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구름 책읽기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는 일도 책읽기입니다. 도시에서 아파트 너머 보이는 구름을 올려다보는 일도 책읽기입니다. 구름이 흐르는 결을 살피면 날씨를 읽을 수 있습니다. 구름이 어지러이 흘러 날씨를 읽기 힘들다 한다면, 이런 결대로 책읽기입니다. 오늘날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든, 자연하고 동떨어진 채 살아가는 사람이든, 한국땅 봄·여름·가을·겨울이 엉터리가 된 줄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다만, 어렴풋이 깨닫더라도 제대로 느끼거나 옳게 받아들이지는 않아요. 그저, 모두들 봄날 이런 비가 갑작스레 퍼붓거나 쏟아지면 안 되는데, 봄에 여름 같은 날씨가 되면 안 되는데, 하고만 중얼거리고 그칠 뿐입니다. 날씨가 흔들리거나 바뀌는 까닭은, 나(사람들) 스스로 자연과 하나되는 삶하고 자꾸 멀어지기 때문인데, 내 탓을 깨닫지 않으니, 날씨는 자꾸자꾸 더 흔들리고 얄궂게 뒤틀립니다.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려고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나들이를 다니거나 아예 시골에 보금자리 마련해서 꾸리는 삶이란 책읽기입니다. 어떤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거나 쑤셔넣거나 하는 지식넣기 아닌 책읽기입니다. 왜냐하면, 삶을 읽으려 하니까 책을 읽으려는 매무새입니다. 삶을 누리려 하는 몸짓이라면 책을 누리려 하는 몸짓입니다. 삶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일 때에는 책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됩니다. 삶을 빛내려는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이라 한다면, 책을 빛내려는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이 될 수 있겠지요.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려는 사람이 반갑습니다. 나부터 나 스스로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날마다 바라보면서 살아가려 합니다. 나부터 내 옆지기와 아이들하고 나란히 시골마을 멧자락에 걸린 구름을 언제나 바라보면서 내 가슴에 좋은 사랑이 천천히 솟아나기를 꿈꿉니다. 좋은 책이 내 가슴에서 샘솟기를 바라고 가다듬으며 기다리고 즐기며 생각하고 일굽니다. (4345.5.2.물.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 - 물구나무 023 파랑새 그림책 23
아를린 모젤 지음, 블레어 렌트 그림, 이미영 옮김 / 물구나무(파랑새어린이)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좋은 기운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62] 블레어 렌트·아를린 모젤,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물구나무,2003)

 


  블레어 렌트 님 그림과 아를린 모젤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물구나무,2003)를 읽고 나서 두 차례 놀랍니다. 먼저, 일본 옛이야기를 일본 그림결 물씬 나도록 그림책으로 담은 사람은 일본사람 아닌 서양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아이하고 ‘그린이 이름’은 들여다보지 않고 책을 읽었어요. 그저 일본사람이 빚은 그림책이겠거니 하고 여겼습니다. 둘째, 이 예쁘장하며 재미난 그림책은 일찌감치 판이 끊어져 사라졌습니다. 헌책방에서 장만하거나 도서관에서 찾아보아야 비로소 구경할 수 있습니다.


.. 아주 먼 옛날 일본에 키가 작달막하고 웃기 잘하는 아줌마가 살고 있었어요. 아줌마는 곧잘 “히히히.” 하고 웃었고, 쌀로 떡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  (5쪽)

 


  온누리 모든 책이 언제까지나 사랑받을 수는 없습니다. 새로 나오는 모든 책이 오래오래 널리널리 사고팔릴 수는 없습니다. 어느 책은 스무 해나 마흔 해가 지나도 사랑받으며 사고팔린다지만, 어느 책은 고작 한두 해 지나고 나서도 금세 감쪽같이 사라지곤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옛이야기만큼은 오래오래 사랑받습니다. 옛이야기를 담은 ‘요즘 책’이 그닥 사랑받지 못하고 썩 잘 안 팔릴 수 있기도 할 테지만, 옛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 입과 눈과 마음을 거쳐 아이들 입과 눈과 마음으로 스며듭니다. 그저 옛날 옛적 오래된 이야기라서 ‘옛이야기’라 하지 않습니다. 옛날부터 곱게 이어오면서 앞날까지 곱게 이어갈 만한 이야기일 때에 비로소 ‘옛이야기’라 합니다. 그저 오래된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라고만 해요.


