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누나가 입혀 준 치마

 


  큰아이가 작은아이한테 곧잘 치마를 입혀 준다. 아직 바지는 입혀 주지 못하지만 치마는 밑에서 쑤욱 올리면 되니까, 퍽 손쉽게 입힌다. 누나가 입힌 치마를 입은 산들보라는 씨익씨익 웃으면서 맨발로 마당을 돌아다닌다. (4345.9.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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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한복 입는 어린이

 


  한복을 아직 ‘한벅’이라고 말하는 큰아이는 집에서 한복 입기를 좋아한다. 예쁜 치마라 하면서 스스로 입고 벗는다. 그런데 한복 치마를 입고 개구지게 뛰놀기에는 안 좋으니 한참 입었다가 벗고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놀다가 다시 한복을 입곤 한다. 명절이 아닌 때에 한복을 입고 노는 다른 집 아이가 있을까. 여느 날 한복을 입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가는 아이가 있을까. (4345.9.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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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읽기
― 천천히 알아보며 즐긴다

 


  나는 2000년부터 해마다 부산을 찾아갑니다. 부산에 아는 얼굴이 여럿 있기도 하지만, 아는 얼굴을 보러 찾아가는 부산은 아닙니다. 부산에는 골목골목 어여쁜 헌책방이 있기도 하고, 보수동에는 헌책방골목이 있습니다. 나는 보수동에 있는 헌책방골목을 비롯해서, 골목골목 깃든 어여쁜 헌책방을 누리고 싶은 마음으로 부산을 찾아갑니다.


  해마다 한 차례나 두 차례 찾아가면서 사진을 조금씩 찍습니다. 한 해에 필름사진 백오십 장에서 이백 장 즈음? 어느새 열 해 남짓 부산 나들이를 하니까 필름사진이 이천 장 즈음 모입니다. 나로서는 뜻한 일은 아니었으나 열 해 남짓 사진을 찍으며 이런저런 달라진 모습을 느낍니다. 어느 헌책방은 간판이 바뀌고, 어느 헌책방은 문을 닫습니다. 어느 헌책방은 새로 문을 열고, 헌책방마다 일꾼들 매무새가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해마다 나이를 먹으니까요.


  자리를 옮기는 헌책방을 봅니다. 어느 헌책방 할배는 그만 숨을 거둡니다. 어느 헌책방은 책꽂이를 바꾸고, 어느 헌책방은 새 일꾼이 들어옵니다. 이쪽 헌책방에서 여느 일꾼으로 일하다가 저쪽 골목에서 씩씩하게 새 가게를 차려 사장님이 된 분을 만납니다. 헌책방골목 이름이 차츰 널리 알려지면서 부산시청인지 중구청에서 골목 거님돌을 새로 깔아 줍니다. 이동안 보수동 한켠에 ‘헌책방 빌딩’이 하나 서며, 헌책방골목을 기리는 전시관이 생깁니다.


  누구라도 스스로 좋아하는 무엇 하나를 사진으로 찍을 때에는 열 해이든 스무 해이든, 또 서른 해이든 마흔 해이든 줄기차게 찍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면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겠지요. 빛을 보고 그림자를 보겠지요. 맑은 날을 보고 흐린 날을 보겠지요. 웃는 얼굴과 우는 얼굴을 보겠지요.


  아이들 자라나는 흐름을 찍는 여느 어버이도 다큐멘터리 사진쟁이라고 느낍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사진감 하나를 씩씩하게 사진으로 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진가’, 곧 ‘사진쟁이’라는 이름을 얻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올해에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서 사진잔치를 열며 붙일 사진을 고르다가, 2009년에 찍은 사진 한 장 오래도록 들여다봅니다. 그예 문을 닫은 헌책방 간판을 떼는 사진입니다. 옛 헌책방 한 곳 문을 닫으며 퍽 오랫동안 빈자리가 되었는데, 이 텅 빈 곳에 젊은 분이 새 헌책방을 열었어요. 그래서 나는 옛 헌책방 모습과 헐린 모습과 새 헌책방 모습을 여러 해에 걸쳐 몇 장씩 찍습니다. (4345.9.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사진책 읽는 즐거움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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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바람아 바람아
네 가장 고운 목소리로
우리 아이들한테
맑은 노래 한 가락
예쁘게 들려주렴.

