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이 어떻게 반값 책이 될는지 궁금하다. 아니, 참으로 슬프다. 왜 책이 책 대접을 못 받을까...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 느끼지만, 책이 책 대접을 못 받으니 슬프다. 반값으로 팔 책이라면, 처음부터 반값을 붙여 '정가'대로 팔아야 옳은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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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 A Life- 고요한 밤의 빛이 된 여인
도로시 허먼 지음, 이수영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4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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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5-1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씀입니다.

파란놀 2012-05-17 07:50   좋아요 0 | URL
이렇게 반값으로 할 바에는 8000원이나 9000원 값만 매기고 정가대로 팔아야 할 책 아닌가 싶어요
 
고래의 비밀 봄나무 과학교실 19
찰스 시버트 지음, 몰리 베이커 그림, 이수영 옮김 / 봄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고래를 사랑해 보셔요
 [환경책 읽기 38] 찰스 시버트·몰리 베이커, 《고래의 비밀》

 


- 책이름 : 고래의 비밀
- 글 : 찰스 시버트
- 그림 : 몰리 베이커
- 옮긴이 : 이수영
- 펴낸곳 : 봄나무 (2011.11.30.)
- 책값 : 1만 원

 


  작은 배로 고기를 낚는 바닷마을이 온 나라에 두루 있습니다. 예부터 고기낚이 하던 이들은 작은 마을 작은 뱃사람이었습니다.


  작은 연장으로 흙을 일구던 들마을이 온 나라에 골고루 있습니다. 예부터 흙일 하던 이들은 작은 마을 작은 흙사람이었습니다.


.. 눈을 감고 여러분이 먼 옛날에 살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 고래는 인류가 지구에 나타나기 전부터 끝도 없는 세월에 걸쳐 진화해 왔어요. 그러니 고래의 노래는 사람의 노래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죠 … 여태껏 변함없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게 많으니까요. 예를 들어. 우리는 고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또 고래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거의 알 수 없어요 ..  (12, 52∼53, 105쪽)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로 갑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구비구비 멧길과 들길을 거쳐 바닷가로 갑니다. 시골집에서 또다른 깊은 시골로 마실을 갑니다. 우리 식구는 시골사람이면서 이웃 시골로 마실을 갑니다. 버스삯만 치르면 이웃 시골 마실을 언제라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군내버스를 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읍내나 면내로 마실을 나온 다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요, 우리 식구는 집에서 이웃 시골로 마실을 다니는 길입니다.


  고흥 읍내부터 군내버스를 타고 도화면 지죽리로 가는 길은 오십 분쯤 걸립니다. 이 길을 자가용으로 달린다면 이십오 분쯤 걸리리라 생각합니다. 고흥군 지죽리 바닷마을에서 읍내까지 버스를 타고 나오는 데에도 오십 분이고, 고흥읍에서 순천시까지 한 시간이라 한다면, 예전에는 시외로 나오는 길이란 까마득했겠지요. 시골사람이 바깥으로 나들이 다니는 일이란 생각조차 못했겠지요.


.. 고래 고기는 가톨릭을 믿는 유럽에서 금요일마다, 그리고 붉은 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 사순절 동안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되었어요. 고래 혓바닥은 주로 부자들이 먹는 귀한 음식으로 여겨졌고, 서민들은 베이컨처럼 소금에 절인 고래 고기를 먹었어요. 고래 지방을 끓여서 얻은 기름으로는 컴컴한 저택과 마을의 광장, 농부들의 오두막에 불을 밝혔어요. 고래기름은 여러 도구와 초기 기계류, 무기류의 윤활유나 비누를 만드는 데도 쓰였어요. 고래뼈, 고래수염, 그리고 고래가죽은 울타리 기둥이나 채찍, 낚싯대, 구두를 만드는 데 쓰였고요 ..  (33∼34쪽)

 


  버스에서 바라보는 이웃 시골 모습은 무척 살갑습니다. 온통 푸른 빛깔이고, 그예 누런 빛깔이며, 한가득 파란 빛깔입니다. 푸나무와 흙과 하늘이 세 갈래 빛깔로 곱에 얼크러집니다. 온누리로 드리우는 햇살은 해맑은 기운을 베풉니다.