.. “내 떡! 내 떡! 누구 내 떡 못 봤나요?” 이번엔 무섭게 생긴 지장보살이 말했어요. “내가 봤지. 2분 전에 내 옆으로 굴러가더구나. 하지만 그 떡을 쫓아가지 마라. 짓궂은 도깨비를 만나게 될 테니까.” “히히히.” 아줌마가 웃었어요. “저는 도깨비가 두렵지 않습니다.” ..  (13쪽)

 


  그림책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에 나오는 아주머니는 참 웃음이 많습니다. 무얼 한 가지 해도 즐겁게 웃습니다. 골을 부리지 않습니다. 성을 내지 않습니다. 토라지거나 삐치지 않습니다. 짜증을 내거나 뿔을 돋우지 않아요.


  그림책 아주머니는 꿈을 꿉니다. 좋은 마음으로 좋은 꿈을 꿉니다. 무언가 거머쥐려는 속셈이 아닙니다. 무언가 혼자 차지하려는 꿍꿍이가 아닙니다. 남몰래 히죽거리는 셈속이 아닙니다. 그예 수수하게 품는 꿈입니다. 그저 꾸밈없이 돌보는 꿈이에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자꾸자꾸 생각합니다. 나는 내 꿈을 얼마나 곱게 건사하는 어버이일까. 나는 내 꿈을 아이와 함께 얼마나 즐거이 누리고픈 어버이일까. 나는 내 꿈을 옆지기하고 얼마나 신나게 나누려 하는 좋은 짝일까.


  하얀 꿈은 하얀 사랑을 이룹니다. 까만 꿈은 까만 어둠을 부릅니다. 푸른 꿈은 푸른 들판을 빚습니다. 바알간 꿈은 바알간 빛깔을 뽐냅니다. 나는 어떤 빛깔로 내 삶을 보듬으면서 어떤 삶을 누리고픈 꿈을 꾸는 사람일까요.


.. “히히히.” 아줌마가 웃었어요. “쌀떡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  (24쪽)

 

 


  우리 집 처마 밑에서 제비가 노래합니다. 우리 집 뒷밭 둘레에서 들새가 노래합니다. 우리 시골마을 논자락마다 개구리가 노래합니다. 이웃마을 논배미에서 숱한 풀벌레와 멧새가 노래합니다. 논물이 모이는 냇물에서는 물고기가 노래합니다. 해오라기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노래합니다.


  모두들 사이좋게 노래하며 좋은 이야기를 빚습니다. 그러면 나는 이 좋은 이야기 감도는 노래를 들으며 오늘 하루 어떤 좋은 꿈을 꾸는가 돌아봅니다. 나 또한 내 나름대로 즐거이 노래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빚으려는 하루인가요. 나부터 내 슬기를 가다듬어 기쁘게 노래하면서 좋은 사랑을 이야기 한 자락에 담으려는 나날인가요.


  그림책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에 나오는 아줌마는 대단한 재주가 없습니다. 놀라운 재주도 없습니다. 거룩한 솜씨라든지 빼어난 솜씨 또한 없어요. 그림책 아줌마는 여느 아줌마입니다. 지붕에 풀이 돋아 꽃이 핍니다. 마당은 풀밭이며 꽃밭입니다. 풀밭이며 꽃밭인 집 둘레에는 언제나 벌나비가 춤을 춥니다. 아줌마는 즐겁게 밥을 짓고 살림을 꾸리며 집 안팎을 돌봅니다.


.. 어느 날 오후, 아줌마는 떠나온 집 생각이 나서 쓸쓸해졌어요. 그래서 아줌마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지요. 먼저 요술 주걱을 허리띠에 꽂고 문 밖을 나섰어요 ..  (26쪽)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좋은 기운 하나는 사랑이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벗 하나란 사랑일밖에 없으리라 느낍니다. 나 스스로 사랑이 좋다면, 누가 나한테 사랑을 베풀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나 스스로 내 좋은 사랑으로 우리 보금자리와 우리 마을을 곱게 바라보며 보살피면 됩니다. 나 스스로 사랑이 좋으니 내 손길은 사랑이 어린 손길이 되도록 다스리면 됩니다. 사랑을 담아 이야기를 건넵니다. 사랑을 실어 노래를 부릅니다. 사랑을 빚어 밥을 짓습니다. 사랑을 갈무리하며 빨래를 합니다. 사랑을 듬뿍 쏟아 살붙이들을 껴안습니다.


  좋은 마음을 품으며 좋은 삶이겠지요. 궂은 마음을 품으니 궂은 삶이겠지요. 더없이 쉽고 그지없이 뻔한 노릇이에요. 참 마땅하고 그야말로 옳은 노릇이에요.


