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달인 줄 알고
참 밝네
노래했더니
웬걸
고샅길 외딴 구석
비춘다는
외등 켜졌네.

 


4345.7.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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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글쓰기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읽으셔요. 남들이 이런 책 좋다고 말한들 저런 책 대단하다 말한들 아랑곳하지 마셔요. 그런데, 무얼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는지 모르시나요? 내가 살아가는 그대로 내가 읽을 책을 만나면 돼요. 내가 살아가고 싶은 대로 살아가고, 내가 읽고 싶은 대로 읽으면 돼요. 내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해 주셔요. 내가 좋아하고 싶은 사람을 좋아해 주셔요. 내가 아끼고 싶은 사람을 아껴 주셔요. 이러한 넋 그대로 책을 만나요. 이러한 얼 그대로 보금자리를 일구어요. 이러한 꿈 그대로 숲을 일구어요.

  값이 싸대서 내가 읽을 책이 될 수 없어요. 이름있는 사람이 쓴 책이라서 내 삶을 아름답게 북돋우는 삶동무가 되지 않아요. 오직 내가 사랑하고 싶은 삶결 그대로 내가 사랑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책일 때에 내 삶동무가 되면서 책사랑을 이룰 수 있어요.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삶을 읽을 수 있어요. 삶을 읽을 수 있으면 사람을 읽을 수 있어요. 사람을 읽을 수 있으면 사랑을 읽을 수 있어요. 책을 읽는 까닭이라면, 삶과 사람을 거쳐 곱디곱게 흐르는 사랑을 읽고 싶기 때문이에요. 내가 사랑할 삶을 헤아리고 내가 사랑할 사람을 깨닫고 싶기에 책을 읽어요.


  책을 읽는 사람은 삶과 사람과 사랑을 읽기에 글을 쓸 수 있어요. 글이란 삶과 사람과 사랑이 얼크러진 이야기이거든요. 삶을 나누고 사람을 그리고 사랑을 나누려는 넋이 무지개처럼 빛날 때에 글 한 줄 태어나요. (4345.10.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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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꽂이 미는 아이

 


  작은아이가 헌책방에서 책꽂이를 밀며 논다. 두 겹으로 된 책꽂이 가운데 바깥쪽 것을 밀며 논다. 되게 무거운 책꽂이인데 작은아이가 용케 잘 민다. 삼십 분 넘도록 책꽂이를 이리 밀고 저리 밀며 논다. 훗. 너는 아니? 네 누나도 너만 한 나이에 이렇게 놀았어. 네 누나는 너희 어머니 아버지랑 헌책방마실을 다닐 때마다 책꽂이를 이리저리 밀고 책탑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팔힘을 길렀단다. 너도 네 나름대로 팔힘을 기르고 다리힘을 기르렴. 너는 네 나름대로 헌책방마실을 즐기렴. 굳이 책을 꺼내어 읽어야 책방마실이지는 않아. 책이 있는 터를 즐기고, 책과 함께 지내는 삶을 누리면 책방마실이야. 책꽂이를 만지작거려도 책놀이가 되고, 책을 살살 쓰다듬으며 아이 예쁘구나 말할 줄 알아도 책방마실이야. (4345.10.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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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 다니는 아버지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아이를 둘이나 셋 데리고’ 다니는 아버지를 만나기는 아주 힘들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아이들 둘이나 셋 데리고’ 다닐 뿐 아니라 너덧씩 데리고 다니는 어머니를 만나기는 아주 쉽다. 맞벌이를 하는 집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어버이를 살피면 언제나 어머니일 뿐, 아버지가 아이들을 도맡에 데리고 다니면서 마실을 하는 일이란 거의 없구나 싶다. 아이들이 제법 커서 스스로 똥오줌을 누고 가게에서 먹을거리를 살 만한 나이가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어버이 손길이 닿아야 하는 갓난쟁이나 많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아버지는 참으로 보기 어렵다.


  아이들은 어머니를 아버지보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으리라 느낀다. 어머니들은 ‘아기를 아끼고 아이를 사랑하는’ 유전자가 아버지들보다 훨씬 크거나 세거나 높다고 느끼지 않는다. 어머니한테 아기와 아이를 아끼는 유전자가 있다면, 어머니 스스로 이러한 유전자를 북돋았겠지. 아버지한테 아기와 아이를 아끼는 유전자가 없거나 적다면, 아버지 스스로 이러한 유전자를 안 북돋았겠지.


  어느 아이라 하더라도 사랑을 반긴다. 어느 아이라 하더라도 다그침이나 꾸중을 안 반긴다. 어느 아이라 하더라도 까르르 웃으면서 뛰노는 삶을 반긴다. 어느 아이라 하더라도 옴쑥달싹 못하게 꽁꽁 얽매어서 시험공부만 시키는 삶을 안 반긴다.


