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제비 책읽기

 


  봄을 맞이하던 올 사월에 우리 시골집 처마로 찾아든 제비들이 알을 까고 새끼를 먹여살린 지 두 달이 지납니다. 두 달이 지나며 새끼들은 어엿하게 자라고 이제 날갯짓을 익힐 무렵입니다. 날갯짓을 즐거이 익혀 마음껏 날 수 있을 때에는 어느새 가을이 찾아들 테고, 가을이면 제비들은 하염없이 먼길을 날아 태평양을 건너 따스한 새터로 가겠지요.


  날마다 제비 노랫소리를 듣고, 제비 밥차림을 바라보다가, 이제 어미 제비 두 마리가 갈마들며 빨랫줄에 앉는 모습을 누립니다. 두 달째 날마다 서로 바라보고 지냈기 때문인지, 그동안 조금 떨어진 전깃줄에만 앉던 제비들인데, 요즈음은 머리 위로 뻗으면 손이 닿을 만한 가까운 빨랫줄에 앉아 저희 둥지를 바라봅니다.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를 빨아서 널며, 부엌에 앉아 밥을 먹으며, 마루에 앉아 아이들과 복닥이며, ‘빨랫줄 제비’를 바라봅니다. 얼굴과 입과 꼬리와 깃과 몸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날씬하고 갸름하며 다부진 제비를 곁에서 지켜봅니다. 어미 제비는 새끼 제비를 바라보고, 나는 어미 제비랑 새끼 제비를 나란히 올려다봅니다. (4345.6.1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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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과 밤을 이야기하는 마음

 


  인천에서 태어나 살던 나는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 다른 동무들과 비슷하게 인천을 떠났습니다. 사람들은 으레 시골사람만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 시골 고향을 떠나 서울로 몰려들거나 도시에 빨려들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일이 없다고들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서울이나 부산에서 살지 않으면 모두 고향을 떠나기 마련이라고 느끼며, 부산에서 사는 사람조차 서울로 가려고 한다고 느껴요.


  인천에서 살던 어린 날과 서울로 가서 지내던 젊은 날, 여름날 저녁이나 밤은 몹시 후덥지근했습니다. 끈끈하고 무더운 여름날을 견디기란 힘들었어요. 도시사람한테 여름저녁과 여름밤이란 ‘잠 못 이루는 밤’일 뿐입니다.


  도시에서 꾸리던 살림을 2010년부터 접고 시골로 옮겨 살아갑니다. 시골에서 저녁과 밤을 맞이하면서, 나는 시골사람으로서 생각합니다. 시골 저녁은 시원합니다. 시골 밤은 서늘합니다. 도시에서 살 적에도 선풍기를 안 쓰기는 했으나, 부채 없이 아이를 재우기란 힘겨웠습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부채를 쥘 일조차 드뭅니다. 바람은 알맞게 불어, 낮에는 시원하고 저녁에는 선선합니다. 아이들 모두 잠드는 깊은 밤에는 그야말로 서늘합니다. 갓 잠이 들 무렵에는 이불을 안 덮다가도 새벽 무렵에는 어김없이 이불깃을 여며야 합니다.


  도시에서 살던 때에는 따로 집에서 신문을 받아보지 않아도 둘레에서 신문을 손쉽게 살 수 있고 얻어 읽을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 살며 신문 한 장 사서 읽기란 매우 힘들 뿐더러, 애써 신문을 찾아 읽을 만한 일이 없습니다. 곰곰이 마음을 기울이고 보면, 도시사람은 스스로 신문을 만들어야 하고 신문을 읽어야 합니다. 시골사람은 따로 신문을 안 만들어도 되며 신문을 안 읽어도 됩니다. 도시를 이루는 밑틀은 온갖 지식과 정보이기에, 도시에서는 신문과 방송과 책이 출렁출렁 물결칩니다. 시골을 이루는 밑바탕은 흙과 숲과 풀과 새와 벌레이기에, 시골에서는 풀내음과 들바람과 햇살과 흙기운이 널리 감돕니다.


  도시사람은 정치읽기를 하고 사회읽기를 하며 문화읽기를 합니다. 시골사람은 하늘읽기와 흙읽기와 풀읽기를 합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자면 자격증과 졸업장이 있어야 합니다. 시골에서 일거리를 얻자면 스스로 몸을 움직여 땀을 흘려야 합니다.


