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으나, 전남 고흥이 대세...라고 한 번 적어 본다. 나도 전남 고흥으로 삶터를 옮겨서 살아가지만, 내 둘레에서 전남 고흥으로 삶터를 옮기면서 예쁜 꿈을 키우는 사람들 이야기가 하나둘 책으로 나오니 더없이 반가우면서 좋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는 책은 훨씬 많을 테지만, 사랑과 꿈과 이야기로 치자면, 아름다운 터전에서 아름다운 넋을 북돋우는 책이 나로서는 한결 예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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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적 같은 일- 바닷가 새 터를 만나고 사람의 마음으로 집을 짓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송성영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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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문학과지성 시인선 216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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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빚는 삶, 삶이 빚는 생각
[시를 노래하는 시 23] 황인숙,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책이름 :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글 : 황인숙
-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1998.6.12.)
- 책값 : 8000원

 


  생각이 빚는 삶이 먼저인지 삶이 빚는 생각이 먼저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어느 쪽이 먼저가 되든, 생각은 삶을 빚습니다. 삶 또한 생각을 빚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생각하는 결이 고스란히 삶으로 태어납니다. 사람들 스스로 살아가는 결이 생각으로 나타납니다.


  슬기롭게 생각을 빛낼 때에 슬기롭구나 싶은 아름다운 삶이 펼쳐집니다. 슬기롭게 삶을 일굴 때에 슬기롭구나 싶은 생각이 샘솟습니다.


.. 어젯밤 잠들기 전 나는 대단한 생각을 해냈다. 그리고 깨자마자 그 대단한 생각을 또 해냈다 ..  (어쨌든 그것부터)


  저녁에 잠들면서 꿈을 꿉니다. 나로서는 이런 꿈은 꾸기를 바랄 수 있고, 나로서는 저런 꿈은 안 꾸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꿈이든 저런 꿈이든 아무렇게나 찾아들 수 있고, 이런 꿈이나 저런 꿈을 나 스스로 갈무리하면서 내가 바라는 대로 찾아들도록 할 수 있어요.


  잠자리에서 아이들 새근새근 잘 자라며 자장노래를 부르며 생각합니다. 자장노래는 밉거나 궂거나 모진 마음으로 부를 수 없습니다. 자장노래를 들을 아이들은 고우며 따사로운 목소리일 때에 즐거이 받아들여 예쁘게 잠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고 개구지게 뒹굴 적에도 아이들 어버이가 예쁜 목소리와 고운 눈빛으로 바라볼 때에 훨씬 신나게 뛰놀 뿐 아니라 한결 개구지게 뒹굴 만할 테지요.


  나는 늘 예쁜 손길로 밥을 하고 빨래를 하며 비질을 할 노릇입니다. 나는 언제나 고운 눈빛으로 나무를 바라보고 아이들을 바라보며 보금자리를 바라볼 노릇입니다. 예쁜 손길일 때에 예쁘게 쓰는 글입니다. 고운 눈빛일 때에 곱게 나누는 사랑입니다. 예쁜 손길로 밭을 일굽니다. 고운 눈빛으로 빨래를 개고 아이를 안습니다.


.. 여기, 변변히 걸어본 적 없는 자, / 고이 늙지 못한다 ..  (거울들)


