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라딘 즐김이'라고 느낀다.

알라딘이 인터넷책방이라서 좋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여러 인터넷책방 가운데

시골사람으로서 가장 쓸 만하다고 느껴

여러 해째 알라딘책방을 쓴다.

그리고, 알라딘서재는

이모저모 책과 얽힌 글을 나누는

사이좋은 놀이마당이라고 느낀다.

그러니까 내가 이곳에

내가 즐겁게 쓴 글을 홀가분하게 올릴 테지.

 

오늘은 아침부터 한낮까지

글 하나 쓰느라 진땀을 뺀다.

자원봉사로 써서 보내 주는 글인데,

원고지로 치면 33장짜리 글이라

아이들 돌보랴 아이들 밥 먹이랴

또 빨래하랴 빨래 걷으랴

눈알 돌면서 겨우 글을 마무리짓고

사진을 추려 보낸다.

 

히유, 이 글을 쓰느라

오늘은 다른 글은

거의 손 대지 못한다.

 

누군가 그랬지.

알라딘에 '알바'들이 있다고.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알라딘 알바'라는 말이

당신이 잘못 쓴 말이라고 한 줄 짤막하게 적기는 했지만,

다른 글에서나 그 글에서나

그저 그렇게 '알라딘 즐김이'를 만난 적도 본 적도 없이

아무렇게나 뇌까리기만 한다.

 

만나지도 보지도 않은 사람을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책마을에서 서른 해 넘게 책밥 먹었다고 하는 일은

아름다운가, 훌륭한가, 놀라운가, 대단한가,

아니면, 무엇이라 할 만한가.

 

글 쓰는 사람, 곧 작가로서

글밥을 스무 해째 먹는 한 사람으로 생각해 본다.

누가 나보다 글밥을 더 먹었대서

나는 그 사람 앞에서 끽소리 못해야 할까.

누가 나보다 글밥을 덜 먹었대서

나는 그 사람이 내 앞에서 끽소리 못하게 해야 할까.

 

우리,

즐겁게 살아가자.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자.

'알라딘 즐김이'를 '알라딘 알바'라고 한 그분한테도

"사랑합니다" 하고 말했는데,

내 사랑은 아직 그분 귓등에조차 안 닿는구나 싶다.

 

그래도 나는,

모두 다 사랑하고 싶다.

서로 사랑하며

책마을을 사랑으로 돌보는 시골 아저씨 호미질 한 줌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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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 글쓰기

 


  내 글을 즐겁게 읽어 주는 이들이 고맙다. 그러나, 내 글을 무턱대고 받아들이거나 섬기는 사람은 고맙지 않다. 내 글에 깃든 아름다움을 즐길 때에 고맙고, 내 글에 깃든 사랑을 읽을 때에 고맙다. 내가 마음을 아름답게 다스리지 못한 나머지 밉거나 얄궂은 글을 썼다면, 내 글에서 느끼는 미움과 얄궂음을 콕콕 짚거나 일러 주는 이들이 반갑다. 내가 아무리 옳거나 바른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미운 말투와 얄궂은 말결로 누군가를 해코지하거나 깎아내린다면, 나로서는 하나도 옳지 않고 바르지 않다. 이른바 ‘주의주장’이 옳거나 바르대서 거친 말투나 막말을 일삼는 짓이 옳거나 바를 수 없다. 평화를 바란다면 평화롭게 글을 써야 한다. 사랑을 바란다면 사랑스럽게 글을 써야 한다. 내 말투가 거칠다면 내 생각도 거칠고 내 삶 또한 거칠다는 뜻이다. 옳거나 바른 생각이라 말하지만 마고 내뱉는 말투로 내세우거나 드러낸다면, 내 생각은 막된 생각이요 내 삶 또한 막된 삶이란 뜻이다. 삶과 말은 하나로 흐르고, 삶과 생각은 한몸을 이룬다.


