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으로 읽기

 


  자그마한 헌책방을 찾아갑니다. 찾아가 보니, 크기가 작아 ‘자그마한 헌책방’이라 말하지만, 이곳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곳입니다. 크기가 크대서 ‘더 나은’ 헌책방이 아니요, 크기가 작대서 ‘덜 떨어지는’ 헌책방이 아닙니다. 책을 더 많이 읽었다는 사람이 더 뛰어난 사람이 아니요, 책을 적게 읽은 사람이 덜 떨어진 사람이 아니듯, 책방이나 책터는 크기로 따지지 않습니다.


  갖춘 책이 더 많아야 더 좋은 헌책방이 되지 않습니다. 사고파는 책 가짓수나 숫자가 더 많아야 더 훌륭한 헌책방이 되지 않습니다. 나는 어느 헌책방에 들든 내가 읽을 마음이 드는 책 하나 만나면 됩니다. 주머니를 털어 책 하나 장만하지 않더라도, 책시렁을 가만히 돌아보며 책내음을 맡고 책이야기 느낄 수 있으면 됩니다.


  사진 한 장을 찍습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습니다. 어떤 모습을 남기려고 찍는 사진이란 없습니다. 어떤 모습을 남기려고 찍는 사진이란 나한테는 아무 값을 못합니다. 오직 하나, 나 스스로 좋아하는 마음이 샘솟는 데에 좋아하는 그대로 찍는 사진만 값합니다. 아이들을 찍든, 내 보금자리와 시골마을을 찍든, 또 헌책방을 찍든, 이웃을 찍든, 자전거를 찍든, 내 마음속 가장 따사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사진기를 들 때에 비로소 뿌듯하고 즐거습니다.


  나는 사진 한 장을 찍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삶을 읽습니다. 나는 사진 한 장을 찍으면서 내가 마음으로 아낄 이웃 삶을 읽습니다. 나는 사진 한 장을 찍으면서 지구별 삶을 읽고, 내 발자국이 닿는 아름다운 삶터를 읽습니다. (4345.9.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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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오징어 소녀 11
안베 마사히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왜 쳐다봐?
 [만화책 즐겨읽기 180] 안베 마사히로, 《침략! 오징어 소녀 (11)》(대원씨아이,2012)

 


  아이들은 개미를 가만히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들 합니다. 참말 그래요. 그렇지만 오늘날 어른이나 어버이 가운데 이녁 아이가 개미를 가만히 바라보며 여러 시간을 보낸다 할 때에,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거나 걱정없이 다른 볼일을 보는 분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요.


  아이들은 개미뿐 아니라 들풀이나 들꽃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몇 시간쯤 가벼이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만 이와 같지 않아요. 어른도 이와 같아요. 어느 어른이라 하더라도 들풀 한 포기나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며 여러 시간을 너그러이 누릴 수 있어요.


- “새해 복 많이 받아라징어! 올해도 잘 부탁한다징어! 근데 세뱃돈은 왜 안 주냐징어?” “그런 문화는 귀신같이 안다니까.” (3쪽)
- “놀이기구 하나 만드는데 사람과 수고가 얼마나 많이 드는데. 게다가 정기적으로 점검도 해야 하는걸. 그래도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매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오징어 소녀는 그걸 혼자서 다 해내는 거니까, 놀이기구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오징어 소녀야말로 놀이기구 계의 침략자라 할 수 있지.” (49쪽)


  외딴섬에 갇힐 적에 무엇을 가져가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요. 아마 이것저것 떠올리며 챙길 수 있겠지요. 스스로 외딴섬에서 지내 보지 않았다면 외딴섬 삶이 어떠한가를 알 수 없을 텐데, 외딴섬에 책이나 영화나 놀잇감을 애써 가져가야 삶을 즐기거나 누릴 수 있지는 않아요. 외딴섬에서는 섬을 생각하고, 섬이 깃든 바다를 헤아리며, 섬을 둘러싼 하늘을 돌아보면 돼요.


  하루 내내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어요. 하루 내내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요. 하루 내내 섬을 돌며 생각에 잠길 수 있어요.


  어떤 성과를 내거나 목표를 이루거나 결과를 빚어야 하는 삶이 아니에요. 어떤 경제성장을 이루거나 연봉을 받거나 은행계좌를 불려야 하는 삶이 아니에요. 날마다 기쁘게 웃고, 언제나 맑게 노래하면 좋은 삶이에요.


  아침에 햇살을 마주하며 기지개를 켜면 즐겁습니다. 차츰 낮이 되는 햇살을 쳐다보며 싱긋빙긋 웃으면 즐겁습니다. 낮 동안 멧새와 들새가 얼마나 바지런히 날아다니며 부산을 떠는가를 살펴보면 즐겁습니다. 뉘엿뉘엿 기우는 햇살을 느끼며 빨래를 걷고 천천히 개면 즐겁습니다.

