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뜨기 책읽기

 


  만화책 《도라에몽》을 보면, 먼 앞날에서 살아가는 로봇인 도라에몽이 ‘오늘날’로 찾아와 진구라는 아이를 돕는데, 진구라는 아이는 매우 착하지만 멍청하고 재주가 없다. 도라에몽은 진구도 잘 하는 재주 한 가지는 있으리라 북돋우지만 진구는 늘 주눅이 드는데, 어느 날 문득 실뜨기만큼 누구보다 잘 한다고 깨달아 “나는 실뜨기 장인이다!” 하고 외치며 집에 문패까지 붙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뜨기 장인’이라니 우습게 여길 사람이 있을는지 모른다. 곰곰이 돌이키면, 나 또한 어릴 적에 ‘이런 일이나 놀이는 나보다 잘 하는 사람 없어!’ 하고 외친 적 있다. 이를테면 ‘빨리 걷기’라든지 ‘빨리 마시기’라든지 ‘글씨 작게 쓰기’ 같은 여러 가지를 낑낑거리면서 한다. 동무 가운데에는 고무줄놀이를 누구보다 잘 하는 아이가 있고, 흙땅에 잔돌을 손가락으로 튕겨 금을 긋는 놀이를 누구보다 잘 하는 아이가 있다. 몇 미터 떨어진 데에서도 조그마한 동그라미에 척 들어가도록 돌을 튕기는 재주는 참 남달랐다고 느낀다. 멀찍이 떨어진 데에서도 작은 구슬을 던져 맞히는 재주도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딱지를 재빨리 접고, 또 이 딱지로 동무 딱지를 척척 뒤집는 재주도 참 훌륭하다고 느낀다. 끝도 없이 제기를 찬다든지, 축구공을 멀리 뻥뻥 찬다든지, 테니스공을 높이높이 던져 올린다든지, 종이비행기를 곧게 멀리 날린다든지, 연을 훨훨 날도록 띄운다든지, 윷이나 주사위를 잘 던진다든지, 참 손꼽히는 재주를 선보이는 동무가 많았다. 그러나, 나로서는 이런저런 재주가 좀처럼 가 닿지 못했다. 아, 하나 있던가. 오재미놀이를 할 때에 이쪽저쪽에서도 안 잡히고 끝까지 살아남는 재주 아닌 재주 하나 있었다. 오재미놀이를 하며 “난 오재미 하느님이야!” 하고 외친 일이 생각난다.


  이모저모 생각하고 머리를 짜낸다. 나는 참 어떤 뾰족한 재주가 없는 어린 나날과 푸른 나날을 보냈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 하지 못했고, 글을 빼어나게 잘 쓰지 못했으며, 그림을 놀랍게 잘 그리지 못했다. 이럭저럭 하기는 하더라도 그저 그런 높이에서 맴돌았다. 문득 한 가지 떠오른다. 집에서 학교를 걸어서 오가는 아이가 거의 없기에,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걸을 때마다 발걸음 재게 놀려 빨리 걷도록 용을 쓴다든지, 이 길에 기차길을 밟으면서 얕은 철길에서 비틀거리지 않고 오래도록 안 떨어지며 걷도록 애를 쓴다든지 해 보았다. 철길 동네에서 살던 동무라 해서 부러 철길밟기를 날마다 하지는 않으니, 이런 걷기 하나는 누구보다 잘 해내곤 했다. “난 철길에서 이백 걸음을 걷는다!”라든지 “나는 철길에서 천 걸음을 걷는다!”라든지 “난 철길을 빠르게 달린다!” 하고 외쳤다.


