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 적잖은 어버이는 이녁 어여쁜 아이들 자라나는 한삶을 사진으로 곱게 적바림했으리라. 이 가운데 책 하나로 새롭게 태어나는 사진은 얼마나 될까. 이번에 살갑게 새 사진책 하나 태어나는구나 싶어 참으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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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네 삼남매- 그리고 세상의 아이들
한승원 글, 한치규 사진 / 눈빛 / 2012년 5월
25,000원 → 23,750원(5%할인) / 마일리지 72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5월 1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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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이 아이들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 두 아이들은 아버지가 재워야 새근새근 잘 잔다. 아이 어머니가 몸이며 마음이며 많이 힘들어 아이들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거나 살가이 안아 주지 못한 탓이기도 할 테지만, 내가 조금 더 아이들을 찬찬히 마주하거나 살가이 안으며 재우고 놀고 하면서 시나브로 달라진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하루를 온통 아이들하고 한결 따사로이 지내는 매무새가 되지는 못한다.


  첫째 아이만 데리고 서재도서관으로 가서 책갈무리를 할라치면, 둘째 아이가 왜 저는 안 데려가느냐며 서럽게 운다. 둘째 아이더러, 너 얼른 서고 걸어야 함께 다니지, 하고 달래지만 부질없다. 둘째 아이가 마냥 기어다니느라 옷을 다 버리더라도 함께 다닐 노릇이다. 그래서 요새는 서재도서관 책갈무리를 하는 틈틈이 골마루 바닥을 바지런히 비질한다. 언제 둘째 아이를 서재도서관으로 데려와서 이 녀석이 마음껏 기더라도 손과 옷이 덜 지저분해지게 하자고 생각한다.


  새벽 한 시 반, 둘째 아이가 깨며 아버지한테 기어온다. 울먹울먹 하려 한다. 쉬를 누었나 보구나. 기저귀를 갈고 토닥토닥 하다가는 가슴에 엎드리게 해서 재운다. 첫째 아이는 지난 저녁, 아버지 옆에 누여 자장노래를 한 시간 즈음 부를 때에 십 분만에 잠들었다. 그 뒤로 쉬 마렵다 깨는 일조차 없이 달게 잔다.


  새벽 네 시, 둘째 아이가 다시금 깬다. 아이 어머니가 달래려 하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밤에는 젖을 안 물리려 하는 만큼 둘째 아이는 더 서럽다. 아이 아버지가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인다. 물을 조금 마시라 하려고 부엌으로 가는데 고개를 푹 박는다. 어, 이러면 물을 못 주는데. 조금 더 안고 토닥이다가 자리에 앉아 셈틀을 켜고 아이를 무릎에 누인다. 이렇게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무릎이 찌릿찌릿 저리지만, 둘째는 바닥에 누이기보다 이렇게 누울 때에 더 좋다며 보챈다. 내 무릎은 두 시간쯤 견딜 수 있을까, 아이는 판판한 바닥이 더 낫지 않을까, 날마다 이 생각 저 생각이지만, 아이는 제 어버이 무릎이나 가슴에서 잠들기를 훨씬 좋아한다고 느낀다.


  내 어버이가 나를 돌보던 손길을 헤아린다. 내 어버이를 낳은 어버이들, 또 이 어버이들을 낳은 어버이들, 자꾸자꾸 거슬러 올라가며, 이 지구별 뭇사람들이 낳고 또 낳으며 돌보고 또 돌본 따사로운 사랑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며 꽃을 피우다가 어여쁘게 맑은 기운 뿜는가를 생각한다. (4345.5.1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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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손님

 


  좋은 사람이랑 좋은 밥을 나누며 좋은 이야기 나눌 때에 참으로 좋은 하루를 누리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좋은 노래를 듣는 좋은 보금자리에서 좋은 달밤이라고 느끼며 좋은 웃음으로 좋은 놀이를 좋은 아이랑 함께할 때에 이렇게 좋은 사랑이 어디 있을까 하고 좋은 생각을 품습니다.