 

 


- “(귀신의 집) 거기 있는 애들은 아주 적극적이야!” “더 무섭잖냐징어?” “그래 봤자 다 가짜야.” (22쪽)
- “이런 게 뭐가 재밌냐징어.” “귀신을 볼 때마다 펄쩍 뛰는 널 보는 게 재미있는 거지.” “못됐다징어.” (25쪽)
- “밤에도 일하니까 보고 싶은 TV프로그램을 못 본다징어! 생각이 짧았다징어!” (149쪽)


  오늘날에 이르러 ‘집일’을 ‘가사노동’으로 여기곤 하는데, 이렇게 가사노동으로 여기는 집일을 ‘돈벌이로 치면 돈을 얼마나 번다 하는가’를 숫자로 따지기까지 해요. 그래서, 집에서 일하는 살림꾼이 ‘무보수 푸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온통 가시내한테 굴레처럼 집일을 뒤집어씌우며 꿈날개를 못 펴도록 한다고 여겨요.


  어느 모로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리라 느껴요. 그러나, 집일을 왜 ‘가사노동’이라는 틀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아리송해요. 집에서 하는 일, 곧 집일은 ‘집살림’이거든요. 집살림은 어떤 돈을 바라며 하는 일이 아니에요.


  아이를 사랑하는 집살림입니다. 아이가 커서 돈을 벌어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가사노동이 아니에요. 아이키우기는 그저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도록 곁에서 도우며 어깨동무하는 삶이지 ‘육아노동’이 될 수 없어요.


  이른바 ‘가사 노동자’란 없어요. 집 바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한테도 똑같이 말할 수 있어요. ‘회사 노동자’나 ‘공장 노동자’ 또한 없어요. 스스로 회사나 공장에서 톱니바퀴 몫만 한다면야 노동자가 되겠지요. 그렇지만, 톱니바퀴 노릇 아닌 사람 노릇을 한다면, 스스로 가장 즐겁게 여길 일거리를 찾아 언제나 가장 즐겁게 삶을 빛낸다면, 이때에는 ‘경제활동’이나 ‘노동’이 아니에요. 집안일과 맞물리는 ‘집밖일’이 되면서, 스스로 삶을 가꾸는 ‘삶일’이에요. 한 마디로 ‘삶’입니다.


  삶일 때에는 어떤 일이고 힘들지 않아요. 아이가 개미를 하염없이 바라보듯, 어른도 스스로 가장 좋아하고 가장 아름답다 여기는 일을 하며 힘들지 않아요. 왜냐하면, ‘일 = 놀이’요, ‘놀이 = 일’이기 때문입니다. 삶을 밝히는 일이란 삶을 밝히는 놀이요, 삶을 누리는 놀이란 삶을 누리는 일이에요.


  누구라도 스스로 삶을 밝히면서 누려야지,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굴레를 뒤집어쓸 까닭이 없어요. 돈을 벌 때에도 즐겁게 돈을 벌고 즐겁게 돈을 써야지, 통장에 남은 돈이 줄어든다고 걱정할 까닭이란 없어요. 벌이가 적거나 많다고 가름할 수 없어요. 99만 원을 벌든 100만 원을 벌든 101만 원을 벌든 같아요. 102만 원이나 103만 원이나 같은 일이듯, 차츰 꼬리를 물고 물어 5만 원을 벌든 5억 원을 벌든 같아요. 왜냐하면, 돈을 많이 번다 하더라도 스스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슬픈 굴레에 갇힌 모습이요, 돈을 적게 번다 하더라도 스스로 웃고 노래하는 삶을 누리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우는 모습이거든요.


- “여자만 감시하고 그러면 못써.” “안 그래!” “농담이다. 네가 열심히 일하는 거 잘 알아.” “어?” “아들이 얼마나 활약하고 있는지 자랑을 하려 해도 뭘 알아야 하잖니. 지금까지 너 몰래 이렇게 찾아와서 가끔 보곤 했다.” (36쪽)
- “마당에 수영장이 있다징어. 부럽다징어!” “무슨 일이야? 우리 집도 코앞에 바다라는 거대한 수영장이 있잖아.” “그거랑 이건 다르다징어!” (95쪽)


  안베 마사히로 님 만화책 《침략! 오징어 소녀》(대원씨아이,2012) 열한째 권을 읽습니다. 사람나라로 쳐들어온 ‘오징어나라’ 가시내는 사람나라를 ‘치지’는 못하고, 사람나라에서 ‘삶을 누립’니다. 사람들이 바다를 하도 더렵히는 나머지, 바다에서 살기 힘들다며 뛰쳐나왔는데, 사람들을 일깨우거나 나무라며 이제 바다를 깨끗하게 하도록 이끌지는 못해요. 그러나 오징어 가시내는 씩씩합니다. 누가 무어라 하건 말건 스스로 바닷가 쓰레기를 줍습니다. 아이들한테 바닷가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정갈하게 지키자고 말하며 함께 놉니다. 어느새 오징어 가시내 스스로 ‘사람나라에 왜 찾아왔는’지 잊습니다. 왜 찾아왔는지는 잊으나, 하루하루 새롭게 맞이하고 언제나 새삼스레 웃고 떠듭니다.


