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하야후루 1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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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좋은 벗들
 [만화책 즐겨읽기 144] 스에츠구 유키, 《치하야후루 (1)》

 


  봄날 아침 하얀 안개가 온 들판을 덮습니다. 하얀 안개 덮인 들판은 잘디잔 이슬방울을 촘촘히 매답니다. 흙은 촉촉하게 젖습니다. 풀잎은 싱그러운 아침을 먹습니다. 이윽고 해가 멧등성이 위로 올라서면 맑게 따사로운 기운을 골고루 나누어 받습니다.


  꽃잎 떨군 매화나무는 열매를 도톰히 맺으려고 부산합니다. 꽃잎 보얗게 피우는 모과나무는 한창 가루받이를 할 때일 테지요. 새잎 싯푸르게 내놓는 감나무는 나뭇가지마다 몽우리를 맺으려고 애쓰겠지요.


  봄에 일찌감치 찾아드는 꽃잎이 있고, 풀잎조차 천천히 맺는 나뭇가지 있습니다. 아직 땅에서 돋지 않은 풀이 있습니다. 이제 막 첫 싹을 틔우는 풀이 있어요. 모두들 제 삶에 맞추어 기지개를 켭니다. 서로서로 가장 좋아하는 삶을 누리려 제때와 제철을 기다립니다.


  제비는 먼먼 나라에서 따스한 날씨를 누리려 이곳까지 찾아듭니다. 참새와 노랑할미새와 멧비둘기와 까마귀와 직박구리와 소쩍새와 동박새 들은 추운 날씨는 추위대로 견디며 따순 봄을 맞이합니다. 온통 얼어붙다가 눈으로 소복히 덮인 때에도 저마다 제 먹이를 찾고 제 삶을 누립니다.

 


- “내가 와타야라면, 놀리려고 메모까지 하는 사람이랑은 말하기 싫을 거야.” (13쪽)
- “왜 때려, 치하야! 너, 지금 촌닭 편드는 거냐?” “타이치, 네가 이렇게 소갈머리 좁아터진 자식인 줄은 몰랐다!” (17쪽)
- “부모님 월급날 돌아오기 전까진 새 안경을 살 돈이 없대.” “아, 응. 대체 얼마나 가난하면 그래? 너도 그 촌닭 좀 그만 싸고돌아라.” (66쪽)


  온몸 뜨거운 아이를 가슴에 얹히고 재웠다가는 팔베개를 했다가는 끝없이 오락가락하며 밤을 지새웁니다. 조금도 느긋하게 잠들지 않는 아이를 보듬으며 생각합니다. 이 아이가 몸이 힘드니 이렇게 꼼지락꿈지럭하면서 뒤채겠지요. 몸이 힘드니 끙끙 소리만 낼 뿐 달리 칭얼거리지도 못하겠지요.


  내 몸이 힘들거나 아플 때에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내가 아주 어린 날 몸이 힘들거나 아프면 내 어버이는 어떤 삶을 보냈을까 헤아립니다. 힘들거나 아픈 아이를 밤새 끌어안고서는 곱게 토닥토닥 달래겠지요. 힘든 기운과 아픈 기운 말끔히 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살살 등판을 쓰다듬고 가만가만 머리를 어루만지겠지요.


  아이가 제대로 잠들지 못하니 어버이도 제대로 잠들지 못합니다. 아이가 이럭저럭 아침에 깨어나 이리 기고 저리 앉으며 놀면, 비로소 한숨을 돌리며 하루를 열 생각을 합니다. 간밤에 아이들 갈아입힌 옷과 기저귀는 대야에 담급니다. 환한 아침햇살을 느낍니다. 이른아침에는 개구리 우는 소리가 안 들리네, 밤새 그렇게 울었으니 개구리는 이른아침에는 고요히 잠드나, 아무래도 이른아침부터 뭇새가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닐 테니까 모두들 어딘가 깊이 숨었을까나.