  문득 돌아보면, 먼먼 옛날부터 후덥지근한 여름밤은 없었으리라 느낍니다. 다만, 자연을 밀어내고 사람들만 꾸역꾸역 모인 서울이라든지 궁궐에서는 후덥지근한 여름밤이 있었겠지요. 풀과 나무가 마음껏 자라지 못하고, 흙이 제대로 풀과 나무를 살찌울 수 없던 옛 서울이라면 오늘 서울하고 서로 마찬가지였겠지요. 먼먼 옛날부터 여느 마을 여느 사람들은 시원한 저녁과 서늘한 밤을 누렸으리라 생각합니다. 흙을 먹고 흙을 사랑하는 삶일 때에는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알뜰살뜰 누리며 고운 꿈을 여밀 만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울이나 크고작은 도시 여름저녁과 여름밤이 후덥지근하다면, 아스팔트 찻길을 줄여 숲길을 마련해 보셔요. 여름저녁과 여름밤을 시원하게 누리고 싶으면, 시멘트 건물 빽빽하게 세우지 말고, 건물 사이사이 건물 넓이만큼 조그맣게 숲을 일구어 보셔요. 여름밤이 너무 더워 선풍기와 에어컨을 돌리느라 전기가 모자라니까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지 마셔요.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흙과 나무로 돌려 놓으면, 서울에서도 크고작은 도시에서도, 여름날 저녁과 밤에 상큼하며 보드랍고 싱그러운 숲바람을 누릴 수 있어요. (4345.6.1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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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추는 어린이, 누나는 춤춘다

 


  아이 어머니가 셈틀을 켜서 노래를 튼다. 첫째 아이 사름벼리는 노랫가락에 맞추어 제 마음껏 춤을 춘다. 방바닥에서 펄쩍펄쩍 뛰고, 맴을 돌며, 이리저리 발을 구른다. 나도 우리 아이만 하던 때에 이렇게 노래를 들으면 저절로 신이 나서 춤을 추었을까 궁금하다. (4345.6.10.해.ㅎㄲㅅㄱ)

 

 

 

(사진은 석 장만! ... 찍기는 서른 장쯤 찍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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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바지 안 입고 내빼기

 


  쉬를 누어 바지를 버린 산들보라, 새 바지를 입자 하니 멀찌감치 내뺀다. 쳇. (4345.6.1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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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닿기를 5
시이나 카루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만화책 즐겨읽기 155] 시이나 카루호, 《너에게 닿기를 (5)》

 


  아이 이름을 부릅니다. 아이를 ‘예쁜이’라고도 부르고, ‘똥똥이’라고도 부르며, ‘돼지’라고도 부르다가, ‘돼순이’나 ‘돼돌이’라고도 부르고, ‘오줌쟁이’나 ‘똥쟁이’라고도 부릅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어느 이름이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이런 이름이든 저런 이름이든 아이들 목숨에 깃든 넋은 한결같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를 바라보며 ‘바보’라느니 ‘똥개’라느니 하고 자꾸 부르면서 아이 스스로 이런 이름에 익숙해지면, 아이는 그만 ‘바보’가 되고 ‘똥개’가 됩니다. 어버이가 붙이는 이름이든, 동무들이 따로 붙이는 이름(별명)이든, 이 이름은 모두 아이 삶이 되어요.


  곧, 아이를 바라보며 ‘사랑이’라 부르면, 아이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님이 됩니다. 아이를 마주보며 ‘꿈이’라 부르면, 아이는 가없이 너른 꿈을 품는 벗이 됩니다. 아이를 얼싸안으며 ‘착한이’라 부르면, 아이는 그지없이 착한 빛을 나누는 이슬떨이가 돼요.


- “깨, 깨끗이 세탁한 거니까 걱정 마. 더러운 손수건 아냐.” (6쪽)
- “왜 내가 너랑 같이 이런 얘길 해야 돼?” “난 기쁜데. 이런 얘기 하는 거 처음이거든.” ‘이러니저러니 해도 쿠루미는 날 어엿한 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고 있는 거야. ‘그런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건, 쿠루미도 카제하야랑 마찬가지니까.’ (10쪽)

 


  아이를 바라보며 ‘사랑이’라 부를 때에는, 아이도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지만, 어른도 사랑스러운 어른이 됩니다. 아이를 바라보며 ‘미운이’라 부를 적에는, 아이도 미운 아이가 되면서, 어른도 미운 어른이 돼요.


  우리 어른들이 토론이나 논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말다툼이나 말잔치를 벌일 때에,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듯 마구 깎아내리거나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어요. 나는 이런 모습을 문득문득 볼 때면 무척 슬프게 생각합니다. 왜 스스로를 갉아먹는 말을 해야 할까요. 왜 스스로 바보가 되는 말을 해야 하나요.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듯 내뱉는 ‘헐뜯는 말’은 맞은편을 헐뜯지 못해요. ‘헐뜯는 말’을 내뱉는 내 넋을 헐뜯을 뿐이에요.


  입으로 거친 말을 내뱉을 때에는 ‘거친 말 내뱉는 사람’ 스스로 거친 사람이 되고 거친 생각이 되며 거친 삶이 되고 말아요. 입으로 따스한 말을 노래할 적에는 ‘따순 말 노래하는 사람’ 스스로 따순 사람이 되고 따순 생각이 되며 따순 삶이 될 수 있어요.