  나는 좋은 책 하나 찾아 좋은 책방 마실하는 좋은 책손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좋은 책 하나는 좋은 삶 일군 좋은 땀방울이 서린 좋은 이야기로구나 싶어요. 그러나, 좋다는 틀이나 궂다는 틀이란 따로 없어요. 무엇을 좋다고 말할 수 없고, 무엇을 궂다고 말할 만하지 않아요. 다만, 내 목숨을 곱게 느끼며 활짝 웃을 수 있으면 좋은 날 좋은 빛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 손님이 찾아옵니다. 나는 내가 누군가를 찾아갈 때에 내가 좋은 손님처럼 예쁜 몸짓과 마음씨를 나누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좋은 손님과 도란도란 천천히 이야기꽃 피웁니다. 나는 내가 누군가를 찾아갈 적에 내가 오순도순 찬찬히 이야기씨앗 살며시 심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밤하늘 별빛을 바라보고, 밤시골 멧새 소리를 듣습니다. 좋은 시골마을 작은 보금자리를 누리는 삶이란 얼마나 좋으냐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좋은 삶터에서 좋은 나날을 예쁘게 일구면 흐뭇하겠지요. 좋은 손길로 좋은 흙을 만지며, 좋은 눈길로 좋은 아이들 바라보고, 좋은 마음길로 좋은 글줄 건사하면 넉넉하겠지요. (4345.1.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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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씻고 노는 아이들

 


  돌을 앞둔 둘째를 먼저 씻기고 나서 첫째 아이를 씻기곤 했는데, 둘째를 씻길 무렵 첫째 아이가 자꾸 저도 씻겠다 하기에 동생하고 얌전히 놀라며 둘을 씻는 통에 들어가도록 한다. 둘째가 설락 말락 하는 즈음이라 제법 허리 곧게 펴고 앉기에, 둘이 나란히 앉아 물을 철푸덕거려도 넘어지지 않는다. 둘째가 스스로 서서 걸을 무렵이라면 바로 옆 더 깊고 큰 통으로 옮겨 둘이 함께 물놀이 즐기면서 씻으라 할 수 있겠다고 느낀다. 둘이 물놀이를 하면서 어영부영 씻으니 내 손이 갈 일이 크게 줄어든다. 다만, 이제 둘째는 물놀이를 하며 안 나오려 하고, 첫째는 둘째를 데리고 나오면 저도 그만 씻겠다며 스스로 나오겠다 말한다. 웬일이람, 하고 생각하다가 두 아이가 저마다 다르게 스스로 잘 자라는구나 하고 느낀다. (4345.5.1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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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2-05-23 13: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세탁기...

파란놀 2012-05-24 08:02   좋아요 0 | URL
아, 이제 잘 쓴답니다.
그래도 손빨래는 예전처럼
늘 하지요~ ^^
 
숲 속 세탁소
모이치 구미코 지음, 나카무라 에쓰코 그림, 육은숙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맑은 숲을 마주하셔요
 [어린이책 읽는 삶 20] 모이치 구미코, 《숲 속 세탁소》(크레용하우스,2005)

 


- 책이름 : 숲 속 세탁소
- 글 : 모이치 구미코
- 그림 : 나카무라 에쓰코
- 옮긴이 : 육은숙
- 펴낸곳 : 크레용하우스 (2005.7.20.)
- 책값 : 7500원

 


  감나무마다 새잎이 푸르게 돋습니다. 감나무에 새잎이 처음 돋았을 때에는 몇 닢 살며시 톡 따서 입에 넣고 냠냠 씹었습니다. 감나무마다 새로 맞이한 봄에 즐겁고 씩씩하게 틔운 잎사귀마다 서린 향긋한 기운을 보들보들한 감잎으로 느꼈습니다. 이제 감나무 새잎은 꼴을 제대로 갖추며 차츰 커집니다. 머잖아 조그마한 별처럼 감꽃을 피울 테고, 감꽃이 바람 따라 하나둘 질 무렵 조그마한 감알이 푸른 빛깔로 맺히겠지요. 푸른 빛깔로 맺히는 조그마한 감알은 차츰 굵어지고, 차츰 굵어지다가 또 바람에 하나둘 떨어지다가는 알맞다 싶은 숫자를 남기고 찬찬히 발갛게 익겠지요.