  그림책을 덮고 다시 들추고 다시 덮고 다시 들추며 가만히 생각합니다. 찌뿌둥한 날씨에는 찌뿌당한 몸으로 찌뿌둥한 하루를 즐거이 보내자. 맑은 날씨에는 맑은 몸으로 맑은 하루를 신나게 보내자. 흐린 날씨에는 흐린 몸으로 흐린 하루를 예쁘게 보내자. 따사로운 날씨에는 따사로운 몸으로 따사로운 하루를 마음껏 보내자. (4345.5.1.불.ㅎㄲㅅㄱ)

 


― 별나게 웃음 많은 아줌마 (블레어 렌트 그림,아를린 모젤 글,이미영 옮김,물구나무 펴냄,2003.9.30./8000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12-05-01 13:01   좋아요 0 | URL
좋은 마음을 품으면 좋은 삶, 궂은 마음을 품으면 궂은 삶... 저도 오늘 좋은 마음을 품고 이 화창한 봄날을 만끽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산책하려고요. 산책은 뭐니뭐니해도 해질무렵이 최고예요. 저녁 6시 30분에 출발하면 딱 좋던데요. ㅋㅋ

파란놀 2012-05-02 04:04   좋아요 0 | URL
걷기는 더 좋거나 나쁜 때가 없는 듯해요.
언제나 다 좋구나 싶어요.

저는... 다 좋아하는데
한낮을 조금 더 좋아하기도 해요.
땀 뻘뻘 흘리며 걸으며
내 몸을 더 잘 느끼곤 해요 @.@

류연 2012-05-01 18:58   좋아요 0 | URL
따사로운 날씨에는 따사로운 몸으로 따사로운 하루를 마음껏 보내자
좋은 말이네요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때는 나들이가 가고프네요 ㅎㅎ

파란놀 2012-05-02 04:03   좋아요 0 | URL
느긋하게 며칠 푹 쉬면서 나들이 즐기셔요~
 

모과나무

 


겨울 나고
새봄 맞은,

 

새눈 트고
꽃잎 열린,

 

꽃이 작고
잎이 작은,

 

앙증맞고
보드라운,

 

집 뒤꼍
모과나무.

 


4345.4.13.쇠.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옛집으로 찾아오는 제비
 [고흥살이 11] 어떤 집에서 예쁘게 살아갈까

 


  나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어린 날 인천에서도 제비와 박쥐를 자주 보았습니다.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어디에서도 제비와 박쥐는 참 흔했습니다. 땅강아지와 사마귀도 흔했고, 개구리와 매미도 흔했습니다. 낮에는 제비처럼 날아다니며 놀고 싶었고, 밤에는 박쥐처럼 날갯짓하며 놀고 싶었습니다.


  아파트가 그리 많지 않고 자가용 또한 얼마 있지 않던 예전 인천에는 제비와 박쥐가 사람과 함께 살았습니다. 길마다 자가용이 넘치지 않던 지난날 인천에는 땅강아지와 사마귀가 사람과 같이 살았습니다. 이제 높다란 아파트 우뚝 솟고, 골목마다 자가용이 줄줄이 늘어서는 곳에는 제비가 깃들기 힘듭니다. 박쥐가 매달리기 어렵습니다. 땅강아지도 사마귀도 개구리도 모두 도시에서 쫓겨나거나 도시를 떠납니다. 도시에는 파리와 모기와 바퀴벌레만 남습니다.


  2005년에 중국 연길시로 나들이를 다녀올 때에, 연길시 한복판에서 제비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어릴 적 일이 떠올랐습니다. 제비들이 춤추고 저마다 보금자리를 틀 수 있다면, 이곳은 사람이 살아갈 만하겠구나 생각합니다. 제비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사람이 살아가기 힘들고, 제비가 보금자리를 틀지 못한다면 사람 또한 좋은 보금자리를 오래오래 건사하기 어렵구나 생각합니다.


  4월 15일 언저리에 고흥 읍내에서 제비 여러 마리를 보았습니다. 4월 22일 한낮, 아이들 데리고 멧마실 들마실을 하다가 제비떼를 만납니다. 처음에는 몇 마리가 춤추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니 얼추 백∼이백 마리쯤 되는 제비들이 떼를 지어 저마다 춤을 추듯 어울려 날아다닙니다. 봄을 맞이한 들판을 마음대로 가로지르면서 저희 좋은 짝을 찾는 춤사위일까요.


