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2.24.
 : 너도 사진 찍니

 


- 우체국에 다녀올 일이 있다. 부칠 편지를 여러 통 싼다. 이제 옷을 갈아입으려 하는데, 첫째 아이는 아버지 옷 갈아입는 모습을 보더니, “나도, 나도, 나도 아버지 따라 갈래.” 하고 외친다. 날이 따뜻하다며 옷을 여기저기 내팽개친 첫째 아이는 그동안 내팽개친 옷을 찾느라 바쁘다. 모르는 척하다가 하나씩 찾아서 건넨다. 아이는 참말 재빨래 옷을 꿰입는다.

 

- 우체국만 들러 집으로 돌아오려 하다가 면사무소에 들른다. 면사무소 일꾼은 신문을 읽지 않는다. 시골신문은 펼쳐 본들 딱히 달라지거나 새롭다 싶은 이야기가 없기 때문인지 모른다. 나는 면사무소에 들러 ‘늘 똑같아 보이는’ 이야기만 담긴 시골신문을 몇 부 얻는다.

 

- 면사무소에서 자전거를 몰아 집으로 달리려 하는데, 아이가 “나 이제 걸을래.” 하면서 앞장서서 걷는다. 그래, 걷고 싶으면 걸으렴. 면을 벗어날 때까지는 걷자. 아이가 걷는 모습을 뒤에서 사진으로 담자니, 어느새 뒤를 돌아본 아이가 저도 아버지를 찍어 주겠다고 모양을 잡는다. 아이는 손가락 사진을 찍는다.

 

- 늘 돌아오던 길로 돌아오지 않고, 살짝 에돌아 본다. 이제 날이 폭해지는 만큼, 네 식구가 함께 면까지 걸어서 다녀올 때에 다른 길로 어디를 걸으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자전거로 오갈 만한 길은 시멘트로 닦은 길이니, 걷기에는 썩 좋지는 않다. 걷기에 좋은 길이라면, 마을 뒤쪽 멧길이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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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 행복한 고양이를 찾아가는 일본여행
고경원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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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살짝 나오는 손발가락은 다섯 살 어린이 사름벼리~)


 좋아하는 꿈을 담는 사진
 [찾아 읽는 사진책 79] 고경원,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아트북스,2010)

 


 인천에서 살던 지난날, 4층 옥탑집 둘레로 골목고양이가 드나들었습니다. 골목고양이가 어떻게 4층 옥탑집까지 드나들랴 싶어도, 이 녀석들은 지붕을 타고 3층이건 4층이건 들락거릴 수 있습니다. 길눈이 트면 못 가는 데란 없어요. 이웃 골목을 마실하면서 다른 골목고양이를 숱하게 만났습니다. 어느 분은 골목고양이가 지겹다 말하고, 어느 분은 골목고양이 밥을 다달이 몇 십만 원어치씩 사다가 곳곳에 놓고는 굶을까 걱정합니다. 싫다 하는 분이 제법 있으나, 고양이밥 챙겨 주는 분이 무척 많았어요. 우리 식구도 가끔 고양이밥을 아래층(3층) 지붕 한쪽에 놓곤 했습니다.

 

 충청북도 충주 멧골집으로 옮겨 살던 지난날, 이 멧골집에 들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온 적 있습니다. 아주 기운이 빠진 들고양이는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보아도 꼼짝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멍한 눈이 아닌가 싶었는데, 옆지기는 이 들고양이를 바라보다가는 어디 아픈 데 있지 않나 하고 얘기했습니다. 이틀쯤 들고양이를 보았고, 며칠 뒤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모질게 쏟아지는데, 길가 도랑 수풀 우거진 한쪽 이슥한 데에서 그 들고양이를 만납니다. 들고양이는 숨을 거두고는 도랑 한쪽 이슥한 데에 조용히 누웠어요. 퍼붓는 비에 들고양이 주검은 어디론가 떠내려 갔습니다.

