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건반에 뒤로 앉아 치는 어린이

 


 제 몸뚱이만 한 인형을 등에 업고 피아노를 치자니 한손으로 받쳐야 한다. 한손으로 받치고 치자니 아무래도 힘들어 피아노 건반에 올라탄다. 이렇게 하면 인형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두 손을 홀가분하게 놀리며 피아노 건반을 두들긴다. 아직 키가 작은 동생은 피아노를 붙잡고 겨우 버티지만 누나처럼 건반을 두들기지 못한다. 재미있게들 놀아라. (4345.2.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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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피아노 치고 싶어

 


 누나가 피아노 치는 소리를 듣고는 누나 따로 끝방으로 볼볼볼 기어가서는 피아노 다리를 붙잡고 서기까지는 했지만 키가 안 닿아 건반을 두들기지는 못하는 산들보라. 아직 너는 혼자 서지 못하잖니. 혼자 설 무렵 키가 훌쩍 자라 그때에는 너도 누나하고 나란히 앉거나 서서 피아노를 칠 수 있을 텐, 어서 무럭무럭 자라렴. (4345.2.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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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2-02-18 12:20   좋아요 0 | URL
저 녀석이 정녕 산들보라란 말입니까?
저 녀석들 보고 있으면, 안 먹어도 배 부르시겠습니다여~^^

파란놀 2012-02-18 17:06   좋아요 0 | URL
씩씩하게 잘 크기를 빌고 또 꿈꾸어요..

카스피 2012-02-19 18:32   좋아요 0 | URL
둘째 태어난지 얼마안된것 같은데 벌써 짚고 일어나는군요ㅎㅎ,정말 안먹어도 배가 부르시겠네용^^

파란놀 2012-02-20 06:54   좋아요 0 | URL
많이 먹어야 이 아이들 데리고 놀지요 ㅋㅋㅋ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
토우메 케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함께 있는 즐거움
 [만화책 즐겨읽기 118] 토우메 케이,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

 


 그믐밤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달이 보이지 않으면 별이 한결 잘 보이지 않으랴 싶지만, 막상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노라면 별을 그리 많이 찾아보지는 못합니다. 깜깜해진 밤하늘은 더 깜깜하고 별빛까지 수그러듭니다.

 

 저녁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살짝 바깥으로 나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걷습니다. 바람이 꽤 쌀쌀하면 살짝 나왔다가 금세 들어갑니다. 바람이 그닥 차지 않으면 마을을 한 바퀴 빙 돕니다. 보름밤에는 길이 훤히 잘 보여 걱정없이 걷는데, 그믐밤에는 여느 때에 잘 보이던 길이 아주 깜깜합니다. 이때 아버지랑 나란히 걷는 첫째 아이는 아버지 손을 꼭 움켜쥐며 뒤로 물러섭니다.

 

 별을 보고 깜깜한 밤을 보면서 이제 이렇게 조용한 때에는 모두 코 하고 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 이불을 뒤집어쓰고 눕습니다. 이런다고 곧 잠들 아이들은 아닙니다. 갓난쟁이 둘째는 가슴에 엎드리도록 합니다. 첫째는 곁에 누우라 합니다. 이런 다음 한참 노래를 부르며 놉니다. 고개를 이리저리 갸우뚱하다가는 두 팔로 아버지 가슴을 팍 디디고 웃몸을 일으키는 둘째가 까르르 웃기를 되풀이하다가는 눈꺼풀이 스르르 감길 무렵, 나즈막하게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이무렵 첫째는 “동생 자?” 하고 묻고는 저도 하품을 길게 하다가는 눈을 사르르 감습니다.


- “너 지금 까마귀들에게 밥 주고 있는 거냐? 그건 팔다 남은 도시락이잖아. 사장님이 아시면 야단하실 텐데.” “비밀로 해 주세요. 어차피 버릴 거잖아요.” (10쪽)
- “나도 도시락, 한 개만 줘.” “뭐? 이런 일을 하면 안 되게 되어 있어, 규정상. 미안하지만.” “뭐? 방금 까마귀에게는 줬잖아.” “그, 그야 그렇지만.” “좀 봐줘. 막차를 놓쳐서 신주쿠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단 말이야.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래. 까마귀에게 적선한 셈치면 되잖아.” (13쪽)

 


 아이 둘을 나란히 재우기란 만만하지 않습니다. 아이 둘을 재우고 보면 셋이나 넷이 있을 때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떠올립니다. 다른 무엇보다 아이들이랑 살을 부대끼며 같이 있는 나날이 가장 즐거운 하루가 아니겠느냐 생각합니다. 억지로 재우려 한대서 잠들 아이들이 아니라, 실컷 뛰고 구르고 기고 달리고 하다가 제풀에 겨워 곯아떨어질 때에 비로소 꿈누리로 접어드는 아이들이리라 생각합니다.