  모든 몽우리가 꽃으로 피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꽃이 열매로 맺히지 않습니다. 어느 몽우리는 바람에 그만 떨어집니다. 어느 몽우리는 사람이나 멧새 손길을 타며 그만 떨어집니다. 어느 몽우리는 짓궂은 사람이 가지를 꺾는다든지, 또는 땔감 찾는 사람이 가지를 자르며 그만 몽우리로 끝나기도 해요.


  마루에 앉아 바깥을 바라봅니다. 아이와 손을 잡고 들길을 거닐며 두리번두리번 살펴봅니다. 들새이든 멧새이든 아주 가볍에 나뭇가지에 앉습니다. 몸집 커다란 해오라기나 왜가리도 아주 가벼이 나뭇가지에 앉습니다. 참 가느다랗다 싶은 나뭇가지이건만, 새들은 나뭇가지에 사뿐히 앉습니다. 새들이 앉을라치면 나뭇가지는 살짝 흔들리다가 이내 흔들림이 멎습니다. 여러 마리가 나란히 앉아도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일을 볼 수 없습니다.

 


.. 시커먼 먹구름이 사라지고, 하얀 양떼구름이 하늘 높이 피어 올랐어요. 오소리 아저씨는 오랜만에 세탁소 문을 닫고, 단풍딸기를 따러 가기로 했어요 ..  (6쪽)


  오늘날 여느 사람들이 들새나 멧새가 퍼덕퍼덕 살아서 날갯짓할 때에 손에 살그마니 쥘 일은 드물다고 느낍니다. 오늘날 여느 도시에서는 들새나 멧새를 마주하기 힘드니까요. 내가 마음을 열고 두 팔을 활짝 하늘로 뻗치며 가만히 선다면, 새들 몇 마리가 내 손이나 어깨나 머리에 살짝 내려앉았다가 다시 날아오르리라 느끼는데, 누구라도 새를 손바닥에 앉히고 보면, 새 한 마리 무게가 아주 가벼운 줄 깨달으리라 봅니다. 제법 큰 새라 할 만하다 싶은 직박구리라든지 까치라든지 까마귀라든지 무게가 많이 나가리라 여길는지 모르나, 막상 이 새들을 안아 보셔요. 하나도 무겁지 않습니다. 얼마나 작고 얼마나 가벼우며 얼마나 보드라운지 모릅니다.


  그러고 보면 나뭇가지 하나도 참으로 작고 참으로 가벼우며 참으로 보드랍습니다. 작은 나뭇가지가 모여 조금 굵직한 나뭇가지가 되고, 조금 굵직한 나뭇가지가 모여 제법 굵은 나뭇가지가 되며, 제법 굵은 나뭇가지가 모여 우람한 줄기가 됩니다. 우람한 줄기가 튼튼히 뿌리내려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로 섭니다.