 

 전라남도 고흥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살아가는 오늘날, 마을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살림집 마루 밑에서 제 또아리를 틉니다. 어느 날에는 뒷간에서 자고, 어느 날에는 헛간에서 자더니, 마루 밑으로 난 구멍으로 들락거리며 밤잠을 잡니다. 추운 겨울날 마루 밑은 고양이한테 더없이 좋은 쉼터가 되겠지요. 쥐를 얼마나 잘 잡는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들고양이라 할 테니 들쥐를 먹이로 삼지 않겠느냐 싶은데, 들고양이라 할 마을고양이가 돌아다녀도 들쥐 또한 곳곳에서 찍찍거리며 잰걸음으로 내빼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지난가을 마을 어르신들 쌀섬을 나를 때 일을 거들며 살펴보니, 쥐가 쏜 쌀섬이 꽤 있기도 했어요.

 

 

 고경원 님이 내놓은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아트북스,2010)를 읽다가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시골고양이를 곳곳에서 만나는데, 시골고양이는 도시고양이와 견주어 사뭇 다릅니다. 고양이라면 다 같은 고양이로 여길 사람이 있을 테지만, 시골고양이는 언제나 흙을 밟으며 살아요. 시골사람이라 하더라도 논일과 밭일을 할 때를 빼고는 흙 밟을 땅이 없지만, 시골고양이는 언제라도 논밭을 가로지릅니다. 햇볕이 따스한 낮에는 논이나 밭 한가운데에서 낮잠을 자거나 해바라기를 하곤 합니다. 흙내음이랑 풀내음을 맡으며 낮잠을 자는 고양이랑, 양철지붕이나 시멘트지붕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는 같을 수 없어요. 흙을 밟는 사람이랑 아스팔트를 밟는 사람 또한 같을 수 없어요.

 

 그래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대목이 있어요.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면서 늘 마음에 두었던 꿈이 있다(5쪽).”는 말마따나, 도시에서 살아가건 시골에서 살아가건 누구나 꿈을 꿀 수 있어요. 아름답게 꾸는 꿈으로 아름답게 일구는 삶을 즐길 수 있어요. 아름답게 살아갈 꿈을 펼치면서 아름답게 즐길 사진을 나눌 수 있어요.

 


 “버려진 고양이도 사랑받으면 꽃처럼 고운 고양이가 된다. 집고양이나 길고양이나, 건강한 고양이나 다친 고양이나, 모두 소중한 생명이라고, 그림 속의 신이치가 가만히 말을 건네는 것 같다(29쪽).”는 이야기처럼, 도시고양이가 되든 시골고양이가 되든 모두 사랑스럽습니다. 들고양이도 사랑스럽고 집고양이도 사랑스럽습니다. 고양이도 사랑스럽고 사람도 사랑스럽습니다. 곧, 이 사랑스러움이 사진을 찍는 바탕입니다. 이 사랑스러움이 글을 쓰는 바탕입니다. 이 사랑스러움이 그림을 그리는 바탕입니다.

 

 사랑이 있을 때에 살아갑니다. 사랑으로 일을 합니다. 사랑을 주고받으며 놀이를 즐깁니다. 삶은 사랑으로 북돋우고, 사랑은 삶으로 살찌웁니다. 사랑으로 북돋우는 삶이기에 사진에는 사랑을 고이 담습니다. 사랑은 삶으로 살찌우기에 사진에는 삶을 누린 이야기를 살포시 싣습니다.

 

 고경원 님 사진책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으로 ‘고양이를 만나러 나들이’를 떠난 이야기를 담습니다. 아하, 고양이를 좋아하니까 일본으로 나들이를 가서 일본고양이를 만났구나, 그러면 한국에서도 한국땅 골골샅샅 누비며 한국고양이를 만나는 이야기를 적을 수 있겠지. 일본사람 이와고 미츠아키 님은 ‘일본땅 곳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일본 골골샅샅에서 저마다 다른 꿈과 삶을 먹는 고양이’를 사진으로 보여주었으니,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한국땅 골골샅샅 고양이 삶과 사람 삶을 이야기 한 자락으로 살가이 담는 손길을 머잖아 만날 수 있겠지.

