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어른

 


아기는
배고플 때 으앵
오줌 누고 으앵
졸리니 으앵
놀아 달라 으앵
아파서 으앵
힘들어서 으앵
답답해서 으앵
똥이 안 나와 으앵
언제나 으앵.

 

어른은
조잘조잘 떠들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텔레비전 보고
전화 걸고
늘어지게 자고
약을 먹고 밥을 먹고
언제나 제멋대로.

 


4345.2.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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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7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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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꿈
 [만화책 즐겨읽기 119] 데즈카 오사무, 《불새 (7)》

 


 나는 어른들이 아이한테 사탕 주는 일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내가 이제 사탕을 안 먹을 뿐 아니라, 사탕이 무엇으로 만드는가를 아니까 못마땅하게 여기겠지요. 돌이키면, 나도 어릴 적에는 사탕 먹기를 좋아했고, 누군가한테서 사탕을 받으면 기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 사탕을 여럿 잇달아 먹으면 입안이 싸하면서 아파요. 밥맛이 나지 않습니다. 사탕만 더 먹고 싶지, 밥을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라면 이 사탕이 몹시 끔찍할밖에 없으리라 느낍니다. 사탕 한 알이면 울던 아이 울음을 그치게 하거나 말 안 듣는 아이 말을 듣게 하기도 하니까, 한숨을 쉬면서 사탕을 주기도 하리라 생각합니다.

 

 사탕 아니면 아이를 어찌 달래나 걱정할는지 모르지만, 사탕 아니고도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는 먹을거리는 많아요. 아이 입맛은 어버이 입맛이요, 아이가 좋아하는 먹을거리는 어버이부터 좋아하는 먹을거리인 만큼, 어버이부터 삶과 넋과 밥을 찬찬히 가다듬거나 고치면서 아이와 좋은 삶과 넋과 밥을 헤아리면, 사탕에서 얼마든지 홀가분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화학조합물인 설탕이 아닌 엿을 먹을 수 있고, 사탕수수 졸여 굳힌 덩어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돼지감자를 먹을 수 있고, 배나 능금을 먹을 수 있어요. 당근이나 푸성귀를 물로 짜서 먹을 수 있어요. 우리 식구 땅뙈기를 마련해서 우리 식구가 밭을 일구어 우리 식구 먹을거리를 손수 마련할 수 있습니다. 무 한 뿌리 배추 한 포기 시금치 한 포기를 내 밭에서 거두어 먹는 맛을 아이와 어른이 다 함께 느낀다면 입맛과 밥맛은 새롭게 거듭나리라 믿어요.


- “개는 무슨 얼어죽을! 모두들 하나같이 너저분한 잡동사니잖아! 당신들도 마찬가지야!” “역시 그렇군, 레오나. 안됐지만 그 원인은 인공 두뇌에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소뇌 전부와 대뇌 대부분을 인공 두뇌로 교환한 건 전례가 없으니.” “결국 난 실험대상이었던 건가요?” “넌 완전히 죽어 있었어. 그 육체를 부활시키려면 의학상 새로운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31쪽)
- “꽃이다! 그림은 무기물이라 그런가? 살아 있는 꽃은 꽃으로 보이지 않는데 그림 속의 꽃은 제대로 보여!” (37쪽)


 나는 어른들이 아이한테 과자 주는 일을 괘씸하게 여깁니다. 이제 나는 과자를 따로 사다 먹지 않고 즐기지 않으니까 괘씸하다 여긴다 할 텐데, 곰곰이 돌이키면 나도 어린 나날 과자를 꽤나 좋아해서 자주 먹었습니다. 어린 나날 과자를 무엇으로 만드는가를 살피지 않았어요. 어른들도 과자가 어디에서 무엇으로 만드는가를 따지지 않았어요. 나들이를 가면 으레 과자를 한 부대 장만해야 하는 줄 알고, 바깥을 돌아다니며 과자를 사다 먹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가만히 보면,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바깥으로 나들이를 다니면 꼼짝없이 과자를 사다 먹을밖에 없습니다. 집에서 따로 도시락을 마련하거나 주전부리를 챙기지 않으면, 아이도 어른도 가게에서 손쉽게 돈을 치러 사는 과자에 손이 가고야 맙니다.

