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밥 먹이는 어린이

 


  다섯 살 큰아이가 두 살 작은아이한테 밥을 먹인다. 작은아이는 큰아이가 밥이나 국을 떠서 먹일 때에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다. 누나가 먹여 주니 즐겁니? 이렇게 동생 잘 챙기는 이쁜 누나 다른 데에서는 못 봤지? 서로 사이좋게 잘 먹고 잘 놀렴. 4345.12.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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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다움’과 ‘소녀적’과 ‘소녀틱’
[말사랑·글꽃·삶빛 46] 어른답게 쓸 말을 생각한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동안 영어를 쓸 일은 딱히 없습니다. 집에서 살림을 꾸리며 아이들을 보살피는 동안 영어를 쓸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면내나 읍내로 마실을 나가 저잣거리에서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동안 영어를 쓸 일은 따로 없습니다. 오늘 하루 지낸 이야기를 내 일기장에 천천히 연필로 적으면서 영어를 쓸 일은 조금도 없습니다.


  시골을 떠나 도시로 볼일을 보러 갈라치면, 버스표나 기차표를 파는 곳부터 영어를 듣습니다. 요사이는 ‘표’라는 말보다 ‘티켓’이라는 말을 흔히 쓰는 듯합니다. 버스나 기차에서 먹으려고 빵집을 찾아보면, 빵집 이름은 으레 알파벳으로 적히고, 빵집에 놓인 빵 또한 알파벳 이름이나 영어 이름이 붙습니다. 새벽버스나 새벽기차를 타며 편의점을 찾아보아도, 편의점 간판은 몽땅 알파벳투성이입니다.


  도시에서 만나는 분들은 으레 말마디에 영어를 섞습니다. 도시에서 타는 버스나 전철에는 영어 이름이 붙습니다. 도시 한복판 길거리 가게들은 온통 영어 이름이요, 사람들이 입는 옷에 붙는 이름도 영어요, 사람들이 손에 쥔 전화기 또한 모조리 영어 이름입니다. 도시에 있는 대학교에서는 영어를 높이 삽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영어 학원을 다니거나 영어 교재를 장만해서 익히려 합니다.


  비행기나 배를 타고 다른 나라로 나들이를 간다면 영어쯤 할 수 있어야겠지요. 따로 미국이나 영국을 좋아하는 이라면, 영어로 된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수 있겠지요. 다른 나라로 볼일 보러 자주 나가야 하는 회사원이라면 영어를 제법 잘 말할 수 있어야겠지요. 그러면, 이런 자리 저런 사람 빼고는, 누가 왜 영어를 써야 할까요. 아니, 영어는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할까요. 빵집은 왜 영어를 써야 할까요. ‘패밀리 레스토랑’은 왜 영어를 써야 할까요. 돼지고기를 튀겨서 판다는 ‘돈까스’집은 일본말을 써야 멋스러울까요. 짜장면 파는 집은 중국말이나 한자를 써야 돋보일까요.


  일본사람 요시나가 후미 님 만화책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서울문화사,2005)를 보다가, 141쪽에서 “연애가 하고 싶다든가 하는 건 소녀틱하고 귀엽지만” 하는 말마디에 눈길이 멎습니다. ‘소녀답고’도 아니요 ‘소녀적(-的)’조차 아닌 ‘소녀틱(-tic)’이라고 번역을 했군요. 아마, 일본책에는 ‘少女tic’처럼 적혔는지 몰라요. 그래서, 이 말투 그대로 한글로 적어 ‘소녀틱’처럼 옮겼을는지 몰라요.


  일본책은 일본사람이 보라고 만듭니다. 이 일본책을 한국말로 옮기려 한다면, 일본사람 아닌 한국사람이 보라고 만드는 셈입니다. 곧, 한국사람이 볼 책이라면 한국말로 적어야겠지요. 껍데기만 한글인 말이 아니라, 속알맹이 아름다운 한국말로 적어야 올바르겠지요.


  한국사람은 예부터 어떤 말로 서로 생각을 주고받았을까 하고 떠올려 봅니다. “소녀처럼 귀엽지만”, “소녀같이 귀엽지만”, “소녀답게 귀엽지만”, “소녀다이 귀엽지만”, “소녀인 양 귀엽지만”, “소녀인 듯 귀엽지만”, “소녀와 같아 귀엽지만”, …… 이런 말 저런 말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그러나, 일본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은 이런 말 저런 말 가운데 어느 말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이 번역책 읽을 한국사람은 저절로 ‘소녀틱’이라는 낱말을 읽습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있을 테고, 재미있다 여겨 즐겨쓰는 사람이 있을 테며, 뭐 이런 번역이 다 있담 하며 눈살 찌푸리는 사람이 있을 테지요.