  그런데, 어른도 이와 같지 않을까. 어른이라 해서 꽁꽁 갇힌 삶을 반길까. 어른이라 해서 컨베이어벨트 부속품 같은 일을 반길까. 어른이라 해서 톱니바퀴처럼 쳇바퀴 도는 삶을 반길까. 어른들은 아이들을 먹여살리거나 집안을 꾸린다고 말하는데, 참말 삶을 일구면서 살림을 돌보자면, 어버이(어른) 스스로 가장 사랑스러운 터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일거리를 찾아 가장 사랑스러운 땀을 흘리면서 활짝 웃을 만한 삶을 누려야 한다고 느낀다.


  아이들과 다닌다. 아이들은 웃고 춤춘다. 아이들은 노래하고 뛰논다.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앞서, 나는 그저 내 두 다리로 온누리를 누비며 살아가는 나날을 좋아했다. 나한테 있는 돈은 온통 책을 사느라 다 썼기에 자가용 굴릴 돈은 남아나지 않기도 했으나, 두 다리를 움직여 이 골목 저 고샅 그 들판을 걸어다닐 때에 살아가는 기쁨을 누렸다.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나로서는 아이들 먹여살리는 데에 살림돈을 다 쓴다. 요사이는 책을 사서 읽는 돈은 거의 안 쓴다. 그렇다고 아쉽거나 서운하지 않다. 종이책은 덜 읽지만 ‘아이책’, 곧 ‘아이 눈빛과 몸짓과 마음결로 읽는 책’은 날마다 실컷 읽는다. 이리하여, 아이들과 살아가는 아버지인 나는 자가용은 못 굴리고, 두 팔로 아이들을 안고 걷는다. 큰아이는 커서 홀로 씩씩하게 저 앞으로 멀리 내닫다가 다시 나한테 달려온다. 작은아이는 작아서 혼자 걷고 뛰다 지치면 울먹울먹거리며 안아 달라 한다. 작은아이를 안는다. 작은아이를 걷고 큰아이 손을 잡는다. 내 등줄기와 허벅지와 이마와 어깨를 타고 땀이 비오듯 흐른다. 그런데 내 낯은 찡그리지 않는다. 그저 좋다. 이렇게 아이들 살내음을 느끼고 내 땀내음을 풍긴다. 아이들은 두 다리로 이 땅을 튼튼히 디디고, 두 팔로 이 하늘을 마음껏 껴안는다.


  내가 아버지 아닌 어머니였으면 어떠했을까. 어쩌면, 그러니까 내가 아버지 아닌 어머니로 태어나 살아갔다면 내 옆지기일 사내는 여느 사내들처럼 집일이나 집살림하고 등을 졌을까. 나는 어머니 아닌 아버지로 태어나서 오늘날 여느 어머니가 도맡는 집일이랑 집살림을 도맡을 수 있기에, ‘어머니 아닌 한 사람으로서 맡을 사랑과 꿈’이 무엇인가를 온몸 깊숙하게 느끼는 나날이 아닐까. (4345.10.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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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꽃 책읽기

 


  부산으로 아이들과 마실을 온다. 멧꼭대기에 깃든 오래된 아파트에 잠자리를 얻어 여러 날 지낸다. 아이들과 가파른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린다. 길바닥은 모두 아스팔트 아니면 시멘트이다. 흙으로 된 땅을 아직 못 본다. 아이들은 부산으로 마실을 오고 나서 여러 날 흙을 구경하지 못한다. 흙을 못 만지고 흙을 못 보며 흙에서 자라나는 풀과 나무하고 동무하지 못한다. 흙이 없으니 흙에서 보금자리를 틀며 먹이를 찾는 들새나 멧새 또한 구경하지 못할 뿐더러, 들새와 멧새 노랫소리조차 듣지 못한다.


  어디에서나 온통 자동차 소리뿐이다. 가게마다 울려퍼지는 대중노래 소리뿐이다. 텔레비전 소리에다가 수많은 사람들 수다 떠는 소리에다가, 손전화 터지는 소리가 가득하다.


  큰아이가 문득 “저기 꽃 있어!” 하고 외친다. 나도 보았다. 아버지인 나는 작은아이를 가슴으로 안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면서 골목꽃을 보았다. 아이도 저 꽃을 보았구나. 몹시 반갑다. 그런데 아이는 참 뜻밖인 말을 한다. “이 꽃은 안 꺾을래요.”


  시골에서는 어디에서나 꽃을 본다. 어디에서나 꽃이 가득가득 무리지어 핀다. 아이는 언제나 꽃을 꺾는다. 꽃을 꺾으면 꽃들도 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는 이 꽃들이 꺾이더라도 흙으로 돌아가 다시 고운 꽃으로 피어나는 줄 마음으로 알까.


  그저 시멘트뿐인 골목동네 계단 가파른 한켠 아주 좁다란 틈바구니에 꽃그릇 몇 놓인다. 이 꽃그릇에서 발그스름한 꽃이 눈부시게 빛난다. 꽃 앞으로 다가선 큰아이는 얼굴을 들이밀고 꽃송이에 코를 박는다. “아버지, 냄새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꽃이에요.”


  나도 네가 좋아. 나도 골목꽃이 좋아. 나도 꽃이 좋아. 나도 흙이랑 하늘이랑 바람이랑 햇살이랑 너희랑 모두 좋아. (4345.10.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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