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71) 직관적 1 : 직관적으로 알아차렸다

 

그 영혼이 태아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나타났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렸다 … 단지 우연이 아니라 엄청난 치유와 은혜를 지닌 의도와 목적이 있는 것이라는 직관적 지식이 깔려 있었다
《조안 엘리자베스 록/조응주 옮김-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민들레,2004) 64쪽

 

  “그 영혼(靈魂)”은 “그 넋”으로 손보고, “연결(連結)되어 있다는 말을 전(傳)하기 위(爲)해”는 “이어졌다는 말을 들려주려고”나 “이어졌다는 말을 하려고”로 손보며, “나타났다는 것을”은 “나타났음을”이나 “나타났다고”나 “나타난 줄을”로 손봅니다. ‘단지(但只)’는 ‘다만’이나 ‘그저’로 다듬고, “엄청난 치유(治癒)와 은혜(恩惠)를 지닌 의도(意圖)와 목적(目的)이 있는 것이라는”은 “널리 달래고 사랑하려는 뜻과 생각이 있다는”으로 다듬으며, “깔려 있었다”는 “깔렸다“로 다듬어 봅니다.


  ‘직관(直觀)’은 “(1) 감관의 작용으로 직접 외계의 사물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음 (2)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을 뜻하고, ‘직관적(直觀的)’은 “판단이나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을 뜻한다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직접적으로 파악하는”이 ‘직관적’인 셈입니다. 그러면 ‘직접적(直接的)’이란 무엇일까요. 국어사전을 다시 들춥니다. 이 한자말은 “중간에 제삼자나 매개물이 없이 바로 연결되는”을 뜻한다 해요. 그러니까, ‘직관적 = 바로 연결하여 파악하는’을 뜻하는 한자말이요, 한국말로 더 쉽게 풀이하면 ‘직관적 = 바로 이어서 헤아리는’인 셈이고, 간추리자면 ‘직관적 = 곧바로 보는’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직관적 판단을 하다
→ 곧바로 생각하다 . 곧장 생각하다 . 막바로 생각하다
 직관적인 인식
→ 곧바로 깨닫기 . 곧장 느끼기 . 막바로 알아차리기

 

  찬찬히 생각합니다. 어떤 낱말을 골라서 써야 알맞고, 어떤 낱말을 가려서 이야기를 빛내야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을 곧바로 드러내기 좋은 낱말을 돌아봅니다. 내 넋을 누구나 금세 알아차리도록 이끄는 말마디는 어떠한가 헤아립니다.

 

 직관적으로 알아차렸다
→ 곧바로 알아차렸다 . 금세 알아차렸다 . 바로 알아차렸다

 

  더 쉽게 써야 하는 글이라기보다 한결 알아차리기 좋게 쓸 글이면 즐겁다고 느낍니다. 여러모로 꾸미는 글보다 살가이 보듬거나 보살피는 손길로 추스르는 글이면 사랑스럽다고 느낍니다.


  한자말 ‘직관’이 쓸 만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말 ‘바로보기’를 쓸 수 있어요. ‘바로생각’처럼 새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로 생각하는 힘을 스스로 끌어올리는 일이 훨씬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4337.11.13.흙./4345.4.6.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써 보기
그 넋이 태아와 이어졌다는 말을 들려주려고 나타난 줄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 그저 우연이 아니라 널리 달래고 사랑하려는 뜻과 생각이 있다고 알아보는 지식이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736) 직관적 2 : 직관적으로 느꼈다

 

나는, 아아,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걸 직관적으로 느꼈다
《엔도 슈사쿠/김석중 옮김-유모아 극장》(서커스,2006) 136쪽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걸”은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나 “좋은 사람이라고”로 다듬어 봅니다. 앞에 ‘아아’ 하는 느낌말이 있으니, “이 사람은 좋네, 하고”나 “이 사람은 좋구나, 하고”처럼 다듬어도 괜찮아요.