  이 지구별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사람들도 더없이 작은 사람이요, 더없이 작은 사람이 깃든 지구별 또한 더없이 작은 별 하나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정말 고맙다. 하지만 우리 세탁소 빨래가 아니구나.” 오소리 아저씨는 하얀 것 가까이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어요. “정말 우리 세탁소에서 쓰는 쥐엄나무 열매를 우린 물처럼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구나. 그런데 이거 아주 좋은 털실로 만들었는데.” 그것은 오소리 아저씨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하얀 털실로 만든 것이었어요.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며 보들보들하고 가벼웠지요 ..  (9쪽)


  숲을 마주합니다. 풀로 이룬 풀숲을 마주합니다. 풀숲에는 사람보다 조그마한 목숨이 수없이 얼크러집니다. 사람들이 풀숲에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디디면, 아주 조그마한 목숨은 그예 밟혀 죽고 깔려 죽습니다. 사람들이 풀숲을 따사로이 보듬거나 건사하면, 아주 조그마한 풀숲은 곱게 살아숨쉬다가는 고운 노래소리 들려줍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풀잎이 서걱거리는 노래소리, 풀숲에 보금자리 마련한 벌레들 노래소리, 꽃잎이 피고 지며 내는 잔잔한 노래소리 들이 골고루 얼크러집니다.


  숲을 바라봅니다. 나무로 이룬 나무숲을 바라봅니다. 나무숲에는 사람보다 커다란 목숨이 수없이 어우러집니다. 사람들이 나무숲에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디디면, 나무마다 애써 떨군 작은 씨앗이 틔운 여린 새싹이 몽땅 짓밟혀 죽고 짓이겨져 죽습니다. 사람들이 나무숲을 너그러이 보살피거나 돌보면, 아주 커다란 나무숲은 해맑게 살아숨쉬다가는 해맑은 빛깔을 베풉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나뭇잎 빛깔, 나무에 둥지 마련한 새들이 날갯짓하며 펼치는 빛깔, 햇살이 드리우며 알록달록 이루는 푸른 그림자 빛깔 들이 아리땁게 어우러집니다.


  숲이 있어 사람이 있습니다. 숲이 있어 벌레가 있습니다. 숲이 있어 짐승이 있습니다. 숲이 있어 지구별이 숨을 쉬고, 숲이 있어 모든 목숨이 먹이를 얻습니다.

 


.. “이게 내 것이 되면 아주 멋지게 쓸 텐데.” “아니, 곰 할아버지도요? 멋지게 쓰다니, 어떻게요?” 곰 할아버지는 멋쩍은 듯이 대답했어요. “찻주전자 덮개로 말일세.” “찻주전자 덮개요!” “그래. 아주 오래 전부터 찻주전자 덮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  (20쪽)


  숲바람이 마을을 감쌉니다. 흙땅에 나즈막하게 앉은 작은 집으로 이루어진 마을은 숲바람을 포근히 맞아들입니다. 숲에서 살아가는 새들이 작은 마을을 휘휘 돌며 나들이합니다. 숲에서 씨앗을 맺는 나무들이 작은 마을마다 푸른 빛 이야기를 휘휘 흩뿌리며 노래합니다.


  숲바람이 고속도로를 탑니다. 숲바람이 기찻길을 탑니다. 숲바람이 공장 굴뚝을 맴돕니다. 숲바람이 수많은 아파트 사이사이 돌고 돕니다.


  숲바람은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따사로우며 포근하고 시원하면서 향긋하고 싶습니다. 숲바람은 누구한테나 넉넉하며 너그럽고 느긋하면서 한갓지고 싶습니다. 숲바람은 사람들 가슴마다 푸른 빛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불며 천천히 천천히 서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 아이가 재빨리 물었어요. “그런데요?” “우리한테 주면 좋겠는데…….” 오소리 아저씨는 아이에게 날다람쥐와 토끼와 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자 아이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어요. “가방에, 호른 주머니에, 찻주전자 덮개로 쓴다고요? 좋아요. 모두 다 소중히 쓸 것 같으니 드릴게요.” ..  (29쪽)