 

 너무 마땅한데, 과자를 사다 먹으면 비닐 쓰레기가 나옵니다. 집에서 도시락이나 주전부리를 챙기면 통에 담을 테니 쓰레기가 없습니다. 도시락 통은 잘 씻어서 말리면 얼마든지 다시 씁니다. 썩 좋지 못한 화학조합물 잔뜩 넣은 과자를 돈까지 비싸게 치러 사다 먹으면, 얼마 안 되는 알맹이를 비우고 나서 쓰레기가 풀풀 날립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집과 일터를 바지런히 오가야 하고, 이래저래 아이와 마실 다니는 일이 잦아야 하니까, 참말 온누리가 새 물건과 새 쓰레기로 그득그득 넘칩니다.

 

 사탕이랑 과자는 한쪽에서는 혀와 마음과 생각을 녹입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끝없이 쓰레기를 늘립니다. 사탕 공장과 과자 공장에서는 물과 전기를 잔뜩 먹으면서 물과 땅을 더럽히는 일을 되풀이합니다.


- “그 회사로 전화해도 될까?” “안 돼요. 로봇은 작업 중에는 불필요한 행동을 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근무 시간이 끝나고 만나면 되잖아.” “일이 끝나면 에너지가 스톱되어 창고로 들어갑니다.” (44쪽)
- “당신, 그 로봇과 이 사진이 똑같이 생겼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나?” “전혀 달라요.” “그렇게 보는 건 당신뿐이야, 레오나 씨. 우린 아무리 봐도 똑같이 보인단 말이야.” “치히로를 모욕하는 녀석은 내가 용서하지 않아!” (55쪽)


 아름다운 꿈을 바라보는 삶은 어디에 있을까요. 아름다운 사랑을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이들은 어른들이란 어떠한 삶을 바라보며 어디에서 무럭무럭 자라는가요. 아이들은 어른들한테서 어떠한 사랑을 물려받으며 어느 길을 씩씩하게 걷는가요.

 

 국가경쟁력 때문에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습니다. 나라이름 드날리거나 나라사랑 내세우며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삶을 사랑하고 싶기에 아이를 낳습니다. 아이와 함께 아름다운 꿈을 꾸면서 하루하루 사랑하는 넋으로 지내고 싶으니 오순도순 살림을 일굽니다.

 

 온 사랑을 담아 짓는 밥입니다. 온 믿음을 실어 짓는 옷입니다. 온 기쁨을 누리며 짓는 집입니다.

 성공이나 실패라는 틀로 나누지 못하는 삶입니다. 명예나 권력이라는 울타리에 가둘 수 없는 삶입니다. 학벌이나 재산으로는 재지 못하는 기쁨이요 보람이며 사랑입니다.


- “치히로! 전혀 움직이질 않잖아! 대체 뭐 하는 거야?” “나, 괴로워. 괴로워. 아파. 너무 괴로워요.” “뭐라고?” “새로운 감정이 날 지배해서 지울 수가 없어요.” (62쪽)
- “정말 상쾌한 날씨군. 전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 (82쪽)
- “오, 하늘이여! 숲이여! 물이여! 공기여! 내 말 좀 들어 봐!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 인간들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만, 너희들 자연계의 요정들이라면 우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지?” (86쪽)


 데즈카 오사무 님 만화책 《불새》(학산문화사,2002) 일곱째 권을 읽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사람답고, 삶이 얼마나 삶다우며, 사랑은 얼마나 사랑다이 누릴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가 얼크러지는 일곱째 권을 천천히 받아먹습니다.

 

 사람은 왜 태어나서 왜 살아갈까요. 사람은 왜 밥을 먹고 왜 아이를 낳을까요. 사람은 왜 짝꿍을 사귀고 왜 삶을 누릴까요.

 

 사람이 심는 나무는 무엇을 해야 나무답다 할 수 있을까요. 사람이 심는 꽃은 어떻게 피어야 꽃답다는 소리를 들을까요.

 

 냇물은 어떻게 흘러야 냇물답고, 멧자락은 어떤 모양새여야 멧자락다울까요. 바다는 어떻게 있어야 하고, 햇살은 어떻게 비추어야 할까요.