 

 멀리 찾아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어요. 바로 내 어린 나날을 조금만 떠올리면 오늘 내 곁에서 살아가는 아이들하고 어떻게 어울릴 때에 서로 기쁘며 좋은가를 깨달을 수 있어요.

 

 사람 몸은 밥을 먹으며 기운을 얻는다면, 사람 마음은 사랑을 먹으며 기운을 얻어요. 밥 한 그릇으로 몸에 새 기운 북돋우고, 사랑 한 자락으로 마음에 새 기운 북돋울 수 있어요. 몸과 마음이 함께 튼튼해야 씩씩한 사람이 돼요. 몸만 튼튼하거나 마음만 튼튼할 수 없어요. 내 몸을 빛낼 가장 좋은 밥을 찾아서 먹고, 내 마음을 빛낼 가장 좋은 사랑을 찾아서 나누어야 즐거운 삶이에요.


- “그나저나 넌, 하나도 안 변했구나.” “사람이 반년만에 쉽게 바뀌겠어! 너야말로 전혀 안 변했는걸.” (35쪽)
- “이상하지. 사랑이란 단지 착각일 뿐인데, 알고 있으면서 그걸 거역할 수가 없다니. 덕분에 5년씩이나. 바보같이.” (72∼73쪽)

 


 가장 즐거이 살아가는 길은 오직 하나라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가장 즐거이 살아가는 길이니까요. ‘가장’은 오직 한 가지에만 붙이는 꾸밈말이거든요.

 

 이렁저렁 즐거운 길이란 많아요. 이모저모 즐거이 누릴 삶도 많겠지요. 그러나 참말 가장 즐겁게 오순도순 어우러질 길이라 한다면 다문 하나예요. 어버이로서, 아이로서, 집식구로서, 옆지기로서, 살붙이로서, 서로서로 가장 즐겁게 오순도순 어우러질 길이란 스스로 밥을 일구어 얻고 스스로 사랑을 길어올려 나누는 삶 하나라고 느껴요.


- “미안해. 이 밤중에. 잠깐 나와 줄 수 없을까?” “커피숍이라도 갈까?” “아니, 여기서도 괜찮아. 오래 전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난, 널 좋아해.” (87쪽)
- “네가 말한 착각에 종지부를 찍고 자전거 채로 넘어졌어. 그냥 한번 자기변혁을 시도해 봤을 뿐이야. 거짓말쟁이인 자신을 힘껏 쫓아내 봤어. 그리고 도망갈 길을 잃으면 어떻게 되나 하고 봤더니, 뜻밖에, 아무렇지도 않더라구. 계속 같은 곳에 있을 뿐.” (95쪽)
- “거짓말쟁이는 아무것도 잃지 않지만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어. 난 거짓말쟁이지만 처음으로 남이 날 좋아해 주길 바랐어. 나도 도망칠 곳을 잃은 건지도 몰라.” (98쪽)

 


 아이들이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다고 그리 기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이름난 대학교에 붙는다고 기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붙거나 큰회사 시험에 붙었기에 기쁘지 않습니다.

 

 아이가 씨앗 한 알 고이 건사해서 무럭무럭 자라도록 심을 수 있을 때에 기쁩니다. 아이가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서로서로 아끼고 보듬으며 어루만질 수 있을 때에 기쁩니다. 아이가 따스한 손길로 풀줄기와 꽃잎을 쓰다듬을 수 있을 때에 기쁩니다. 아이가 맑은 눈빛으로 노래하며 이야기꽃 피울 때에 기쁩니다.

 

 곰곰이 돌아봅니다. 내 삶에서 나부터 살고 싶은 길이 아이들하고 살아가는 동안 아이하고 함께 누리고 싶은 길입니다.

 

 나는 시험 100점이 썩 기쁘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졸업장이나 자격증이 그리 반갑지 않습니다. 나는 어찌저찌 누리는 이름쪽이 대수롭지 않습니다. 나로서는 내가 살가이 건사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좋습니다. 내가 포근히 감싸며 나눌 수 있는 사랑이 좋습니다. 내가 흐뭇하게 길어올릴 이야기와 꿈이 좋습니다.