  또 한 가지 떠오른다. 50원 넣고 하던 오락실 오락 가운데 두어 가지는 언제라도 끝판까지 가서 오락실 사장님 비위를 거슬리곤 했다. ‘오락기계 가운데 두어 가지’만큼은 끝판임금 같은 이름을 얻었다. 나는 〈1942〉와 〈마계촌〉 끝판임금이었는데, 단돈 50원으로 두 시간 가까이 오락기계 하나를 붙잡고 뒤에 동무들을 구름같이 모이게 해 구경하도록 하다 보면, 사장님이 200∼300원을 쥐어 주면서 가게 밖으로 내쫓곤 했다. 그래서 내가 잘 하는 오락은 20분쯤 하다가 다른 동무한테 슬쩍 넘겨주며 오락실에서 안 쫓겨나려고 눈치를 보았다.


  아이 어머니가 뜨개하는 실을 조금 잘라 ‘뜨기실’을 마련한다. 첫째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는 먼저 실뜨기를 보여준다. 나도 어린 날 실뜨기 놀이를 했다고 가만히 떠올린다. 그러나 나는 실뜨기 놀이를 몹시 못 했다. 금세 요 모양 조 모양 만드는 동무들이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으며 궁금하기도 했다. 어쩜 저렇게 손가락을 잘 놀릴까. 어쩜 저렇게 여러 모양을 쉬 만들 수 있을까.


  동무 가운데에는 실 아닌 고무줄로 실뜨기, 이른바 고무줄뜨기를 하는 녀석이 있었다. 속옷에 넣는 노란 고무줄 끝을 묶은 다음 손가락에 꿰어 끝없다 싶도록 늘리며 고무줄뜨기를 하는데, 저러다 고무줄이 틱 끊어질까 무섭다고 느껴, 동무녀석이 고무줄뜨기를 하면 슬슬 뒤로 물러나 멀리 떨어져서 구경했다.


  내가 실뜨기를 참 못 했다고 떠올리고 보니, 가위질도 그렇게까지 잘 하지는 못 했다고 떠오른다. 집에서 신문종이로 가위질을 끝없이 해 보고, 이모저모 종이접기나 ‘종이 오려 붙여 무언가 만들기’를 수없이 하는 동안 가위질 솜씨가 이럭저럭 모양새 나쁘지 않을 만큼 되었지만 썩 잘 한다고 할 수 없다. 어느 날 국민학교 미술 시간인데, 동무 가운데 어느 하나 가위질을 놀랍도록 잘 했다. 따로 콤파스로 동그라미를 그리지 않고도 콤파스로 동그라미를 그려 가위질을 하는 아이들보다 훨씬 매끄럽고 반듯하게 동그라미를 오려 내곤 했다.


  능금을 잘 깎는다든지 참외를 잘 깎는 칼솜씨도 늘 부러웠다. 누군가는 ‘많이 깎으’면 으레 는다고 하는데, 나는 많이 해도 안 늘었다. 많이 안 해도 익숙하게 잘 하던 한 가지라면, ‘땅콩 껍질 빨리 까며 속껍질 안 벗겨지게 하기’쯤? 굴러오는 공을 뻥 차는 일도 잘 못하고, 멈춘 공을 높이 차는 일도 잘 못한다. 제기를 스무 차례 넘게 찬 적이 없다. 손발 쓰는 몸놀림이 참 굼뜨거나 힘들었다. 체육을 하며 춤추기를 배울 때에 내 몸짓이 참 웃겼다고들 한다. 내가 보여주는 국민체조 몸놀림은 그야말로 우스개였다고 하는데, 나는 내 모습을 본 적 없으니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다). 나는 체육을 하며 달리기가 가장 좋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앞을 바라보며 숨을 찬찬히 고르며 오래오래 달리기가 나한테 가장 맞다고 느꼈다. 오래달리기 하나만큼은 학교에서 첫손이나 두손에 들 만큼 야무지게 달렸다. 이 결은 군대로 이어져, 군대에서 1500명 남짓 몇 킬로미터를 한꺼번에 오래달리기를 시킬 때에 내가 2등하고 몇 분 사이를 벌리면서까지 1등으로 들어온 적 있다.