 

 어느 사람이든 어느 목숨이든 햇살과 흙과 물과 바람이 어우러져 태어납니다. 어느 한 가지라도 깃들지 않으면 사람도 목숨도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만들어 이룬다는 도시 물질문명에서는 햇살이나 흙이나 물이나 바람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청와대에서 일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사당에서 일하는 국회의원이 햇살을 받으며 일하는가요. 청와대 청소부나 국회의사당 영양사는 햇살이나 냇물이나 바람을 받으며 일하는가요. 시청이나 군청 일꾼은 어떠한 터전에서 일하는가요. 병무청이나 법원 일꾼은 어떠한 삶을 지으며 일하는가요.

 

 사람들은 누구나 ‘일’을 한다고 말하는데, 참말 ‘일’이란 무엇인가요. 돈을 버니까 일이 되나요. 돈을 벌 때에는 ‘돈벌이’이지, ‘일’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을 텐데요. 내 꿈을 싣고 내 사랑을 펼치며 내 삶을 누리는 일이 아니라, 하루하루 끼니를 잇는 돈벌이만 하면서, 우리 아이들한테까지 삶짓기 사랑짓기 사람짓기 아닌 돈벌이만 익히도록 내몰지 않나요.


- “넌 내가 돈을 주고 산 도구야. 이봐, 도구에게 무슨 권리가 있다는 거지?” (103쪽)
- “난 인간인가요?” “인간이다마다. 어엿한 인간이지.” “난 인간이 아니에요. 그러니 인생이라고도 할 수 없다구요!” “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지?” “내 몸의 60%는 인간이 아닌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그래, 인공 두뇌, 인조 세포, 인공 장기 ……. 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자네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으니까.” “만일 자동차가 부서져 고칠 때 반 이상을 전철 부품으로 간다면, 그건 과연 자동차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 “내 뇌의 반 이상과 소뇌는 전부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잖아요.” “그렇지.” “차라리 전부 갈아치우지 그랬어요?” “그러면 자네는 로봇이 되고 말아! 로봇이!” “그럼 차라리 로봇으로 만들어 주세요!” “말도 안 돼! 그럼 내가 인간을 부활시켰다는 의미가 없어지고 말잖아!” (177∼179쪽)


 아이들이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어른들부터 아름답게 살아야 합니다. 어른들로서는 돈벌이에 얽매이면서 아이들만큼은 사랑스러운 꿈을 푸르게 꾸라고 이끌 수 없습니다. 어른들이 먼저 아름다이 살아갈 사랑스러운 꿈을 푸르게 꾸어야 합니다. 이 푸르고 너르며 싱그러운 길을 아이들 손을 잡으며 즐거이 걸어가야 합니다.

 

 함께 걸어가며 즐거운 길입니다. 함께 사랑하며 기쁜 삶입니다. 함께 밥과 옷과 집을 나누기에 보람찬 하루입니다.

 

 따사로운 기운 머금은 해님은 아침마다 찾아듭니다. 고맙게 하루를 비춘 해님은 곱게 저물면서 어두운 마을 밝게 보듬는 달과 별이 빛납니다. 바람은 차갑게 불다가도 포근하게 붑니다. 잎과 꽃은 겨울을 맞이하며 시들지만 봄을 맞이하며 푸르고 싱그러이 다시 돋습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아이를 낳고는 흙으로 돌아갑니다. 흙은 모든 사람과 목숨을 살찌우면서 모든 사람과 목숨을 고이 건사합니다. 서로 아끼고 서로 돌보며 서로 기대어 한삶을 누립니다. (4345.2.21.불.ㅎㄲㅅㄱ)


― 불새 7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최윤정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2.4.25./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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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 밑 하모니카 어린이

 


 바람에 나부끼는 오줌기저귀 빨래 밑으로 하모니카를 불며 춤을 추고 노는 어린이. 이제는 너 스스로 햇살 내리쬐는 마당으로 나와서 씩씩하게 뛰어놀렴. 네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네 동생은 어서 일어서고 걷고 뛰고 하면서 함께 놀고 싶다고 꿈을 꾸겠지. 어여쁜 누나 착한 사람으로 즐거이 살아가렴. (4345.2.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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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2-20 17:08   좋아요 0 | URL
아~ 사진 너무 이뻐요.
요모습 고대로 그림책에 담뿍 담았음 좋겠다 싶어요.^^
근데 하모니카 연주곡은 무얼까요?
꽤 진중하게 연주하는군요?^^

파란놀 2012-02-20 19:12   좋아요 0 | URL
하모니카로는
늘 자작곡을 불러요~ ^^;;

순오기 2012-02-21 02:52   좋아요 0 | URL
아우~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감동입니다! ^^


파란놀 2012-02-21 14:38   좋아요 0 | URL
날마다 보면서 고마워요..
 