 

 

 “이 오래된 카페에서 할아버지도 료스케도 함께 나이를 먹어 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45쪽).”는 마음밭으로 담는 사진은 따스합니다. 따스하게 바라보며 따스하게 껴안으니, 사진이 따스할밖에 없습니다. 남한테 따스한 느낌을 보여주려는 사진이 아니라 스스로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삶이기에 따스함이 묻어나는 사진이에요.

 

 “대도시 도쿄의 모습이 날로 변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야나카에서도 길고양이의 쉼터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오래된 동네와 길고양이의 운명은 그렇게 닮았다. 길고양이가 숨어들 빈틈이 사라진 동네는, 사람에게도 어지간해선 틈을 내주지 않는다(74쪽).”는 생각으로 담는 사진은 슬픕니다. 슬프게 살아가는 사람들 터전에서 슬플밖에 없는 고양이를 바라보기에, 이러한 느낌을 받아들이며 찍는 사진은 슬픕니다. 애써 슬프게 찍으려 하니까 슬픈 사진이 되지 않아요. 슬플밖에 없다고 느끼는 동안 찍는 사진에는 슬픔이 묻어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대목에서 아쉽습니다. 처음부터 즐겁게 느끼며 누리면 좋았을 텐데, 처음 사진을 찍던 때에는 나 스스로 살아가는 어여쁜 빛을 제대로 붙잡지는 못했어요. 이를테면, “처음 길고양이를 찍을 무렵, 내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한 건 뒷모습이었다 … 그땐 뒷모습 사진이 ‘실패한 사진’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길고양이 사진이 쌓여 갈수록 뒷모습 사진에 매료된다. 뒷모습을 찍는다는 건, 결국 고양이가 눈길 주는 곳을 함께 바라보는 일이니까(294쪽).” 하고 밝히거든요. 나중에는 비로소 깨달았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뒷모습을 찍건 앞모습을 찍건 고양이를 찍을 뿐이잖아요. 뒷모습이건 옆모습이건 앞모습이건,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를 찍잖아요. 뒷모습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니 좋고, 앞모습은 서로 마주보니 좋으며, 옆모습은 서로 나란히 앉으니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를 찍으니, 흔들리건 초점이 어긋나건 다 좋습니다. 빛이 좀 안 맞든 빛느낌이 영 어설프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넋으로 만난 이야기를 살릴 수 있으면 흐뭇해요. 어디, 자랑하려고 찍는 사진이 아니기에, 내 온 웃음꽃과 눈물꽃을 고스란히 보여주면 기뻐요.

 

 

 덜 예쁜 모습이어도 좋습니다. 좀 어두운 모습이어도 반갑습니다. 이냥저냥 심심해 보이거나 수수해 보이는 모습이어도 고맙습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손길로 담고, 스스로 좋아하는 마음길로 마주하며, 스스로 아끼는 꿈길로 보듬으면 가장 빛나며 해맑은 사진 하나 태어납니다.

 

 마땅한 얘기인데, 고양이 사진이라서 더 돋보이지 않습니다. 고양이 사진이기 때문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한테 더 도드라져 보이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찍은 사진이라 하더라도 마음 깊이 아끼는 사랑이 없다면 하나도 반가울 수 없어요. 고양이를 담지 않은 사진이라 하더라도 마음 깊이 아끼는 사랑이 있다면 ‘고양이를 찾으러 떠나는 길’에 담은 어떠한 사진이든 더없이 애틋합니다. 이리하여, 뒷모습을 찍은 사진일 때에도 ‘고양이가 바라보는 무언가’를 나도 똑같이 바라보지 못하기도 해요. 고양이와 마주하며 사진을 찍어도 고양이 속마음을 못 읽고 예쁘장해 보이는 낯빛만 찍기도 해요. 고양이와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어도 막상 고양이 삶을 어깨동무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좋아할 때에 꿈을 꾸면서 한 장 두 장 신나게 찍는 사진입니다. 좋은 사진감이란 따로 없고, 내 사진감을 굳이 멀리서 찾을 까닭이 없습니다. 사랑을 천천히 이루며 삶을 빛내는 길동무인 사진입니다. 내 둘레 수수하며 투박한 벗님이 좋은 사진벗이면서 삶벗이에요. 나는 내 꿈을 맑게 보살피면서 내 삶을 가꾸는 사진을 즐깁니다. (4345.2.25.흙.ㅎㄲㅅㄱ)