 

 


- “이것 봐 봐!” “아니, 내 거랑 똑같은데, 뭐.” “난 상장 받아 보는 건 이게 처음이야! 너무 좋아! 신난다!” (55쪽)
- “선생님, 죄송해요. 아프셨어요?” “아, 아니.” “저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카루타답게 카드를 잡아 봤어요! 처음이에요!” (113쪽)


  둘째 아이를 가까스로 재운 지난저녁, 첫째 아이가 뒤따라 깨며 쉬를 누다가는 안아 달라 보챕니다. 아이를 무릎에 누여 토닥입니다. 한동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두 팔에 힘이 폭 빠지며 곯아떨어집니다. 이대로 누인 채 한손으로 만화책 하나 집습니다. 나도 아이들 곁에 곯아떨어져야겠다 싶으면서, 드러눕기 앞서 무언가 하나 새기며 잠들자 생각합니다.


  손에 쥔 만화책은 스에츠구 유키 님 《치하야후루》(학산문화사,2009) 첫째 권. 만화책 주인공이라 할 ‘치하야’라는 아이가 시골에서 도시 학교로 온 아이를 따스히 감싸는 첫 모습을 곰곰이 바라봅니다. 어떤 올바른 넋이나 착한 얼일 수 있지만, 내 좋은 벗들을 생각한다면 더없이 마땅한 모습입니다. 내 좋은 벗을 어떻게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들볶을 수 있나요. 내 사랑스러운 벗을 어떻게 등치거나 못살게 굴거나 다그칠 수 있나요.


  그러고 보면, 내 좋은 옆지기와 아이들과 따사로이 말을 나눌 삶입니다. 내 사랑스러운 옆지기와 아이들이랑 날마다 새 웃음과 맑은 눈빛으로 즐거이 누릴 삶입니다. 딱히 ‘감싼다’고 하기보다는 그예 ‘어깨동무’하듯 살가이 느끼는 모습입니다. 좋은 느낌 그대로 살피고, 사랑스러운 마음 고스란히 들여다봅니다.

 

 


-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진 게 창피할 게 뭐 있어!” (65쪽)
- ‘오호라! 깔끔하게 감쌌구나! 하지만 저 안경 쓴 아이가 뛰어나간 것은, 저 눈초롱이가 맞는 카드를 잡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겠지!’ (108쪽)


  흙 한 줌은 좋은 벗입니다. 물 한 방울은 좋은 벗입니다. 햇살 한 자락은 좋은 벗입니다. 새 한 마리는 좋은 벗입니다.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 모두 좋은 벗입니다. 옆지기와 아이들 모두 좋은 벗입니다. 나는 흙과 물과 햇살과 새와 풀과 꽃 모두한테 좋은 벗이 되어 살아갈 좋은 목숨입니다. 나는 옆지기와 아이들 모두한테 좋은 웃음 주고받는 좋은 목숨입니다.


  아침마다 기쁘게 일어나고, 저녁마다 즐거이 잠듭니다. 햇살을 나란히 느끼고, 바람을 함께 맞습니다.


  내 좋은 벗님과 무얼 하며 하루를 누릴 때에 가장 빛날까요. 내 좋은 이웃과 어떤 생각을 속삭이며 하루를 맞이할 때에 가장 어여쁠까요. 나는 어떤 말과 넋과 삶으로 내 꿈을 가장 따사로이 북돋울까요.


- “언니가 언젠가 일본 최고가 되는 게 내 꿈이야!” “니 그거 꿈 아이다.” “뭐?” “남 하는 일 가지고 저그 꿈이라 카믄 안 되는기라.” (19쪽)
- “하하, 하하하! 그래, 그렇구나! 그래도 확실하게 외우는 것도 있지? 바닥에 놓인 카드만 봐도 앞 구절이 딱 떠오르는 시가 말이다.” (121쪽)

 


  한 걸음씩 천천히 내딛습니다. 한 마디씩 차근차근 읊습니다. 한 가지씩 알뜰히 주고받습니다. 한 가락씩 나긋나긋 노래합니다.


