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놀이 1

 


  튼튼한 빵상자를 안 버리고 건사했더니 큰아이가 인형집처럼 쓴다. 그러고 보니, 인형 하나 눕힐 만한 크기이다. 큰아이는 인형도 눕히고, 인형 이불도 놓고, 오뚝이랑 여러 가지 살림살이를 함께 담는다. “아버지 밥 드셔요. 국도 드셔요.” 하면서 ‘빈 물감병’이나 작은 통을 내밀곤 한다. 아이들 놀이 가운데 소꿉은 그야말로 어른들 삶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살뜰히 보여준다. 아이들 예쁜 놀이 예쁜 사랑을 그리려 한다면, 틀림없이 어른인 나부터 스스로 예쁜 꿈 예쁜 빛이어야겠다고 느낀다.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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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에 쓰는 글

 


  다섯 살 큰아이가 방바닥에 제 이름 넉 자 적은 모습을 문득 본다. 아침에 일어나 방바닥을 훔치다가 이 글월을 본다. 어느새 이렇게 방바닥에 글을 그렸댜? 온 집안 벽과 문에 이런 그림 저런 글을 가득 그리더니, 이제 방바닥에까지 무언가 그리니? 키가 닿으면 천장에다가도 무언가 그리겠네?


  옛날 옛적을 더듬는다. 내가 우리 집 큰아이 나이만 하던 어린 나날, 나 또한 방바닥 종이 장판에 이렇게 무언가 끄적이거나 그리지 않았나 하고 더듬는다. 우리 집뿐 아니라 이웃이나 동무네 집에 찾아갔을 적에 방바닥에 연필로 이리저리 무언가 그리지 않았나 곰곰이 더듬는다.


  연필로 방바닥에 신나게 그림을 그리다가 지우개로 바지런히 지우는데, 그만 방바닥 종이 장판이 지지직 찢어진 일이 떠오른다. 깜짝 놀라 어쩔 줄 모르다가 풀을 꺼내 서둘러 다시 붙이고는 손가락으로 톡톡 눌러 모르는 척하던 일을 떠올린다.


  이웃이나 동무네 집 어머님께서 ‘방바닥 종이 장판 찢어진 자국’을 못 알아챌 수 없으리라. 날마다 방바닥을 훔치든 이틀이나 사흘에 한 차례 방바닥을 훔치든,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하노라면 으레 ‘방바닥에 뭔가 일이 생긴 줄’ 알아챈다. 당신들께서는 ‘어린 것들이 하고많은 종이를 두고 왜 방바닥에까지 이런 짓인고!’ 하고 나무라거나 꿀밤 몇 대 먹일 만했을 텐데, 모두들 너그러이 보아넘겼구나 싶다. 오늘 이곳에서 우리 집 다섯 살쟁이 큰아이를 예쁘고 귀여우며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따사로이 얼싸안으라는 말씀을 말없이 물려주었을까.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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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08. 헌책방 앞 겨울 붕어빵 - 헌책방 작은우리 2012.11.30.

 


  찬바람 부는 날씨가 되면, 서울 불광3동 헌책방 〈작은우리〉 앞에는 붕어빵을 굽고 물고기묵을 뜨끈한 국물에 덥히는 자리가 생깁니다. 봄과 여름 동안 헌책방을 찾는 책손은 뜸하지만,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무르익는 동안, 헌책방 앞에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가을을 놓고 책을 읽는 철이라 여기기 때문은 아니요, 겨울이 되어 이불 뒤집어쓰며 읽을 책을 찾으려 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찬바람 부는 철에 붕어빵을 굽고 물고기묵을 덥히기 때문에 사람들 발길이 북적입니다.


  동네사람들이 천 원 이천 원, 때로는 삼천 원 사천 원어치 붕어빵이나 물고기묵을 먹거나 싸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식구들 배를 채우는 기쁨을 헤아립니다. 단돈 얼마로 내 몸과 식구들 몸에 따순 기운이 감돌 수 있습니다. 날이 추울수록 따스한 먹을거리 하나가 그립습니다.


  찬바람이 불면 헌책방에도 찬바람이 깃듭니다. 차가운 바람이 솔솔 스며들어 책 하나 쥐는 손을 자꾸 비벼야 합니다. 그러나, 내 눈을 틔우고 내 생각을 열어젖히는 살가운 책을 만날 때마다 손이 시나브로 얼어붙는 줄 깨닫지 못합니다. 내 눈과 마음은 온통 아름다운 이야기 한 자락에 쏠리니, 내 손으로도 내 발로도 내 몸으로도 추위가 아닌 즐거움을 한껏 누립니다.


