사랑하는 오늘입니다. 아낌없이 바라보고 마주하며 얼싸안는 내 살붙이입니다. 좋은 꿈을 실으며 살아가는 하루입니다. 좋은 말을 나누며 사랑하는 오늘입니다. 좋은 밥을 함께 먹으며 얼싸안는 내 살붙이입니다. 새날 여는 새벽녘 보랏빛 하늘을 바라보며 참 좋습니다.

..

 

ㅅ님이 이런 페이퍼 한 번 써 보라고 하셔서

한 번 써 보았습니다~ ^^;;;;

 

아무쪼록, 사진책과 사진을 읽으려는 분들한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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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2-02-03 11:08   좋아요 0 | URL
이런 페이퍼, 반갑고 고맙습니다!

파란놀 2012-02-03 11:39   좋아요 0 | URL
에고, 쑥스럽습니다 ^^;;;

페크pek0501 2012-02-04 13:18   좋아요 0 | URL
저도 메리포핀스님의 의견에 한 표를 던지지 않고 드립니다. ㅋ

파란놀 2012-02-04 13:50   좋아요 0 | URL
하핫 ^^;;;;
에고고~~
 
여름 산 아이 플루리나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6
알로이스 카리지에 그림, 셀리나 쇤츠 글, 이지연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아름다이 살아가는 꿈을 꽃피우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33] 알로이스 카리지에·셀리나 쇤츠, 《여름 산 아이 플루리나》(아이세움,2002)

 


 윌리엄 스타이그 님 이야기책 가운데 《도미니크》가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2006년에 옮긴 판으로 읽었는데, 1981년에 일찌감치 《용감한 도미니크》라는 이름으로 나온 적 있습니다. 1981년이라면 내가 일곱 살 적인데, 그무렵 이 책이 재미있거나 좋거나 훌륭하거나 아름답다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이 있었나 궁금합니다. 1981년부터 서른 해가 넘도록 이 책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아직 못 보았습니다. 윌리엄 스타이그 님이 내놓은 이야기책을 이야기한다면 2006년에 나온 《도미니크》를 들겠지요.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간 1982년에 내 어버이나 둘레 어른 가운데 나한테 《용감한 도미니크》를 선물한 분이 있었다면 나는 기뻤을까요. 어릴 적부터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나는 아름다운 어린 나날을 누릴 수 있었을까요.

 

 우리 집 아이는 1981년판 《용감한 도미니크》와 2006년판 《도미니크》를 나란히 놓고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아이는 두 가지 책 모두 거들떠보지 않고 스무 살이나 서른 살까지 살아갈 수 있으며, 앞으로 스무 해나 서른 해 뒤에는 2006년판 《도미니크》가 사라질 수 있어요. 스무 해나 서른 해 뒤에는 《용감한 도미니크》이든 《도미니크》이든 사람들 마음과 생각에서 아주 잊혀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잊혀지는 책을 헌책으로 찾아서 읽도록 한다면, 또는 새로운 판이 예쁘게 나와서 읽을 수 있다면, 이렇게 만나는 책은 얼마나 기쁘거나 놀랍거나 반갑다 할 만할까요.

 

 좋다는 책 한 권 읽으면서 마음을 아름다이 돌볼 수 있습니다. 좋다는 책 한 권 읽지 못한다지만 마음을 얼마든지 아름다이 보살필 수 있습니다.

 

 내 어린 나날을 돌아보노라면, 나는 그리 좋다 할 만한 책을 읽은 일이 드물지만, 내 어린 나날이 슬펐다거나 심심했다거나 고달팠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책이 없어도 놀이동무가 많았습니다. 책을 읽지 못했으나 마음껏 뒹굴며 놀 수 있었어요.


.. 머나먼 스위스 두메 마을에 여러분 또래의 여자 애가 살고 있습니다. 이름은 플루리나예요. 산골짝에 여름이 찾아오면 플루리나네는 살던 집을 떠납니다. 보세요! 플루리나가 아침 일찍부터 오빠 우즐리랑 부모님이랑 함께 살림살이를 수레에 싣고 염소 떼를 몰고 사뿐사뿐 여름 목장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  (4쪽)

 


 책으로 배운 이야기는 없다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책으로 익힌 삶이란 없다 할 만합니다. 집안에서는 집일이나 심부름을 합니다. 집밖에서는 끝없이 달리고 뛰며 놉니다. 내가 집안에서 들은 이야기는 어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입니다. 내가 집밖에서 들은 이야기는 동무들끼리 주고받는 놀이 얘기입니다.

