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지나는 저녁

 


  어릴 적부터 동짓날이 지나면 ‘겨울이 다 지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동짓날까지 저녁이 짧아지지만, 동짓날부터 다시 저녁이 길어지니까. 소한이 지나고 대한도 지나야 겨울이 가신달 수 있지만, 나는 동짓날 지나며 저녁이 짧아지는 모습을 보며 ‘히유, 이제 겨울이 한풀 꺾이며 따순 봄을 기다릴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겨울은 추위이다. 겨울에는 추워야 제맛이다. 그런데, 겨울 어귀에 들어설 적에는 1도 1도 내려가는 날씨에 따라서 오들오들 춥지만, 막상 겨울 한복판이 되면 제법 온도가 내려가도 덜 춥다. 가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 때에는 조금만 온도가 내려가도 춥네 싶지만, 정작 겨울 한복판에 들어서면 온도가 꽤 내려가야 비로소 춥네 하고 느낀다. 그래서 나로서는 동짓날이 가장 춥고, 동짓날 지나면 그저 ‘겨울이네.’ 하고 받아들인다.


  다섯 시를 넘고 여섯 시가 되어야 비로소 새까맣게 어두운 빛을 본다. 하늘 참 까맣다. 하늘이 까만 만큼 별이 잘 보인다. 하늘이 까맣기에 우리 시골집이 한결 포근하고, 시골집이 한결 포근하니까, 아이들 복닥거리는 저녁나절 우리 살림살이 여러모로 맛깔스럽다. 아이들아, 이제 자야지? 즐겁게 잠들자. 4346.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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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 게시판에 글을 마저 올리지 않았지만,

[국어사전 뒤집기]라는 이름을 붙여 쓰는 글을

모두 마무리지었습니다!

 

오늘 종이로 뽑고, 출판사로 보낼 생각이에요.

첫 글을 쓰고 마지막 글을 쓰기까지

얼추 한 해가 꼬박 걸렸네요.

 

부디 출판사에서 즐거이 받아들여서

2013년에 예쁜 책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빕니다.

 

혼자 즐겁게 노래를 불러요.

만세! 만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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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1-02 12:45   좋아요 0 | URL
또 책이 나오겠군요.
열심히 살림하고 사진찍고 글쓰고 책 만들고~~ 대단하셔요!
새해에도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파란놀 2013-01-02 21:52   좋아요 0 | URL
1월 10일에 서울 마실을 가는데, 그때 출판사 사장님을 뵙고 이야기를 들으며, 올해에 책이 나올는지, 아니면 책이 안 나올는지... 판가름나요. ^^;;; 아직 기다려야 한답니다~~~
 

자전거쪽지 2012.12.31.
 : 겨울바람 춥다

 


- 우체국에 간다. 1월 11일에 인천 혜광학교 아이들하고 사진이야기를 나눈 다음 골목마실을 하고, 저녁에는 인천에서 사진 즐기는 분들이랑 사진이야기를 나누기로 해서, 이때에 쓸 책을 미리 부치려 한다. 상자에 책을 꾸리는데 꽤 무겁다.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갈 수 있을까 걱정스럽지만, 올여름에 수레 받침끈 끊어진 뒤 튼튼하게 여미었으니 버틸 만하리라 믿는다. 어쨌든 집부터 우체국까지는 살짝 내리막길이니 그럭저럭 잘 갈 수 있겠지. 우체국에 닿아 책상자 무게를 다니 15킬로그램이 넘는다. 수레에 아이 셋을 태우고 달린 셈이다.

 

- 바람이 차다. 겨울바람이니까. 아이들은 수레에 앉아 담요와 두툼한 내 옷을 덮어쓰지만, 그래도 춥겠지. 자전거 모는 나는 힘을 쓰느라 살살 땀이 돋기도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가는 아이들은 더 추우리라 본다. 우체국에서 책상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수레에 탄 아이들이 아주 조용하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다들 추워서 덜덜 떠는 모습이다. 자전거를 세운다. “많이 춥지? 아무래도 덮개를 덮어야겠지? 덮개 내리면 한결 나을 테야.”