 

 좋은 사람이라고 직관적으로 느꼈다
→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 좋은 사람이라고 곧바로 느꼈다
→ 좋은 사람이라고 그대로 느꼈다
→ 좋은 사람이라고 문득 느꼈다
 …

 

  보기글에서는 ‘느끼다’라는 말마디를 뒤에서 바로 쓰니까, 굳이 ‘직관적’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있는 그대로 쓰기만 하면 넉넉합니다. 한편, ‘어떻게 느꼈는지’ 힘주어 말하고 싶다면 여러모로 풀어 볼 수 있어요. 곧바로 느꼈다고, 또는 그대로 느꼈다고, 또는 문득 느꼈다고, 또는 불현듯이 느꼈다고, 또는 어렴풋이 느꼈다고, 또는 ……. 사람마다 누군가를 만날 때 받는 느낌이란 다 다르기 마련이니, 이 다 다른 느낌을 ‘느꼈다’ 앞에 살짝 넣어 봅니다.
 (4339.12.4.달./4345.4.6.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써 보기
나는, 아아, 이 사람은 좋구나 하고 금세 느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647) 직관적 3 : 직관적으로 작업한다

 

그의 영화들은 늘 어떤 유형성을 보이며 세심하게 조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계획 없이 직관적으로 작업한다고 한다
《박태희-사진과 책》(안목,2011) 158쪽

 

  “그의 영화들은”은 “그가 찍은 영화들은”으로 다듬고, “어떤 유형성(類型性)을 보이며”는 “어떤 틀을 보이며”나 “비슷한 틀을 보이며”로 다듬습니다. “세심(細心)하게 조작(造作)된 것처럼”은 “하나하나 빈틈없이 짠 듯이”나 “꼼꼼하게 짜거나 엮은 듯이”로 손보고, ‘대부분(大部分)’은 ‘거의 모두’로 손봅니다. “계획(計劃) 없이”는 “미리 짜지 않고”나 “미리 생각하지 않고”나 “어떤 틀을 먼저 세우지 않고”로 손질하고, “작업(作業)한다고”는 “영화를 찍는다고”로 손질합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추스른 다음, “그가 찍은 영화들은 늘 비슷한 틀이 보이며 빈틈없이 짠 듯이 보이지만 거의 모두 어떤 틀을 미리 짜 놓지 않고 그때그때 느끼는 대로 찍는다고 한다”처럼 보기글을 통째로 다시 적어 봅니다. 말뜻과 말마디를 한결 또렷하게 밝히면서, 어느 대목을 어떻게 더 추슬러야 좋은지는,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느끼리라 생각해요. 마음을 기울이는 만큼 글도 말도 넋도 삶도 한결 넉넉하거나 따사로이 보듬을 수 있습니다. 사랑을 쏟는 만큼 글이나 말이나 넋이나 삶 또한 더 알차거나 싱그러이 북돋울 수 있어요.

 

 직관적으로
→ 생각나는 대로
→ 떠오르는 대로
→ 느끼는 대로
 …

 

  느낌을 잘 살리면서 넋과 말을 살리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잘 추스르면서 꿈과 사랑을 빛내면 기쁘겠습니다. 마음을 잘 가꾸면서 삶과 이야기 또한 아름다이 일구면 고맙겠습니다.


  생각으로 빛내는 말이고, 생각으로 살찌우는 글입니다. 마음이 있을 때에 살리는 말이요, 마음을 활짝 열면서 갈고닦는 글입니다.


* 보기글 새로 써 보기
그가 찍은 영화들은 어떤 틀을 보이며 빈틈없이 엮은 듯 보이지만, 으레 그 자리에서 느낌을 살려 찍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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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4-06 09:44   좋아요 0 | URL
음...직관적이라는 말은 저도 자주 쓰는 말인데 우리말로 어떻게 쓰면 좋을지, 쉽지 않군요. 말씀하신대로'곧바로 알아차렸다, 금세 알아차렸다, 바로 알아차렸다' 도 좋지만 이말은 알아차린 '시간'이 무척 짧았다는 쪽에 집중되지 않았나 싶어요. '직관'이라는 말에는 그 이상의 뜻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파란놀 2012-04-06 12:52   좋아요 0 | URL
'바로'나 '곧'은 시간만 가리키지 않아요.
시간과 장소를 아우르는 낱말이에요.