―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고경원 글·사진,아트북스 펴냄,2010.1.8./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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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말 신기는 어린이

 


 동생 양말을 신겨 주는 사름벼리. 자주는 아니지만 곧잘 동생 양말을 신기려 애쓴다. 그러나 동생은 한창 기며 놀려 하니까 발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동생이 더 갓난쟁이일 때에는 꽤 수월히 신겼으나, 동생이 마음껏 기어다니니까 요사이는 양말 한 짝 신기는 데에도 꽤나 애먹는다. 아버지 도움을 살짝 받으며 끝까지 양말을 신긴다. (4345.2.2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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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상 밑 산들보라

 


 엉금엉금 이곳저곳 신나게 기던 산들보라가 밥상 밑까지 들어가서 논다. 밥상 밑에 무언가 있어 집어서 입에 넣고 놀려 하더니, 여기까지는 잘 하더니만 막상 다 놀고 나오려 하니 오도 가도 못하고 갇힌다. 앞으로도 옆으로도 뒤로도 기지 못한다. 찬찬히 생각하면 될 테지만 밥상 무게 때문에 몸을 일으키지 못하니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10초 남짓 기다리다가 밥상 밑에서 끌어내 준다. (4345.2.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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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26 22:48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아기야, 너는 우는데 웃어서 미안해~
산들보라 우는 얼굴도 귀여워요. 앙~~^^

파란놀 2012-02-27 06:27   좋아요 0 | URL
아이가 나중에 커서
즐겁게 이 사진 돌아볼 수 있기를 꿈꾸어요~
 
창릉천에서 물총새를 만났어요 자연과 나 7
이우만 글.그림 / 마루벌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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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맑은 물과 바람이 없으면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34] 이우만, 《창릉천에서 물총새를 만났어요》(마루벌,2010)

 


 창릉내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다고 합니다. 창릉내는 다른 여러 냇물과 똑같이 사람들과 푸나무와 들짐승과 멧짐승 모두한테 고운 물줄기 구실을 하며 오래오래 흘렀겠지요. 그러나, 창릉내는 이 나라 거의 모든 냇물과 똑같이 백 해가 채 안 되는 짧은 나날 사이에 콘크리트 옷을 입었어요. 콘크리트 옷을 한 번 입혔다가 벗겼다고 하지만, 처음 모든 목숨들한테 시원한 물줄기로 스며들던 때처럼 구비구비 흐르지는 않습니다. 창릉내 둘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냇물에서 멱을 감거나 빨래를 하지 않아요. 이 냇물을 길어 밥을 하거나 그대로 마시지 못합니다.


.. 하지만 새들을 만나려고 늘 먼 곳으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도시에 있는 작은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안의 작은 숲에서도 새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  (6쪽)


 사람 몸뚱이는 거의 다 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곰곰이 살피면, 사람만 물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여우도 곰도 개도 고양이도 물로 이루어졌어요. 풀도 나무도 꽃도 이와 같아요. 복숭아도 능금도 포도도 이와 마찬가지예요. 산 목숨은 모두 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에요.

 

 곧, 물은 목숨이라 일컬을 만합니다. 물이 없으면 죽음이라 할 만합니다. 물을 마셔야 살고, 물로 이루어진 다른 목숨을 먹어야 내 목숨을 잇습니다.