 

 아이한테 바라고 싶은 무언가를 나부터 살아내면 됩니다. 아이한테 무언가 바라고 싶으면 나부터 기쁘게 살아내면 됩니다. 아이와 어버이가 나란히 어깨동무하면서 즐거이 한길을 걸으면 됩니다.


- “네가 싫은 건 아니지만, 그다지 잘해 줄 수 없을 것 같아. 지금 내 머릿속은 그럴 여유가 없거든.” “알고 있어. 우오즈미는 생각할 게 많으니까. 자신에 대해서도, 시나코 선생님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어. 난 반 바퀴 정도 늦게 출발한 러너 같은 존재야.” “뭐?” “처음부터 지는 경기를 시작했다는 뜻이지. 우오즈미가 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알지만, 난 우오즈미가 생각하는 것만큼 환상이나 이상을 가지고 있진 않아. 내가 생각하고 느낀 그대로의 사람이었어. 그러니까 우오즈미가 누굴 좋아하든 상관없어. 난 우오즈미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야 물론, 언젠가는 날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우선,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그러니까 괜찮아. 포기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이런 내가 이상해?” (215∼217쪽)

 


 토우메 케이 님 만화책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학산문화사,2001) 첫째 권을 읽습니다. 모두 일곱 권으로 이루어진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첫째 권에서는 ‘함께 있는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사랑이든 아니든, 사랑이라 느끼든 못 느끼든, 서로 바라보고 함께 어깨동무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증명서나 계약서나 신고서가 있어야 함께 살아가는 님이 아닙니다. 한 집 같은 방에서 나란히 잠자리에 누워야 함께 살아가는 짝이 아닙니다. 몸을 섞는대서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으로 몸을 섞기도 하지만, 사랑이 아니면서 몸을 섞기도 해요.

 

 사랑일 때에는 서로 마주볼 수 있기에 기쁘고, 사랑인 만큼 서로 마주볼 수 없어도 마음으로 그리기에 기쁘며, 사랑인 사람들은 저마다 두 다리 서는 곳에서 사랑씨앗 곱게 뿌리며 돌보기에 기쁩니다.


- “까마귀 좋아해?” “좋아한다기보다, 익숙해지면 귀엽잖아.” “가끔 먹이를 나눠 줘서 고마워.” “그게, 네 까마귀였어?” “응.” (15쪽)
- “난 우오즈미를 만나고 싶어서 가게에 들르는 거야.” “그거 고맙군.” (51쪽)


 좋아하니까 손을 잡아야 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니까 입을 맞추어야 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니까 나들이를 함께 다녀야 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니까 둘이 꼭 붙어 다녀야 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니까 이 지구별 이 조그마한 마을 이 자리에 함께 햇살을 누리고 바람을 마시면서 웃고 울 수 있습니다. (4345.2.18.흙.ㅎㄲㅅㄱ)


―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 (토우메 케이 글·그림,신현숙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1.6.25./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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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아파요 - 세계우수창작동화 100선 18
마르타 코시 글.그림 / 예지현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도시는 깨끗해지지 않는다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39] 마르타 코시, 《숲이 아파요》(푸름이동사모,2004)

 


 도시는 깨끗하지 않습니다. 깨끗한 도시는 이 나라에 없습니다. 모르는 노릇인데, 이웃한 다른 나라에도 깨끗한 도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시라는 곳이 되면, 지구별 어디에서나 지저분한 터전이 되고 만다고 느낍니다.

 

 한국땅 서울에는 청계천이 있답니다. 청계천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청계천에서 흐르는 물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서울사람은 청계천 물을 ‘먹는물’이나 ‘씻는물’로 삼지 않아요. 댐에 가둔 물을 수도꼭지를 틀어서 쓰고, 이 물조차 정수기를 달아 다시금 걸러야 합니다.

 

 물을 마실 수 없는 도시에서는 바람도 마실 수 없습니다.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물을 마시지 못할 뿐더러 바람조차 마시지 못하니, 이곳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몸이 튼튼할 수 없습니다. 서울에는 크고작은 병원이 곳곳에 수없이 늘어설밖에 없어요.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도시이기에, 아프고 만 사람들을 낫게 해 준다며 돈벌이를 하는 병원이 그득그득 있어야 해요.