  동네 아이들이건 동네 어른들이건, ‘헌책방 앞 붕어빵’이라고는 못 느끼곤 합니다. 아마, ‘빵집 옆 붕어빵’이나 ‘족발집 옆 붕어빵’이라고들 느끼리라 봅니다. 찬바람 수그러들어 따순바람 불 적에는 이내 붕어빵을 잊겠지요. 따순바람 불 때에는 다른 먹을거리를 찾거나 길거리 나무마다 새로 트는 잎사귀와 꽃망울에 눈길이 가겠지요.


  따순 기운 도는 붕어빵 하나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따순 넋 북돋우는 책 하나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김 모락모락 나는 밥 한 그릇으로 몸을 움직이는 힘을 얻습니다. 사랑 솔솔 피어나는 책 하나로 마음을 빛내는 꿈을 살찌웁니다. 몸을 튼튼하게 다스리면서 마음 또한 튼튼하게 건사합니다. 마음을 아름답게 돌보면서 몸 또한 예쁘게 가다듬습니다. 아이들과 즐거이 나눌 밥을 생각하면서, 아이들과 즐거이 나눌 살가운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바쁜 발걸음으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바쁜 마음으로는 스스로 즐겁지 못합니다. 바쁜 삶으로는 하루를 빛내지 못합니다. 느긋하며 따사롭고 넉넉하며 포근한 마음밭일 때에 책씨도 꿈씨도 사랑씨도 이야기씨도 자랄 수 있습니다.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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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demian 2012-12-07 17:01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바쁜 삶이 당연한 것처럼 살아가고 요구하는 이 시대에 느긋하고 따사롭고 여유로운 마음밭을 생각해봅니다..

파란놀 2012-12-08 01:09   좋아요 0 | URL
늘 즐거우며 너그러운 하루 누리셔요

saint236 2012-12-07 20:18   좋아요 0 | URL
흠 저런 곳이 아직 있었군요. 예전에 저기가서 많이 사모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파란놀 2012-12-08 01:10   좋아요 0 | URL
헌책방 마실 즐겁게 누리시기를 빌어요
 
도토리 마을의 빵집 웅진 세계그림책 142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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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21

 


즐겁게 일할 때에 즐겁습니다
― 도토리 마을의 빵집
 나카야 미와 글·그림,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2012.9.20./1만 원

 


  즐겁게 일할 때에 즐겁습니다. 너무 뻔한 말이라 여길는지 모르지만, 즐겁게 일해야 ‘즐거움’을 누립니다. 즐겁게 일하는 사람은 고되거나 고단하거나 고달프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즐겁게 일하는 사람 마음에는 ‘즐거움’만 있어요. 즐겁게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고되거나 고단하거나 고달프다고 느껴요.


  돈을 버는 일은 좋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스스로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고, 돈을 안 벌 수 있어요. 돈을 못 벌거나 돈을 적게 벌 수 있고, 돈을 많이 벌거나 돈을 크게 벌 수 있어요.


  내가 즐기는 일이라면, 돈을 얼마쯤 버는지는 그닥 대수롭지 않습니다. 참으로 스스로 즐기는 일인가 아닌가를 살필 노릇입니다. 내가 즐기는 일이기에, 이 일을 하며 얻거나 누리는 이름값은 하나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스스로 즐거운 마음 되어 즐거이 웃을 수 있느냐 아니냐를 헤아릴 노릇입니다.


  즐겁게 일할 줄 아는 사람은 톡톡히 돈을 번다는 일자리가 아니어도 즐겁습니다. 즐겁게 일하지 못하는 사람은 톡톡히 돈을 번다는 일자리여도 즐겁지 못합니다.


  스스로 즐겁자고 읽는 책입니다. 스스로 지식을 쌓자고 읽는 책이 아닙니다. 스스로 기쁘자며 듣는 노래입니다. 스스로 문화나 예술을 누리자며 듣는 노래가 아닙니다. 스스로 아름답자며 돌보는 살림입니다. 남 보기에 그럴듯하도록 꾸미는 살림이 아닙니다.