 


.. 나는 물총새가 멋스러운 바위나 버드나무 줄기에 앉기를 바랐지만, 앉는 자리는 언제나 물총새 마음대로였어요. 물총새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 흉한 콘크리트와 철근 줄기를 못마땅하게 보았을 테지만, 그곳은 이제 물총새와 내가 만나는 사랑방이 되었답니다 ..  (25쪽)


 아주 살짝이라 하더라도 바람을 마시지 않으면 숨이 끊어집니다. 바람을 들이마시며 숨을 잇는 사람이에요. 아주 조금이라 하더라도 몸에서 물기가 빠져나가면 목숨이 버티지 못합니다. 물을 마시고 물로 이루어진 밥을 먹으며 목숨을 건사하는 사람이에요.

 

 사람으로 살아가자면, 먼저 좋은 바람을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물을 마셔야 합니다. 또한, 좋은 밥을 먹어야 합니다. 좋은 바람과 물과 밥을 얻는 좋은 터에 좋은 보금자리를 지어야 합니다. 좋은 보금자리에서는 좋은 마음으로 좋은 일을 함께할 좋은 짝꿍을 만나 좋은 살림을 지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라도 안 좋을 때에는 삶이 버겁습니다. 어느 하나라도 어긋날 때에는 삶이 비틀거립니다.

 돈은 없어도 돼요. 시원한 바람을 마실 수 있어야 해요. 자가용은 없어도 돼요. 맑은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해요. 아파트에서 안 살아도 돼요. 좋은 밥을 먹을 수 있어야 해요.

 

 어른이 되어 어떤 일자리를 얻는다 할 때에는, 돈을 더 버는 자리로 찾아갈 수 없습니다. 어떤 일자리라 하더라도, 내 몸을 살리고 살찌우는 바람과 물과 밥을 누리는 가장 좋은 마을에서 가장 좋은 보금자리를 꾸릴 만해야 합니다.

 

 흐르는 냇물이 더러워 수도물이나 먹는샘물을 사다 마셔야 한다면, 수도물에까지 정수기를 달아서 써야 한다면, 이렇게 죽은 물을 마시는 사람 목숨은 얼마나 산 목숨이라 할까 궁금합니다. 날마다 부는 바람이 지저분해 재채기가 끊이지 않는다면, 공장 매연과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에 지저분해지는 바람으로 잿빛 하늘을 등에 지고 살아야 한다면, 이렇게 죽은 바람을 마시는 사람 숨결은 얼마나 싱그러운 숨결이라 할 만한지 궁금합니다.

 

 물과 바람이 아름답게 빛나지 않는다면 밥 한 그릇 빛나지 못합니다. 물과 바람이 좋지 않다면 밥 한 술 좋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좋은 삶을 누릴 때에 즐겁고, 좋은 사랑을 나눌 때에 기쁘며, 좋은 꿈을 이룰 때에 아름답다면, 자꾸자꾸 커지는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으려는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어야 해요. 도시를 더 크게 키우는 일자리에 얽매이려는 어른들은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을 생각하며 좋은 쪽으로 마음을 바꾸어야 해요.

 

 


.. 세차게 흐르던 창릉천 물살이 쌓아놓은 흙더미에 어느새 풀과 나무가 무성해졌어요. 창릉천의 아기 새들과 풀이 자라는 동안 뚝딱뚝딱 쿵쿵 요란한 소리를 내던 창릉천 옆 공사장에는 산자락을 가릴 만큼 아파트들도 자라났어요. 창릉천과 사이좋은 북한산 봉우리들 사이에 허락도 받지 않고 끼어든 회색빛 거인들이 참 밉살스러워 보이네요 ..  (43쪽)


 이우만 님이 빚은 그림책 《창릉천에서 물총새를 만났어요》(마루벌,2010)를 읽습니다. 이우만 님은 창릉내에서 만난 물총새 한 마리 때문에 그림책을 그립니다. 아파트로 숲을 이루고 만, 잣나무도 대나무도 미루나무도 감나무도 아닌 아파트로 숲을 이루고 만 경기도 고양시 한켠 창릉내에서 물총새를 만났기 때문에, 벅찬 가슴으로 그림책 하나 내놓습니다.