  들바람이 붑니다. 흙바람이 붑니다. 한참 달리던 버스는 바닷바람 부는 곳에서 멈춥니다. 구멍가게 하나 따로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닷마을에 섭니다. 군내버스는 퍽 높다라니 놓인 다리를 건넜습니다. 이 다리는 언제쯤 놓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열 해는 지났을까, 스무 해는 지났을까. 그리 멀지 않던 예전에는 뭍 아닌 섬이었을 텐데, 그무렵 이곳 바닷마을 사람들은 무얼 누리고 무얼 생각하며 살았을까요. 온 나라에 흔한 밥집도 닭집도 술집도 없는 고즈넉한 바닷마을에서 물고기 낚으며 살림을 꾸리고, 논밭 작게 일구며 밥을 먹던 사람들은 무얼 얻고 무얼 나누며 살았을까요.


  자동차 없고 경운기도 없던 때에는 바닷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마실을 다녔을까요. 다리가 놓이지 않던 때에는 섬과 뭍은 어떤 사이였을까요. 바닷마을 사람들이 낚은 물고기는 바닷마을 사람보다 뭍마을 사람들이 훨씬 많이 사다 먹을 텐데, 뭍마을 사람들은 바닷마을 사람들은 어떤 이웃으로 헤아릴까요.


.. 고래잡이배들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작은 공장이 되었어요. 증기기관을 달아 포경선은 훨씬 빨라졌고, 폭약을 쓴 작살도 새롭게 설치되었어요 … 종류와 나이에 상관없이, 다 큰 고래부터 새끼 고래까지 모든 고래가 포획되었어요. 그즈음엔 고래를 썰어서 부위에 따라 나누는 일이 갑판에서 다 이루어졌기 때문에, 뭍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고래가 죽임을 당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죠 … 사람이 벌이는 산업에는 소음이 끝이 없어요. 소음 공해가 심각한 오늘날엔 과학자들이 물속에 청음기를 넣어도 고래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대요. 사람이 만들어 낸 소음만 가득 차 있다는군요 ..  (39, 43, 98쪽)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바다는 너른 어버이 품이라고 느낍니다. 흙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흙은 너른 어버이 품이라고 느낍니다. 바닷마을 사람들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릴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흙마을 사람들이 흙에 쓰레기를 버릴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조용하고 고즈넉한 바닷마을 한쪽에 건설회사 일꾼과 지자체 일꾼은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화력발전소를 짓고 싶어 합니다. 7조 원을 들여 화력발전소를 짓고는, 3500억 원에 이르는 돈을 지역발전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발전소를 지으면 열폐수를 바다에 얼마나 버려 갯벌과 바다를 얼마나 죽일는지는 안 밝힙니다. 발전소 굴뚝에서 내뿜는 매연으로 바람이 얼마나 더럽혀질는지는 안 밝힙니다. 발전소와 엄청난 송전탑에서 전자파가 얼마나 나와 논밭과 들판이 어떻게 어지러워질는지는 안 밝힙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사람들 많이 살아가는 아파트가 있는 크고작은 도시 한복판이나 언저리에 발전소를 짓는 일이 없습니다. 가장 곱고 가장 깨끗하며 가장 푸른 빛깔 뽐내는 시골마을에 발전소를 짓습니다. 화력발전소이든 원자력발전소이든, 어떤 발전소라 하더라도 시골마을에 짓습니다. 물이 맑고 바람이 맑으며 풀이 맑은 시골에 발전소를 지으려 합니다.