  좋은 생각을 익히고 배울 뿐 아니라, 좋은 벗들과 기쁘게 익히고 배우고 싶은 학교입니다.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면서 킬킬거리고픈 학교일 수 없습니다. 좋은 벗과 어깨동무하며 서로 즐겁게 익히고 배워 다 함께 좋은 삶을 누리고 싶은 학교입니다. 누군가를 젖히거나 밟으면서 혼자 으스대고픈 학교일 수 없습니다.


  학교는 지식을 물려주는 데가 아닐 테지요. 학교는 시험성적에 따라 아이들을 줄세우는 데가 아닐 테지요. 학교는 회사에 들어가기 앞서 잔재주를 가르치는 데가 아닐 테지요.


  좋은 앎을 좋은 삶에 바탕을 두어 찬찬히 그립니다. 좋은 꿈을 좋은 사랑에 발맞추어 살뜰히 빚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좋은 눈짓 손짓 몸짓으로 시나브로 이룹니다.


- “자기와 관계 깊은 시는 누구보다도 빨리 집을 수 있게 되지. 백인일수는 모두 100수다. 100명의 친구가 생겼다고 여기고 사이좋게 지내거라.” (123쪽)
- “치하야, 너는 모르는지 몰라도, 안경이의 할아버지는 영세 명인이라고, 굉장한 분이란다.” “네? 명인?” “척 보면 알지. 안경이는, 할아버지한테서 배워서 카루타를 그렇게 잘하게 됐을 거야. 그런 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데, 얼마나 걱정되겠니?” (155∼156쪽)


  ‘치하야’를 비롯한 아이들은 재주나 솜씨를 바라지 않습니다. 어떤 점수나 시험이나 등급이나 이름을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아끼며 좋아할 삶을 바랍니다. 아이들은 오래오래 웃으며 누릴 맑고 밝은 터를 바랍니다.


  ‘일본에서 첫손 꼽는 솜씨’란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지구별에서 가장 뛰어난 재주’란 조금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도 지구별에서도, 또 온누리에서도 뭇누리에서도, 서로 좋아하며 아낄 수 있는 맑은 꿈과 밝은 사랑이면 됩니다. 왜냐하면, 내 좋은 벗들이거든요. (4345.4.24.불.ㅎㄲㅅㄱ)


― 치하야후루 1 (스에츠구 유키 글·그림,서현아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9.11.2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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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4-2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라가 아프군요... 요즘 감기가 유행이라던데...
조금 나아졌을까요?

벚꽃이 얼마나 만발한지요. 참 아름다와요.
거기엔 매화나무와 모과나무가 있나봐요.... 꽃 예쁘겠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사는 삶, 네.

파란놀 2012-04-24 14:10   좋아요 0 | URL
벚꽃은 산에만 산벚나무로 있어요~
마을은 온통 매화가 지고 감잎이 돋아요.
들판에는 자운영과 유채와 갓으로 가득하고요~ ^^

보라는, 여러 날 바깥 들마실 많이 했더니
바람 쐬어 고단한가 봐요 @.@

류연 2012-04-2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그림이 꽤나 예쁘네요 ㅎㅎ 학교다닐때는 만화책도 참 많이 봤는데, 요즘은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ㅋ

파란놀 2012-04-24 14:10   좋아요 0 | URL
그림이 참 예쁘장해요.
그냥 예쁘기만 하지는 않고
줄거리가 탄탄하며 예쁘게 그려서 좋습니다~
 

 

 하루 내내 아이들이랑 복닥이고

 도서관 무거운 책꽂이 나르고

 이래저래 하다 보니

 온몸이 욱신욱신 힘들어

 글을 도무지 못 쓰겠어요.

 

 드러누워야겠습니다.