 산들보라 마당 기기

 


 바람이 꽤 세게 불지만 햇살은 더없이 포근한 낮. 아이 어머니가 둘째를 데리고 섬돌에 앉아 해바라기를 한다. 둘째는 햇살을 받고 어머니 품에 있다가는 아래로 구부정하고 엎드리더니 볼볼 기며 마당을 누빈다. 이것 만지다가 기고, 저것 만지며 다시 기고. 후박나무 그늘자리는 아직 겨울이니까 춥다. 아이도 느꼈을까. 그늘자리에서 기다가 햇살 나는 쪽으로 나오더니 다시 어머니 쪽으로 긴다. 용한 녀석. 이 마당이 시멘트 아닌 흙이었음 훨씬 좋았겠지. 나중에 이 시멘트 모두 걷어내고 싶다. (4345.2.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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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20 11:49   좋아요 0 | URL
기는 자세가 안정되어 보이네요^^
속도가 제법 나겠는걸요!ㅋㅋ

파란놀 2012-02-21 14:36   좋아요 0 | URL
아주 빨라서 참... 요 녀석을.... -_-;;;

책읽는나무 2012-02-20 17:13   좋아요 0 | URL
가속도가 붙기전에 무릎에 아플리케를 달아주셔야 할 듯해요.
시멘트 위를 기려면...음~ 가죽 아플리케를 추천하옵니다.
바지 무릎마다 동그란 훈장 달겠는데요.ㅎㅎ
예전 울애들도 윗옷은 멀쩡한데 바지가 죄다 무릎부분이 너덜너덜했었어요.

파란놀 2012-02-21 14:35   좋아요 0 | URL
무릎에 대는 건가 보죠?
시멘트 아닌 흙바닥을 기도록 해야지요~~ ^^;;

순오기 2012-02-21 02:53   좋아요 0 | URL
어머나 어머나~~~~ 산들보라!!
기저귀는 펄럭이고 하늘엔 흰구름 둥둥~ ^^

파란놀 2012-02-21 14:35   좋아요 0 | URL
오늘은 눈이 날려서
빨래를 걷었네요 ㅠ.ㅜ
 
히스토리에 Historie 1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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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
 [만화책 즐겨읽기 41] 이와아키 히토시, 《히스토리에 (1)》

 


 나는 지구가 동그랗게 생겼다고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곰곰이 돌이키면, 학교에서 ‘지구는 동그랗다’ 하고 가르치지 않았다면 지구가 동그란 줄 생각하지 않으며 살았지 싶습니다. 그렇다고 ‘지구는 네모낳다’ 하고 생각하는 일 또한 없으리라 느낍니다. 지구라는 곳이 동그랗든 네모낳든 그닥 대수롭지 않을 테니까요. 내가 두 발을 디디며 누리는 삶을 생각하지, 지구 크기나 모양을 살피지 않을 테니까요.

 

 학교에서 ‘지구는 동그랗다’ 하고 가르칠 때에 ‘음, 그렇겠구나. 네모낳지는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판판하지 않고 둥그스름하다’는 느낌이 어떠한가 하고 궁금했습니다. 얼마나 널따란 땅덩어리이기에 둥그스름한 땅거죽이 둥그스름하다고 느끼지 못하며 지내는가 싶어 궁금했습니다. 지구별 깊은 곳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 한복판을 바라보며 무엇이든 누구이든 곧게 선다고 하는데, 굴리는 힘이나 구르는 힘이나 어떻게 흐르는가 하는 대목이 궁금했어요. 바람에 부딪는 힘, 바람이 없을 때에 흐르는 힘, 햇살로 스며드는 빛과 따스함, 유리나 비닐을 한 겹 대었을 때에 따스함과 빛 말고 볕을 얼마나 받지 못하는가 하는 느낌, …… 이모저모 더 깊고 넓게 헤아리고 싶었어요.