  둘째 아이 똥바지를 빨래합니다. 2012년 6월 29일, 둘째 아이는 첫돌을 지난 지 한 달 남짓 되었습니다. 앞으로 둘째 아이가 스스로 똥오줌을 가릴 때까지 내 똥바지 빨래는 죽 이어집니다. 아이는 앞으로 무럭무럭 자랄 테고, 머잖아 똥이며 오줌을 가릴 테지요. 똥이며 오줌을 가릴 뿐 아니라 조잘조잘 수다쟁이가 될 무렵이면, 아이는 아이가 똥이나 오줌을 못 가리며 바지뿐 아니라 방바닥 곳곳에 똥을 바르고 오줌을 퍼뜨린 줄 떠올리지 못할는지 모릅니다. 나도 내가 우리 아이들만 하던 갓난쟁이 적에 똥오줌을 얼마나 퍼질러댔는지 잘 떠올리지 못하고, 내 어머니 손이 얼마나 많이 가야 했는지 되새기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어머니는 내 똥바지나 오줌기저귀를 숱하게 갈았고, 꾸준히 밥을 먹였으며, 한결같이 포근한 자장노래로 잠을 재워 주었어요. 나는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곱게 사랑하고 맑게 믿은 마음빛을 먹으며 오늘과 같이 자랐어요. 나는 내 나름대로 내 마음빛을 새롭게 가다듬어 우리 아이들을 돌봅니다. 우리 아이들은 나와 옆지기한테서 새로운 마음빛을 찬찬히 받아먹으면서 하루하루 자랄 테고, 이렇게 자라난 새로운 힘으로 저희 꿈을 펼치면서 새삼스럽게 저희 사랑을 새록새록 꽃피우겠지요.


  그런데 이 고운 마음빛이 맨 먼저 어디에서 비롯했는지는 모릅니다. 어느 어버이가 맨 먼저 고운 마음빛을 펼쳐 이 땅에 태어났는지는 모릅니다.


  어느 하느님이 빚었는지, 어느 땅님이 빚었는지, 어느 사랑님이 빚었는지, 어느 꿈님이 빚었는지는 몰라요. 그렇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누군가 내가 오늘 이곳에서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꿈꾸었습니다. 누군가 마음속으로 곱게 꿈꾸었기에 내가 오늘 이곳에서 태어나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나는 나대로 오늘 하루 새롭게 꿈 하나 곱게 꾸면서 우리 아이들을 보살피고,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저희 아이들을 차근차근 어루만지며 살아갈 수 있어요.


.. 오, 내 흉한 눈, 죽은 눈. / 생각도 감각도 없이 / 바라보는 것을 시들게 하는 ..  (좀 비)


  생각이 삶을 빚습니다. 좋은 생각이 좋은 삶을 빚습니다.


  생각은 삶을 빚어요. 궂은 생각은 궂은 삶을 빚어요.


  삶이 생각을 빚습니다. 좋게 일구는 삶이 좋게 빛나는 생각을 빚습니다.


  삶은 생각을 빚어요. 궂게 팽개치는 삶이 궂게 나동그라지는 생각을 빚어요.


.. 이파리에서 이파리로 / 가지 끝에서 가지 끝으로 / 파르르 떨림이 퍼진다. // 혹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 매우 유창한 듯도 하고 / 몹시 더듬는 듯도 하다. / 오참, 내가 언제 / 잠시라도 나무들에게 / 귀기울인 적이나 있었다고 ..  (오월, 하고도 스무여드레)


  아이들 옷가지 빨래는 날마다 수북합니다. 하루 네 차례 빨래를 해야 비로소 숨통을 틉니다. 나는 내 손으로 옷가지를 복복 비비고 슥슥 헹구며 꾹꾹 짭니다. 내 손은 내 몸에 달려 내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데, 내 마음이 좋을 때에는 내 손은 좋게 움직이고, 내 마음이 무거울 때에는 내 손 또한 무겁게 움직입니다.


  이른아침과 늦은아침과 한낮과 늦은낮에 하는 빨래는 고운 햇살과 맑은 바람이 보송보송 말립니다. 어쩌다가 저녁에 다섯 차례째 빨래를 하고야 말면, 이 빨래는 방안 곳곳에 넙니다. 방안 곳곳에서 천천히 마르면서 집안에 메마르지 않게 도와줍니다. 방안 곳곳에 옷걸이에 꿰어 넌 빨래를 아침에 일어나 걷을라치면 뽀독뽀독 잘 말랐어요. 햇살과 바람 먹으며 마른 빨래처럼 상큼하지는 않지만, 느낌이 참 좋아요. 밤새 우리 식구들 살가이 어루만지며 말랐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요.