  첫째 아이가 실뜨기 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바라본다. 아버지보고도 실뜨기를 해 보라 말한다. 어린 날부터 참 젬병이던 실뜨기인데 나더러 해 보라니, 참 착하고 예쁜 말이다만, 선뜻 내 두 손에 실을 꿰지 않는다. 잘 하건 잘 못 하건 어찌 되든 손가락 사이에 꿰고 함께 놀아 주면 좋을까. 아이가 실뜨기를 배운 지 사흘째인데, 아직 망설인다. 나도 실뜨기를 같이 할까. 골이 살짝 아프지만, 아이랑 함께 놀며 살아갈 아버지인걸.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함께 놀면 될 노릇 아닌가. 기운을 내자. (4345.4.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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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4-06 00:32   좋아요 0 | URL
ㅎㅎ 된장님도 도라에몽을 즐겨 읽으셨나 봐요.저도 이책이 넘 재미있더군요^^

파란놀 2012-04-06 01:48   좋아요 0 | URL
도라에몽은
참 아름다운 만화랍니다..
 


 잠든 두 아이

 


  밤 열두 시 넘도록 잠들지 않으려 하던 두 아이를 가까스로 재웠으나, 이듬날 아침 일찍 둘째가 깨고, 곧이어 첫째가 칭얼거린다. 둘째는 이래저래 까불다가 다시 잠이 쏟아진다. 둘째는 응가 마려워 잠에서 깨어 까분 듯하다. 둘째는 아침마다 거의 비슷한 때에 응가를 푸지게 눈다. 낮에 다시 한 차례, 저녁 되기 앞서 또 한 차례, 잠들기 앞서 마지막 한 차례, 이렇게 네 차례 응가를 누니까, 이른아침에 깨어나 까불밖에 없다고 느낀다.


  똥기저귀를 빨고 아이 밑을 씻긴다. 아이는 신나게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고 기어다니고 하다가 어머니한테 달라붙는다. 조금 지켜보다가 둘째를 가슴으로 안는다. 나도 고단해 자리에 누워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가슴에 안긴 둘째 고개가 옆으로 톡 떨어진다. 응? 무릎에 누여 본다. 눈을 꼬옥 감았다. 조용히 잠든다. 조금 앞서까지 잠자리에서 칭얼거리던 첫째도 조용하다. 이 녀석들, 이른아침부터 나란히 시끌벅적하다니 이렇게 금세 조용해지네. 그러면 아버지는 이 조용하고 한갓진 아침나절을 놓칠 수 없지. 퍽 고단하지만 다시금 기운을 차려 글 몇 줄을 쓰자.


  살며시 둘째를 방바닥에 눕힌다. 무릎이 시원하다. 다시 조용히 밖으로 나가 빨래기계를 돌리자. 몇 가지 집일을 살금살금 하자. (4345.4.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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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4-05 12:22   좋아요 0 | URL
참으로 바쁘신 일상인데 참 정겨워 보입니다

파란놀 2012-04-05 14:22   좋아요 0 | URL
하하...
눈물나고
허리 휘도록
바빠
눈이 돌아간답니다 ^^;;;;
 
어른들은 왜 그래? 비룡소의 그림동화 193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52] 윌리엄 스타이그, 《어른들은 왜 그래?》(비룡소,2008)

 


  어린 아이를 무릎에 누여 재우는 사람은 나쁜 짓을 할 수 없습니다.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품에 안은 사람은 좋은 일을 떠올리고 맑은 꿈을 꾸며 고운 사랑을 노래합니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시끌벅적하며 커다란 도시 한복판에서라도, 어린 아이를 가슴에 안고 걸어다니면, 또 어린 아이가 스스로 걸을 때에 손을 꼬옥 잡고 거닐면, 이 아이와 함께 다니는 어른은 아이한테 무엇을 베풀어야 좋은가를 찬찬히 깨닫습니다. 아이한테는 더 많은 돈이나 더 비싼 옷이나 더 향긋한 밥이 부질없어요. 아이한테는 너그러운 사랑과 따사로운 꿈이 가장 반갑습니다. 아이한테는 호젓한 놀이터와 즐거운 보금자리가 가장 좋아요.