 

 돌이키면, 어머니한테서 돈을 받아 주먹에 땀이 돋도록 꼭 움켜쥐고 가게로 달려가서 다시 집으로 씽 달려오던 심부름이 책 하나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형하고 나하고 기름통을 둘씩 들고는 기름집에 가서 보일러 기름을 사오던 심부름이 책 둘입니다. 밥을 먹고 나서 스스럼없이 설거지를 하던 형을 바라보며 아차 내가 먼저 해야 하는데 하고 깨우치던 일이 책 셋입니다. 개구진 놀이를 하던 나나 다른 동무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런 개구진 짓이 얼마나 재미없고 바보스러운지 아느냐면서 똑똑하고 차분하게 짚어 주던 6학년 적 부반장 아이 말마디가 책 넷입니다. 닭똥 냄새 물씬 나는 사육장 청소를 나랑 둘이서 군말 없이 하던 내 동무 매무새가 책 다섯입니다.

 

 좋은 책은 우리 곁 어디에나 있습니다. 좋은 책은 내 삶 어느 자리에나 있습니다.

 

 좋은 책은 좋은 삶입니다. 좋은 책은 좋은 이야기입니다. 좋은 책은 좋은 웃음이요 좋은 눈물입니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바닷물이 좋은 책입니다. 새하얀 구름과 소낙비 몰고 다니는 뭉게구름이 좋은 책입니다. 무지개가 좋은 책이고 수없이 반짝거리는 까만 하늘 뭇별이 좋은 책입니다. 우지끈 내리치는 벼락이 좋은 책입니다. 짠내 가득한 갯벌에서 살아가는 조개와 게가 좋은 책입니다. 바닷가 갈매기와 멧골짝 우람한 나무가 좋은 책입니다.


.. 그때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도와 주세요! 살려 주세요!” 하고 외치는 소리 같아요. 우는 소리,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 아주 작은 짐승만이 낼 수 있는 소리입니다. 산 아이 플루리나는 바위에서 벌떡 일어나 덤불 속을 샅샅이 뒤져 봅니다. 저것 좀 보세요. 여우예요! 틀림없어요. 여우가 새를 물어 가고 있어요! 플루리나가 야단을 칩니다. “이 못된 녀석, 어서 그 새 이리 내놓지 못해! 명령이야!” ..  (8쪽)

 


 널따랗고 새까만 아스팔트길은 좋은 책이 못 된다고 느낍니다. 골목길에서까지 싱싱 달리는 자동차는 좋은 책이 못 된다고 느낍니다. 쉰 층 백 층 뾰족하게 솟는 높다란 건물은 좋은 책이 못 된다고 느낍니다. 멧골짝부터 졸졸 흐르는 냇물이 아니라 도시 한복판에서 수도물 힘으로 흐르는 겉으로만 맑아 보이는 도랑물은 좋은 책이 못 된다고 느낍니다. 먹고 나면 비닐쓰레기를 잔뜩 남기는 과자들 그득그득 쌓인 커다란 가게들은 좋은 책이 못 된다고 느낍니다.

 

 좋은 책 하나를 찾는 마음이라면 좋은 삶 하나로 내 나날을 꾸리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겠느냐 생각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내 가슴속에서 길어올리고, 좋은 이야기를 옆지기하고 오순도순 나누며, 좋은 이야기를 아이들하고 도란도란 새로 피워내는 삶이 곧 좋은 책 아니겠느냐 생각합니다.

 

 날이 차츰 추워지는 가을에 비로소 도시를 떠났습니다. 날이 차츰 추워지는 가을부터 비로소 시골에 삶터를 마련했습니다. 나는 시골살이를 제대로 몰랐으니 가을에 삶터를 옮기고 맙니다. 시골살이를 조금이라도 짚으려 했다면, 새봄이 찾아올 때에 삶터를 옮겨, 새봄부터 땅뙈기를 일구어 내 보금자리에서 내 먹을거리 마련할 길을 찾겠지요. 겨울을 앞둔 가을날 시골로 들어선다면, 내 땅뙈기를 집 옆에 얻더라도 겨우내 푸성귀를 일구지 못해요. 날씨가 풀려 씨앗이 뿌리내려 잎을 틔울 봄까지 기다리며 푸성귀를 사다 먹어야 합니다.

 

 어리석은 아버지요 어버이라고 느낍니다. 어른이 되어 종이로 된 책은 많이 읽었어도, 몸뚱이로 아로새길 삶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읽었더라도 옳게 삭히지 못했기에 슬기롭다 할 만한 길을 못 찾곤 합니다. 다만, 나 스스로 참 어리석거나 어설픈 길을 걸었으니, 아이들한테는 다른 길을 보여주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지 몰라요. 어쩌면, 어리석거나 어설픈 길을 걸은 나머지, 아이들한테까지 어리석거나 어설픈 길을 똑같이 보여주거나 이야기할는지 모릅니다.


.. 플루리나는 새끼새를 놓아주고 싶지 않습니다. 우즐리가 화를 냅니다. “불쌍한 새를 놓아줘. 안 그러면 새장 안에서 죽고 말 거야.” 플루리나는 불쌍한 마음이 들어 새끼새를 안고 엉엉 울면서 절벽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끼새를 쓰다듬어 줍니다. 아, 플루리나가 이 조그만 목숨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요. 플루리나는 차마 제 손으로 새끼새를 놓아주지 못합니다 … 이별이란 아이들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  (18쪽)

 


 알로이스 카리지에 님 그림과 셀리나 쇤츠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여름 산 아이 플루리나》(아이세움,2002)를 읽습니다. 스위스 두메에서 살아가는 두 아이 플루리나와 우즐리는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마을에서 살고, 봄부터 여름까지는 멧골에서 삽니다. 이 아이들과 어버이는 살림집이 둘이에요.