  그러고 보면, 빨래를 할 적마다 빨래한테 말을 겁니다.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좋아, 좋아, 좋아.


  이 옷가지를 들고 곱게 개어 옷장에 곱게 놓습니다. 이 옷가지를 꺼내어 아이한테 곱게 입힙니다. 때때로 미운 마음으로 옷을 개거나, 미운 마음으로 아이한테 옷을 입힐 때면, 내 미운 마음은 그만 아이한테 옮습니다. 아이한테 옮은 미운 마음은 다시 나한테 찾아듭니다. 아이가 미운 티끌을 털어내면서 온통 내 가슴속에 미운 가시가 박힙니다.


..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  (말의 힘)


  가는 말이 고울 때에 오는 말이 고울밖에 없습니다. 가는 말이 미울 적에 오는 말이 미울밖에 없습니다. 아, 너무나 마땅한 노릇이라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하지, 미운 아이 꿀밤 한 대 먹인다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미움’이란 살살 달래고 토닥이면서 ‘사랑’이 되도록 할 마음결이지, 꾸짖거나 나무라거나 괴롭히거나 등돌리면서 못살게 굴어 ‘더 아픈 미움’이나 ‘더 슬픈 미움’이 되도록 할 마음무늬가 아니거든요.


  누구나 사랑을 먹고 싶지, 미움을 먹고 싶지 않아요. 누구나 꿈을 먹고 싶지, 가시를 먹고 싶지 않아요.


  내가 바라보기에 고운 아이이든 미운 아이이든, 나는 그저 ‘아이’라 느끼며 바라보면서 떡 하나 함께 나눌 때에 즐겁습니다. 내가 보기에 모든 ‘아이’들 예쁜 모습을 해맑게 맞아들이면서 나도 떡 한 점 먹고 너도 떡 한 점 먹으렴, 하면서 웃음을 나눌 때에 기쁩니다.


.. 누군가 불 붙여놓은 촛불 앞에서 / 재빨리 기도한 적이 있다. / 그 기도는 지극히 속된 것이었다. / 근사한 시를 쓰게 해달라는 것, / 약간의 돈이 생기게 해달라는 것, / 또, 나를, 용서해달라는 것 ..  (지극히 속된 기도)


  황인숙 님 시집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문학과지성사,1998)를 읽습니다. 황인숙 님은 어이하여 “내 슬프게 가라앉은 소담스럽게 고운 이”를 노래할까 궁금합니다. 그러나, 황인숙 님 넋이 이와 같으니 이와 같은 넋에 따라 삶을 누리겠지요. 이와 같은 삶에 따라 이와 같은 넋을 보듬겠지요.


  어느 한때는 슬프다가도 어느 한때는 기쁠 테지요. 어느 한때는 잔뜩 가라앉다가도 어느 한때는 한껏 부풀어오를 테지요. 어느 한때는 내 곁 아름다운 이를 노래하다가, 어느 한때는 내 둘레 가여운 이를 노래할 테지요.


  시를 쓰면서 삶을 짓습니다. 삶을 지으면서 시를 씁니다. 시를 쓰면서 넋을 짓습니다. 넋을 지으면서 시를 짓습니다. 나는 나한테 가장 빛나는 시를 생각하면서 삶을 짓습니다. 나는 나한테 가장 좋은 삶을 생각하면서 시를 짓습니다. (4345.6.2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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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28) 차모임

 

레니와 헤크마이어는 오후의 차모임에 초대받았다
《오드리 설킬드/허진 옮김-레니 리펜슈탈 : 금지된 열정》(마티,2006) 425쪽

 