.. 어른들은 있잖아, 우리가 행복하길 원한대 ..  (7쪽)

 


  어린 아이를 가슴에 안고 일하는 사람은 나쁜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어린 아이가 곁에 있으니 아이가 다칠까 걱정스러운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어른 스스로 즐거우면서 근심없는 일을 합니다. 아이와 함께 즐거우면서 좋은 일을 합니다. 아이들이 함께할 수 없는 일이라면 어른 스스로 그닥 할 만하지 못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찬찬히 지켜보면서 조용히 이어받을 만하지 못한 일이라면 어른 스스로 기쁘게 배워 아름다이 꽃피울 만하지 못한 일이 아니랴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따로 문화이니 예술이니 과학이니 진보이니 혁명이니 교육이니 정치이니 경제이니 스포츠이니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과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이루지 않는다면 덧없는 모래탑이 되리라 느껴요.


  성적을 높여야 할 일은 없습니다. 점수를 거머쥐어야 할 이야기란 없습니다. 남보다 앞서야 할 일은 없습니다. 누구보다 돋보여야 할 이야기란 없습니다.


  저마다 좋아하며 누릴 삶입니다. 다 함께 어깨동무하며 기쁘게 웃을 나날입니다.

 

 


.. 어른들은 자기들도 어릴 적이 있었대. 하지만 우리를 혼내는 걸 좋아해 ..  (8∼9쪽)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면서 ‘이 밥은 돈이 얼마’이고 ‘이 밥은 얼마나 좋은 푸성귀’인가 하고 낱낱이 알려줄 어버이는 없습니다. 이런 영양과 저런 기운을 살피기는 하되, 이런 지식과 정보를 아이한테 아로새기면서 밥을 먹일 어버이는 없습니다. 어쩌면 있을는지 모르는데, 아이한테 이렇게 종알거리며 밥을 먹자 하면 아이는 어떻게 느끼려나요. 이와 마찬가지인데, 나와 같은 어른하고 마주앉은 밥자리에서 이 밥이 어떠하고 저 나물은 어떠하다고 종알종알 한다면 어떠할까요. 이 집은 값이 얼마이고 이 자가용은 값이 얼마이며 이 도자기나 그림은 값이 얼마라고 남들 앞에서 떠드는 일이란 얼마나 즐거울까요.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문득문득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좋은 그림책 좋은 줄거리나 좋은 그림을 듬뿍 받아들여도 즐거울 수 있지만, 이렇게 좋다 하는 그림책 아닌 우리 식구들 서로서로 좋다 여길 삶을 누리는 나날이라면, 우리 오늘 하루가 곧바로 그림책 이야기라 할 만하지 않을까 하고.


  아이들하고 걷는 들길이 ‘들길 이야기책’입니다. 아이들하고 밭을 일구는 괭이질과 호미질이 ‘괭이질 이야기책’입니다. 아이들이랑 논둑을 걷다가 가만히 들여다보는 들꽃 한 송이는 ‘들꽃 이야기책’입니다. 아이들이랑 마당에서 한갓지게 노닥거리며 쬐는 햇살 한 줌은 ‘햇살 이야기책’입니다. 나는 아이들하고 ‘바람 이야기책’을 날마다 빚을 수 있습니다. ‘물놀이 이야기책’이든 ‘빨래 이야기책’이든 ‘소꿉 이야기책’이든 ‘실뜨기 이야기책’이든 마음껏 빚을 수 있어요.