 그래도 새로 찾아들

 이듬날 새벽에는

 어제 드디어 담은

 우리 집 처마 제비 이야기를

 꼭 써서 띄우려 해요!

 

 맛보기 사진만 한 장 먼저 걸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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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4-24 12:14   좋아요 0 | URL
어, 제비집이 있어요?
어머.... 좋다..... 맘이 푸근하네요.

그런데, 욱신욱신 할 정도면 안 되는거잖아요. 빨리 쉬셔요.

파란놀 2012-04-25 03:00   좋아요 0 | URL
어쩔 수 없이 온몸이 고단하지만
그럭저럭 하루를 보냅니다 @.@
 


 힘들 때에 만화책

 


  만화책 《치하야후루》 1권과 2권을 읽는다. 온몸이 뻑적지근 힘들기에 일찌감치 잠들까 하다가 살짝 들여다보기라도 하자 생각하다가 그만 1권이랑 2권을 내처 읽고 만다.


  만화책이기에 사람을 더 잡아끌지는 않는다. 이야기가 좋고, 줄거리가 아기자기하기 때문이다. 사람들마다 마음에 품는 좋은 기운을 잘 풀어내니 반갑다. 곰곰이 돌이키면, 나부터 내 삶을 좋은 기운으로 풀어내어 내 몸을 따스히 돌보고, 옆지기와 아이들하고 따사로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지 않은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부터 좋은 넋으로 좋은 말을 예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생각한다. 옆지기와 아이들이 스스로 가장 사랑할 만한 나날을 누리면서 우리 보금자리를 서로 북돋울 수 있는 길을 생각한다.


  다섯 살 첫째 아이 오줌그릇을 섬돌에 놓은 까닭을 헤아리자. 아이 쉬를 누이며 마루문 열고 바깥으로 나가도록 하려는 까닭은, 밤에 논자락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가 쉬를 눌 때에 나도 함께 일어나서 개구리 우는 소리를 나란히 듣다가 다시 즐겁게 잠들고 싶기 때문이다. 바깥바람 살짝 쐬며 밤별을 느끼고, 밤새 노래하는 소리도 함께 듣고 싶기 때문이다.


  만화책 《치하야후루》를 읽기 앞서 고정희 시집 《지리산의 봄》을 천천히 조금 읽는다. 아침저녁으로 고정희 님 시를 몇 꼭지씩 읽는다. 며칠에 한 차례쯤 호시노 미치오 님 글이랑 어니스트 톰슨 시튼 님 글을 몇 쪽씩 읽는다. 요즈음은 로라 잉걸스 와일더 님 글도 며칠에 한 차례씩 열스무 쪽씩 읽는다.


  엊저녁부터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도 읽는다. 하루만에 백서른 쪽이나 읽는다. 세 식구 잠든 밤나절 나도 곧 자리에 누워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내가 오늘 하루 책을 얼마나 읽었나 하고 돌아보았더니 꽤 많이 읽었다. 이밖에 ‘빛깔있는 책들’ 가운데 하나인 《울릉도》도 마저 다 읽었다. 《일본의 작은 마을》이라는 책도 오늘 아침에 일흔 쪽쯤 읽었다. 그림책 몇 권 살짝 읽기도 했고, 이렁저렁 다른 책도 꽤 손에 쥐었다.