 

 참 좋네. 참 좋겠구나.

 

 어, 그러고 보니, 우리 식구도 이렇게 두 살림집을 꾸릴 수 있습니다. 아직 살림돈이 모자라고 생각이 깊지 못한 아버지 때문에 두 살림집을 꾸릴 엄두를 못 냈지만, 겨울날에는 마을집에서 지내고 여름날에는 멧골집에서 지낼 수 있어요. 마을집은 겨울날 따스히 보내며 쉬거나 책을 가까이하는 터로 삼고, 멧골집은 드넓은 멧자락 품에 안기며 내 가슴을 확 틔우는 마당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 이제 마차에 짐을 다 실었습니다. 마차를 타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지나 집으로 가는 시골길로 내려갑니다. 우즐리가 고삐를 잡습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플루리나는 아무도 몰래 산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새끼새에게도 손을 흔듭니다! ..  (26쪽)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마을집과 멧골집을 오가며 살아갑니다. 아이들은 천천히 자랍니다. 스스로 밥을 짓고 스스로 옷을 지으며 스스로 집을 짓습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길을 스스로 익힙니다. 어버이가 이모저모 가르치거나 물려주기도 할 테지만, 어버이 또한 당신이 어릴 적에 당신 어버이한테서 배우며 함께 살아갔듯, 당신 아이들한테 똑같이 삶과 꿈과 일과 놀이와 사랑과 믿음을 고이 나누겠지요.

 

 멧골아이 플루리나와 우즐리는 따로 학교에 다니는 듯하지 않습니다. 아니, 겨울철 마을집에서는 학교에 나갈는지 몰라요. 학교에 나가서 마을 동무하고 어울릴 수 있겠지요. 봄부터 이른가을까지는 멧자락에서 풀과 나무와 구름과 하늘과 새와 들짐승하고 어우러지면서 살아가고 배워요. 저녁이 되면 집에서 어버이하고 밥상 앞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성경책을 읽겠지요. 유럽 나라이니까요.

 

 오늘날 한국땅에서는 《여름 산 아이 플루리나》에 나오는 두 아이처럼 살아가는 길을 찾을 수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이렇게 학교나 학원하고 동떨어진 채 자연하고만 지내는 아이란 없다고 할 만합니다. 텔레비전이나 동화책이나 문제집이나 논술책하고는 등진 채 멧골과 푸나무와 멧새랑 어우러지는 아이란 없다고 할 테지요.

 

 플루리나랑 우즐리는 손전화를 모르고 셈틀을 모릅니다. 오늘날 한국땅 아이들은 손전화를 잘 알고 셈틀을 잘 다룹니다. 플루리나랑 우즐리는 밥을 하고 옷을 기우며 집을 손질할 줄 압니다. 오늘날 한국땅 아이들은 무엇을 잘 할 만할까요.

 

 전철을 탈 줄 알고, 카드를 긁을 줄 알며, 영어로 얘기할 줄 아는 오늘날 한국땅 아이들은 어떤 꿈을 누구랑 어디에서 어떻게 꽃피우는 아름다운 나날을 누릴 수 있을까요. (4345.2.3.쇠.ㅎㄲㅅㄱ)


― 여름 산 아이 플루리나 (알로이스 카리지에 그림,셀리나 쇤츠 글,이지연 옮김,아이세움 펴냄,2002.4.10./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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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2-02-03 11:31   좋아요 0 | URL
올해로 서른여덟이에요.

가장이라는 짐보다는,
식구들하고 살아가는 앞길을 얼마나 제대로 생각했느냐 하는 대목에서
찬찬히 짚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하고 느껴요.

아마, 지난 여섯 해보다 더 많이 헤매면서
올 한 해 길찾기를 하는 갈림길이 아닌가 싶어요~ @.@

2012-02-03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2-02-03 11:34   좋아요 0 | URL
도시나 시골이나 어느 삶터이든
그리 대수롭지 않다고 느껴요.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는 까닭이라면,
도시이든 시골이든
나 스스로 어떤 삶터에 있는가를
제대로 느끼지 않으면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즐겁고 맑게 살아가는 길을 생각하지 못하고 말아요.

그런데 이제 거의 모든 도시 거의 모든 살림집에서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찾을 즐거움을
스스로 살피지 않고,
이런 흐름이 더 짙어지기에
자꾸 이렇게 글을 써야 하지 않느냐 싶기도 해요.

어느 구석에선가
예쁘고 즐거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그래서 한쪽으로만 쏠리는 삶이 아니라
골고루 살아가는 길을 찾는다면
좋으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