- “하지만 이민족이라 치더라도 자넨 노예엔 적합하지 않아 보이는군.” “하하하! 그건 좀 차별적 발언 아닌가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자주성을 선호하는 그리스인에 비해 다른 민족 쪽의 노예 성향의 인간이 많은 건 확실할 거네.” “ 당연합니다. 이건 차별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인력을 쓰는 분업제도예요.” “물론 노예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 불과 며칠 간의 여행에서조차 짐을 질 자가 없으면 곤란하니까.” (20∼21쪽)

 


 학교에서 ‘지구는 동그랗다’ 하고 가르칠 때에는 ‘지구는 동그랗다. 이런 줄 알아.’ 하고는 넘어갑니다. 언제나 조각조각 나눈 지식으로만 가르치고 끝납니다. 나는 이런 조각지식이 내키지 않습니다. 학교에 다니던 때이든 학교를 마친 뒤이든, 조각난 지식이 아닌 오래도록 돌아보는 삶으로 헤아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학교 안쪽에서든 바깥쪽에서든, 삶을 들여다보도록 놓아주지 않습니다. 조각지식에 매달리도록 내몹니다. 조각지식에 사로잡힌 채 온삶을 사랑하며 살아갈 길을 생각하도록 풀어놓지 않아요.

 

 나는 내가 살아가는 곳이 지구라는 ‘별’이건 아니건 대수롭다고 느끼지 않아요. 지구‘별’이면 어떻고 지구‘마을’이면 어떤가 하고 생각해요. 내가 숨을 쉬고 밥을 먹으며 잠을 자는 이 하루가 대수롭다고 느껴요. 어떻게 이 목숨을 건사하고, 내 몸뚱이를 이루는 크고작은 세포와 핏덩이와 물방울은 저마다 어떠한 목숨인가 하는 대목이 궁금해요. 나는 커다란 덩이 하나인 목숨이면서, 내 한 목숨 이루는 작은 목숨들이 얼마나 많은가 궁금합니다. 내가 느끼는 내 목숨이란 큰 덩이 하나일는지 모르지만, 나는 내 큰 덩이를 이루는 작고작은 목숨 하나로 살다가 이렇게 큰 덩이 하나로 바뀌었는지 모른다고 느껴요.

 

 이를테면, 뼈마디를 이루는 작은 점 하나가 나일 수 있습니다. 꾸덕살이 되다가 벗겨지는 살점 하나가 나일 수 있습니다. 길게 자라다가 똑똑 끊어지는 손톱 끄트머리가 나일 수 있습니다. 길게 자라다가 빠지는 머리카락 한 올이 나일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 한 올에도 온갖 목숨이 끝없이 깃들 테지요. 머리카락 한 올에 깃든 작디작은 목숨도 안으로 더 깊이 파고들면 더 너른 목숨이 수없이 숨쉴 테지요. 그저 사람 눈으로는 볼 수 없을 뿐이에요. 조각난 지식으로는 헤아리지 못할 뿐이에요.

 

 거꾸로, 지구라는 별로 살핀다면, 지구라는 별은 너른 누리에서 아주 조그마한 점입니다. 어쩌면, 내 머리카락 한 올에 깃든 아주 조그마한 점 같은 목숨이 지구별일 수 있어요. 곧, 내 머리카락 한 올에는 지구하고 똑같은 별이 깃들어 싱그러이 살아갈는지 몰라요. 수십 억이라는 해는 큰 몸뚱이 하나로는 너무 기나긴 해라 할 수 있지만, 머리카락 한 올로 치면 아무것 아닌 아주 짧은 해일 수 있어요.

 


- “괜찮을까? 서두르지 않으면…….” “아뇨! 여기선 서두르지 않고 당당하게 가야 해요!¨ ‘서투르게 잘못 움직이면 오히려 위험해.’ (68쪽)


 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딱히 누가 나한테 이런 생각을 심었다고 할 만한가 잘 모르나, 나는 어린 나날부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이란 곧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시험 문제 답을 찾는 일은 생각이 아닙니다. 흩어진 지식조각을 꿰맞추는 일입니다. 조각을 찾거나 맞춘다 해서 생각을 한다 할 수 없습니다. 가지런히 늘어놓을 뿐이니까요.