  첫째 아이 밥을 차리고 둘째 아이 죽을 먹이고 빨래를 하고 개고 이것저것 하느라 부산하다 여겼는데, 뒷간에서 똥을 눈다든지 살짝 숨을 돌리며 등허리 펴려고 자리에 누운 때라든지, 이래저래 틈을 쪼개어 펼친 책이 꽤 된다 싶어 놀랍다. 어쩌면, 내 몸이 차츰 제자리를 찾으며 책 한 권 손에 슬쩍 쥐어도 금세 마음을 잘 가다듬어 꽤 많이 읽는 노릇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음모으기가 잘 된다고 할까. 그러고 보니, 둘째 죽을 먹이고 나서 토닥토닥 재우느라 마당에 앉아 해바라기를 할 때에 책을 퍽 읽기도 했다. 첫째 아이 노는 모습을 마당에서 바라보는 한편, 제비가 제비집 손질하는 모습을 살피다가 책을 제법 들추기도 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살아간다고 했다. 오늘은 뒷밭 돌고르기를 조금만 했다. 이듬날에도 조금만 할는지 꽤 할는지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마무리짓자. 뒷밭 돌고르기를 마치면, 뒤꼍 땅뙈기를 빙 돌며 돌을 골라 보자. 빙 두르며 흙을 갈아 이곳부터 무언가를 심자. (4345.4.23.달.ㅎㄲㅅㄱ)

 

 

 

 

 

 

 

 

 

 

 

 

 

 

 

 

 

 

 

 

 

 

 

 

 

 

 

 

 

 

 

 

 

 

 

 

 

 

 

 

 

 

 

 

 

 

.. 그러고 보니, 요즈음 <숲 유치원>도 읽는데, 미처 얘기하지 않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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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tella.K님의 "[코멘트]나는 왜 책을 읽고 (알라딘에서) 글을 쓰는가"

저로서는 적립금 받는 일조차 참 드문데... 받는다 하더라도, 제가 책값에 쓰는 돈으로 치면 1/30이나 1/50도 안 되기 때문에... @.@ 그야말로 아무 느낌이 없어요. 제 마음에 드는 제 좋은 꿈을 담는 글을 쓰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 반갑지 않거든요. 그런데 하나, 가끔 무슨무슨 당선작으로 제 글이 뽑힐 때가 있는데, 뽑힌 글 가운데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마음으로 쓴 글'은 몇 안 돼요. -_-;;; 그렇다고 어느 글은 더 마음을 담고, 어느 글은 덜 마음을 담고, 하는 일은 없어요. '당선작'을 놓고, '당선 안 된 다른 내 글'을 보았을 때, '어, 왜 이 글을 뽑아 주지? 뽑아 주려면 다른 글을 뽑아 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늘 들더군요. .. 아무튼, 논쟁이든 투쟁이든 무슨무슨 말다툼이건 이야기꽃이든... 서로 가장 사랑하는 마음을 북돋울 대목을 즐겁게 짚으면서 좋은 생각을 나눌 수 있기를 빌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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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2-04-23 22:07   좋아요 0 | URL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적립급 받기 힘들죠 일주일 내내 천원도 안되는 요즘 그래도 가끔 책을 읽다보면 꼭 소개하고 싶은 구절이나 이야기하고 싶은 책들은 한번쯤 끄적이게 되는
내 시간 써가며 쓰는데 그래도 이런 책은 한번쯤 이야기하고 싶기도 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들 요즘 읽고 있는 방과후 미스테리,마토바 히토미 댄스 때때로 탐정 같은 미스테리 소설은 읽고나서 리뷰를 남기고 싶은데 요즘통 못남기고 있네요 돈을 뒤로 하고 어차피 얼마되지도 않는데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글을 쓰다는 생각이드네요

파란놀 2012-04-23 23:22   좋아요 0 | URL
스스로 좋아하니까 쓸 뿐이겠지요. 모두들.

그래서, 어쩌면, 남을 비판하거나 비난한다며,
또 논쟁한다며 쓰는 글 또한 모두
스스로 좋아하니까 쓰는 셈 아닌가 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글을 쓰겠지요 !.!

카스피 2012-04-23 23:22   좋아요 0 | URL
ㅎㅎ 워낙 리뷰를 잘쓰시는 분들이 많으시니 전 그냥 패쑤하지용~~~
 
히스토리에 Historie 7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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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 삶은 어디에서 찾을까
 [만화책 즐겨읽기 143] 이와아키 히토시, 《히스토리에 (7)》

 


  아침에 마당으로 내려서다가 마루턱에서 제비 날갯짓을 봅니다. 어제 하루 들마실을 하면서 백 마리가 훨씬 넘는 제비떼 날갯짓을 보며 이 제비들 가운데 누가 우리 집 처마에 둥지를 틀까 하고 생각했는데, 참말 우리 집 처마에 새 둥지를 틀려 하는지 제비 몇 마리가 처마 둘레에서 맴돌더군요.