  나는 아름다운 삶을 일구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 사람이다. 나는 팬클럽을 이룰 수 없는 사람이다. 무릇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바르고 참다운 마음을 다스릴 사람이요,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바르고 참다운 사랑을 나눌 사람이라고 느낀다. 팬클럽을 거느리거나 팬클럽을 만들 때에는 글을 쓰는 이도 글을 읽는 이도, 즐겁고 아름다운 삶이랑 동떨어지고 만다. 4346.1.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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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1-28 16:06   좋아요 0 | URL
"이른바 ‘주의주장’이 옳거나 바르대서 거친 말투나 막말을 일삼는 짓이 옳거나 바를 수 없다."
- 이것 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에요. ^^ 일기장에 적어 두고 싶어요. 가끔 비방하는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간접적으로 쓴 적도 있고요. ㅋ

파란놀 2013-01-28 16:41   좋아요 0 | URL
에구구... 그렇군요.
이런 이야기는
저마다 스스로 무언가 끓어오를 때에
스스로 다스리면서 해야 하는 말이로군요 @.@

pek0501 님도 무언가 끓어오를 때가 있으시군요... 아아아...
 

산들보라 누나 따라 걷기

 


  누나가 하는 말투를 따라 하면서 말을 배우기도 하는 산들보라는, 누나가 무얼 할 적마다 따라서 하고 싶다. 누나가 어디를 걸어가면 꽁무니를 좇고, 누나가 무얼 만지면 저도 만지고 싶다. 그래, 좋아. 너희 둘이 재미나게 놀아라. 그동안 아버지는 쉬면서 너희 놀이를 구경해야지. 4346.1.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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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알과 책

 


  읍내 저잣거리에 마실을 갈 적에 읍내 버스역에서 내리곤 합니다. 읍내 버스역에서 내리고 보면, 이웃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광주나 순천이나 서울로 시외버스를 타고 나가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때때로 만납니다. 이분들, 곧 시골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맨몸으로 도시로 가는 일이 없습니다. 상자나 보따리나 꾸러미가 참 큽니다. 시골에서 살며 당신이 일군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싸서 버스 짐칸에 싣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아주 느릿느릿 걷는 할머니가 커다란 상자 셋을 버스 짐칸에 싣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아니, 이 할머니는 저 상자들을 어떻게 버스역까지 싣고 오셨담? 작은 수레에 상자를 싣고 시골 버스역 앞까지 날랐을 테고, 군내버스 일꾼이 버스에 실어 주었을 테며, 이곳 읍내 버스역에서도 시외버스 일꾼 손을 빌어 짐칸에 실으시겠지. 도시에서 버스를 내린 다음에는 또 여러 사람 손길을 빌어 택시 타는 데까지 가실 테고.


  시골에서 살아가고 보니, 시골 살다 도시로 나들이 가는 할머니들 마음을 알겠습니다. 그래서 나도 도시로 볼일 보러 갈 적에 커다란 가방에 이것저것 주섬주섬 짊어집니다. 유자도 짊어지고 석류도 짊어지지만, 요즈음은 감알을 짊어집니다. 도시사람은 능금이나 배나 복숭아나 딸기나 바나나는 사다 먹어도, 감알 사다 먹는 사람은 퍽 드문 듯해요. 봄이고 겨울이고 바나나는 끊이지 않고 먹어대는 도시사람이지만, 막상 가을과 겨울 지나 봄까지 감알 신나게 즐기는 도시사람은 얼마 없다고 느낍니다.


  시골 버스역 언저리에 웅크리고 앉아 감알 파는 할머니를 바라봅니다. 쉰 알 한 꾸러미를 장만합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가서 기차로 갈아탄 다음 서울에서 내려, 다시 전철로 갈아타 인천으로 갑니다. 내 오랜 단골 헌책방에 닿습니다. 가방에서 감알 천천히 꺼냅니다. 먼길 달리느라 힘들었을 고흥 단감을 헌책방 일꾼이 책 손질을 하는 자리에 올려놓습니다. 감빛 참 이쁘고, 곁에 있는 책빛 또한 이쁩니다. 감내음이랑 책내음이 곱게 어우러집니다. 4346.1.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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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3.1.24.
 : 한겨울 달밤 자전거

 


- 옆지기가 과일을 먹고 싶다 말한다. 그래? 그럼 아직 면소재지 가게 안 닫았을 테니, 자전거 타고 휭 다녀오면 되지.