잘 생각하고 헤아려 보시면
좋은 길을 찾으시리라 믿어요.

hnine 2012-04-07 06:39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바로는 직관적이라는 말은 시간, 장소, 그 외에도 다른 의미가 더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파란놀 2012-04-07 10:48   좋아요 0 | URL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제대로 생각하며 쓰지 못해서 그렇지,
'직관적'이라는 낱말에만 여러 가지 뜻이 더 담기지 않아요.
한국사람 스스로 '직관적'을 여러 곳에 쓰기 때문에
여러 가지 뜻이 담기게 돼요.

이와 마찬가지예요.
한국말 '곧'과 '바로' 또한 뜻 테두리가 아주 넓어요.
국어사전을 한 번 살펴보시면,
이 낱말 뜻과 쓰임을 한국사람 스스로 얼마나 모르고
얼마나 못 살리는가를 깨달을 수 있어요.

곧, '곧'과 '바로'가 가리키거나 나타내는 넓고 깊은 테두리를 살피면
'직관적' 같은 말은 아주 쉽게 스스로 풀어낼 수 있어요.
 

묶음표 한자말 168 : 말(言)


여기서 나의 말(言)은 풀 한 포기 흔들지 못한다
《박영근-솔아 푸른 솔아》(강,2009) 126쪽

 

  ‘나의’는 ‘나 + 의’ 꼴입니다. 이 말투는 일본 말투 ‘私 + の’를 한글로 옮겨 적은 꼴입니다. 겉으로 보는 생김새는 한글이지만, 말씨로 헤아리면 한국말이 아닙니다. ‘blue’를 ‘블루’로 적는다 해서 한국말이 되지 않아요. ‘블루’로 적으면 한글로 적었을 뿐입니다. 옳고 바르게 한국말로 하자면 “나의 말”은 “내 말”이라 적어야 합니다.

 

 나의 말(言)은
→ 내가 읊는 말은
→ 내가 외는 말은
→ 내 말마디는
→ 내 말소리는
 …

 

  글쓴이는 ‘말’이라는 낱말을 꾸밈없이 적바림하지 못합니다. ‘말’이라고만 적으면 입으로 읊는 말이랑 들짐승 말이랑 헷갈릴까 싶어서 이처럼 적었는지 모릅니다. ‘言’이라는 한자를 나란히 적을 때에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며 헷갈리지 않을 만하다고 여겼구나 싶습니다. 어떤 이는 ‘눈’이라는 낱말을 사람들이 헷갈려 할까 봐 ‘눈(目)’과 ‘눈(雪)’으로 적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눈’이 되든 ‘말’이 되든, 한국말은 길고 짧은 소리로 둘을 가릅니다. 또한, 글흐름과 말흐름에 따라 두 낱말을 갈라요. 따로 한자를 밝힌대서 낱말을 한결 또렷이 헤아리도록 돕지 않습니다. 힘들여 한자를 넣어야 글흐름이나 말흐름이 환히 살아나지 않아요.


  한자 아닌 영어를 넣는들 글흐름과 말흐름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평화를 ‘평화(peace)’처럼 적거나, 사랑을 ‘사랑(love)’으로 적어야 잘 헤아리거나 옳게 읽을 수 있지 않습니다. 한국말을 한국말다이 가누면서 한국글을 한국글답게 돌보아야 가장 알맞고 아름답습니다.