 

- 우체국에서 책상자를 내려놓은 가벼운 수레를 끌지만, 면소재지부터 집까지는 살짝 오르막길이니, 바람이 얼마 안 불어도 힘이 부친다. 얼굴로는 찬바람이 닿고, 등판으로는 땀이 흐른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자전거마실은 땀잔치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큰아이는 몸무게가 얼마쯤 될까. 작은아이는 몸무게가 얼마쯤 되려나. 두 아이 모두 제법 몸무게 나갈 텐데. 아이들은 날마다 씩씩하게 크며 몸무게 불어나고, 아버지는 날마다 크는 아이들 끌고 다니자만 날마다 새롭게 힘을 키워야 한다. 아이들아, 너희들 참말 씩씩하게 커서, 큰아이부터 이 수레를 박차고 나와 혼자 야무지게 자전거 몰아야겠지? 큰아이 네가 먼저 수레를 박차고 나온 다음, 작은아이도 수레를 박차고 나와야겠지? 아무래도 새해 2013년까지는 둘 모두 수레를 타겠지만, 그 다음 2014년에는 큰아이 너부터 홀로타기(홀로서기) 할 수 있기를 빈다. 겨울바람은 춥지만 웃옷은 옴팡 젖는다.

 

- 서재도서관 앞부터 큰아이가 수레에 내려서 집까지 힘차게 달린다. 고맙다.

 

(최종규 . 2013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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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3-01-02 09:59   좋아요 0 | URL
정말 추운 올겨울입니다,
아이들 님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건강한 두 남매 이야기 님의 이야기 귀담아 듣는 한사람의 바람, 건강한 2013년이 되십시요,ㅡ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파란놀 2013-01-02 10:58   좋아요 0 | URL
네, 그럼요. 울보 님도 따사롭고 추운(?) 겨울 누리시기를 빌어요.
그래도 전남 고흥 시골은 퍽 따사롭답니다.
웬만해서는 영 도 밑으로 안 내려가거든요~~~ ^^;;
 

사진보기
― 마음을 건드리는 사진

 


  예쁘장하게 찍히려면 얼굴은 어떻게 어느 쪽으로 돌리라느니, 사진 찍는 사람이 어느 자리에서 찍으라느니,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사진을 찍어 보기로는, 이런 ‘예쁜 짜임새’가 그닥 예쁘다 싶지 않아요. 모든 사람을 똑같은 틀에 맞추어 찍어내는 붕어빵과 같습니다. 이른바 황금비율이란, ‘황금을 만드는 비율’이 될는지 모르는데, 황금만 아름다울 수 없어요. 다이아몬드도 아름답겠지만, 구리도 아름답고 여느 돌도 아름답습니다. 돌 가운데 몽돌도 아름답고 조약돌도 아름답지요.


  조약돌은 ‘조약돌답게’ 찍어야 빛납니다. 조약돌을 황금비율로 찍으면 어떤 사진이 될까요. 아마, 퍽 멋스럽다 싶은 새로운 모습이 나올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때에는 조약돌이 조약돌 아닌 모습이 됩니다. 그저 ‘멋스러운’ 사진만 바란다면 황금비율을 따르면 될 테지만, ‘조약돌다운’ 사진을 생각한다면 황금비율을 내려놓아야 알맞아요.


  내 옆지기를 사진으로 담거나 우리 아이들을 사진으로 찍을 때, 나는 어떠한 짜임새도 틀거리도 얼거리도 따지지 않습니다. 따질 까닭이 없고, 따질 겨를조차 없어요. 늘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찍습니다. 내 옆지기는 내 옆지기다운 모습으로 찍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다운 모습으로 담습니다. 꼭 어떤 흐름이나 틀을 헤아려야 하지 않아요. 나 스스로 사랑하는 눈길로 바라보면서, 나 스스로 아끼는 손길로 사진 한 장 찍으면 넉넉해요.


  마음을 건드리는 사진을 바라기에, 언제나 꾸밈없는 삶자락 그대로 살릴 수 있도록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을 즐기기에, 늘 수수한 삶결 그대로 북돋울 만한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내 사진에는 내 마음이 담깁니다. 내 사진에는 내 사랑이 깃듭니다. 내 사진에는 내 이야기가 감돕니다. 4346.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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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책읽기

 


  집에 있어도, 바깥에 있어도, 아이들은 춤을 추며 논다. 아이들 움직임은 언제나 춤과 같다. 할머니들은 우리 아이들을 보며 늘 웃는다. 잘 놀고 잘 뛰고 잘 웃는 이 아이들은 새 숨결을 불어넣는 하느님이라 할 만하다.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가만 있지 않는다. 그저 혼자 좋아서 춤을 춘다. 마늘잎 돋는 밭뙈기 앞에서 춤을 추고 마을회관을 바라보며 춤을 춘다. 그러고 보면, 춤을 추지 않으면 아이들답지 않달 수 있을까. 노래를 하지 않으면 아이들다움이 사라졌달 수 있을까. 까르르 웃고, 개구지게 뒹굴지 못한다면 아이들다움을 누군가 빼앗았달 수 있을까. 춤을 추는 사람이 웃고, 웃는 사람이 즐거우며, 즐거운 사람이 사랑을 나눈다. 4346.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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