  우리 집 처마에는 제비집이 셋 있습니다. 하나는 튼튼하고 둘은 허물어졌습니다. 저 제비떼 가운데 두 마리는 우리 집 처마로도 깃들까 궁금합니다. 지난해 우리 집에서 지낸 제비가 지난일을 떠올린다면 이곳으로 다시 찾아들리라 생각합니다. 이러고서 이튿날 4월 23일, 암수 제비 두 마리가 우리 집 처마 밑으로 뻔질나게 드나듭니다. 둘째 아이 죽을 섬돌에 앉아 먹이며 바라보자니, 제비 두 마리는 입에 흙이랑 지푸라기를 물고 쉴새없이 드나듭니다. 지난해 살던 집을 새로 손질하느라 바쁘군요. 그래, 이렇게 찾아와 주는구나.


  봄맞이 제비들은 새벽 다섯 시를 넘을 무렵부터 지저귑니다. 천천히 동이 트는 빛살을 느끼며 하루를 열고, 바쁘고 즐거이 하루를 누리며, 고요하며 한갓지게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제비는 꼭 저희 식구들 깃을 들일 만큼 조그마한 흙집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먼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누구나 흙집을 지었습니다.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돌로 바닥을 깔며 흙으로 벽을 바르고, 풀로 지붕을 이었습니다. 제비는 흙집 처마에 흙집을 지으며 사람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더 돌이키면, 먼먼 옛날부터 사람들 흙집 풀지붕에는 구렁이가 함께 살았습니다. 생쥐도 풀지붕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박꽃 또한 흙집 풀지붕에 뿌리를 내려 훤한 열매를 맺었습니다.


  삶이란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람하다 싶은 건물을 높디높게 쇠붙이와 시멘트로 올려세워야 비로소 삶이 되지 않습니다. 풀이 자라고 나무가 자라는 밑거름인 흙으로 집을 지어 꾸릴 만한 삶입니다. 풀을 먹고 나무와 어깨동무하며 하루하루 누릴 만한 삶입니다.


  삶이란 참 대수롭습니다. 해마다 새로운 풀이 돋습니다. 해마다 새 잎과 새 꽃이 나뭇가지마다 가득합니다. 해마다 싱그러이 피어나는 새봄이요, 해마다 짙푸르게 우거지는 들판입니다. 아이들은 새로 태어나고, 늙은 어버이는 조용히 숨을 거두어 흙으로 돌아갑니다.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새 목숨을 잇습니다. 사랑 누린 사람들이 따사로운 흙 품에 안깁니다. 가만히 돌고 도는 좋은 삶이기에 대수롭습니다. 찬찬히 이어가는 삶이기에 대단합니다. 쓰레기나 빚이나 돈이나 아파트나 자가용 아닌 사랑과 믿음과 꿈과 마음과 생각을 잇는 삶이기에 아름답습니다.


  1912년 옛사람과 1512년 옛사람과 1012년 옛사람과 512년 옛사람과 12년 옛사람은 흙집 처마 제비를 어떤 눈길로 바라보며 어떤 삶을 누렸을까 천천히 곱씹습니다. (4345.5.1.불.ㅎㄲㅅㄱ)

 

 

 

 

 

 

 

 

 

 

 

 

 

 


댓글(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12-05-01 13:10   좋아요 0 | URL
와우, 제비... 귀한 사진 올려주셨네요.
따뜻한 정감이 느껴지는 집도 잘 봤어요. 대문 위에 산과 하늘이 있군요.

파란놀 2012-05-02 04:02   좋아요 0 | URL
네, '귀한 사진' 맞답니다.
근데 '추천'이 너무 적네요 ㅜ.ㅠ

제비집과 제비를 잊거나 모르는
알라딘서재 이웃들한테 보여주려고
사진 잔뜩 올렸는데.... ㅠ.ㅜ

서당터 2012-05-01 18:35   좋아요 0 | URL
바쁘다는 핑계로 추억이 되었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내요.. 어릴적 구석구석 다니던 곳들이 어른이 되면서 가던곳만 일정하게다니는 습관을 만들어버렸내요.. 아이들에 눈에 보이는 내고향은 내가 어릴적 보았던 것들과 같은 모습일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흐른만큼 정말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어야 할 곳이 ... 내키보다던 높던 담장은
세월의 흔적처럼 무너적 버리고.. 나보다 작았던 동백꽃 나무는 나보다 커버린 시간들..
놀이터여던 변해버린 마을회관....그 많던 학생들을 잃어버린 초등학교.. 학교 고목 나무 밑에서의 추억들.. 좁아지는 마을길들.... .
따뜻한 사진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파란놀 2012-05-02 04:01   좋아요 0 | URL
서당터 님 마음속으로 늘 따뜻한 이야기를 품으시기에
이런저런 사진을 바라보면서 따뜻하다는 무언가를
느끼시는구나 싶어요.