  어느 그림책이든 모두 좋은 삶에서 비롯하겠지요. 어느 동화책이든 모조리 좋은 꿈을 꾸는 사랑에서 비롯하겠지요. 남달리 멋진 붓질을 뽐내는 그림책은 아이한테 덧없습니다. 남달리 멋스러이 보이거나 예쁘게 보이려는 그림책 또한 아이한테 부질없습니다. 아이들한테나 어른들한테나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가장 즐겁고, 사랑스레 받아들일 이야기를 담는 그림책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 어른들은 언제든 몇 시인지 알고 있어야 해. 또 뭐든지 치수를 재어 봐 … 어른들은 싫증을 금방 내지 ..  (16∼17, 21쪽)


  윌리엄 스타이그 님 그림책 《어른들은 왜 그래?》(비룡소,2008)를 읽습니다. 참말 어른들은 왜 그럴까 궁금하게 여기며 읽습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은 모습을 느낍니다. 서로서로 한껏 즐거이 누릴 어른 삶이고 어린이 삶일 텐데, 왜 이렇게 한껏 즐거이 누리지 못하면서 낯을 찌푸리거나 하품을 하고 말까요. 그저 따사로이 마주하면 될 텐데요. 그예 보드라이 쓰다듬으면 될 텐데요. 그러니까 살갑게 어깨동무하면 될 텐데요.


.. 어른들은 있잖아, 혼자서만 운전을 다 하려고 하지 ..  (47쪽)

 


  아이들은 어른들을 바라보며 자랍니다. 어느 아이들은 ‘내가 바라본 어른하고는 다르게 살아야겠어’ 하고 다짐합니다. 어느 아이들은 늘 지켜본 대로 어른들 ‘슬프며 못난 짓’을 고스란히 되풀이합니다.


  아이들이 길바닥에 과자 껍데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까닭은 어른들이 으레 과자 껍데기이든 담배꽁초이든 무어든 길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버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거친 막말을 일삼는 까닭은 어른들이 으레 거친 막말을 일삼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제 여리거나 가난하거나 못생기거나 아픈 동무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까닭은 어른들이 둘레 여리거나 가난하거나 못생기거나 아픈 동무를 돕거나 사랑하지 않으면서 들볶거나 모르쇠로 지내거나 등치기 때문입니다.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요. 어른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 어른다울까요. 어른은 어떤 사람으로 사랑을 꽃피울 때에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폭 안기고 싶다 외치며 달려들까요. (4345.4.4.물.ㅎㄲㅅㄱ)


― 어른들은 왜 그래?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조세현 옮김,비룡소 펴냄,2008.2.29./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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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2-04-04 16:40   좋아요 0 | URL
어른이라 어릴때 어린왕자를 읽고 책에 나오는 그런 어른은 되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어느날 거울을 보니 내가 가장 싫어하는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이 비추더라구요
영원히 어린이로 살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어른이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ㅜㅜ 나는 과연 어떤 어른일까

파란놀 2012-04-05 02:00   좋아요 0 | URL
좋은 꿈 찬찬히 생각하시면
한결같이 아름다운 어른으로
지내시리라 믿어요~
 
100번의 뉴욕 프러포즈 - 뉴요커 100명과 함께한 아주 특별한 결혼 선물
정상구 사진, 박평종 글 / 포토넷 / 201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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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로 사진을 나누는 기쁨
 [찾아 읽는 사진책 88] 정상구, 《100번의 뉴욕 프러포즈》(포토넷,2011)

 


  나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이 사진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진을 처음 배워 처음 찍던 때부터, 내가 찍은 사진은 나한테 사진으로 찍힌 사람들한테 고스란히 선물로 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부러 선물하려고 사진을 찍지 않았으나, 사진기를 쥐고 사진기에 눈을 박아 사진기 단추를 누를 때면, 내가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으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선물이 사진 한 장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빌었습니다.


  내 곁 좋은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든, 헌책방 마실을 하며 헌책방 일꾼을 담거나 헌책방 책시렁을 사진으로 담든, 골목동네 나들이를 하며 골목이웃과 골목꽃과 골목집을 마주하며 사진으로 담든, 옆지기를 만나고 두 아이를 낳으며 살아가는 나날을 사진으로 담든, 나로서는 언제나 내 사진감한테 선물로 돌려주고픈 사진입니다.


  내 곁 좋은 님과 벗은 모두 ‘오늘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곧바로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싱그러이 마시고 고마이 내쉬는 숨결 하나가 고마운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목숨 한 자락이 가장 커다랗다 할 만하고 가장 놀랍다 할 만하며 가장 거룩하다 할 만한 선물이라고 느껴요.