  놀라운 모습을 보면서 ‘놀랍네!’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환상적(幻想的)이네!’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며, ‘판타스틱()!’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살아가는 터전에 따라 쓰는 말이 다를 테니, 어느 말을 쓰든 무어라 따질 수 없습니다. 다만, 시골사람은 ‘놀랍네!’ 하고 말합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환상적이네!’ 하고 말할 일도 없지만, ‘판타스틱!’ 같은 말을 할 까닭도 없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으로, 또 인터넷이나 손전화로, 수없이 많은 말이 떠돌고 흐르며 춤춥니다. 신문은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이 만들까요. 방송은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이 만들까요. 인터넷이나 손전화는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이 자주 쓰거나 많이 쓸까요.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와 푸름이는 어떤 말을 어느 곳에서 들으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자랄까요.


  아이들한테 신문이나 방송을 보여주기 몹시 꺼림칙합니다. 싱그러이 숨쉬는 말은 신문이나 방송에 좀처럼 안 나오는구나 싶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나 손전화도 이와 비슷해요. 푸르게 빛나는 말이 인터넷이나 손전화에 떠도는 일은 매우 드물어요. 아이들한테 읽힐 그림책이나 동화책도, 작가나 편집자가 한국말을 더 슬기롭게 살피거나 아름답게 매만지지 못하기 일쑤예요. 집에서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함께 읽다가 숨이 턱턱 막히곤 합니다. 아이들 눈높이와 어울리지 않는 낱말이 그림책에 너무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이들 넋과 사랑을 북돋우기에 모자란 말투마저 자주 나와요.


  어른들이 ‘세 나라 말’을 쓰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도 ‘세 나라 말’을 쓰도록 길들여지는구나 싶습니다. 어른들이 ‘세 나라 말’ 아닌 사랑스러운 말을 쓰는 한국 사회라면, 아이들도 ‘세 나라 말’ 아닌 사랑스러운 말을 쓰겠지요.


  밤이 깊습니다. 어린 두 아이한테 자장노래 곱게 불러 줍니다. 한 아이씩 새근새근 잠듭니다. 아이들 아버지로서 가장 맑고 아름다운 낱말로 엮는 자장노래를 가장 보드랍고 따스한 목소리를 뽑아서 부르면, 아이들도 환한 얼굴로 노래를 들으며 잠들고, 아버지인 나도 노래를 부르며 얼굴이 환해서 즐겁습니다. 아이들한테 가장 맑고 맛난 밥을 먹이고 싶듯, 아이들이랑 가장 정갈하고 싱그러운 밥을 나누고 싶듯, 나부터 가장 맑고 사랑스러운 말을 쓰고 싶으며, 나 스스로 가장 정갈하고 고운 말을 쓰고 싶습니다. 영어를 쓴대서 안 깨끗하거나 안 사랑스러운 말이라고는 할 수 없는지 모르나, 나는 내 어버이가 나를 사랑하면서 물려준 말을 쓰고 싶어요. 내 어버이가 어릴 적 당신 어버이가 당신한테 물려준 말을 쓰고 싶어요. 먼먼 옛날부터 이 나라 어버이가 이 나라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며 들려준 가장 사랑스럽고 해맑은 말을 살찌우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해맑게 자랄 수 있도록 활짝 웃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4345.12.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국어사전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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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불주머니꽃 책읽기

 


  처음 잎사귀 돋은 모습만 보고는 쑥인가 여겼는데, 뜯어서 먹으니 쑥처럼 상큼하면서 고소한 냄새가 나지 않고 쓰기만 하다. 뭔가 하고 궁금히 여기며 더 지켜보았더니 꽃대가 오르며 어느덧 노란 꽃잎이 줄줄이 달린다. 쑥이 아니었네. 괴불주머니라 하는 풀이었네. 이런 풀 이런 꽃이로구나. 비록 맛나게 먹는 봄나물로 삼지 못하더라도, 봄날 따스한 기운하고 어울리는 노란 꽃잎은 봄놀이·꽃놀이 누리는 기쁨을 나누어 주는구나. 우리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노란 꽃 좋아하셨다더니, 바로 너희 같은 이쁜 꽃빛을 좋아하셨겠구나 . 4345.12.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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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꽃 사진 하나씩 바라본다는 책이라고 한다. 재미있다. 날마다 아름다운 빛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생각을 품도록 이끄는 셈일 테지. 생각이 부르는 생각이니,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은, 저마다 아름다운 꿈을 길어올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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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아름다운 동행 : 출발- 하루하나 묵상 캘린더
송기엽 지음 / 새순기획 / 2012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2년 12월 3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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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고 걷고 싶은 꽃길 - 테마여행 그곳에 가면 1
송기엽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사진을 배우는 길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49] 송기엽, 《보고 싶고 걷고 싶은 꽃길》(진선,2005)