  제비가 멀리 날아간 다음 섬돌로 내려옵니다. 처마 자리를 올려다봅니다. 어, 제비집 자리가 세 군데 있습니다. 둘은 허물어진 둥지고, 하나는 말끔히 남은 모습입니다. 그래, 우리 집에 제비가 살았구나. 아마 지난해에 살던 둥지인지 모르고, 곁에는 더 예전에 살던 둥지인지 모릅니다. 우리 식구가 이곳에 새로 들어올 때에 사람들은 제비집 헐라고 했지만 우리 식구는 그대로 두었어요. 제비똥 떨어지는 일은 대수롭지 않으니까요. 제비가 우리 집에 함께 살면 파리 모기 다 잡아서 먹을 텐데 무어 걱정인가요.


- ‘너 정말로 왕의 아이, 필리포스의 자식이냐? 너와 필리포스가 닮았어? 어쩌면, 에 아비는, 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게 네 친구, 아닐까?’ (75∼76쪽)

 


  이른아침부터 깬 둘째를 안고 마당으로 다시 내려옵니다. 아이들은 참 일찍 깹니다. 늦게 자도 일찍 깨고 일찍 자도 일찍 깹니다. 좀 넉넉히 자면 안 될까 싶지만, 일찍 일어난 아이들을 나무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마당에 나와 따사로운 아침볕을 받습니다. 그래, 아이들은 이 따사로운 아침볕을 받고 싶어 일찍 깨는지 모릅니다. 아침볕 쬐며 하늘을 누비는 제비랑 들새랑 어울리고 싶어 일찍 일어나는지 몰라요.


 찍찍 삣삣 제비 소리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아침에 보는 날갯짓으로도 온갖 생각을 끌어올리는 제비입니다. 아침에 내가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나 보여주는 모습은 아이들한테 생각이나 꿈이나 사랑을 얼마나 끌어올릴까요.


  제비는 흙과 짚을 그러모아 둥지를 짓습니다. 제비가 지은 집은 다 허물어지면 논이나 밭으로 돌아가 좋은 거름이 됩니다. 숲으로 돌아가도 좋은 거름이 되어 풀과 나무과 싱그러이 자라는 바탕이 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집을 지을까요. 사람이 지은 집이 허물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지은 집은 허물어지기 앞서, 그러니까 사람 스스로 집을 짓고 살아가는 동안 사람한테 얼마나 좋거나 아름답거나 즐거운 터전이 될까요.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시멘트덩이나 플라스틱덩이일 집들은 얼마나 좋은 자연이거나 보금자리이거나 쉼터 구실을 할까요.


- “설마, 설마, 모두가 싫어하는 날 위해 울어 주는 사람이 있다니.” (93쪽)
- “허나, 그렇다고 해서 노력을 포기하는 건, 단순한 ‘도피’야.” “아, 네에.” “그 학교에서, 동년배 동료들 사이에 껴서 이것저것 배우다 보면 뭔가, 이런 나에게도 뭔가 ‘답’이 보이겠지. 그런 예감이 들어,” “네에.” “필시 네게도 너만을 위한 ‘답’이 있을 게야.” (118쪽)

 

 