  보기글에서 ‘말’이라고만 적을 때에 흐름이 엉뚱해질 수 있겠다 싶으면, 한국 말투를 살리도록 사이에 다른 꾸밈말을 넣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나 “내가 읊는 말”이나 “내가 들려주는 말”이나 “내가 쓰는 말”이나 “내가 적은 말”이나 “내가 외치는 말”이나 “내가 품은 말”처럼, ‘나’와 ‘말’ 사이에 알맞게 징검돌을 놓습니다.


  또는 ‘말소리’나 ‘말마디’나 ‘낱말’이나 ‘말투’나 ‘말씨’나 ‘싯말’이나 ‘노랫말’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말삶을 생각하며 길을 살핍니다. 말꿈을 피우며 넋을 북돋웁니다. 말사랑을 보듬으며 빛을 나눕니다. (4345.4.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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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 털실 네 뭉치 꼬마 그림책방 23
오오시마 타에코 지음,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봄을 기다리는 착한 사람들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53] 오오시마 타에코, 《통통통 털실 네 뭉치》(아이세움,2008)

 


  마당 가장자리에 보라빛 봉우리 작게 맺히기에 가만히 바라봅니다. 우리 집 마당 가장자리 꽃밭에서 무슨 꽃이 피어날까 궁금해 하며 여러 날 기다리니, 이 보라빛 봉우리는 자그마한 제비꽃입니다.


  제비꽃을 우리 집 마당에서도 보네, 하고 살짝 웃으며 생각합니다. 내가 우리 집 아이들 재우며 부르는 자장노래 가운데 “나물 캐러 들에 나온 순이는 나물 캐다 말고 꽃을 땁니다.” 하고 첫머리를 여는 이원수 님 동요가 있습니다. 요즈음 아이들 가운데 식구들 곁을 떠나 다른 사람 집에서 밥어미 노릇이나 애보개 노릇을 하는 아이는 거의 없거나 아예 없으리라 보는데, 이원수 님 동요에 나오는 ‘밥어미 애보개’ 아이들은 1970년대까지도 제법 많았다고 해요. 우리 아이들은 아버지가 부르는 자장노래이니 그러려니 하고 들을 테지만, 뜻과 결을 새기고 보면 하나같이 구슬픈 이야기를 담았어요. 구슬픈 이야기를 담은 노래이기에 가락이 퍽 잔잔합니다. 아이들 재울 때에 부르기에 퍽 알맞구나 싶어요. 그렇다고 구슬프고 잔잔한 가락인 노래만 부르지는 않아요. “봄이 오면 바다는 찰랑찰랑찰랑 모래밭에 게들이 살금살금 나오고.” 하며 첫머리를 여는 동요도 부르는걸요.


  그나저나, 나물 캐는 순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요에서, 순이는 ‘앉은뱅이꽃’을 딴다고 해요. 아이들한테 노래를 불러 주며 앉은뱅이꽃이 무언가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민들레나 제비꽃처럼 흙바닥에 납작하게 붙어서 피어나는 꽃들을 아울러 일컫는 이름이더라고요.


.. “미도리, 조용히 좀 해. 아기가 깼잖아.” 엄마는 잔뜩 화가 났어요. “나가 놀지도 못하잖아요.” “그럼 할머니 방에 가서 놀아!” ..  (2쪽)

 

 


  네 식구 살아가는 시골마을 들판과 논둑과 멧자락에는 보름쯤 앞서부터 앉은뱅이꽃이 잔뜩 피어났어요. 생각해 보면, 민들레와 제비꽃만 앉은뱅이꽃이라 할 만하지 않아요. 민들레는 3월 끝무렵에 비로소 노란 꽃송이를 내미는데, 3월 한복판 무렵부터 본 제비꽃도 앉은뱅이꽃이었지만, 이에 앞서 먼저 고개를 내민 봄까지꽃이랑 별꽃도 앉은뱅이꽃이에요. 얼마나 흙바닥에 납작 붙어서 조그맣게 피어나는지, 눈여겨보지 않으면 이 두 가지 들꽃을 알아채기 힘들어요. 우리 식구들 인천 골목동네 작은 집에서 살던 때에도 골목길 한갓진 곳에서 봄까지꽃이 피곤 했는데, 이 조그마한 꽃은 아주 눈여겨보고, 가만히 쪼그려앉아 들여다보아야 보라빛 예쁜 잎사귀를 만질 수 있어요.