 

 아마, 물총새 아닌 딱새를 만났더라도, 딱따구리를 만났더라도, 직박구리를 만났더라도, 아니 흔하디흔하다는 참새를 만났더라도, 그림책 하나 얼마든지 빚을 만합니다. 더 이름나거나 더 예쁘다 하는 새를 만나야 그림책 하나 그리지 않아요. 그림쟁이 가슴으로 왈칵 다가오는 빛나는 사랑을 깨우치는 새 한 마리 만날 수 있으면, 이 새 한 마리를 좋은 삶동무로 여겨 좋은 이야기 담는 그림책 하나를 빚을 만해요.


.. 사람들이 보기에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하천가 자갈밭이지만, 꼬마물떼새 가족에게는 더없이 특별한 보금자리예요 ..  (13쪽)

 

 


 다만, 그림쟁이 이우만 님은 창릉내에서 물총새를 만나기는 했으나, 물총새가 나누어 주는 빛을 듬뿍 나누어 받지는 못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무 쓸모없”다고 여기는 냇물이면 어떤가요. 나 스스로 쓸모있다고 여기는 냇물이면 넉넉해요. 나 스스로 사랑스레 돌보는 냇물이면 즐거워요. 나 스스로 아름답게 바라보며 좋은 꿈을 싣는 냇물이면 흐뭇해요.

 

 꼬마물떼새 식구들한테만 더없이 남다르다 할 보금자리가 아닙니다. 이 창릉내 둘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도 더없이 남다르다 할 터예요.

 

 똑같이 아파트에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창릉내 둘레 아파트하고 자동차 가득한 종로 큰길가 아파트하고는 사뭇 다릅니다. 시멘트로 빽빽히 둘러친 한강이라 하더라도, 이 한강 둘레 아파트랑 깊은 밤에도 불빛 번쩍이는 압구정동 둘레 아파트랑 아주 달라요.

 

 숨을 쉴 수 있는 터에 깃드는 집이어야 합니다. 물을 아끼면서 마시고, 바람을 누리면서 마실 만한 곳에 짓는 집이어야 합니다. 밥 한 그릇에 담은 너른 우주를 헤아립니다. 쌀알 하나마다 깃든 깊은 사랑을 돌아봅니다. 목숨을 먹으며 목숨을 지키는 내 삶인 만큼, 내 목숨이 이 땅에서 얼마나 맑게 빛나도록 하루하루 새 꿈을 짓느냐 하는 대목을 톺아봅니다.

 

 생각하며 살아야 비로소 삶입니다. 참새이든 사람이든, 63빌딩에서 일하거나 지내더라도 밥(또는 모이)을 먹어야 목숨을 잇습니다. 신용카드로 끼니를 잇지 못해요. 밥을 먹어야 목숨을 이어요. 개미이든 사람이든,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일하거나 지내더라도 밥(또는 먹이)를 먹어야 목숨을 잇습니다. 은행계좌로 끼니를 잇지 못해요. 밥을 받아들여야 목숨을 빛내요.

 

 그림책 《창릉천에서 물총새를 만났어요》는 물총새 한살이를 살가이 보여줍니다. 그림책 《창릉천에서 물총새를 만났어요》는 도시 한복판이 되고 만 자연 한자락에서도 고운 숨결을 잇는 들새 한삶을 예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자연 도감’ 틀에서 머뭅니다. 자연 도감 틀을 한 꺼풀 벗고는 ‘자연을 누리는 기쁨’을 들려주거나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웃음꽃을 밝힐 수 있으면 한결 좋았을 텐데 싶어요.

 

 고마운 숨결인 창릉내일 테니까요. 반가운 삶터인 창릉내일 테니까요. 어여쁜 이야기꽃인 창릉내일 테니까요. (4345.2.25.흙.ㅎㄲㅅㄱ)


― 창릉천에서 물총새를 만났어요 (이우만 글·그림,마루벌 펴냄,2010.11.11./1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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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25 20:50   좋아요 0 | URL
이우만님이 그리신 수채화가 참 고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