  발전소를 짓는 까닭은 전기가 모자라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러나, 시골마을 사람들이 전기를 많이 쓰기에 전기가 모자라지 않습니다. 시골마을에 전기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뿐더러, 시골사람은 전기 없어도 살림을 잘 꾸립니다. 전기가 모자란 까닭은 도시사람 때문입니다. 도시에 수없이 선 아파트는 전기 없으면 끔찍한 죽음터가 됩니다. 도시 한복판에 전기가 없으면 금세 무시무시한 죽음터가 됩니다. 오직 도시사람 때문에 전기를 더 만들어야 한다지만, 막상 도시사람 스스로 도시에 발전소를 짓지 않습니다. 이러면서 도시사람은 외칩니다. ‘시골사람이 시골에 발전소 같은 기간시설을 안 들이겠다고 말하는 일은 지역이기주의(님비)’라고.


  시골사람으로 살아가고, 이웃 시골마을로 마실을 다니며 생각합니다. 도시에서 쓸 전기를 도시에 발전소 지어 얻지 않는 일이야말로 지역이기주의일 뿐 아니라 시골따돌림이요 폭력이구나 싶습니다.


.. 고래 수가 얼마나 많으며 종마다 얼마나 많이 사냥할 수 있는지 알아내 고래 사냥을 도우려고요. 하지만 이때도 고래에 관해서 더 자세히 알고자, 순수한 마음으로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방법만큼은 고래 사냥 못지않게 무지막지했다고 해요 … “고래가 사람을 용서하고 있는 것 같아요.” 프로호프 박사는 말해요. “용서란 말이 꼭 맞는 말은 아닐지 몰라도, 어쨌든 몹시 강렬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고래들이 사람이랑 적극적으로 대화하고자 하는 거죠. 말이 안 된다고요? 잘 모르는 생각이에요. 고래가 사람과 사귀고 싶어 할 만큼 영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고래와 시간을 보낸 적이 없기 때문일 거예요.” ..  (49, 63쪽)

 

 


  도시사람은 시골사람이 거둔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를 먹습니다. 도시사람은 시골사람이 낚은 물고기를 먹습니다. 도시사람은 시골사람이 돌보는 나무를 얻어 종이를 빚고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듭니다. 도시사람은 시골마을 땅뙈기에 구멍을 파서 물을 뽑아올려 돈을 치르고는 사다 마십니다. 도시사람은 시골 논밭이나 멧자락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를 놓으며, 큰도시와 큰도시 사이를 재빠르게 오갑니다. 도시사람은 시골마을 몇 군데를 통째로 없애 공항을 지으며 나라밖 마실을 다닙니다. 도시사람은 시골자락에서 캐낸 광물로 물건을 만들고 문명을 빚습니다.


  나는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나는 도시에서 어린 나날과 푸른 나날을 보냈습니다. 내가 나고 자란 도시에서 ‘도시란 어떤 곳’이라고 가르치거나 알려주거나 보여준 어른은 없었다고 느낍니다. 내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도시에서 ‘도시와 시골은 어떤 사이’라고 옳게 들려주거나 밝힌 어른은 없었다고 느낍니다.


  내 어버이가 나를 도시에서 낳았으니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랄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숱한 어버이가 도시에서 일거리를 얻어 도시에서 돈벌이를 하기에, 오늘날 숱한 아이들은 도시에서 나고 자랄밖에 없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나는 아이들은 무엇을 볼까요. 무엇을 들을까요. 무엇을 배울까요. 무엇을 생각할까요. 무엇을 느낄까요. 무엇을 사랑할까요.


  도시 아이들이 믿으며 아끼는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도시 아이들이 좋아하며 즐기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 대왕고래는 지구의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큰 소리를 내지만 사람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해요 … 고래는 소리의 변화를 감지해서 바다의 깊이를 알아내요. 뭍이 가까워지면 바닷물의 깊이가 얕아지는데, 이때 소리는 높고 빨라져요. 뭍에서 멀어질수록 물은 깊어지고 소리 또한 낮고 느려지고요 … 고래는 자기들이 살고 있는 세계의 소리뿐 아니라, 거기 영향을 미치는 다른 세상의 소리도 무엇이든 기억해요 ..  (54, 86쪽)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합니다. 경제를 하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합니다. 문화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합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이든, 스포츠를 하는 사람이든, 모조리 도시에서 합니다.