..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고 해가 저물었어요. 유치원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것은 아빠 몫이에요. “아빠,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우리가 꼴찌잖아요.” “미안, 미안. 얼른 집에 가서 저녁 먹자.” ..  (12쪽)

 

 

 

 

 

 

 


  나카야 미와 님 그림책 《도토리 마을의 빵집》(웅진주니어,2012)을 읽습니다. 작은아이 큰아이 모두 아버지 무릎에 앉혀 그림책을 읽습니다. 앙증맞게 생긴 도토리가 잔뜩 나오는 그림책을 다섯 살 두 살 아이들이 재미나게 들여다봅니다. 그림책은 “도토리 마을”이라고 나오지만, 곰곰이 살피면 “사람 마을”하고 똑같습니다. 하는 일도, 보이는 모습도, 꾸리는 살림도, 모두 “사람 마을”이랑 같아요.


  도토리 마을 빵집 아줌마는 사람 마을 아줌마처럼 자전거에 두 아이를 앞뒤로 태우고 어린이집에 갑니다. 한국이라면 아줌마이건 아저씨이건 으레 자가용을 몰 테지만, 일본에서는 아줌마들이 씩씩하게 자전거에 두 아이를 태워 어린이집에 다니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아저씨들이 씩씩하게 자전거에 두 아이를 태워 어린이집에 보낸 다음 당신 일터로 이 자전거를 내처 몬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저녁까지 머문다면, 일터에서 하루일을 마친 아버지가 다시 자전거를 몰아 어린이집에 들러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자전거를 몰면 돼요. 비가 오면 비옷 입은 채 우산을 받으며 천천히 달리면 돼요. 눈이 오면 눈송이를 혀로 받아먹으며 천천히 달리면 되고요. 자가용으로만 달리면, 빗길과 눈길이 얼마나 다르며 즐거운가를 하나도 느끼지 못해요.


  그런데, 그림책 《도토리 마을의 빵집》에 나오는 아버지는 ‘새로운 빵 굽기’가 잘 안 되어 골머리를 앓습니다. 도토리 마을 이웃들이 ‘새로운 빵’을 기다린다는 생각에 잠겨 스스로 짐스러움을 느끼고 말아요.


  이런이런, 이래서야 어떤 일을 하겠어요. 여태 즐겁게 일하다가 그만 ‘짐’을 느끼면 고달프고 말잖아요. 누군가 크게 바라거나 기다리건 말건, 스스로 가장 즐거운 길로 가야지요. 남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즐겁게 하는 일인데요.


  그림책에 나오는 “도토리 마을 빵집 아이들”은 이런 어버이 마음을 찬찬히 읽습니다. 빵집 아이들은 어머니랑 아버지가 잠든 깊은 밤 몰래 조용히 일어나서 부엌으로 갑니다. 저희 어버이 일을 돕겠다며 깊은 밤에 둘이 힘을 모아 새로운 빵을 구으려 합니다. 아마, 여느 때에 어버이 일을 눈여겨보았을 테고, 여느 때에 어버이를 도와 이런저런 심부름을 했을 테지요.

 

 

 

 

 

 

 


.. “오빠, 우리 아주 큰 빵을 만들자.” “그럼 밀가루를 더 넣어야지.” 섞고 둥글리고 주물럭주물럭! 펴고 늘이고 주물럭주물럭! 빵 만들기가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요 ..  (21쪽)


  그림책 빵집 아이들은 ‘즐겁게’ 빵을 굽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빵을 구을 생각이 아닙니다. 빵집 아이들은 더없이 ‘즐겁게’ 빵을 굽습니다. 저희 어버이 일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나선 일이지만, 막상 빵굽기를 하고 보니 ‘즐겁게’ 주물럭주물럭 반죽을 하고, 영차영차 오븐으로 실어 나릅니다.


  자, 이제 모든 일은 끝납니다. 즐겁게 나선 일이기에 ‘어떤 열매’를 맺든 다 즐겁습니다. 서로 아끼는 하루를 누리며 즐겁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삶을 빚으며 즐겁습니다. 서로 보살피는 하루를 돌아보며 즐겁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즐겁게 일할 만한 자리를 찾아 땀을 흘리고 눈망울 빛낼 때에 아이들이 이 땀방울과 눈망울을 물려받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즐겁게 살아갈 보금자리를 찾아 사랑을 들이고 마음을 기울일 적에 아이들이 이 사랑과 마음을 이어받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물려받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돈보다 사랑을 물려받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마음을 이어받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자가용이나 아파트 같은 재산보다 어버이 스스로 즐거이 살아가는 마음을 이어받고 싶습니다.