- “자! 이러면 됐다! 찡오의 스케일에 비해 (달마 인형) 눈알 두 개는 너무 적잖아. 꿈도 많이 가지고, 다 이뤄야지!” “응!” (112쪽)
- ‘늘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징어. 존경의 눈빛이라면 몰라도 호기심의 눈빛은 별로 달갑지 않은데징어. 그렇다면징어.’ (129쪽)
- “신디를 하루 종일 관찰해 봤더니 어땠어?” “나팔꽃 관찰이 훨씬 재밌다징어.” (136쪽)


  나팔꽃은 나팔꽃을 쳐다보는 아이한테 ‘너, 왜 자꾸 나를 쳐다보니!’ 하고 따지거나 묻지 않습니다. 가만히 제 모습을 내줍니다. 햇살이나 구름이나 하늘이나 무지개 또한 우리들한테 ‘너 말야, 왜 자꾸 나를 쳐다보냐구!’ 하면서 윽박지르지 않아요. 햇살을 느끼고 구름을 누리며 하늘이랑 무지개를 올려다보는 우리들한테 고운 빛과 내음과 소리와 무늬와 결을 베풀어요.


  스스로 맑게 생각하며 맑은 말이 샘솟습니다. 맑은 말 샘솟는 하루를 빚으면서 맑은 삶 널리 나누는 어깨동무를 시나브로 이룹니다. 오징어 가시내는 ‘사람나라를 이녁 발 아래 놓는 지구 정복’을 하겠다고 곧잘 말하지만, 정작 오징어 가시내가 하는 일이란 ‘날마다 재미나게 놀고, 날마다 또 또 또 신나게 노는 일’입니다. (4345.9.24.달.ㅎㄲㅅㄱ)

 


― 침략! 오징어 소녀 11 (안베 마사히로 글·그림,김혜성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12.6.25./4500원)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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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치는 어린이

 


  이웃마을 모임에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간다. 모임이 열린 집에는 북(드럼)이 있다. 큰아이는 열한 살 언니가 이 북을 북채를 들고 치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언니가 다른 곳으로 가고 나서 북채를 들고는 통통 두들긴다. 북을 하나하나 통통 두들기며 소리를 느낀다. 이윽고 아이는 제 가락에 맞추어 북을 친다. 누구한테서 따로 배운 적 없는 북소리를 낸다. 아무한테서도 배우지 않은 북치기이니, 듣는 사람에 따라 가락을 달리 느낄 테지. 그저 좋고 그저 즐겁기에 북을 친다. 한 살 위인 여섯 살 언니하고 나란히 서서 북을 나누어 치기도 한다. 두 아이 북소리는 두 아이 북소리대로 예쁘게 울려퍼진다. (4345.9.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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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나물뜯기

 


  날마다 뜯어 날마다 먹는 텃밭 나물을 함께 뜯는다. 이제껏 언제나 혼자 뜯었으나, 아이들이 나물을 조금 더 맛나게 먹기를 바라며 함께 뜯는다. 텃밭에 따로 무얼 심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먹을 풀이 푸른 빛깔 뽐내며 쑥쑥 돋는다. 우리 식구는 조릿대랑 후박나무 어린 줄기 빼고는 다 먹는다. 산초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에서 튼 싹도 뜯어 먹는데, 산초풀은 산초열매처럼 싸아 하고 입에서 울린다. 질경이도 지칭개도 모시도 괭이밥도 까마중도 쇠비름도 다 먹는다. 돗나물은 싱그러운 잎사귀 몹시 곱기에, 돗나물 줄기를 뜯을 적마다 이처럼 고맙게 하늘이 내린 풀밥이란 얼마나 좋은가 하고 생각한다. 내가 이름을 모르든 알든, 이 풀은 내 밥이 되어 주고, 우리 식구 몸으로도 좋은 숨결이 되어 스며든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누가 따로 붙인 이름으로 알아야 할 풀은 아니다. 저마다 곱고 좋은 풀이다. 내가 이름을 알건 모르건 내 둘레 사람들 모두 고우면서 반갑다. 저마다 보금자리를 일구고 마을을 이룬다. 저마다 예쁜 삶 누리면서 지구별을 빛낸다. 내가 큰아이랑 나물을 뜯을 적에 내 이웃도 논둑이나 밭둑에서 나물을 뜯겠지. (4345.9.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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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권이 나오며 '완결편'이라 하는데, 14권을 읽을 때에 '끝'난 줄 알았다. 15권은 외전일까? 그런데, 15권에 어떤 이야기가 흐르리라는 생각이 뻔히 드니까,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망설인다. 만화는 만화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그리는 꿈을 담는데, <네가 없는 낙원>이 한결 아름다이 빛내는 마무리로 나아갈 수는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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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는 낙원 15
사노 미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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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2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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