  시골에도 공무원은 있습니다. 그런데, 시골에 공무원이 왜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골 읍사무소와 면사무소는 꼭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골에 있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칠까 궁금합니다. 시골 아이들이 더 큰 도시로 나아가 학교를 다니다가는 더 큰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까닭이 궁금합니다.


  왜 시골 어른들은 시골 아이들한테 바닷일과 흙일을 보여주거나 가르치거나 물려주지 않을까요. 왜 시골사람은 시골사람으로 태어나 자라는 삶을 학교에서나 교과서에서나 인터넷에서나 방송에서나 책에서나 듣거나 보거나 배울 수 없을까요.


  시골마을에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나 핵폐기물처리장이나 쓰레기처리장이나 이것저것 들어서야 한다면, 시골마을은 아주 더러워지거나 무너지거나 어지러워집니다. 이렇게 시골마을이 더러워지면, 시골에서 먹을거리 마실거리 입을거리 쓸거리를 얻는 도시는 ‘더러워진 쌀과 나물과 고기와 열매와 물’을 얻어야 합니다. 도시에 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도시까지 길게 뻗으면, 막상 바보가 될 사람은 도시사람입니다. 시골 논밭을 가로질러 고속도로를 낸다든지, 시골 멧자락에 구멍을 뚫거나 멧등성이를 밀어 고속철도를 낼 때에는, 시골이 더러워지고 무너지기 때문에 ‘도시사람이 마실 맑은 바람’에다가 맑은 푸성귀와 맑은 물이 몽땅 더러워지고 무너집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끝없이 달리는 자동차가 내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자라는 쌀이 맛있을 수 없습니다. 새벽이든 밤이든 멈추지 않는 기차와 비행기가 내는 소리를 듣고 자라는 배와 포도와 딸기와 복숭아가 맛있을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 흘러나오는 배기가스와 매연이 시골을 더럽히고, 시골에 세운 발전소와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이 시골을 다시금 더럽힙니다.


  게다가, ‘시골을 지키’는 군대가 아니요, ‘나라를 지키’는 군대가 아니라, ‘도시를 지키’고 ‘도시 정치꾼과 경제꾼을 지키’는 군대가 시골을 그지없이 더럽힙니다.


.. 오늘날 고래들은 어디를 가도 사람이 내는 소음에 시달려요. 어마어마하게 큰 유조선의 엔진 소리, 여가용 보트의 모터 소음, 군 음파탐지기의 새된 메아리 들이 고래의 세상을 시끄럽게 채우고 있어요. 넓은 세상이지만 마치 안방에 모여 앉은 것처럼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던 고래들을 우리가 방해하는 거예요. 얼마 안 가서 우리 때문에 고래들이 모두 미칠지도 몰라요 … 카나리아제도에서 고래를 구하려 했던 이들이 밝혀낸 건 그날 가까운 바다에서 군사 훈련이 있었다는 거예요. 수많은 함선이 첨단 수중 음파탐지기를 사용했다는 것도요. 1885년 이래, 카나리아제도를 이루는 섬의 해안에서 부리고래가 발견된 일이 네 번 더 있었어요. 모두 죽어 가는 모습이었고, 한결같이 군사 훈련과 관계가 있었어요 ..  (91, 94쪽)

 


  찰스 시버트 님 글과 몰리 베이커 님 그림이 어우러진 이야기책 《고래의 비밀》(봄나무,2011)을 읽습니다. 고래에 얽힌 속이야기를 몇 가지 밝히는 《고래의 비밀》을 읽습니다. 고래는 바다에서 즐겁고 아름답게 어깨동무를 하며 살았습니다만, 바로 사람 때문에 즐거움을 빼앗기고 아름다움을 잃습니다. 도시 물질문명 때문에 고래들이 죽어나고, 도시를 지킨다는 군대 때문에 고래들이 삶터를 빼앗깁니다.


  도시 때문에 제비가 살 집이 없습니다. 도시 때문에 박쥐가 살 터가 없습니다. 도시 때문에 개구리도 뱀도 사마귀도 메뚜기도 삶터를 빼앗깁니다. 도시 때문에 쑥부쟁이도 달개비도 감나무도 느릅나무도 삶자리를 잃습니다.