 

 

 

 


.. 아빠는 아이들이 만든 커다란 빵에 구멍을 퐁퐁 뚫어 가게 앞에 세웠어요. 하나, 둘, 셋, 넷 ……. 구멍은 전부 서른 개. 구멍에 도토리빵을 한 개씩 집어넣자 커다란 도토리 빵나무가 생겨났어요 ..  (30쪽)


  좋은 생각은 좋은 삶에서 비롯합니다. 즐거운 삶은 즐거운 일이랑 즐거운 놀이에서 비롯합니다. 사랑스러운 마음은 사랑스러운 말에서 비롯하고, 사랑스러운 말은 똑같이 사랑스러운 마음에서 비롯해요.


  포근한 겨울이에요. 어느 곳은 영 도 밑으로 한참 떨어지며 오들오들 떨린다 할 텐데, 날씨가 어떠하든 포근한 겨울이에요. 내 살갗으로 느끼는 추위만큼 내 이웃과 동무 살갗으로도 추위가 다가오는 줄 느끼는 포근한 겨울이에요. 어여쁜 겨울이에요. 찬바람 부는 날씨만큼 내 보금자리뿐 아니라 이웃과 동무 보금자리에 뜨뜻한 이부자리 있어야겠다고 느끼는 어여쁜 겨울이에요.


  신문을 내려놓고 이웃을 둘러봐요. 텔레비전을 끄고 동무를 헤아려요. 자가용을 멈추고 두 다리로 마을길을 걸어요. 아파트에서 나와 숲길을 아이들과 손 맞잡고 거닐어요. 하루를 즐기면서 삶을 즐겨요. 겨울을 누리면서 사랑을 누려요.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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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demian 2012-12-07 17:05   좋아요 0 | URL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파란놀 2012-12-08 01:0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받고 싶은 선물

 


  해마다 돌아오는 나 태어난 날을 보름쯤 앞두고 형한테 전화를 걸어 ‘형한테 선물을 해 주지는 못하면서 동생이 선물을 바라는데, 우리 시골집 겨울 날 수 있게 한 달치 기름 넣어 줘.’ 하고 말했다. 형은 동생한테 한 달치 보일러 기름에다가 두 달치를 덤으로 얹어 주었다. 형한테서 선물을 고맙게 받으며, ‘내가 동생 아닌 형 자리에 있을 적에도 이와 같이 선물을 해 줄 수 있을까 헤아려 본다. 아마 나도 우리 형처럼 마음을 쓰지 않을까?


  해마다 나 태어난 날이면, 내가 나한테 선물을 해 보곤 한다. 오늘만큼은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여느 때에 망설이던 퍽 비싼 책 한두 권 스스로 선물하곤 한다. 지난 2011년 온빛사진상을 받은 한설희 님 사진책이 나왔으니 이 책을 선물해 볼까. 아직 구경해 보지 못한 헬렌 레빗 님 사진책이나 브루스 데이비슨 사진책을 선물해 볼까. 그러나,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할 무렵, 아이들이 나를 부르고, 이런 집일 저런 집살림 건사하는 사이 하루해가 저문다. 12월 6일이 저물면서 12월 7일 새벽이 된다.


  큰아이 쉬를 누이며 기지개를 켠다. 새 아침에 할 빨래가 어느 만큼 있나 어림한다. 엊저녁 마친 빨래는 잘 마르는가 만져 본다. 새 아침에 차릴 밥상을 헤아린다. 자는 아이들 이불을 여민다. 방바닥 불기를 살핀다. 오늘 하루도 쏜살같이 지나가겠구나 생각한다. 아이들 데리고 서재도서관에 가서 뛰놀기도 하고, 마을숲이나 마을들을 거닐자고 생각한다. 즐겁게 잠들어 즐겁게 일어나며 맞이하는 햇살이 바로 내가 스스로 건네는 선물이 되겠지. 한겨울에 접어든 새벽나절, 바람 없이 고요한 시골자락 하늘이 고운 선물이라고 느낀다. 따스한 저녁이 흐른다.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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