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 미래그림책 24
고바야시 유타카 글 그림,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이제 아무도 없는 어여쁜 마을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42] 고바야시 유타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미래M&B,2003)

 


 봄맞이 흰눈이 소리없이 내리는 시골길을 아이와 나란히 걷습니다. 이 겨울이 지나면 새로운 봄이 찾아와 온누리에 푸른 빛깔 새옷을 선물하겠지요.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 가을을 거쳐 겨울이 오듯, 겨울이 지나 새봄을 맞이합니다. 봄은 시골자락에도 찾아오고 도시 한복판에도 찾아옵니다. 시골자락에서는 곳곳에 돋는 푸른 잎사귀로 봄내음을 알리고, 도시 한복판에서는 가게와 백화점 에누리 광고판이랑 사람들 밝은 빛깔 옷차림으로 봄빛을 알립니다.


.. 봄입니다. 자두나무, 벚나무, 배나무, 피스타치오 나무, 파구만 마을은 꽃동산이 되었습니다 ..  (3쪽)

 


 따스한 바람은 어느 곳에나 붑니다. 마을이 통째로 가라앉아 못물이 된 곳에도 봄바람이 붑니다. 구비구비 시원히 흐르는 물줄기 마을에도 봄바람이 붑니다. 삽차와 밀차가 끊임없이 오가며 시멘트를 퍼붓는 공사터에도 봄바람이 붑니다. 높디높은 건물로 숲을 이루는 도시에도 봄바람이 붑니다.

 

 고막을 찢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전투기에서 톡 하고 떨구는 폭탄에도 봄바람이 묻습니다. 온 나라 멧자락을 두루 날아다니는 헬리콥터가 나무에 벌레 먹지 말라면서 뿌리는 농약에도 봄바람이 묻습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헐뜯는 이야기를 퍼붓는 대남방송과 대북방송 스피커에도 봄바람이 묻습니다.

 

 봄바람은 눈 덮이는 마늘밭을 살짝 스치듯 지나갑니다. 봄바람은 기저귀 넌 후박나무 빨래줄을 살짝 스치듯 지나갑니다. 봄바람은 고속도로 많디많은 자동차 틈바구니를 살짝 스치듯 지나갑니다. 봄바람은 여학생 짧은치마와 남학생 쫄바지를 살짝 스치듯 지나갑니다.


.. 오늘 야모는 처음으로 당나귀 뽐빠와 함께 읍내로 과일을 팔러 갑니다. 형 대신 아빠를 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  (6쪽)

 


 아이와 둘이서 눈밭을 누비며 생각합니다. 아이와 둘이서 눈발을 맞으며 인천 골목길을 누비던 때에도 우리 둘은 호젓하게 눈길을 걸었습니다. 아이와 둘이서 눈발을 맞는 고흥 고샅길에서도 우리 둘은 한갓지게 눈길을 걷습니다. 도시에서 사람들은 모두 회사나 공장이나 학교로 갑니다. 시골에는 할머니랑 할아버지만 남고 젊은이와 어린이는 거의 다 도시로 떠납니다.

 

 도시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아 사람들 스스로 숨을 느긋하게 쉴 틈이 모자랍니다. 시골에서는 사람이 너무 적어 사람들 스스로 품앗이를 하며 오순도순 어깨동무할 꿈을 꾸기 벅찹니다.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아름다운 마을을 꿈꾸거나 가꾸기 버겁습니다. 아니, 바쁜 나머지 아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너무 적은 곳에서는 아름다운 마을이 꾸밈없이 지켜질는지 모르나, 늙은 흙일꾼이 농약과 비료를 안 쓰며 흙을 아끼거나 사랑하기란 너무 고단하고 벅찹니다. 아니, 오랜 새마을운동과 농협 정책 때문에 그만 수수한 흙사랑과 삶사랑과 하늘사랑을 잊어버리고야 맙니다.


.. “파구만 버찌 주세요!” 작은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부터 야모의 버찌는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얘야, 나도 다오. 나도 한때 파구만 가까이에서 과수원을 했었단다. 그 시절이 그립구나.” “아저씨는 전쟁터에서 돌아오셨나요?” “그래. 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었단다.” 야모의 가슴속에서 쿵 소리가 났습니다. 할룬 형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  (20∼21쪽)

 

 


 이제 아무도 없는 어여쁜 마을일까요.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어여쁜 마을인가요.

 

 관광명소가 되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습니다. 관광명소가 되어야 발길이 머뭅니다. 관광명소가 되면 어여쁜 빛깔은 바래고 맙니다. 관광명소로 꾸미며 어여쁜 풀 꽃 나무 새 멧등성이 고샅 밭뙈기는 제 내음과 결을 잃고 맙니다.