 

- 큰아이하고 작은아이 옷을 두툼하게 입히고 장갑을 끼운다. 내 바지 끝자락을 끈으로 묶는다. 마당에 자전거를 내놓는다. 그런데 바람이 되게 모질게 부네. 두 아이 데리고 밤저전거 타자면 퍽 힘들겠는걸. 그렇다고 힘들겠다고 생각하지 말자. 이렇게 생각하면 참말 힘들 테니까. 즐겁게 달밤 자전거를 탄다고 생각해야지. 저 달 좀 봐. 이렇게 동그란 빛깔로 환한 달이 우리를 비춰 주잖아. 달빛을 누리면서 자전거를 달리고, 별빛을 업으며 자전거를 달릴 텐데.

 

- 마을 어귀를 벗어나 첫 오르막을 만날 때 체인이 풀린다. 처음부터 모진 바람을 맞아 그만 체인까지 빠진다. 어라, 오늘은 남달리 대단하네. 이 겨울날 밤바람을 맞서며 면소재지까지 다녀와야 하는구나. 체인을 끼운다. 자전거 앞등 약이 다 떨어져서 손전등 하나를 오른손에 쥐고 달린다. 그래도 면소재지 가는 길은 등바람이 분다. 면소재지 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등바람 안 불어도 되는데, 어쨌든 가는 길은 그럭저럭 괜찮다.

 

- 면소재지 가게에서 자전거를 내린다. 수레에서 아이들을 하나씩 내린다. 볼이 얼고 꼼짝을 않는다. 많이 추웠지? 괜찮아. 몸 녹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돼. 과일을 산다. 아이들 다시 태운다. 자, 이제 추울 테니까 담요랑 겉옷 잘 여미어야 해. 휭휭 부는 칼 같은 바람을 맞는다. 면소재지를 천천히 벗어난다. 호젓한 시골길로 접어든다. 뒤에서 큰아이가 “아버지 추워요.” 하고 부른다. 그래, 춥지? 수레 덮개를 내려야겠구나. 덮개를 내리고 낑낑거리며 달리는데 큰아이가 또 “아버지, 아버지.” 하고 부른다. 응, 왜? 자전거를 멈추고 돌아본다. 덮개 아래쪽이 떨어져서 나풀거린단다. 그래, 덮개를 다시 여밀게. 한 발 두 발 힘을 내어 발판을 구른다. 아주 느리다. 그나마 걷기보다는 조금 빠르지만 퍽 힘이 든다. 아이들은 수레에 앉아 추운 바람 견딜 테지만, 아버지는 앞으로는 추운 바람 맞으며 몸과 얼굴과 손이 얼고, 등으로는 땀이 흥건하다.

 

- 고된 밤바람 자전거이지만, 웃으며 가자고 생각한다. 느릿느릿 발판을 구르면서 달을 올려다본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별빛을 바라본다. 얘들아, 우리가 이렇게 시골에서 살아가기에 밤자전거도 호젓하게 타고, 차가운 겨울바람 맞으면서 한갓지게 마실 다닐 수 있단다. 겨울이니 겨울다운 바람인 줄 잘 아로새기렴. 밤이니 밤다운 별빛과 달빛인 줄 찬찬히 생각하렴.

 

- 집에 닿는다. 아이들을 수레에서 내리니, 둘 모두 춥다며 어머니를 부르면서 부리나케 방으로 들어간다.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몸과 손을 녹인다. 나는 자전거를 벽에 붙이고 대문을 닫는다. 겉옷을 벗고 땀으로 흠뻑 젖은 속옷을 벗는다. 몸을 씻는다. 히유, 이제 살겠구나. 오늘은 매서운 겨울바람 실컷 먹었구나.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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