.. 깊은 숲 속 마을에 동물들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어요 ..  (3쪽)

 


 시골이라 해서 어디나 맑은 물과 바람이지는 않습니다. 요즈음은 도시가 넘치고 넘치면서 공장을 시골로 옮기거든요. 도시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 땅값이 올라, 땅값 싸면서 물 마음껏 쓰고 버릴 수 있는 시골로 공장을 옮기거나 새로 짓거든요. 더구나, 도시 한복판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드뭅니다. 한갓지며 깨끗한 시골자락을 밀고 깎아 골프장을 짓습니다. 골프장 잔디를 늘 푸르게 한다며 풀약을 어마어마하게 치고 물을 허벌나게 씁니다. 제주섬에 있는 골프장에서 쓰는 물은 삼다수라는 먹는샘물 회사가 뽑아올리는 물보다 몇 곱이 많아요. 제주섬이 깨끗하다 하고 관광하기 좋은 데라 하지만, 골프장 넘치는 제주섬이라 한다면 사람이 사람다이 살아가기는 힘들다고 느껴요.

 

 곧, 도시사람은 도시에 바글바글 모이면서 스스로 삶터를 옥죄고, 시골은 시골대로 공장과 골프장으로 더럽히거나 망가뜨립니다. 게다가, 큰도시와 큰도시를 더 빠른 길로 잇는다며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를 끊임없이 새로 지어요. 이러는 동안 시골사람은 도시사람 때문에 삶터를 잃거나 빼앗깁니다. 시골마을이 짓밟혀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곁으로 보이는 시골마을은 모조리 도시사람 때문에 짓이겨진 슬픈 터전입니다.


.. 동물들의 병은 낫지 않았어요. 어제는 사슴과 다람쥐가 죽었어요. (멧골 아이) 리사는 큰 소리로 엉엉 울었어요 ..  (11쪽)

 


 도시는 깨끗해지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도시는 돈을 놓고 돈을 벌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깨끗해질 수 없다고 느낍니다. 환경부담금을 내도록 한대서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돈이 모일 뿐입니다. 도시에는 발전소가 없습니다. 도시에는 쓰레기 묻거나 태우는 터가 몇 없습니다. 도시에는 핵발전소 폐기물 묻는 터가 없습니다. 도시에는 ‘위해 시설’이나 ‘유해 시설’을 들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도시에 숲을 이루도록 흙땅을 건사하는 일이란 보이지 않습니다.

 

 숲을 마련하지 않고, 그나마 남은 논밭이랑 얕은 멧자락을 허물어 아파트를 짓는 도시입니다. 이러한 도시가 깨끗해질 일이란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도시는 날마다 더 더러워집니다. 도시는 날마다 더 지저분한 먼지를 온누리로 흩뿌립니다. 도시사람은 자가용을 몰아 도시뿐 아니라 이웃 시골마을까지 더럽힙니다. 자가용을 몰면서 골골샅샅 누비는 동안 정갈하던 시골자락마저 지저분해집니다.

 

 장비를 갖춰 산을 타니까 산이 망가집니다. 자전거를 몰고 산을 오르내리니까 산이 깎입니다. 나쁜벌레 막는다며 헬리콥터로 농약을 온 들판과 멧자락에 뿌려대니까 숲이 몸살을 앓습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숲에서 자라는 나무를 베어 종이로 쓴다거나 가구를 짠다거나 하는 일이 많지 않은데, 이마저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숨을 마음껏 들이쉴 만한 터전이 못 됩니다.


.. 야콥은 숲 속을 나와 어느 도시에 도착했어요. 도시의 수많은 공장 굴뚝에서는 하루 종일 새까만 연기가 나왔어요. 또 거리의 자동차들은 쉴새없이 더러운 연기를 뿜어내며 달렸어요. 콜록콜록! 야콥은 숨쉬기조차 힘들었어요 ..  (12쪽)

 

 


 돈을 벌자면 도시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도시로 가야 더 크나크다 하는 돈을 벌겠지요. 요즘 같은 누리에서 시골로 가면 돈구멍이 없다고 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시골에서 돈벌이를 얼마나 하겠습니까. 시골에서 푸성귀를 일구거나 곡식을 거두어도 도시에 내다 팔아야 돈을 벌 테니까, 도시하고 안 이어지면 돈구멍이 없어요.

 

 그러나, 돈 아닌 삶을 생각한다면 도시에서 삶찾기는 까마득합니다. 밥이 되는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를 잊는 도시에서 어떤 삶을 찾고 어떤 사랑을 느끼며 어떤 사람을 사귀는가요.

 

 오늘날 사람들은 삶이 아닌 돈을 찾으니까 도시로 몰리기만 해요. 오늘날 사람들은 아이들한테 사랑 아닌 지식을 가르치려 하니까 더 커다란 도시 더 커다란 학교로 내몰기만 해요. 오늘날 사람들은 어깨동무할 이웃이랑 동무를 사귀기보다는 이름값 드날리는 데에 기울어지니까 수수한 꿈과 믿음이랑 동떨어지고 말아요.