 

 고속도로나 고속철도를 낼 때에만 어여쁜 마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도시 한복판에는 아파트 올릴 땅이 모자라 얕은 멧자락을 끼고 촘촘히 들어서던 도시 바깥쪽 자그마한 골목동네를 싸그리 밀어내며 어여쁜 터가 사라집니다. 시골을 뒤집어엎거나 고속도로나 고속철도를 내거나 공장을 짓느라 논밭을 없앴으면서, 논밭이 모자라다는 핑계로, 그러니까 땅을 넓힌다면서 갯벌을 메워 새 논밭을 만듭니다. 어여쁜 갯벌 어여쁜 바닷가 어여쁜 마을이 하루아침에 깡그리 사라집니다.

 

 지도는 해마다 달라집니다. 길찾이 기계는 해마다 새 줄거리를 넣어도 빠뜨리는 새 길이 있다고 합니다. 지도는 해마다 달라집니다. 흙땅이 줄어들고 가게가 늘어납니다. 흙이 파묻히며 시멘트랑 아스팔트가 늘어납니다. 나무가 줄어들고 아파트가 늘어납니다. 풀밭과 꽃밭은 공원으로 탈바꿈합니다.

 

 눈으로 바라볼 어여쁜 마을도 없지만, 마음으로 꿈꿀 만한 어여쁜 마을이 무엇인지조차 그리지 못합니다.


.. 드디어 마을에 다 왔습니다. 그리운 고향 냄새가 풍겨 옵니다. 겨우 하루였는데도 아주 먼 여행에서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  (36쪽)

 

 


 고바야시 유타카 님이 빚은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미래M&B,2003)을 읽습니다. 고바야시 유타카 님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이 나라 어여쁜 마을을 만났다고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 자그마한 마을에서 웃음 맑은 어여쁜 사람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자그마한 마을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해요. 폭탄으로. 폭탄이 터지며.

 

 왜 누군가 전투기나 전폭기에 올라타고는 아프가니스탄 자그마한 마을에 폭탄을 퍼부어야 했을까요. 왜 누군가 전투기나 전폭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해야 했을까요. 왜 누군가 전투기나 전폭기를 아프가니스탄 자그마한 마을로 띄워 보내야 했을까요. 왜 누군가 자그마한 마을 웃음 맑은 사람들을 감쪽같이 없애야 돈과 힘을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전쟁은 군인이 일으키지 않습니다. 전쟁이 터지면 군인이 죽지 않습니다. 아니, 전쟁은 군인을 부리는 사람이 일으킵니다. 전쟁은 민간인이라는 사람을 죽입니다. 아니, 군인이란 여느 때에는 민간인이었으나 나라가 불러서 군인이라는 옷으로 갈아입은 사람입니다. 민간인을 불러 군인으로 바꿔치기한 사람은 바로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입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권력자가 민간인이 군인으로 바뀌도록 몰아세웁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권력자는 어여쁜 마을을 생각하거나 좋아하거나 아끼지 않아요. 오로지 돈을 더 많이 벌거나 힘을 더 드높이는 데에만 마음을 씁니다.

 

 나라와 경제를 살찌운다면서 댐을 짓고 발전소를 짓습니다. 나라와 경제를 생각한다면서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4대강사업을 벌입니다. 나라와 경제를 걱정한다면서 도시를 더 키우고 공장을 더 늘립니다.

 

 이리하여, 나와 옆지기와 두 아이가 살아가는 이 나라는 조용하며 어여쁜 나라가 되지 못합니다. 나와 옆지기와 두 아이와 이웃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마을이 조용하며 어여쁜 보금자리가 되기 힘듭니다. 전쟁을 부르는 권력자가 있고, 전쟁무기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느 사람들이 있으며, 권력자가 부르는 말 한 마디에 금세 군인으로 옷을 갈아입는 민간인이라는 여느 이웃들이 있는 동안, 이 나라 이 마을에는 어여쁜 꿈이나 사랑이 깃들지 못합니다. (4345.2.21.불.ㅎㄲㅅㄱ)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 (고바야시 유타카 글·그림,길지연 옮김,미래M&B 펴냄,2003.6.30./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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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눈밭 어린이

 


 아침부터 눈발이 짙게 날린다. 이 눈발은 내리자마자 거의 녹는다. 논과 밭에 내리는 눈은 살짝 녹으며 얼기도 하지만 얼마 쌓이지는 않는다. 다른 시골이라면 이만 한 눈이라면 제법 쌓였을 텐데, 전라남도 고흥 시골은 참 폭하기는 폭하다. 그러나 아이와 둘이 마을을 한 바퀴 빙 돌고 웃마을까지 살짝 돌 무렵 내 손가락은 얼어붙는다. 아이 손을 만져 보면 아이는 손이 따뜻하다. 나는 사진을 찍고 아이는 마냥 달리기를 하며 눈밭에서 놀기 때문일까. 그래도 아이 얼굴은 꽁꽁 언다. (4345.2.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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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책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2.11.