  선물을 누리는 삶이기에 선물을 돌려주는 사진을 찍습니다. 선물을 받는 삶이기에 기쁘게 선물을 바치는 사진을 찍습니다.

 

 

 


  내 눈을 사진기에 박아 들여다봅니다. 나를 마주하는 사람이 웃습니다. 나도 웃으면서 단추를 살짝 누릅니다. 내 눈을 사진기에 박고 바라봅니다. 나와 마주한 헌책방 책시렁과 골목집 꽃그릇이 환하게 빛납니다. 나도 환하게 빛나는 넋이 되어 단추를 살며시 누릅니다.


  서로서로 좋은 꿈과 마음과 사랑이 되기에 사진 하나 곱게 태어납니다. 다 함께 기쁜 뜻과 얼과 이야기가 되기에 사진 하나 즐거이 태어납니다.


  정상구 님이 빚은 사진책 《100번의 뉴욕 프러포즈》(포토넷,2011)를 읽습니다. 정상구 님은 미국 뉴욕으로 여러 날 마실을 떠나 사진을 찍었습니다. 무언가 남달리 선물하고 싶은 사진을 찍고픈 마음이었기에, 비행기를 타고 멀리멀리 뉴욕까지 찾아갔습니다. 정상구 님은 지구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행 글’과 ‘여행 사진’을 빚는 일을 한답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정상구 님 삶에 걸맞게 뉴욕 마실을 하며 사진을 찍을 만해요. 내가 무언가 남다르다 싶은 사진을 얻고 싶다면, 나로서는 한국땅 곳곳에 자리한 헌책방을 샅샅이 돌며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골목동네를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온 나라 골목동네 곳곳을 찬찬히 누비미 사진을 찍을 만합니다.


  곧, 누군가는 미국 뉴욕에서 마주한 백 사람한테서 들은 좋은 말마디를 엮어 ‘한 사람한테 바치는 사진잔치’를 열 수 있고, 누군가는 인천이나 춘천이나 목포 골목동네를 돌며 마주한 백 사람한테서 들은 예쁜 말마디를 그러모아 ‘한 사람한테 드리는 사진잔치’를 열 수 있어요. 온 나라 백 군데 헌책방 일꾼한테서 들은 사랑스러운 말마디를 갈무리해서 ‘한 사람한테 올리는 사진잔치’를 열 만합니다. 이 나라 백 군데 시골마을 흙일꾼 할머니한테서 들은 고운 말마디를 추슬러 ‘한 사람한테 베푸는 사진잔치’를 열어도 즐거워요.

 

 

 

 


  뉴욕으로 날아가서 사진을 찍던 정상구 님은 “경험이 쌓이자 이제는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순간들이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머리말).” 하고 말합니다. ‘나와 함께 살아요.’ 하고 말하는 일도 설레며 기쁠 테지만, 이렇게 말하기 앞서 여러 가지 잔치를 꾀하면서 겪는 일도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오래오래 함께 살아갈 옆지기를 헤아리는 꿈도 기쁠 테고, 옆지기한테 줄 선물을 생각하는 마음도 기쁠 테지요.


  언제나 오늘 하루 살아가며 기쁩니다. 어제는 어제대로 보낼 수 있기에 기쁩니다. 글피나 모레는 글피나 모레를 맞이할 수 있어 기뻐요.


  사진은 어제도 모레도 글피도 아닌 오늘을 찍습니다. 오늘 바로 이곳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누리는 삶이 즐거워서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누리는 삶이 괴롭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누리는 삶이 기쁜 만큼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누리는 삶이 슬픈 만큼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으로 담는 이야기는 환할 수 있으나 어두울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엮는 이야기는 아플 수 있으나 산뜻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모두는 이야기는 놀라울 수 있으나 수수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흘러야 멋진 사진이 아닙니다. 어느 쪽으로 흐르든 내가 살아가며 사랑한 이야기라면 즐겁고 좋으며 반가운 사진입니다.