 


4345.6.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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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보는 눈 188 : 가을 일손과 시골 고등학교

 


  한가을로 접어드는 날씨를 누리며 들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달립니다. 지난 2011년에 전남 고흥 시골마을로 들어온 우리 식구한테는 아직 우리 땅이 없이 이웃 할머니나 할아버지처럼 흙을 일구지 못하니다. 그러나 우리 땅이 없으니 네 식구 오붓하게 나들이를 다닙니다. 자전거를 몰아 이웃마을로 가고, 택시를 불러 바닷가를 다녀옵니다. 오가는 택시삯 만사천 원이면 하루 내내 바다를 실컷 누립니다. 나중에 우리 땅을 장만하면 우리도 한가을에 무척 부산할 테지, 하고 생각하며 할머니들 콩털기를 바라봅니다. 할아버지가 경운기를 몰아 콩포기를 밟으면 할머니는 곁에 주저앉아 나무방망이로 텅텅 하고 두들깁니다.


  시골 마을 일손은 하나같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뿐입니다. 아주머니나 아저씨조차 볼 수 없으며, 젊은이나 푸름이나 어린이는 아예 없습니다. 젊은이는 거의 모두 도시로 나가 회사원이나 공장 일꾼이 되었고, 푸름이와 어린이는 학교에 있습니다.


  시골마을 고흥군은 2012년 겨울에 나로섬에 있는 나로고등학교가 문을 닫습니다. 2014년 겨울이 되면 거금섬에 있는 금산고등학교가 문을 닫습니다. 학생 숫자가 적으면 학교를 닫을 수 있다지만, 나로섬과 거금섬 학교 학생은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고등학교가 통폐합되어 읍내 고등학교로 가야 한다면, 이 아이들은 집하고 떨어진 채 무척 먼 곳에서 어릴 적부터 ‘타향살이’를 해야 하는 셈입니다. 교육행정 맡은 분들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헤아리거나 사랑하면서 일을 하는지, 아니면 숫자와 실적에 맞추어 효율과 능율을 따지며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셀마 라게를뢰프 님이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청소년문학 《닐스의 신기한 여행》(오즈북스,2006) 1권을 읽습니다. 1906∼1907년에 쓴 이 문학책은 ‘스웨덴 교육부’에서 작가 한 사람한테 맡겨서 쓴 ‘지리 수업 부교재’라고 해요.


  “한 번이라도 저녁에 덤불 속에서 들려오는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들으면서 여기 암벽가에 앉아 저기 저 너머 칼마르 해협을 바라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섬이 다른 섬들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생겨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208쪽).” 같은 이야기가 흐르는 ‘지리 수업 부교재’가 1906∼1907년에 태어날 수 있던 스웨덴 교육 행정을 생각해 봅니다. 한국에서는 어떤 교재와 부교재로 아이들한테 마을과 이웃과 어버이와 동무를 사랑하거나 아끼는 길을 밝힐까요.


  정영신 님이 한국땅 골골샅샅 누비며 사진을 찍어 빚은 《한국의 장터》(눈빛,2012)라는 두툼한 책을 읽습니다. “차들이 다니지 않았던 오래전 어린 시절의 장터를 상상해 본다. 사람들은 현대식 의복도 아닌 허름한 옷차림에 짐 보따리를 이고 지고 나와 공터에 보따리를 풀어 놓았을 것이다(61쪽).”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문명은 더 높아지고 기계는 더 나아진다는데, 사람들 살림살이는 어느 만큼 즐겁게 거듭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기계를 쓰거나 쓰리디 영화를 볼 수 있는 오늘날은 참으로 즐거운 지구별일까요. 고등학교도 중학교도 초등학교도 한가을 바쁜 일철에 ‘아이들 어버이’나 ‘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 일손을 거들지 못하지만, 누구나 콩밥을 먹고 쌀밥을 먹으며 상추쌈을 먹습니다. (4345.9.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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