 


- 책이름 : 보고 싶고 걷고 싶은 꽃길
- 글·사진 : 송기엽
- 펴낸곳 : 진선 (2005.10.30.)
- 책값 : 12000원

 


  예쁘게 찍는대서 ‘꽃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꽃은 꽃 그대로 마주하면서 찍어야 비로소 ‘꽃 사진’으로 살포시 담깁니다. 왜냐하면, 꽃은 꽃 그대로 예쁘거든요. 꽃이 어떻게 예쁜가를 마음 깊이 느끼지 못한 채 ‘그럴듯하게 보이는’ 모습을 찾으려 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럴듯하게 보이는’ 모습만 사진으로 찍고 맙니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예쁘다고 느끼는 모습을 찍고 싶으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예쁜 느낌을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꽃을 사진으로 찍는 어떤 이는 ‘남한테 보여주려는 생각’을 품습니다. 남한테 사진을 보여주는 일이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한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거 보라구, 잘 찍었지?’ 하며 뽐내는 매무새라 한다면, 제아무리 멋스럽게 찍은 사진이라 하더라도 ‘자랑하는 사진’이 되고 말아요.


  사진길을 걸어가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사진 찍는 넋’을 슬기롭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왜 찍는가, 무엇을 찍는가, 어떻게 찍는가, 언제 찍는가, 어디에서 찍는가, 하고 하나하나 짚으며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에, 어떤 넋과 몸가짐과 손길로 사진을 찍으려 하는가를 아울러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진에는 아무 생각이 안 담깁니다. 생각하는 사진에는 생각이 담깁니다.


.. 디지털 카메라의 선택은 주로 촬영할 대상과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데, 그에 따른 화소수와 카메라의 크기를 고른다. 꽃만을 소재로 한정짓는다면 400∼500만 화소도 충분하다. 물론 화소가 높아서 나쁠 것은 없으나 경제적인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촬영자의 실력 문제가 아닌 장비의 부실함 때문에 사진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면 적당하다 ..  (173쪽)


  사진을 배우는 길은, 삶을 배우는 길입니다.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생각할 때에, 어떻게 사진을 찍고 싶은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삶을 배울 노릇입니다. 삶을 어떻게 일굴 때에 하루가 즐거우면서 아름다운가를 느껴야 합니다. 어떻게 일구는 삶일 때에 하루가 즐거우면서 아름다운가 하고 느낀다면, 어떻게 찍는 사진일 때에 하나하나 즐거우면서 아름다운가 하고 느낄 수 있어요.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진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삶을 사랑하지 못할 적에는, 사진도 사랑하지 못합니다. 사랑이 깃들 때에 삶이 빛납니다. 사랑이 깃들 때에 사진이 빛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참으로 사랑스러운 손길을 건네야 서로 즐겁겠지요. 사랑하는 사진을 찍는다 한다면, 더없이 사랑스러운 손길로 사진기를 다룰 뿐 아니라, 내 사진기로 바라보는 ‘사람·자연·대상’을 사랑스레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삶은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삶은 어디에서 배우는가요. 삶은 누구한테서 배우지요. 삶은 왜 배워야 할는지요.


  삶을 스스로 튼튼하게 세울 줄 아는 사람은, 사진을 스스로 튼튼하게 세울 줄 압니다. 삶을 스스로 씩씩하게 가다듬을 줄 아는 사람은, 사진을 스스로 씩씩하게 가다듬을 줄 압니다. 삶을 스스로 알차게 보살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사진도 스스로 알차게 보살피지 못할 뿐 아니라, 곁에서 누가 도와준대도 이녁 사진은 알맹이가 빠진 쭉정이가 되고 맙니다. 삶을 스스로 곱게 빛낼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사진 또한 스스로 곱게 빛내지 못해요. 둘레에서 여러 비평가들이 손가락 치켜들며 손뼉을 쳐 준다 하더라도, 이런 사진은 텅 빈 껍데기일 뿐입니다.