 

 

 

 


  정상구 님은 “사흘 동안 뉴욕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메시지를 받던 그 순간들이 제게는 진심이 가득 담겼던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충실한 시간이었습니다(머리말).” 하고 이야기합니다. 정상구 님이 사랑하는 분한테 바치려는 사진과 사진잔치와 사진책은 모두 어여쁩니다. 두 사람이 앞으로 일굴 나날도 어여쁠 테지만, 바로 오늘 이곳에서 서로 누리는 이야기잔치가 어여쁩니다.


  오늘을 사랑하기에 어제를 사랑합니다. 오늘을 사랑하기에 모레와 글피를 사랑으로 맞이합니다. 오늘 땀을 흘리면서 어제 흘린 땀을 즐거이 되새깁니다. 오늘 땀을 흘리면서 모레와 글피에 흘릴 내 좋은 땀을 곰곰이 꿈꿉니다.


  선물로 사진을 나누는 기쁨이란, 오늘 내 삶을 더없이 아름다이 누리면서 그지없이 즐거이 빛내고픈 사랑을 빚는 속삭임입니다. (4345.4.4.물.ㅎㄲㅅㄱ)


― 100번의 뉴욕 프러포즈 (정상구 사진·글,포토넷 펴냄,2011.4.11./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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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을 쓴다

 


  바람이 고요한 날 햇살이 따사로우면 한겨울에도 한겨울 아닌 봄과 같구나 하고 느낀다. 바람이 매서운 날 햇볕마저 구름에 가리고 빗방울까지 들으면 한봄에도 한봄 아닌 겨울과 같구나 하고 느낀다.


  며칠 동안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세차게 부는 바람은 우리 마당가 후박나무 가지를 뒤흔들 뿐 아니라 동백나무 새 꽃봉우리까지 뒤흔든다. 이 바람에 꽤 많은 꽃봉우리가 떨어진다. 활짝 피어난 꽃봉우리가 떨어지고, 이제 막 터지려던 꽃봉우리가 떨어진다. 퍽 일찍 꽃봉우리 터뜨리고 나서 시든 녀석도 떨어진다.


  우리 집 뒤꼍에서 자라는 매화나무는 다른 집보다 훨씬 늦게 꽃봉우리를 터뜨린다. 가지마다 촘촘하게 피어난 꽃송이를 올려다보면서, 우리 집에서 매실을 잔뜩 얻을 수 있겠네 하고 생각했는데, 이 된바람을 여러 날 겪고 보니, 매실로 달리려 하다가 그만 여물지 못한 채 바람에 떨어지는 알맹이도 꽤 되겠다고 느낀다. 매실을 얻는다면, 바람을 견딘 매실을 얻는 셈이요, 매실을 누린다면, 바람을 고스란히 맞아들인 매실을 누리는 셈이다.


  논둑을 걷는 내 몸을 휘감아 나를 멀리 날려 보내려 하던 바람을 떠올린다. 작은 아이들은 논둑을 걷다가 이 바람을 맞았다면 그만 논바닥으로 폴싹 자빠졌을까. 늙은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 모진 바람에도 마늘밭 김매기를 하다가 그만 아이구야 하면서 옆으로 풀썩 넘어지기도 할까. 드센 바람이 온 마을을 휩쓰는 동안 들새와 멧새 지저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새들은 대단한 바람이 감돌 적에는 잔뜩 웅크리고 서로서로 기대면서 포근한 햇살과 살가운 바람이 되기를 기다릴까. 새들은 대단한 바람이 휘몰아칠 적에 이 바람을 따라 하늘 높이 휘휘 돌면서, 가벼운 몸뚱이를 바람한테 맡기며 너른 마음이 될까.

  산들바람도 좋고, 칼바람도 좋다. 한들바람도 좋고, 마파람과 하늬바람도 좋다. 바람이 뚝 그친 아침녘 노랗게 빛나는 해를 바라본다. 이른아침부터 새들 노랫소리 가득하다. (4345.4.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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