 

 왜 아이들한테 자동차를 익숙하게 하나요. 왜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텔레비전하고 사귀도록 하나요. 왜 아이들이랑 흙을 밟으며 먹을거리 일구는 삶을 잊는가요. 왜 아이들이랑 도란도란 이야기꽃 노래잔치 벌이는 꿈 같은 하루하고 멀어지나요.

 

 가수가 되어야 할 아이들이 아니라, 노래를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들이어야 사랑스럽습니다. 공무원이 되어야 할 아이들이 아니라, 스스로 땀흘려 일하는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는 아이들이어야 믿음직합니다. 있는 집에 시집장가 가야 할 아이들이 아니라, 꿈과 사랑과 믿음이 얼크러진 좋은 넋으로 살아가는 짝꿍을 만나는 아이들이어야 아름답습니다.


.. (멧골 아이 야콥은) 광장으로 달려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왜 착한 내 친구(멧짐승)들을 괴롭히는 거예요?” 그때 도시의 대표가 나와서 말했어요. “네 친구들이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계속 말썽을 피웠단다. 그런데 넌 어디서 왔니?” “저는 숲 속 마을에 사는데, 동물들이 아파서 약을 구하러 왔어요. 여기서 날아온 나쁜 공기 때문에 동물들이 아파요. 제발 도시를 깨끗하게 해 주세요!” ..  (19쪽)

 


 마르타 코시 님 그림책 《숲이 아파요》(푸름이동사모,2004)를 읽습니다. 2002년에 ‘예지현’이라는 데에서 처음 나왔다가 사라진 《동물들이 아파요》가 2004년에 새옷을 입었으나, 《숲이 아파요》라는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은 전집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로 찾아 읽을 길이 없습니다.

 

 이 그림책은 아주 단출하고 짤막하게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첫째, 숲은 즐거웠습니다. 둘째, 숲이 갑자기 앓아눕습니다. 셋째, 숲을 살리려고 길을 떠납니다. 넷째, 도시에 닿아 숨이 막혀 죽을 뻔합니다. 다섯째, 도시에서 따돌림받고 들볶이는 들짐승을 만납니다. 여섯째, 도시사람더러 제발 서로서로 살아남을 길을 찾자고 외칩니다. 일곱째, 숲으로 돌아온 아이는 숲동무랑 예전처럼 조용하면서 아름다이 살아갑니다.

 

 숲이 아프고 도시가 아픈 까닭은 오직 하나입니다. 공장과 자가용, 이 두 가지입니다. 공장과 자가용으로 대표하는 도시살이란 바로 ‘돈’입니다. 돈 때문에 공장을 짓고, 돈 때문에 공장을 지으면서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늘어납니다. 공장 일꾼이 늘어나며 공무원도 늘어나고, 이것저것 끝없이 늘리고 늘리면서 도시는 몸집이 커질 뿐, 이 커진 몸집을 어찌 건사해야 하는가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돈은 끝없이 쌓이는데, 끝없이 쌓이는 돈으로 무얼 해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나날이 되는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제성장을 이룬들 밥을 나누지 않으면 부질없습니다. 수출을 많이 한들 땅을 나누지 않으면 덧없습니다. 맑은 물과 바람과 햇살과 흙과 풀을 누릴 수 있는 터로 이 나라를 돌보아야 합니다. 내가 살고 네가 살며 우리가 살아가자면, 도시사람 아닌 숲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도시를 버리고 숲을 살려야 합니다.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4345.2.18.흙.ㅎㄲㅅㄱ)


― 숲이 아파요 (마르타 코시 글·그림,김요한 옮김,푸름이동사모 펴냄,200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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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별과 살아갈 때에
별빛을 받는다.
달과 살아갈 때에
달빛을 받는다.

 

짙누런 땅에
뿌리내리는
풀과 나무가 꽃을 피우면
파란하늘 흰구름은
낮 동안
고운 내음 듬뿍 마시고는
깊은 밤에
맑고 환한 빛살
어두운 마을에
곱게 나누어 준다.


4345.2.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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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17 22:59   좋아요 0 | URL
참 아름다운 시군요.
된장님처럼 그런 곳에 사셔야 이런 시를 짓는 게 가능할 것 같아요.
아름다운 경치가 마음을 아름답게 물 들여 놓겠죠.ㅋ

파란놀 2012-02-18 06:52   좋아요 0 | URL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꼭 도시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아름다울 터에서 살아가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