 

 


.. 야생화 사진은 다른 풍경사진과는 달리 개화기가 있어 그때를 놓치면 촬영할 수 없으므로 개화기를 미리 알고 촬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산이나 들 어디나 봄이 오면 온갖 야생화들로 흐드러져, 나서기만 하면 촬영이 가능하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그렇게 촬영에 나서면 실패하기가 쉽다. 따라서 전문가의 조언이나 관계서적을 참고하여 가능한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야, 놓치는 야생화 없이 촬영할 수 있다. 한 가지 꽃일지라도 산마다 또는 그 높이에 따라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므로, 여러 산의 야생화를 고루 촬영해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은 공부가 되리라 생각한다 ..  (176쪽)


  학교는 삶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교는 교과서 지식을 차근차근 가르칩니다. 학교는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교는 시험을 치러 교과서 지식을 얼마나 잘 외웠는가를 따집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제도권학교이기 때문에 ‘삶을 가르치지 못하는 모습’일는지 모릅니다. 이와 달리 참다운 학교라면, 교과서 지식 아닌 삶을 가르칠는지 모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 제도권학교는 입시지옥에 얽매이는 나머지 ‘사랑을 가르치지 못하는 모습’이라 할는지 모릅니다. 이와 달리 올바른 학교라면, 시험공부 시험지식 졸업장 따위에 끄달리지 않겠지요. 올바른 학교라면, 아이들이 스스로 사랑을 찾아나설 뿐 아니라, 언제나 사랑을 느끼고 나누는 빛나는 삶을 누리도록 북돋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사진학교나 사진교실이나 사진강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사진을 가르친다고 하는 곳에서는 사진을 얼마나 슬기롭게 바라보거나 다루거나 껴안을까요. 사진학교에서는 ‘사진’에 앞서 ‘삶’과 ‘사랑’을 얼마나 따사롭게 바라보거나 슬기롭게 다루거나 넉넉히 껴안을까요.


  송기엽 님은 《보고 싶고 걷고 싶은 꽃길》(진선,2005)이라는 사진책을 내놓습니다. 1937년에 태어나 1960년대부터 사진 한길을 걸어오는데, 송기엽 님은 어디에서 누구한테서 어떤 사진과 삶과 사랑을 어떻게 배우거나 물려받았을까요. 그리고, 이제 송기엽은 우리들한테 어떤 사진과 삶과 사랑을 어떤 넋과 몸짓과 꿈결로 물려주려고 할까요.


.. 야생화는 자연과 어울려 그 속에서 함께 자란 매력이 으뜸이므로, 조금만 건드려도 그 조화로운 표정을 잃게 된다. 처음 발견한 모습 그대로를 살리는 장소를 찾아야 진정한 야생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  (178쪽)

 

 


  사진책 《꽃길》은 지리산·명지산·화악산·금산·광덕산·동강·광릉·울릉도·제주도·한라산·북한산·대암산·독도·설악산 같은 곳에서 송기엽 님이 즐겁게 만난 들꽃을 사진으로 담아서 보여줍니다. 어떤 들꽃을 어느 철에 얼마나 만날 수 있고, 들꽃을 만났을 적에 어떻게 사진기를 다루면 한결 예쁘장하게 ‘꽃 사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길을 밝힙니다. ‘꽃 사진 나들이’를 하도록 도와주는 길잡이책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 사진책을 보면서 ‘길잡이’ 구실보다는 다른 모습에서 반갑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며 주말에 틈틈이 사진여행 떠나는 분한테는 길잡이 구실을 톡톡히 할 텐데, 시골에서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이한테는 이 사진책이 그다지 길잡이 구실을 못 합니다. 왜냐하면, 시골사람한테는 따로 ‘들꽃’이 아니거든요. 시골사람한테는 ‘꽃이 피기 앞서’ 나물로 즐겨먹는 ‘들풀’입니다. 시골사람은 해사한 꽃 모양을 보기 앞서 싱그러운 풀빛을 먼저 바라보곤 합니다. 꽃이 피고 나면 못 먹는 풀이 꽤 있으니, 시골사람은 꽃 구경에 앞서 풀잔치를 누립니다. 때로는 자운영꽃이나 광대나물꽃처럼, 꽃이 피더라도 꽃까지 함께 먹는 들풀이 있어요. 사진책 《꽃길》은 꽃을 한결 잘 알아보면서 한껏 곱게 사진으로 담도록 돕는 책이니, 시골사람한테는 썩 도움이 안 된다 할 텐데, 그러니까, 나로서는 그리 도움이 안 될 만한 사진책이라 할 텐데, 들꽃 한 송이 바라보는 눈길과 들꽃 핀 들판을 마주하는 매무새가 살갑구나 싶어서 이 사진책이 즐겁고 반갑습니다.