언제나 좋은 마음 잘 이어 가시리라 믿어요~

카스피 2012-05-02 22:43   좋아요 0 | URL
제비라 어렸을 적에는 무릎근처라 날아다니던 제비를 본 기억이 나는데 요즘 서울에는 당최 제비를 볼수 없네요ㅜ.ㅜ

파란놀 2012-05-05 07:26   좋아요 0 | URL
제비가 서울에서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 1950년, 받지 못한 편지들
이흥환 엮음 / 삼인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으로 짓는 작은 사람 이야기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47] 이흥환 엮음,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 책이름 :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 엮은이 : 이흥환
- 펴낸곳 : 삼인 (2012.4.10.)
- 책값 : 15000원

 


  다섯 해를 함께 살아가는 첫째 아이는 새벽 세 시 무렵 밤오줌 한 차례 누고 아침 여덟 시 무렵 아침오줌 한 차례 누면 속이 개운하구나 싶습니다. 때로는 밤새 쉬를 안 누고 아침에 일어나서 한 차례 누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바지에 오줌을 조금 지리고 나서 “나 바지 갈아입을래.” 하고 말하며 새 속옷과 새 바지로 갈아입고 자리에 눕습니다. “나 오줌 지렸어.”나 “나 오줌 쌌어.” 하고 말하지 않지만, 속옷과 바지를 갈아입을 때에는 오줌으로 옷가지를 버린 때입니다.


  밤 열두 시에 옆지기한테서 둘째 아이를 받습니다. 둘째를 가슴에 얹고 재웁니다. 스르르 곯아떨어집니다. 어느 결엔가 둘째 아이가 내 오른팔을 베개 삼아 잡니다. 베개 삼아 자던 아이가 낑낑거려 퍼뜩 잠에서 깨어 왼손으로 아이 가슴을 토닥입니다. 이불을 여미면서 오른팔을 슥 뺍니다. 몇 시간 이렇게 잤나 모르겠지만 오른팔이 없는 듯 뻑적지근합니다. 첫째 옷을 갈아입히고 뒷밭에 아이 오줌을 뿌리고는 나도 쉬를 하고 하늘을 보니 파랗게 물들며 동이 트려 합니다. 처마에 있는 제비집에서는 암수 제비 두 마리가 삣삣삣 하면서 새 하루를 열려고 부산을 떱니다.


  새벽 다섯 시 십 분. 밤개구리 소리는 천천히 잦아들고, 들새와 멧새 지저귀는 소리 차츰 커집니다. 이웃집은 슬슬 하루를 열 테고, 우리 집도 우리 집대로 새 날을 엽니다.


- 봉석이는 히죽히죽 웃는다고 하였으나 요사이에는 내가 손을 달라고 하면 손을 척 내주곤 합니다. 봉식이 크게 웃을 적에는 당신의 생각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봉석이 아버지, (중략) 할 말이 많으나 이것으로 끝맺습니다. 우스운 소리도 할 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믿을 데도 없으나 봉석이를 보면 웃습니다. 그리고 망나(막내) 아주버님이 일하시고 집에 들어와 말도 안 할 적에는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생각은 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당신 하나밖에 없습니다. 해답 빨리 해주시요. (1950년 6월 8일 은애 올림/22쪽)
- 아-아 고향 삼천리를 떠나 산 설고 물 설은 먼 곳에 있는 사랑하는 나의 동생에게 발 없는 편지야 빨리 빨리 달아나라. (1950년 10월 8일 백홍섭/49쪽)


  어제 저녁을 먹고 누런쌀을 불리려 했는데 깜빡했다고 떠오릅니다. 얼른 일어나서 누런쌀을 씻고 불려야겠습니다. 그나마 요사이는 날이 따뜻해서 새벽녘 누런쌀을 불리면 아침에 새로 밥을 지을 만합니다. 다른 밥거리는 어제 먹고 남은 삶은고구마 있고 말랑두부국이 있습니다. 뒤꼍에서 풀을 뜯어도 됩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도시나 시골이나 모두 길러서 먹어 버릇하는 삶입니다.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자라나는 풀이나 열매를 기쁘게 얻어 알맞게 먹어 버릇하는 삶은 아주 드뭅니다. 곰곰이 돌이키면, 사람들이 땅을 일구어 몇 가지 곡식을 거두기 앞서까지 어떻게 살아갔을까 하면, 하나같이 풀과 열매와 고기를 먹었겠지요. 스스로 살아가는 풀과 열매와 고기를 스스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먹었겠지요. 비료도 사료도 항생제도 풀약도 없이, 온통 가장 깨끗하고 가장 정갈하며 가장 아름다운 목숨을 내 몸으로 받아들였겠지요.