  고래를 살리는 길은 아주 쉽습니다. 고래를 생각하는 길은 아주 쉽습니다. 고래를 사랑하거나 고래와 어깨동무하는 길은 아주 쉽습니다.


  이와 달리, 고래를 죽이는 길도 아주 쉽습니다. 고래를 모른 척하는 길도 아주 쉽습니다. 고래를 괴롭히거나 고래를 윽박지리는 길 또한 아주 쉽습니다.


  도시에서 돈벌이를 하며 살림을 꾸리는 이들이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한결같이 보내면 고래는 금세 죽고 아주 고단하며 곧 사라집니다. 도시에서 학력과 자격증을 늘리며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몰아세울 뿐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고래는 차츰 죽고 몹시 슬프며 머잖아 사라집니다.


  내 삶을 사랑해 보셔요. 고래를 사랑해 보셔요.


  내 삶을 곱게 보살펴 보셔요. 고래를 곱게 보살펴 보셔요. (4345.5.1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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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시골 글쓰기

 


  좋은 시골을 누리는 줄 늘 느끼면서 글을 씁니다. 식구들과 함께 바다를 보려고 읍내부터 군내버스를 타고 오십 분을 달려 지죽리에 닿습니다. 지죽리에서 우리 식구가 맨발로 거닐 모래밭까지 만나지 못했지만, 낮 한 시 이십 분에 닿은 버스가 낮 두 시에 돌아 나간다고 해서 사십 분 동안 천천히 바닷가를 거닐며 먼바다를 내다 봅니다. 먼바다를 내다 보면서 봄햇살 누리고 봄바람을 쐬기만 해도 참 좋구나 싶습니다. 지죽리 바닷가에서 다시 군내버스를 타고 면 소재지로 옵니다. 마을마을 골골샅샅 천천히 누비는 군내버스는 이십 분 남짓 달려 면 소재지 곁을 스치고, 우리는 면 소재지에서 내려 이십 분 즈음 풀밭에서 뒹굴며 쉬다가, 다시 군내버스를 타고 동백마을 우리 보금자리로 오 분 즈음 달려 돌아옵니다.


  집에 닿으니 아침에 넌 빨래는 모두 마릅니다. 다 마른 빨래를 걷습니다. 멧새와 들새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풀잎과 나뭇잎을 바라봅니다. 가까운 곳도 조금 멀리 나가는 곳도 푸른 빛깔이 흐드러집니다. 나는 푸른 이야기를 누리며 푸른 삶을 생각합니다. 나는 푸른 숨결을 마시며 푸른 꿈을 돌아봅니다. 내가 살아가는 곳은 내 생각이 솟는 샘물이로구나 싶습니다. (4345.5.1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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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어른 2

 


어른 손바닥은
얼굴을 죄 덮고

 

아이 손바닥은
볼을 살짝 덮네

 

어른은 밭 갈고
빨래 주무르고

 

아이는 노래하고
흙마당 뒹굴고

 


4345.4.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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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보는 마음

 


  사람을 볼 때에는 이름표를 보지 않습니다. 누군가 당신 이름표에 어떤 이름을 적어 넣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누군가 당신 이름표에 ‘진보’나 ‘혁명’이라는 낱말을 적어 넣었대서 대단하지 않습니다. ‘평화’나 ‘자유’나 ‘민주’라는 낱말을 당신 이름표에 적어 넣었기에 훌륭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볼 때에 주민등록증을 보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보다 한 해 일찍 태어났대서 우러를 만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보다 한 해 늦게 태어났대서 얕볼 만하지 않습니다. 띠가 같은 웃나이라 하든 아랫나이라 하든 조금도 남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을 볼 때에 주름살이나 눈썹을 보지 않습니다. 사람을 볼 때에 종아리나 목덜미를 보지 않습니다. 사람을 볼 때에 귓불이나 발가락을 보지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을 오롯이 봅니다. 그예 그 사람 삶과 넋과 사랑을 봅니다.