  햇살 좋은 봄날 이불 두 채를 빨아 마당에 예쁘게 널며 헤아립니다. 마당가에 조그맣게 피어나는 제비꽃은 이불 두 채한테도 고운 내음과 이야기를 조그맣게 나누어 주겠지요. 갓 빨아 햇볕을 머금는 이불은 햇살뿐 아니라 바람과 꽃내음과 풀내음 모두 받아먹을 테지요.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놀면, 빨래는 아이들 놀이하며 내지르는 목소리와 노래를 찬찬히 받아먹습니다. 이웃집 할머니가 마늘밭에서 김매는 호미질 소리도 받아먹습니다. 이웃집 할머니 이웃집에서 살아가는 할머니가 봄풀을 캐는 호미질 소리도 나란히 받아먹습니다. 이레쯤 앞서부터 무논마다 한두 마리씩 깨어난 듯한 개구리 울어대는 소리가 조용히 받아먹습니다.


  그래, 개구리라니, 참 반가운 개구리라니, 개구리예요. 이불을 넌 곁에 기저귀를 널면서 개구리 소리를 듣습니다. 왁왁 우는 봄개구리 소리가 반가운 나머지 “어, 개구리가 우네.” 하고 절로 외쳤더니, 방에서 낮잠을 자려고 드러누웠던 첫째 아이가 벌떡 일어나 마루로 나오며 “응? 개구리 울어?” 하고 묻습니다.

 

 


.. 미도리는 할머니 방으로 건너갔어요. 할머니가 털실을 한 아름 안고 싱글벙글 웃고 있어요. “방 청소를 하다가 털실 남은 걸 좀 찾았단다. 이걸로 뭘 떠 볼까.” “우와, 예쁘다…….” ..  (5쪽)


  며칠 드세게 불던 바람이 가라앉은 아침나절, 마루문을 활짝 엽니다. 봄기운과 봄소리가 마루문을 거쳐 온 집안으로 스며듭니다. 봄벌레 깨어나 돌아다니는 소리를 듣습니다. 바람이 잦아들며 나뭇가지 또한 가만히 살랑이며 내는 나지막한 소리를 듣습니다. 마을 할머니들은 김을 매랴 나물을 하랴 바쁩니다. 나는 아이를 안고 아이를 재우고 아이를 쓰다듬습니다. 이 봄날, 아이들은 봄기운 마음껏 누리면서 봄 어린이로 살아갈 때에 가장 아름답겠지요. 이 봄날, 어른들은 봄내음 실컷 들이마시면서 봄 어른으로 살아갈 적에 가장 빛나겠지요.


  봄을 누리는 사람은 여름을 누리는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여름을 누리는 사람은 가을을 누리는 사람으로 태어납니다. 가을을 누리는 사람은 겨울을 누리는 사람으로 새로워집니다.


  철 따라 고운 꿈을 품습니다. 날 따라 맑은 넋을 북돋웁니다. 좋은 바람이 좋은 햇살 머금으며 흐릅니다. 좋은 소리가 좋은 풀잎 스치며 들립니다.

 


.. 바로 그때, 파랑 털실이 떼구르르 바구니 밖으로 굴러 떨어져 데굴데굴 또르르 데굴데굴 또르르. 그러더니 글쎄, 파랗디파란 바다가 되었어요. 철썩철썩 파도 소리 ..  (17∼18쪽)


  오오시마 타에코 님 그림책 《통통통 털실 네 뭉치》(아이세움,2008)를 읽습니다. 긴긴 겨울 바깥놀이를 즐기지 못하고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 아이가 심심한 나머지 온 집안을 어지르다가는 어린 동생이 낮잠을 못 자게 깨운답니다. 아이 어머니는 성을 내고, 아이는 할머니한테 달려갑니다. 할머니는 웃는 낯으로 보드라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털실 네 뭉치를 꺼내어 아이한테 긴긴 이야기를 짓습니다.