  바다에서 낚는 조기 이야기를 다루는 어느 책을 읽으니, 1960년대 끝무렵에 이르러 연평도에서든 남녘 바다에서든 조기낚기가 몹시 힘들어졌다 합니다. 갑작스레 씨가 마르듯 크게 줄었다 합니다. 고기잡이배가 더 커지고 고기그물이 더 발돋움한 탓에 새끼고기까지 잡아들이느라 조기가 확 줄었다 할 테지요. 그런데 ‘문명 발달’과 ‘마구 낚기(남획)’ 때문에 조기가 줄어들기만 했을까요. 1960년대 끝무렵이라 하면 새마을운동이 한창 온 나라를 휩쓸던 즈음입니다. ‘유기농’이나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모르고도 언제나 유기농과 친환경으로 흙을 아끼고 살찌우던 사람들이 새마을운동 때문에 비료와 사료와 풀약과 항생제를 마구마구 쓰던 즈음입니다. 화력발전소가 부쩍 늘고, 폐수와 매연을 마구 내뿜는 공장이 엄청나게 늘던 즈음입니다. 고속도로와 함께 자동차가 끝없이 늘어나며, 사람들 스스로 환경을 아름다이 지키려던 마음을 한꺼번에 내팽개치던 즈음입니다.


- 당신하고 같이 사진 한 번 찍지 못한 것이 유감이 되어 어떡하면은 좋은런지 막 안타까운 것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사진은 나의 가슴에서 죽을 때까지 있다는 것을 알고, 당신에게 나의 사진을 보내드리니 살아 있는 동안에 잊지 말 것을 부탁합니다. 편지를 쓰면서도 폭탄 소리에 몇 번씩 놀라면서 점심시간에 감추고 쓰기 때문에 문구가 되지 못하더라도 잘 보시오. 인제 우리 학교는 어느 곳으로 이주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만 시간을 이용하여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1950년 10월 11일 오후 10시 10분/36∼37쪽)
- 동무에게 부탁하는 것은 어머님이 자식을 서이식(셋씩) 전선으로 내보내게 되여 서운하실 것인데, 동무들이 만히(많이) 위려하여(위로하여) 주십시요. (1950년 10월 8일 정원/66쪽)


  이 나라 온 들판과 멧자락과 냇물과 바다는 쉰 해 남짓 비료와 사료와 풀약과 항생제에 찌들었습니다. 국립공원 멧자락이라 하더라도 솔잎혹파리를 잡는다며 갖가지 풀약과 항생제를 끝없이 뿌립니다. 깊디깊은 두메라 하더라도 풀약과 항생제 그늘에서 홀가분하기 어렵습니다. 마음 놓고 풀을 뜯어서 먹을 만한 시골이나 멧골은 없다 해도 될 만큼 슬프며 메마른 터전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웬만한 시골이나 멧골도 흙길을 모조리 시멘트길이나 아스팔트길로 닦습니다. 깊은 멧자락 등성이나 봉우리까지 자동차가 붕붕 달립니다. 언젠가 관악산에 한 번 오르니, 꼭대기에서 냉장고를 들여 얼음과자에 막걸리에 라면 따위를 팔던데, 사람들은 스스로 먹고 마시고 버리고 더럽히는 짓을 끔찍하게 저지르며 하나도 안 느낍니다. 풀과 나무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는 줄 안 느낍니다. 풀과 나무가 깃들 흙이 싱그럽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는 줄 안 느낍니다. 물고기와 바닷고기가 튼튼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없으면 사람도 살아갈 수 없는 줄 안 느낍니다.


  게다가, 풀·나무·흙·새·물고기 들을 살리는 길이 ‘옛날로 돌아가는 고단한 삶’인 줄 잘못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아니에요. 아닙니다. 밥을 먹는 사람은 ‘풀 열매’를 먹는 사람이에요. 하얀 쌀밥을 먹더라도, 이 하얗게 깎은 벼알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풀이에요. 세겹살을 싸서 먹는 상추를 비닐집에서 키우더라도 흙이 있어야 자랍니다. 흙 없이 물로만 상추를 기르기도 한다지만, 전기로 밝힌 등불을 쬐며 물만 마시는 상추가 사람 몸에 좋은 기운으로 스며들 수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햇볕을 쬐며 빗물을 마시며 기름진 흙에서 자라는 상추나 배추나 무나 당근이나 호박이나 쑥이나 냉이나 버섯이 되어야 비로소 사람 몸에 좋은 기운으로 스며들리라 느낍니다.