  어떤 졸업장이나 자격증이 어느 한 사람을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력서나 소개서가 어느 한 사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든 이녁이 들려주는 말마디마다 삶이 묻어나고 사랑이 깃들며 꿈이 드러납니다. 어느 한 사람이든 이녁이 보여주는 몸짓마다 생각이 샘솟고 믿음이 퍼지며 빛이 번집니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킨텍스에서 모임을 하건, 전남 고흥 시골마을 밭둑에서 모임을 하건, 사람들 스스로 살아가는 매무새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도시 한복판 커다란 시멘트 건물에서 모임을 하기에 더 나쁘지 않습니다. 시골 한복판 들자락에서 모임을 하기에 더 좋지 않습니다. 생각을 하는 사람일 때에 생각이 빛납니다.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일 때에 마음이 빛납니다. 사랑을 나누려는 사람일 때에 사랑이 따스합니다.


  입으로 이루어지는 진보는 없다고 느낍니다. 땀방울로 이루어지는 진보가 있을 뿐이요, 온몸으로 흙내음 누리며 빚는 진보가 있을 뿐이라고 느낍니다. 이 나라에는 온통 기름밥 진보와 아스팔트 진보만 판칩니다만, 기름밥이건 아스팔트이건 날마다 몸속에 밥 한 그릇 넣어 주지 않으면 목숨을 건사하지 못합니다. 책상물림이건 노동조합이건 햇볕을 누리고 바람·물·흙이 없을 때에는 삶을 거느리지 못합니다.


  아름답다고 느낄 때에 무엇이든 이루어집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며 바라볼 때에 내가 좋아하며 사귀는 사람이구나 싶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나 스스로 내 살림집을 마련할 마을을 찾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동안 내 하루 내 온 기운 쏟아 예쁘게 돌봅니다. 밤새 내 가슴에 엎디어 자던 아이가 새벽부터 내 무릎에 누워 잡니다. 이 아름다운 잠보 얼굴을 살살 어루만집니다. 새벽을 부르는 들새와 멧새는 우리 집 둘레에서 기쁘게 노래합니다. 새날 새 볕살이 스밉니다. 따스한 기운이 집안으로 깃듭니다. 진보운동이든 평화운동이든 민주운동이든 하는 분들이 도시에서 더 많은 사람을 일깨워 더 빨리 온누리를 바꾸려고 땀흘리는 일도 좋으리라 느끼지만, 이에 앞서 진보와 평화와 민주를 바라는 꿈 그대로 이녁 스스로 날마다 좋게 누릴 삶을 빛낼 삶터를 찾아 호젓하게 웃음꽃 피울 수 있기를 빕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슬픈 일 되풀이되는 데에서는 진보도 평화도 민주도 없습니다. 자가용을 버리고 두 다리와 자전거로 예쁜 이웃이랑 오순도순 살아갈 만한 데에서, 진보모임이나 평화모임이나 민주모임을 꾸린다면 참 홀가분할 텐데 싶습니다. (4345.5.1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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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5-15 07:03   좋아요 0 | URL
좋은 글이네요. 오늘따라 마음에 와닿습니다.

파란놀 2012-05-15 10:14   좋아요 0 | URL
통합진보당인지 진보통합당인지... 쳇바퀴 도는 모습이 온갖 매체에 시끌벅적한 모습을 떠올리면서 쓴 글이에요... 이분들이 부디 입으로 떠드는 진보 굴레를 털어낼 수 있기를 빌어요.

고흥 옆 순천에서 진보당 국회의원이 된 분조차 '당권파'로 막말과 폭력을 한몫 거든 모습이 참 안쓰럽습니다...

pourquoi28 2012-06-11 16: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 드립니다.
된장님의 서재 드나들며 아껴가며 글 잘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그날 실황중계 지켜보며 느꼈던 아픔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거 같은데..
마음의 상처에 약이 되는 글, 너무 잘 읽고 갑니다.

파란놀 2012-06-11 18:03   좋아요 0 | URL
우리 스스로 좋은 삶을 사랑하며
재미나게 살아가면
가장 좋은 길이라고 느껴요.

언제나 좋은 날 누리시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