  꽃 사진 잘 찍도록 돕는 이야기보다, 꽃 한 송이 만나기까지 어떤 매무새로 살아갈 때에 ‘사진을 찍는 우리들’이 삶을 즐거이 누릴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꽃길》이라고 할까요. 꽃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사진쟁이 스스로 꽃다운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북돋우는 사진책이라고 할까요. 꽃길을 걷는 우리들이 사진길을 걷는 ‘꽃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이끄는 어여쁜 길동무책이라고 할까요.


..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해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은 과분한 축복이다. 또, 촬영을 위해 야생화를 찾아나서고 어렵사리 발견한 야생화를 이리저리 촬영하면서 느끼는 꽃과의 교감은 마음속에 큰 비밀처럼 간직하고픈 묘미라 할 수 있다 ..  (178쪽)

 


  이웃사람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다 다른 마을 다 다른 보금자리’에서 ‘다 다른 삶’을 꾸리면서 ‘다 다른 얼굴’로 ‘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을 느낍니다. 이와 같아요. ‘이웃꽃’이나 ‘이웃풀’을 사진으로 담으면서도 다 다른 들판 다 다른 숲에서 다 다른 한살이를 누리는 다 다른 빛깔로 다 다른 이야기를 살포시 품어 나누어 주는 모습을 느껴요.


  사람들은 모두 다릅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품에 안으며 살아갑니다. 풀과 꽃은 모두 다릅니다. 풀과 꽃은 모두 다른 숲에서 모두 다른 빛깔로 곱게 빛납니다. 구절초라 해서 똑같이 생긴 구절초는 없어요. 괴불주머니꽃이라 해서 똑같은 꽃잎은 하나도 없어요. 똑같이 생긴 사람 없고, 똑같이 생긴 풀 없어요. 골목동네에서 사진을 찍으며 아무렇게나 휘젓고 다녀서는 스스로 못난이가 되고 말듯, 숲이나 들에서 풀과 꽃을 사진으로 찍으며 함부로 휘젓고 다닌다면 스스로 못난이가 되고 맙니다.


  작품으로만 예쁘장하게 보인대서 사진이 아름답지 않고, 사진쟁이 한삶이 즐겁지 않습니다. 작품으로 빚는 모습에 마음을 기울이려는 만큼, 사진을 찍는 매무새와 몸가짐과 넋과 얼을 아름답게 돌보아야지 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다운 삶을 누리면서 아름다운 사진을 찍습니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사랑스러운 삶을 즐기면서 사랑스러운 사진을 찍습니다. 착한 사람이 착한 삶을 빛내면서 착한 사진을 찍습니다. 참된 사람이 참된 삶을 밝히면서 참된 사진을 찍습니다.


  겉치레로 삶을 흘려 보낸다면, 겉치레 가득한 사진만 나옵니다. 손재주로 삶을 스쳐 보낸다면, 손재주 가득한 사진만 나옵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나요. 어떤 사진을 배우고 싶나요. 어떤 사진을 나누고 싶나요.


.. 기술적으로 능숙한 작가가 구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꽃을 꺾거나 옮겨 촬영한 작품은 그 노력에 비해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결여된 점이 바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야생화에 대한 사랑과 교감이다. 정리되지 않은 그대로, 꽃이 피어 선 본래의 모습 그대로 담아내야 야생화의 생명을 조금이나마 살릴 수 있다. 그렇게 경험을 쌓아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앵글도 안정이 되고, 사진 속에서도 산이나 들에 핀 야생화의 싱그러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 그래서 야생화 촬영에서는 집안에 앉아 꽃을 들고 하는 연구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더라도 아침이슬을 한 번 더 맞는 것이 보다 빠른 공부 방법이다 ..  (179쪽)


  예쁘게 말한대서 예쁜 말이 되지 않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예쁜 마음이 우러나올 때에 예쁜 말이 됩니다. 목소리만 예쁘장하게 뽑는대서 예쁘장한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마음속 깊은 데에서 예쁜 사랑을 길어올릴 때에 비로소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사진을 즐겁게 배워서 아름답게 찍는 한길 걷고 싶은 모든 사진벗들이 즐거우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삶을 늘 돌아볼 수 있기를 빕니다. 삶이 사진이 되고, 생각이 사진이 되며, 마음이 사진이 됩니다. 꿈이 사진이 되고, 사랑이 사진이 되며, 믿음이 사진이 돼요.


  하늘을 품에 안아요. 햇살과 빗물과 눈송이를 품에 안아요. 흙과 바람과 바다와 들을 품에 안아요. 나무와 숲과 멧골과 냇물을 품에 안아요. 맑게 빛나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온누리를 둘러보아요. 밝게 비추는 따사로운 눈빛으로 온누리를 살펴보아요. 삶과 넋과 사진이 한동아리 되도록 사랑춤을 함께 추어요. 4345.12.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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