  모이치 구미코 님 글에 나카무라 에쓰코 님 그림이 어우러진 어린이책 《숲 속 세탁소》(크레용하우스,2005)를 읽습니다. 잔잔히 물결치는 고즈넉한 줄거리가 빛나는 《숲 속 세탁소》는 숲에서 빨래하며 살아가는 ‘오소리 아저씨’ 삶을 한 자락 보여줍니다. ‘세탁소’라는 이름을 붙여 사람들이 이룬 도시에서 으레 보는 가게를 떠올릴까 싶기도 하지만, 숲에 깃든 오소리 아저씨네 집은 기계를 쓰지 않습니다. 오소리 아저씨는 ‘손으로 빨래’합니다. 이야기 흐름으로 보자면, “숲 속 빨래집”쯤으로 적을 때에 한결 잘 어울립니다. 쥐엄나무 열매 우린 물에 빨래를 담그고는 두 손으로 복복 비벼서 빨래를 해요. 숲에서 얻은 비누와 물로 빨래를 하고, 빨래를 마친 물은 숲으로 돌아가도록 합니다. 숲은 언제나 고요하고 숲은 늘 정갈하며 숲은 노상 빛납니다.

 


.. “굉장히 좋은 털실로 만든 장갑으로 별을 닦는구나!” “이거, 하늘의 양털로 만든 거예요.” “하늘의 양털?” 오소리 아저씨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아이는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어요. “저는 요즘 바람의 아이가 하는 일을 배우고 있어요. 오늘은 처음으로 혼자서 별을 닦았어요.” “바람의 아이가 하는 일?” “네. 풍차의 날개를 돌리기도 하고, 양치기 할아버지의 등을 밀어 주기도 해요 …… 모든 별을 다 닦는 건 아니에요. 큰 도시 위에서 더러워진 별만 닦아요.” ..  (32∼37쪽)


  나는 내 옷가지와 옆지기 옷가지와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합니다. 먼지나 때가 묻은 옷가지를 빨래한다 할 텐데, 내가 하는 빨래는 내 살붙이들 삶을 얼마나 싱그러우며 아름다이 어루만지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깨끗하게 빨래할 무언가는 옷가지 하나만이 아닙니다. 나는 내 마음과 살붙이들 마음도 빨래합니다. 가장 좋은 꿈과 사랑을 실어 가장 좋은 넋과 얼이 되도록 마음빨래를 합니다. 마음을 갈고닦습니다. 마음을 쓰다듬습니다. 마음을 추스릅니다. 마음을 다스립니다.


  내 마음이 늘 정갈하다면, 나로서는 굳이 내 마음을 갈고닦지 않아도 될는지 모릅니다. 《숲 속 세탁소》에 나오는 ‘바람 아이’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도시에서 더러워진 별 닦기’라 하듯, 시골에서 ‘더러워지지 않은 별’이라면 굳이 때를 닦지 않을 테니까요. 나 스스로 내 삶을 정갈히 건사해서 내 마음이 언제나 정갈하다면, 나는 굳이 내 마음을 갈고닦지 않아도 즐거워요. 이때에는 언제나 내 삶을 예쁘게 누리며 기쁘게 빛내고 살갑게 나눌 수 있으면 넉넉해요.


  새벽 두 시 반, 멧새들 노래소리를 듣습니다. 문득 우리 집 처마 제비집에서 나는 노래소리도 듣습니다. 새벽 두 시 반에 제비들이 왜 지저귀지? 어느덧 새끼가 알에서 깨어났나?


  두 아이는 달콤하게 색색 잡니다. 고단하게 뛰놀던 첫째 아이는 이리저리 뒹굴며 자고, 씩씩하게 기던 둘째 아이는 이리저리 뒤척이며 잡니다. 이 아이들 몸과 마음을, 또 나와 옆지기 몸과 마음을, 저마다 맑으며 밝게 아낄 수 있는 사랑을 생각합니다. 우리 집 마당 한켠 산초나무마다 푸른 빛깔 작은 몽우리가 몽실몽실합니다. 산초나무 꽃송이를 기다리며 새벽을 누립니다. (4345.5.1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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