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장작불 때며 세 식구 살아가는 편해문 님이 새로운 책을 내놓았군요. 아이들과 즐겁게 놀며 어른들 스스로 즐겁게 삶을 빚는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빌어요.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대한민국 부모님과 선생님께 드리는 글
편해문 지음 / 소나무 / 2012년 9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2년 10월 02일에 저장
구판절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버스·기차에서 풀려난 마음

 


  고흥에서 음성까지 아홉 시간 즈음, 다시 음성에서 고흥까지 아홉 시간 즈음, 아이들은 버스와 기차와 택시를 갈아타고 움직여야 한다. 어른도 만만하지 않은 길을 아이들은 참 잘 따라와 준다. 길이 막혀서도 아니요, 차가 없어서도 아니나, 오늘날 뻥뻥 잘 뚫렸다 하는 길이란 큰도시에서 다른 큰도시로 잇는 길일 뿐, 시골에서 다른 시골로 잇는 길은 거의 엉터리라 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시골과 시골을 잇는 길이 뻥뻥 뚫리기를 바라지 않는다. 시골과 시골은 앞으로도 시골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온 나라에 고속도로가 뚫리거나 고속철도가 놓여야 경제발전이나 사회발전이 아닐 뿐더러, 좋은 삶이나 즐거운 삶이 아니기도 하다. 좋은 숲을 누리면서 좋은 꿈을 키울 때에 좋은 삶이요, 즐거운 마실을 천천히 걸어서 다니며 즐거운 사랑을 오순도순 나눌 때에 즐거운 삶이다.


  버스에서도 기차에서도 풀려난 아이들은 홀가분하다. 기차를 내리고 나서 아이들은 마음대로 달리든 걷든 뛰든 노래하든 할 수 있다. 한가위 버스와 기차라 하지만, 아이들이 저희 마음껏 소리지르거나 뛸 수 없다. 어른들은 고속버스에서도 춤추고 노래하는데, 아이들이 고속버스나 시외버스에서 아이답게 쉬거나 놀 만한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는다. 어른들은 손전화 기계를 들여다보든 술을 마시든 무어를 하든 한다지만, 아이들이 기차에서 아이답게 뛰거나 놀거나 노래할 만한 틈을 마련해 놓지 않는다.


  곰곰이 돌아본다. 여러 시간 달리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나 기차에서 어린 아기들은 똥이든 오줌이든 눌 수 있다. 기차에는 뒷간이 딸리지만 어느 기차에서도 어른이 똥오줌 누기 좋도록 시설을 갖추지, 아이들이 똥오줌 누기 좋도록 시설을 갖추지 않는다. 어린이 눈높이로 된 시설이란 어디에도 드물다. 곧, 어린이처럼 여린 할머니나 할아버지나 장애인이 즐거이 누릴 시설이 없다고 할 만하다. 외국 손님을 헤아리는 안내글이나 안내방송이 있다지만, 외국 일꾼(그러니까 이주노동자)을 헤아리는 안내글이나 안내방송은 없다.


  어쨌든, 여덟 시간 먼길을 달린 끝에 아이들이 버스에서도 기차에서도 풀려난다. 마지막으로 택시 탈 일만 남는다. 이제 홀가분하게 뛰고 달리며 소리지른다. 아이들이 두 다리로 걷는다.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마음이랄까, 더는 몸을 옥죄이지 않아도 되는 마음이랄까, 우리는 우리 가고픈 대로 간다. 우리는 우리 하고픈 대로 한다. (4345.10.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산들보라 할머니하고

 


  저녁 늦게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닿는다. 아이들은 지칠 만하지만 지치기보다는 버스·기차·택시에서 옴쭉달싹 못하느라 끙끙거리던 몸을 풀 수 있어 좋다. 마룻바닥 이곳저곳으로 달리고 구르면서 논다. 할머니를 만나서도, 마음대로 뛰놀 수 있어서도, 그예 좋겠지. (4345.10.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개구쟁이 어린이

 


  이렇게든 저렇게든 할머니 곁에 붙어서 개구지게 놀고 싶은 어린이는, 할머니가 먹으라고 갖다 준 치즈 한 장을 입술에 찰싹 붙인다. 네 마음껏 놀아라. 네가 무슨 개구쟁이 짓을 하든 안 예쁘겠니. (4345.10.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녀고양이 2012-10-05 17:53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이 컸네... 아유 예뻐라

파란놀 2012-10-05 18:17   좋아요 0 | URL
그럼요~ ㅋㅋㅋㅋ
 


 도토리 줍는 책읽기

 


  9월 2일에 음성 할아버지 생일에 맞추어 나들이를 했고, 9월 28일에 한가위를 앞두고 다시 나들이를 한다. 9월 2일 멧자락을 살피니 도토리가 한창 여물려고 하지만, 푸른 빛이 감돌아 덜 익었다. 한가위 즈음 찾아오면 다 익겠거니 여겼는데, 한가위 즈음 도토리는 거의 모두 떨어졌다. 잘 익었을 뿐 아니라 거의 남김없이 바닥에 떨어져서 흙이랑 하나가 되었다.


  흙하고 한몸으로 섞인 도토리는 천천히 뿌리를 내리며 어린 참나무로 자랄 테지. 나는 아직 도토리나 잎사귀나 줄기나 나뭇가지를 살피면서, 네가 굴참나무인지 갈참나무인지 졸참나무인지 떡갈나무인지 상수리나무인지 가름하지 못한다. 그저 도토리요 그예 참나무라고만 여긴다. 이름을 옳게 살피지 못한다.


  참 마땅한 노릇이리라. 왜냐하면, 내가 도토리를 갈무리해서 도토리를 빻고, 도토리를 갈아 도토리묵을 쑤지 않으니까. 내가 몸소 도토리묵을 쑤면서 먹을거리를 마련한다면, 도토리마다 다 다른 맛과 내음을 느낄 테지. 도토리마다 다른 맛과 내음, 여기에 빛깔과 무늬와 모양을 느낀다면, 나는 눈을 감고도 참나무 이름을 찬찬히 헤아릴 수 있으리라.


  나무도감이나 열매도감 같은 책을 백 번 천 번 읽거나 외운대서 도토리를 알 수는 없다. 잎 그림을 백 번 천 번 그려도 도토리를 알 수는 없다.


  도토리를 주워서 먹어야 안다. 잎사귀를 어루만지며 그늘을 누리고, 숲에서 나물을 캐야 비로소 안다. 숲사람일 때에 숲을 이루는 나무를 알지, 숲사람이 아니고서 어떻게 도토리를 알거나 참나무를 안다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아직 숲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시골사람 되어 시골자락을 누리면, 나무와 풀과 꽃마다 어떤 이름인가를 알지 못하더라도 가슴을 활짝 열어 온갖 빛깔과 맛과 내음을 듬뿍 받아들일 수 있다. 모두모두 반가우며 푸른 빛깔이요 맛이요 내음이로구나 하고 느끼ㅕ 활짝 웃을 수 있다. (4345.10.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