  “오후(午後)의 차모임에”는 “낮에 있을 차모임에”나 “낮에 있는 차모임에”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초대(招待)받았다’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부름을 받았다”나 “가게 되었다”로 손볼 수 있어요. 차근차근 생각을 기울여 한결 알맞고 사랑스레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제도권교육에 길든 말투대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쓴다 하더라도, 둘레 사람들은 뜻을 헤아릴 수 있다지만, 사랑스러운 결을 헤아리며 글을 쓴다면,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뜻읽기뿐 아니라 사랑읽기를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문득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티타임(teatime)’이라는 낱말이 국어사전에 실렸을까 궁금했는데, 참말 실립니다. 어, 이런 영어를 국어사전에 실어도 되나 아리송한데, 아무튼 ‘티타임’ 말풀이는 “차 마시는 시간. ‘휴식 시간’으로 순화”라 적힙니다. 곧, ‘국어순화’를 해야 하는 낱말인 ‘티타임’인 셈인데, 고쳐써야 할 낱말이라면 국어사전에 안 올려야 마땅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낱말은 국어사전이 아닌 ‘국어순화사전’에 올릴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티브레이크(Tea Break)’ 같은 영어는 국어사전에 안 실립니다.


  다만, ‘차모임’ 같은 낱말도 국어사전에 안 실려요. 차를 마시는 모임이라는 뜻에서 쓰는 ‘차모임’일 텐데, 국어사전에는 ‘티타임’이 아닌 ‘차모임’ 같은 낱말을 실으면서, 사람들 말매무새를 예쁘게 추스르도록 도와야 아름답지 않겠느냐 싶어요.


  그나저나, 책을 읽다가 깜짝 놀라서 밑줄을 긋고 책을 덮습니다. ‘차모임’이라는 낱말 하나 만나면서 ‘그래,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래, 참말, 이렇게 써도 되지. 더구나 이렇게 책에까지 어엿하게 실린 낱말이니, 우리도 이제는 이와 같이 말하면 되겠네.’ 하고 생각을 잇습니다.


  다시 책을 펼쳐 읽습니다. 한동안 책을 기쁘게 즐기다가 또다시 덮고는, 이제 셈틀을 켜고 인터넷에 들어가서 찾기창에 ‘차모임’이라는 낱말을 넣습니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 모임을 가리키는 ‘차모임’이 더러 눈에 뜨이지만, 거의 모든 ‘차모임’은 ‘계모임’과 마찬가지로, 퍽 예전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즐겨쓰는 낱말입니다. 나는 여태 몰랐지만, 사람들은 참 자주 흔히 으레 쓰는 낱말인 줄 처음으로 알아차립니다.

 

 차 마시는 모임 / 차 즐기는 모임
 차 마심이 모임 / 차 즐김이 모임

 

  인터넷에서 언제 글까지 찾아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1998년에 쓰인 ‘차모임’까지는 찾아보기가 됩니다. 아마, 1998년이 아닌 1991년에도 이 낱말을 쓴 사람이 있지 않았으랴 싶고, 1981년이나 1971년에도 이 낱말을 쓴 사람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아마 예전에는 ‘차모임’처럼 붙이지 않고 ‘차 모임’처럼 띄어서 적었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띄어서 ‘차 모임’이라 적으면, ‘보기글 모으기(용례 수집)’에 걸려들지 않아, 국어사전을 엮으며 새 낱말을 넣으려고 할 때에 그물에서 벗어나고 맙니다.


  ‘신나다’ 같은 낱말은 아직까지도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차모임’이나 ‘신나다’나 서로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은데, 처음부터 이 낱말을 한 낱말로 삼아 국어사전에 싣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책과 신문에서 ‘신 나다’처럼 띄어서 썼습니다. 이러다 보니 ‘신 나다’로는 퍽 자주 쓰이기는 하나 ‘신나다’로 적힌 보기글이 없어서, 국어학자들은 “이 낱말 ‘신나다’는 쓰임새를 찾아볼 수 없으니 한 낱말로 삼을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참으로 뚱딴지 같은 이야기이지만, 오늘날까지 버젓이 이어지는 우리 모습입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북돋우는 길을 가로막은 모양새이고, 새롭게 한국말을 빚어내어 쓰지 못하도록 하는 노릇입니다.