 

 생각하는 일이란 짚과 흙을 물어 집을 짓는 제비하고 눈을 마주치며 ‘너는 오늘 어떻게 살았니?’ 하고 마음으로 물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라고 느껴요. 파란 빛깔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 하늘을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며 ‘너는 오늘 어떤 물방울을 그러모아 비를 뿌리려 하니?’ 하고 마음으로 물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라고 느껴요.

 

 풀잎을 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으며 말을 겁니다. 꽃잎을 콧잔등으로 살살 부비며 말을 겁니다. 개미를 손등에 올려놓고 말을 겁니다. 씀바귀를 냠냠 씹으며 씀바귀가 흙에 뿌리내리며 보낸 나날을 헤아립니다. 젓가락을 손에 쥐며 어떤 쇠붙이가 어떤 땅속에 묻혔다가 누가 캐고 다듬고 빚어 이 젓가락 모양이 되었을까 하고 돌이킵니다.

 


- ‘당시 우리 집 정도의 재력이면 가정교사를 몇 명 붙여 수업을 집에서 할 수도 있었지만, 아버지 히에로뉴모스의 생각은 달랐다. 형 히에로뉴모스도 평범한 학교에 다닌다. 학교에 다니는 것이 좋다. 집에는 ‘도서실’도 있고, 누구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글을 읽을 수 있다. 가장 마음 편안한 상태에서 세계가 펼쳐진다. 심지 굳은 걸음걸이……. 중요한 것이다. 가정교사가 매일 오게 되면 망가지고 만다.’ (132∼133쪽)


 이와아키 히토시 님 만화책 《히스토리아》(서울문화사,2005) 첫째 권을 읽습니다. 기원전 사람 이야기를 다룬다는 만화책인데, 나로서는 이 만화책에 나오는 사람이 ‘기원전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예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나처럼 숨을 쉬고 물과 바람을 마시며 밥을 먹다가 새근새근 잠드는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나는 오늘 숨을 쉽니다. 이이는 어제 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내가 더 숨을 쉬지 않을 먼 앞날 숨을 쉬겠지요.

 

 만화책 주인공이 걸었던 길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고 되뇝니다. 내가 오늘 밟은 땅은 어떤 느낌으로 내 온몸으로 스며들었나 하고 돌아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앞으로 디딜 곳은 어떠한 삶과 사랑과 사람이 얼크러진 빛줄기 서릴까 하고 꿈꿉니다.

 


- “저번에도 말했잖니! 저런 사람들하고는……, 핫! 살아가는 세상이 다르니까 쉽게 말을 섞으면 안 된다고!” “그래요? 모두 좋은 사람들이던데.” “어머나, 얘가!” “그런데, 대체 무슨 얘길 하고 있었니?” “응, 아저씨들이 먼저 말을 걸어 왔는데, 페르시아의 얘기 몇 개 해 뒀더니 아주 좋아하더라구요.” (154∼155쪽)


 생각하는 사람일 때에 오늘을 느낍니다.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어제를 느낍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모레를 느낍니다. 오늘과 어제와 모레가 흐르는 결을 살피고, 오늘과 어제와 모레가 어우러지면서 태어나는 내 삶을 받아들입니다.

 

 어떤 손재주와 무슨 글솜씨를 뽐내는 생각이 아닙니다. 삶을 밝히는 생각입니다. 사랑을 깨닫는 생각입니다. 사람을 아끼는 생각입니다.

 

 내 이름을 드날리려는 생각이 아닙니다. 내 살붙이를 찬찬히 굽어살피고, 내 동무를 가만히 어루만지며, 내 이웃을 따사로이 어깨동무하는 생각입니다.

 

 좋은 꿈을 생각합니다. 내 온몸에 차근차근 아로새길 좋은 사랑을 생각합니다. 내 마음으로 빚을 착한 삶 참다운 길 아름다운 터를 생각합니다. 역사란, 어느 이름난 사람들 발자국일 수 없습니다. 역사란, 생각하는 사람들 꿈을 그러모아 두고두고 대물림하는 좋은 이야기밥입니다. (4345.2.20.달.ㅎㄲㅅㄱ)


― 히스토리에 1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오경화 옮김,서울문화사 펴냄,2005.4.25./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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