.. 미도리는 졸음이 쏟아져요. 눈을 감고 한숨 크게 들이마셔요. “아, 할머니 냄새…… 내가 진짜 좋아하는 냄새다.”  ..  (29쪽)


  할머니한테서 털실 네 뭉치 이야기를 듣던 아이는 마음속으로 꿈을 꿉니다. 바깥은 춥디춥고 하얗디하얀 겨울이지만, 이 하얀 들판에 푸르고 노랗고 파랗다가는 바알간 빛깔로 그림을 그립니다. 하얀 들판을 종이 삼아 예쁘게 봄을 꿈꿉니다. 하얀 마음 되어 울긋불긋 곱디곱게 사랑을 꿈꿉니다.


  봄을 기다리는 착한 사람들입니다. 봄을 바라는 좋은 사람들입니다. 봄을 꿈꾸는 어여쁜 사람들입니다.


  봄은 착한 마음으로 맞아들입니다. 봄은 기쁜 넋으로 맞이합니다. 봄은 살가운 손길로 맞잡습니다. (4345.4.5.나무.ㅎㄲㅅㄱ)


― 통통통 털실 네 뭉치 (오오시마 타에코 글·그림,김정화 옮김,아이세움 펴냄,2008.8.20./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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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바닥 훔치는 글쓰기

 


  둘째를 업고 방바닥을 훔친다. 둘째가 아직 우리한테 오지 않고 첫째와 셋이서 살아가던 때에도 곧잘 첫째를 업고 방바닥을 훔치곤 했다. 홀로 잠자리 깔개를 들어내어 햇볕에 말리고 이불을 털어 해바라기를 시킨 다음 방바닥을 비질하고 나서 걸레질을 할 때에, 갓난쟁이가 으앵으앵 울면 으레 아이를 업고 방바닥을 훔친다.


  며칠 사납게 불던 바람을 꽤 쐬고 나서 몸이 무거워진 둘째가 비실비실거린다. 이 아이를 옆에 눕히고 집 안팎을 치우고 닦을 수 없기에 아이를 안고 빨래를 한다. 아이를 업고 청소를 한다. 등허리와 팔다리가 욱씬욱씬하다. 그렇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청소를 또 미룰 수 없다. 하루치 빨래를 미루면 이듬날 어마어마하게 쌓여 마당에 널기 힘겹다.


  아이를 한 해 걸러 낳은 집에서는 집일을 어떻게 건사할까. 아이를 한 해 걸레 셋이나 넷을 낳았을 옛날 어머님이라면 집일을 어찌 돌보았을까. 첫째가 무럭무럭 자라 집일을 조금 거든다면 수월할 텐데, 조금 거들만 한 나이라 하더라도 예나 이제나 어머니 자리에 선 사람이 할 몫이 너무 많다.


  사랑스레 살아갈 좋은 보금자리가 되도록 손을 쓰고 마음을 쓰며 몸을 쓰는 일이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 밥을 짓고 옷을 지으며 집을 지을 줄 알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란 더없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이 어떤 꿈을 이룬다 하든, 어떤 학문을 이룬다 하든, 어떤 민주와 평화와 통일을 이룬다 하든, 어떤 문화와 예술을 쌓는다 하든, 무엇보다 좋은 밥과 고운 옷과 착한 집을 건사하며 다스릴 수 있어야 참다이 이루어지는 셈 아닌가 싶다. (4345.4.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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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가장자리
시멘트 틈새
갓과 쑥

 

봄볕 받고
푸르며 싱그러운 빛
가득 담아
고소한 냄새
집안으로 스밀 때

 

한 잎
두 잎
석 잎
넉 잎

 

뜯어서 먹습니다.

 


4345.3.2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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