 

 찻집 . 찻값 . 찻잔
 차모임 . 차즐김 . 차때

 

 인터넷에서 ‘차모임’을 찾아니, ‘차모임(Tea Break)’처럼 적는 분들이 곧잘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티타임’이나 ‘티브레이크’라고 말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예전에 함께 어울리던 동아리 동무 하나는, “야, 우리 티타임 하자.” 하고 말하다가, “어? 우리, ‘우리 말 동아리’였잖아. ‘티타임’ 같은 말은 쓰면 안 되지. 그런데, 그럼 뭐라고 하지? ‘차 시간’? 그럼 버스 기다리는 시간하고 헷갈리잖아? ‘차 때’? 음, 이건 좀 이상한데. 아무래도 ‘티타임’은 그냥 ‘티타임’이라고 해야겠다. 안 그러냐?” 하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티타임’을 걸러낼 마땅한 낱말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차때’라는 말마디를 혀에 얹어 굴려 보지만, 영 와닿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 말마디를 쓰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은 ‘티타임’이나 ‘티브레이크’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데, ‘차때’ 같은 말마디를 쓸 일은 거의 없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이 ‘차모임’이라 쓴다면, 조금씩 가지를 치고 줄기를 뻗을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해 봅니다. 차를 즐기는 사람들 스스로 ‘차즐김이’라 말하고, 차를 즐기는 일을 가리켜 ‘차즐김’이라 해 볼 수 있다고 느낍니다.


  만화를 좋아하는 어느 분은 스스로를 ‘만화즐김이’라고 일컫습니다. 이런 이름 그대로, 저는 저 스스로를 ‘사진즐김이’나 ‘책즐김이’라 일컬을 수 있고, ‘골목즐김이’나 ‘헌책방즐김이’라 일컬을 수 있습니다. ‘우리말즐김이’처럼 제 삶을 이야기해도 어울릴 테지요.

 

 -모임 : 차모임 . 책모임 . 시모임 . 영화모임 . 춤모임 . 노래모임
 -즐김이 : 차즐김이 . 책즐김이 . 시즐김이 . 영화즐김이 . 춤즐김이 . 노래즐김이

 

  한 마디를 곱씹으면서 두 마디를 헤아려 봅니다. 두 마디를 헤아리며 세 마디를 되뇌어 봅니다. 세 마디를 되뇌면서 네 마디를 꿈꿉니다. 우리한테는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빛낼 시원하고 깊은 샘물이 깃들어 늘 맑게 솟는다고 느낍니다. 사람들 누구한테나 제 겨레 글과 넋과 삶터를 북돋울 싱그럽고 너른 숨결이 잠든 채 깨워 주기를 기다린다고 느낍니다.


  따순 손길을 기다리는 말이 있습니다. 고운 마음길을 기다리는 글이 있습니다. 맑은 생각길을 뻗치면 맑은 말길 또한 뻗어나가고, 착한 삶길을 일구면 착한 글길 또한 기름지게 일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4342.8.25.불./4345.6.2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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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혼자 차지하는 마음

 


  면소재지에서 택시삯 고작 오천 원 들여 오 킬로미터 떨어진 발포 바닷가로 마실을 갈 수 있습니다. 걸어서 찾아간다든지 늘 집 앞에서 창문만 열면 바라볼 수 있다든지 하지는 않으나, 이렇게 가까운 곳에 다도해국립공원 바다를 만날 길이 있으니 좋습니다. 마땅한 일이기는 한데, 우리 식구는 이렇게 시골 터전을 신나게 즐기고 싶기에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이제껏 따로 꿈꾸지는 못했지만, 이제부터 우리 또다른 보금자리가 바닷가에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고 꿈꿉니다. 고즈넉한 멧자락 사이에 포근하게 안긴 호젓한 보금자리에서 살다가, 때때로 바다가 그리우면 바닷가에 건사한 좋은 보금자리로 옮겨 며칠이고 지낸다면 무척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바닷마을 한켠에 저희 보금자리를 따로 마련할 수 있어요. 이렇게 되면, 우리는 서로서로 오가면서 좋은 삶을 가없이 누릴 수 있겠지요.