  나는 살아가고 싶습니다. 나는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나는 좋은 바람을 마시고 싶습니다. 나는 좋은 햇살을 쬐고 싶습니다. 나는 좋은 물을 먹고 싶습니다. 나는 좋은 흙에 보금자리를 짓고 싶습니다. 나는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어, 좋은 바람·햇볕·물·흙을 꿈꿉니다.


- 어머님께 3천 원 쥐어 보냈는데 이제는 돈 보낼 일도 막연합니다. 어린 아해(아이)들을 맡겨놓으니 겨울 날 일 앞으로 지낼 일 참으로 가슴이 막힙니다. 어떻든 목숨만 붙어놔주시요. 아해들 어떻든 잘 길러주시요. 정세가 좋아지면 곧 만나겠지요. 급한 길가에서 씁니다. (강계 국립건설은행 북지점 한운봉/115쪽)
- 오라버님, 고향으로 돌아올 때는 내가 보낸 이 편지를 품 안에 넣고 집으로 가지고 돌아오십시요. 부탁합니다. 꼭!! (1950년 9월 23일 복실은 올림/189쪽)


  도시에서도 먹이를 얻으며 목숨을 잇는 비둘기나 고양이나 참새나 까치나 개는 너무 딱하고 안쓰럽습니다. 들짐승다운 모습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도시짐승하고 닮습니다. 도시짐승이 들짐승다운 모습이 하나도 없듯, 도시사람한테는 들사람다운 모습이 조금도 없습니다. 가공식품과 화학약품에 길들어진 도시사람입니다. 물질문명과 제도권 울타리에 얽매이는 도시사람입니다. 스스로 책을 지을 수 있고, 스스로 학교를 세울 수 있으며, 스스로 흙을 일구거나, 스스로 삶을 가꿀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내 삶이 내 책입니다. 내 넋이 내 아이와 나를 함께 북돋우는 학교입니다. 내 하루가 내 보금자리 밭자락과 논자락을 북돋우는 땀방울입니다. 내 사랑이 내 생각을 보듬으며 내 삶이 됩니다.


  사람이 스스로 사람다이 살아가던 때에는 ‘쓰레기’라는 낱말을 안 썼습니다. 쓰레기라든지 찌꺼기라는 낱말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 살림살이에서 쓰레기가 될 것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사람다이 살아가지 않고 물질문명을 누리거나 퍼뜨리면서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생깁니다. 태워도 화학물질이 남는 쓰레기입니다. 묻어도 썩지 않는 쓰레기입니다. 전기를 만들며 수십만 수백만 해 동안 방사능이 남는 쓰레기입니다. 자동차를 만들고 옷을 만들고 아파트를 만들고 고속도로를 만들며 언제나 쏟아지는 쓰레기입니다. 쓰레기를 먹고 쓰레기를 누리며 쓰레기를 둘러놓고 살아가는 문명이고 물질입니다.


  그리 멀지 않은 우리 삶을 헤아립니다. 한국전쟁이 터질 즈음 사람들 삶은 어떠했을까요. 새마을운동 따위 없던 때 사람들 삶은 어떠했을까요. 일본제국주의 식민지가 아니던 때, 이씨 임금들이 봉건 위계질서로 사람들을 내리누르지 않던 때, 서로 제 잘났다며 땅빼앗기를 일삼던 여러 나라가 우글거리지 않던 때, 조그맣게 마을을 이루거나 조그맣게 외딴집을 이루던 작은 사람들은 어떤 삶 어떤 꿈 어떤 이야기 어떤 나날을 지으며 사랑을 누렸을까요.