  아침녘 좋은 햇살을 느끼며 빨래를 합니다. 좋은 햇살 머금는 빨래는 보송보송 잘 마를 뿐 아니라, 이 옷을 입고 살아갈 살붙이들 넋에도 좋은 기운 나누어 주리라 믿습니다. 아침녘 좋은 햇살을 느끼며 쌀을 불립니다. 좋은 손길로 짓는 밥은 좋은 사랑이 스며들리라 믿습니다. 봄이 되어 흐드러지는 온갖 풀은 풀대로 좋은 기운을 우리 몸에 나누어 주리라 믿습니다.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내 둘레 사람들한테 사랑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손에서 태어나는 글은 내 이웃과 동무한테 꿈이 될 수 있습니다. 내 몸짓으로 이루어지는 춤은 바로 나한테 가장 빛나는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밭흙을 가는 몸짓은 가장 빛나는 삶이 됩니다. 어린 아이들을 안고 까부르며 함께 뒹구는 나날은 가장 즐거운 삶이 됩니다. 고운 옆지기를 넉넉히 얼싸안는 이야기꽃은 가장 아리따운 삶이 됩니다.


  들풀은 좋은 햇살과 좋은 흙과 좋은 빗물과 좋은 바람을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들풀은 자동차 배기가스나 비닐집 뜨거운 김이나 수도물이나 선풍기 바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가장 좋은 밥을 먹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며, 가장 좋은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가장 좋은 무엇은 가장 비싼 무엇이 아닙니다.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믿음직스러우며 가장 빛나는 무엇입니다.


- “앞으로 몇 년이나 먹고살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사례 받았잖아? 나도 수업료가 기숙사 생활비는 공짜고.” “왕자님의 친절, 아니, 변덕인가? 고귀한 분의 생각은 알 길이 없구만.” “그런 거 아냐! 그런 거.” (108쪽)
- “왕이 왕자에게 그리 쉽게 양위 따윌 할 순…….”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장기’라는 반상놀이인데.” “하지만 이 말의 얼굴이 좀.” “하아, 하지만 여기서 ‘왕위’를 왕자에게 양보하지 않으면, 전멸입니다.” (128∼129쪽)

 

 


  이와아키 히토시 님 만화책 《히스토리에》(서울문화사,2012) 일곱째 권을 읽습니다. 《히스토리에》 일곱째 권에서는 근심하는 왕자가 나옵니다. 끝없이 오르는 길을 꾀하는 왕후가 나옵니다. 어떤 자리 하나 튼튼히 지키려는 신하가 나옵니다. 땅을 일구는 둥 마는 둥 하느작거리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리고, 꿈을 꾸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저마다 빛나는 삶을 찾습니다. 어디에서 이 빛나는 삶을 찾아야 할까 걱정합니다. 걱정을 하다가는 꿈을 꿉니다. 꿈을 꾸다가는 걱정을 합니다. 차근차근 생각을 빚기도 하지만, 슬프게 눈물짓다가 아프기도 합니다. 그런데, 걱정을 하면 걱정이 다시 샘솟습니다. 생각을 하면 여러 생각이 차츰 가지를 뻗습니다. 좋은 꿈으로 사랑을 하면 천천히 좋은 꿈과 사랑이 퍼집니다.


- “하지만, 그렇게 되면 도시의 수비가…….” “그리스의 최강 육군이 도시 성벽에 포진하고 있는데! 감히 어느 누가 쳐들어온다는 거죠?” (176쪽)


  빛나는 삶이란 따로 없습니다. 오늘 하루 빛나게 누린다 여기면 빛나는 삶입니다. 날마다 빛나는 말로 빛나는 이야기를 엮으면 빛나는 하루요, 빛나는 하루가 모이고 모여 빛나는 삶으로 자리잡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삶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삶입니다. 오늘 이곳을 즐길 때에 내 삶이 빛납니다. 오늘 이곳을 아낄 때에 내 삶이 거듭납니다. 삶은 곧 숨이고, 숨이란 목숨이며, 목숨이란 이야기요, 이야기는 꿈인데, 꿈은 사랑으로 태어납니다. (4345.4.23.달.ㅎㄲㅅㄱ)


― 히스토리에 7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오경화 옮김,서울문화사 펴냄,2012.4.30./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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