  말은 생각을 다스려요. 생각은 말을 다스려요. 넋은 삶을 이끌어요. 삶은 넋을 이끌어요. 말과 넋과 삶은 언제나 한 흐름이기 때문에, 스스로 하는 말이 넋이 되고 삶이 돼요. 스스로 꾸리는 삶이 넋이 되며 말이 돼요.


- ‘우리는 똑같이 카제하야를 좋아하고 똑같은 사람을 똑같은 마음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같은 마음을 가졌어도 친구는 될 수 없구나. 그럼 우리는 뭐가 되는 걸까? 쿠루미. 아무것도 아닌 건가?’ (14쪽)
- ‘그 순간 내 세계는 모든 게 바뀌어 버렸다. 이름을 불러 준 그 순간, 난 이미 사랑에 빠져 버린 거야.’ (47쪽)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내 이름을 부른 사람은 ‘내 이름을 부를 때 마음’ 그대로 이녁 삶입니다. 내가 누군가 바라보며 이름을 부를 때, ‘이녁 이름을 부르는 내 마음’에 따라 내 삶이 달라져요. 믿음을 실어 이름을 부르면 서로 믿음직해요. 사랑을 품어 이름을 부르면 서로 사랑스러워요.


  사랑이 이루어지는 까닭은 서로를 사랑스레 부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안 이루어지는 까닭은 서로를 사랑스레 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꽃은 꽃이 피기를 바라는 사랑이 온누리에 가득하기에 필 수 있습니다. 열매는 열매를 맺기 바라는 꿈이 지구별에 가득하기에 맺을 수 있어요. 잎사귀도 씨앗도 모두 잎사귀와 씨앗을 바란 넋이 있어서 피고 질 수 있어요. 새로 태어나는 목숨은 온 땅에 새 기운 넘실넘실 춤추기를 바라는 얼이 있어서 태어나요.


- “쿠로누마는 오해받기 쉽지만, 이런저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실을 말해. 그래서 난 쿠로누마가 ‘이렇다’고 하면 ‘그렇구나’ 하고 믿어.” (23쪽)
- “우와? 의외로 컬러풀하잖아?” “방은 나만 쓰니까, 안 어울려도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것 같아서.” “바보, 넌 생각이 너무 지나쳐.” (57쪽)

 

 


  참으로 이름을 부르는 대로 무엇이든 태어난다고 느껴요. 어떤 마음이 되어 이름을 부르는가에 따라 무엇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달라진다고 느껴요. 그래서, 시이나 카루호 님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대원씨아이,2007) 다섯째 권을 읽으며 ‘이름’ 하나 사람들마다 어떻게 깃드는가를 곰곰이 생각합니다.


  내 어버이는 나한테 내 이름을 어떤 마음으로 붙여 주었을까요. 나는 내 아이한테 아이 이름을 어떤 마음으로 불러 주는가요. 나는 내 둘레 사람들 이름을 어떤 마음으로 부르는가요. 내 둘레 사람들은 내 이름을 어떤 마음으로 부를까요.


  기쁜 마음인가요. 슬픈 마음인가요. 사랑 담는 마음인가요. 미움 섞인 마음인가요. 즐거운 마음인가요. 뿌듯한 마음인가요. 믿음직한 마음인가요. 못 미더운 마음인가요. 《너에게 닿기를》에 나오는 아이들은 서로한테 어떻게 닿기를 바라면서 서로가 서로를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이름을 부를까요.


- ‘마음 가득 보물이 늘었어.’ (60쪽)
- “고마워, 사와코.” “아냐, 난 한 것도 없는데.” “한 게 왜 없어? 네가 같이 있어 줘서 즐겁게 쇼핑할 수 있었잖아!” (126쪽)

 


  아마, 금도 은도 보석도 보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돈도 은행계좌도 땅문서도 자동차도 아파트도 보배가 되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저런 물질을 가득 품에 안는 사람이 가장 즐겁거나 사랑스럽게 살아가는지 알쏭달쏭해요. 마음속에 보배를 안지 않는 사람도 즐겁거나 사랑스럽게 살아가는지 아리송해요.


  어떤 나날일 때에 즐거울까 생각합니다. 어떤 마음일 때에 사랑스러울까 헤아립니다. 사람은, 나무는, 꽃은, 새는, 벌레는, 풀은, 바다는, 하늘은, 구름은, 별은, 해는, 무지개는, 비는, 달은, 흙은, 바람은, 어떠한 결과 무늬와 빛깔일 때에 가장 빛나며 아름다울까 궁금합니다.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에 나오는 ‘사와코’를 둘러싼 아이들은 서로서로 가장 따순 마음으로 서로를 부르면서 사랑을 보살핍니다. (4345.6.10.해.ㅎㄲㅅㄱ)

 


― 너에게 닿기를 5 (시이나 카루호 글·그림,서수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7.13.1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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