- 과히 놀라지 말아라. 평양 소식을 알린다. 9월 16일에 놈들의 공습에 무사히 지내든 우리 사는 사택에다가 80개의 폭탄을 던지며 수백 명 사람 죽고 하는 중에 우리의 두 집 식구는 천명으로 살아났다. 작은어머님 집도 폭탄에 치여 형편이 없고 무너지는 집 속에서 살아나고, 우리 집 식구는 집 안에 있다가 폭탄 파편에 겨우 몸을 빠져서 살아났다. 나는 현장에 갔다가 연기가 매우 나서 집에 돌아온즉 식구들은 울고 있는 현상이다. (210쪽)
- 집에서 네가 사랑하는 토끼 2마리, 돼지 2마리 모두 가지고 큰집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한 가지 섭섭한 것은 을태 삼촌이 논에서 베를 베다가 적의 폭격에 희생되었다. (1950년 10월 10일/226쪽)


  이흥환 님이 엮은 인문책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삼인,2012)를 읽습니다. 한국전쟁이 불거지면서 ‘보낸 사람은 있되 받을 사람은 없’어지고 만 편지꾸러미를 예순 몇 해만에 풀어내어 선보입니다. ‘혁명’과 ‘새 조국 건설’을 외치는 목소리가 더러 있으나, ‘삶’과 ‘사랑’을 속삭이는 목소리가 거의 모두라 할 작디작은 편지에 담긴 이야기를 읽습니다.


  남녘이든 북녘이든, 총이나 폭탄이나 전투기나 군대는 무슨 값을 하겠습니까. 전쟁이나 무력통일이나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는 무슨 보람을 하겠습니까.


  사람은 그저 사람입니다. 사람답게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사람답게 사랑을 나누고 사람답게 꿈을 피우고 싶은 사람입니다.


  전쟁통에는 해방군도 적군도 아군도 인민군도 국군도 없습니다. 모두 바보입니다. 총을 든 사람은 몽땅 바보입니다. 총을 들어 평화를 지키겠다고 외친다지만, 총만 들어서는 아무도 살지 못해요. 한창 총을 쏘다가도 배가 고픈걸요. 한창 폭탄을 떨구다가도 똥이 마려운걸요. 한창 칼을 휘두르며 ‘내 이웃이거나 동무였을 적군’ 배를 가르고 팔다리를 자르다가도 졸음이 쏟아지는걸요.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살아갑니다. 사람은 똥오줌을 누어야 살아갑니다. 사람은 잠을 자야 살아갑니다. 사람은 두 다리 쪽 뻗고 가뿐하게 드러누울 좋은 보금자리가 있어야 살아갑니다.


  이쪽도 저쪽도, 속으로는 ‘북진통일’이나 ‘남진통일’이 아닌, 아무런 정권도 주의주장도 권력도 체제도 울타리도 틀도 제도권도 없는, 그저 사랑스러우며 좋은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랐으리라 생각합니다.


.. 한국전쟁의 전쟁터에 불려 나간 청년들의 태반이 이런 젊은이들이었다. 그런데도 남에서든 북에서든 국가의 이름으로 나중에 써낸 전쟁사에는 이런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빠져 있다. 대개의 전쟁사가 전투 기록, 전략전술사로만 기술된 군사이거나 전쟁의 배경, 원인에만 치중한 정치사이다. 이런 기록은 생명력이 없다. 생명력이 없다는 것은 사람의 목소리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며, 생명력이 없는 기록은 그래서 잊히기 쉽다 ..  (엮은이 말/164쪽)


  역사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사회나 정치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목숨(생명력)’이 없는 역사나 사회나 정치가 여느 사람들한테 무슨 꿈이 되거나 어떤 사랑이 될는지 생각합니다.


  목숨이 아닌 역사 기록은 잊히기 쉽지 않습니다. 아무 뜻도 값도 없습니다. 아무 뜻도 값도 없는 역사 기록을 굳이 생각할 까닭이 없습니다. 잊히는 역사 기록이 아니라, 처음부터 떠올릴 만하지 않고 얘기할 값어치 없는 역사 기록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이 대단한 역사 기록이라 한다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임금님 발자국을 좇는 이야기만 실리지, 여느 사람들이 어떤 삶을 누리면서 어떤 사랑을 빚는가 하는 이야기는 안 실립니다. 역사 기록이라는 테두리에서는 값을 할 테지만, ‘삶·꿈·사랑·믿음·이야기’라는 보금자리로 돌아보자면 아무 값을 못 합니다.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에 실린 작디작은 글월은, 어느 글월이나 애틋하고 구수하며 살가운 사랑을 한 자락씩 보여줍니다. 바로 이 애틋하고 구수하며 살가운 사랑이 감도는 이야기이기에 즐거이 읽을 만합니다. 이렇게 애틋하고 구수하며 살가운 사랑이 풍기기에 반가이 읽을 만합니다. 1950년 6월에도 9월에도 10월에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랑과 꿈과 눈물과 웃음과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4345.5.1.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