 


 집에서 아이들이랑 복닥이는 나날이다 보니, 도서관으로 와서 책을 갈무리하는 겨를을 내기에는 만만하지 않다. 한 주에 한두 차례 도서관으로 와서 한두 시간쯤 책을 갈무리할 수 있으면 고맙다. 둘째가 스스로 걷고 뛸 무렵까지는 집에서 복닥이는 나날이 더 길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더욱이, 둘째가 스스로 걸을 무렵에는 뒤꼍 땅뙈기를 갈아엎어 푸성귀 심는 품을 많이 들여야겠지.

 

 아직 상자에 담긴 책이 많다. 겉에 아무 글을 안 적은 상자가 꽤 있어 하나하나 끌른다. 나중에 책꽂이 더 들인 다음에 끌릴 상자가 있고, 미처 알아보지 못해 뒤늦게 끌르는 상자가 있다. 어느덧 사진책, 어린이책, 그림책, 만화책, 교육책은 얼추 자리를 잡는다. 어디에 파묻혔나 싶던 책들이 나중에 끌르는 상자에서 하나둘 튀어나온다.

 

 사진책도 그렇지만, 만화책도 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만나기 참 힘들다. 어린이책은 꽤 오래도록 꾸준히 사랑받으니, 딱히 때를 놓칠 일이란 드물다. 사진책이나 만화책은 꽤 사랑받는다는 책마저 어느 결엔가 판이 끊어지거나 출판사가 사라지곤 한다. 그때그때 갖추어야 한다.

 

 흩어진 짝을 하나씩 찾으며 맞추다가, 이제 사라져 남은 짝을 찾을 길 없는 만화책을 쓰다듬다가, 내 곁에서 곱게 살아남은 만화책을 들여다보다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이 책들마다 어떤 삶 어떤 이야기 어떤 웃음 어떤 꿈이 깃들었을까. 우리 아이들하고 오래오래 나눌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은 이 만화책을 읽을 때에 어떤 사랑과 꿈과 이야기를 받아먹을 수 있을까.

 

 도서관에는 훌륭하다거나 좋다거나 아름답다고 하는 책을 갖추어야겠지. 그런데, 훌륭하다거나 좋다거나 아름답다고 하는 책만 갖추면 도서관 몫을 다 하는 셈일까. 어버이로서, 어른으로서, 이만큼 하면 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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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2-2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실 때 엄청 나셨겠어요. 어느 정도 정리하시고 팔다리 안 쑤셨는지요?
저는 이제 책 모을 엄두가 안나요. 예전엔 절판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책은 나와는 인연이 아니다,란 생각을 가지고 살려고요^^
대단 하시긴 해요. 쉬운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열정이 없으면 절대 못하는 일이죠.

파란놀 2012-02-21 17:42   좋아요 0 | URL
나른 책이 참 대단하기는 대단했어요.
그런 일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기에
부디 이모저모 오래오래 뿌리내리며
살아가고 싶답니다 ㅠ.ㅜ

 


 두 아이와 함께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2.4.

 


 잘 듯 말 듯하는 둘째를 안는다. 첫째는 손을 잡는다. 둘 모두 낮잠을 잘락 말락 하면서 안 자며 버틴다. 낮잠을 자고 나서 신나게 놀면 좋으련만.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도서관으로 간다. 첫째는 마음껏 달리면서 놀고, 둘째는 아버지 품에서 논다. 도서관에 닿아 포대기로 둘째를 업는다. 포대기로 업으니 둘째는 금세 곯아떨어진다. 잠든 아이를 바닥에 살며시 눕힌다. 첫째 아이도 졸음에 겨워 옆에 눕는데, 졸리면서 끝까지 버틴다.

 

 그래도 한 아이는 잠들고 한 아이는 엎드려 그림책 읽으며 놀아 주니, 이동안 도서관 책을 조금 갈무리한다. 아이들이 도와줄 때에 도서관 책 갈무리를 할 수 있다. 내가 아이들하고 즐거이 놀 때에 아이들은 마음껏 놀다가는 스르르 잠들거나 조용히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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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할 옷가지 쌓이면
맨 먼저
갓난쟁이 기저귀부터
다음으로
갓난쟁이 옷가지를
다음으로
첫째 아이 옷가지를
다음으로
아이 어머니 옷가지를
그러고 나서
힘이 남거나
물이 남거나
짬이 나거나
한갓지다면
비로소 내 옷가지를
복복 조물조물 비비며
빨래한다.

 


4345.2.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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