  그리 이르지 않은 아침이지만, 발포 바닷가에 아무도 없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니 오직 우리들만 있습니다. 사람도 없고 자동차도 없습니다. 물결이 일렁이며 내는 솨솨 촤르르 소리만 가득합니다. 바다를 우리 네 식구만 한껏 누리네, 하고 생각합니다. 이 둘레에서 바다를 누리는 사람은 우리뿐이네, 하고 생각합니다.


  바닷가 모래밭을 따라 빙 두룬 후박나무와 소나무도 언제나 이 바다를 누리겠지요. 논밭 가득한 마을 한복판에서는 바람이 거의 안 불지만, 바닷가에서는 바닷바람이 그치지 않습니다. 낮밥을 먹으며 후박나무를 올려다봅니다. 열매가 까맣게 잘 익었습니다. 바닷가 둘레에서 살아가는 멧새는 틈틈이 후박나무로 찾아들어 까만 열매를 맛나게 먹겠지요. 새들도 후박열매를 먹는 동안 기쁘게 바다를 누릴 테지요.


  신을 벗습니다. 맨발로 모래밭을 걷습니다. 바닷물 앞에 섭니다. 스스럼없이 발을 담급니다. 찌르르 시원한 바닷물 느낌이 발가락 끄트머리부터 머리카락 끄트머리까지 올라옵니다. 이 바닷물은 이곳부터 어디까지 이어졌을까요. 이 바닷물은 지구별을 어떠한 품으로 곱게 안아 줄까요. 이 바닷물에 깃들어 숨을 쉬는 목숨은 얼마나 많을까요.


  너른 바다는 사람들 누구나 너른 넋이 되고 너른 사랑이 되어 너른 꿈을 빚으라고 속삭입니다. 따순 바다는 사람들 모두 따순 얼이 되고 따순 마음이 되어 따순 이야기를 나누라고 노래합니다.


  내 좋은 이웃과 동무들이 좋은 바다를 가까이할 수 있기를 빕니다. 내 좋은 곁사람들이 텔레비전이나 셈틀이나 보고서나 자동차나 고속도로나 높은 건물이나 아파트만 들여다보지 말고, 상큼하고 해맑으며 파랗게 빛나 하늘과 하나되는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기를 빕니다. (4345.6.2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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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 만에 다시 바다로

 


  사흘 만에 다시 바다로 간다. 아이들 재채기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사흘 앞서도 아이들이 갤갤거리기는 하나, 맑은 해님을 믿으며 마실을 갔다. 오늘도 맑은 해님을 믿으며 마실을 간다.


  군내버스 때에 맞추어 짐을 꾸려 나오는데, 버스 타는 데에 닿기 앞서 그만 버스가 훌쩍 떠난다. 사흘 앞서보다 3분이나 일찍 왔다. 우리가 더 일찍부터 짐을 꾸렸으면 안 놓쳤을 테지만, 어쩐지 서운하다. 그러나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다. 면소재지까지 버스삯 2200원이지만, 택시를 불러서 타도 4000원. 네 식구 타는 택시이니까 비싸다는 생각을 안 한다.


  이제 한창 물놀이철이 될 테니 사람들이 제법 찾아올는지 모르겠구나 싶다. 칠월을 넘어서면 아마 발디딜 틈이 없을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마구 찾아와서 복닥거리기 앞서 우리 마을 바닷가를 실컷 즐기자고 생각한다.


  면소재지에서 5.1킬로미터 떨어진 바다까지 금세 닿는다. 바닷가에는 아무도 없다. 그야말로 아무도 없다. 아침 열한 시 반 즈음 바다로 와서 노는 사람은 없으려나. 꾸려 온 도시락이랑 면소재지에서 장만한 먹을거리를 내놓는다. 천천히 신나게 먹으며 바닷바람을 쐰다. 물결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바다로 뛰어든다. 모두를 따사로이 품는 바다라 하지만, 오늘만큼은 온통 우리들 품에 안긴다. (4345.6.2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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