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마음

 


  이야기를 새로 씁니다. 날마다 내 마음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이야기를 늘 쓰고 또 씁니다. 오늘 하루 이 이야기를 쓰면서 즐겁습니다. 어제 하루는 그 이야기를 쓰며 즐겁지요. 다시 하루 살아내어 이듬날 찾아오면 이듬날에는 저 이야기를 쓸 수 있어 즐겁습니다.


  이야기는 새로 자랍니다. 이야기 한 자락 쏟아내면 다른 이야기 한 자락 몽실몽실 자랍니다. 이야기 한 자락 꺼내었대서 내 마음자리가 비지 않아요. 사랑 한 자락 펼친대서 내 마음자리가 허전하지 않듯, 펼치거나 꺼낼수록 새롭게 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꿈도 늘 새로 자랄 테지요. 마음속으로 품은 꿈 하나 이루어지면, 어느새 다른 꿈 한 가지 새록새록 자라리라 느껴요. 풀 한 포기 뜯어서 먹으면, 이내 다른 풀이 돋듯, 꿈 또한 즐겁게 이루면서 새롭게 일구는구나 싶어요.


  노래도 언제나 새롭게 피어납니다. 새로운 노래를 지으며 새롭게 즐기고, 늘 부르는 노래를 다시 부르며 새삼스레 즐깁니다. 삶을 즐기는 노래요, 삶을 누리는 노래입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으로 태어나 날마다 새롭게 밥을 차리는 일도 즐거움이 될 만할까요. 사랑을 담아 밥을 차리고, 사랑을 실어 밥을 누리니까요. 사랑을 받는 밥을 받아들여, 사랑을 나누는 숨결을 얻으니까요.


  다만, 내 마음속에 어떤 이야기 하나 늘 맴돌아요. 하느님을 바라보며 왜 나는 이슬과 바람만 먹으며 살아가지 못하고 예쁜 풀을 뜯어서 먹어야 하느냐며 눈물지은 토끼가 있는데, 사람들 누구나 이슬과 바람을 먹으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날마다 여러 시간 품을 들여 밥을 차리고 치우고 먹고 하는 일이란, 말 그대로 ‘일’이 되면서, 스스로 아름다움을 찾는 길하고 동떨어지는 셈은 아닐까 싶어요. 사람이라는 목숨, 또 수많은 새와 짐승과 물고기라는 목숨, 모두들 처음 이 땅에 태어났을 적에는 ‘약육강식’이 아닌 이슬과 바람을 누리면서 삶을 즐겁게 짓지 않았을까 싶어요. 누구는 풀을 먹고 누구는 고기를 먹는 짐승이 아니라, 어떤 짐승이라 하더라도 ‘고운 사랑으로 이루어진 숨결’로서 맑은 바람과 이슬로 목숨을 지켰으리라 생각해요.


  바람이 돌고 돌아요. 물이 돌고 돌아요. 사람들은 공장을 짓고 자가용을 굴리며 발전소를 움직이지만, 매캐해지거나 더러워진 바람이 어느새 다시금 정갈한 기운 그득 담아요. 사람들은 고속도로를 닦고 아파트를 세우며 전쟁무기를 휘두르지만, 무너지거나 망가진 물이 어느덧 새롭게 맑은 기운 듬뿍 실어요.


  내 몸으로 들어온 바람이 내 몸에서 밖으로 나와 지구별 샅샅이 돌아요. 내 몸으로 들어온 물이 내 몸에서 밖으로 나와 지구별 곳곳을 흘러요. 내 몸으로 들어온 사랑이 내 몸 밖으로 나와 이웃과 동무한테 퍼져요. 내 손으로 쓴 즐거운 글 하나는 내 살가운 이웃과 동무가 읽으며 서로서로 아름다운 생각을 빚어요. 4346.2.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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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아이 1
미타니 토모코 지음, 신카이 마코토 원작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19

 


사랑을 먹을 때에 사랑을 낳는다
― 별을 쫓는 아이 1
 신카이 마코토 글,미타니 토모코 그림,이연희 옮김
 AK 커뮤니케이션즈,2013.1.20./7000원

 


  깊디깊은 땅밑나라 이야기를 그리는 만화책 《별을 쫓는 아이》 첫째 권을 읽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님과 미타니 토모코 님이 빚은 이 만화책에 나오는 땅밑나라는 꿈과 같은 나라일는지, 아니면 참말 있는 나라일는지, 어쩌면 조용히 사라진 나라일는지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아마 오늘날 지구별 사람한테는 안 보이는 나라일 수 있습니다. 막상 있으나, 요즈음 사람들 바빠맞은 삶으로는 하나도 못 알아채는 나라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오늘날 지구별 사람들은 낮하늘에 뜬 해조차 볼 겨를 없어요. 해가 있는지 없는지 생각조차 안 하며 한 주 한 달 한 해를 살아가는 사람이 꽤 많으리라 느껴요. 요즈음 도시사람이나 시골사람 모두 밤하늘에 뜬 별조차 살필 틈 없어요. 별이 뜨는지 지는지 생각조차 없이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살아가는 사람이 무척 많으리라 느껴요.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해와 달과 별을 가르치지 않아요. 과학 수업 때에 이런 지식 저런 정보로 다루기는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해를 누리고 달과 별을 즐기는 삶이 되도록 이끌지 못해요. 어쩔 수 없는지 모르나, 학교에서 교사 노릇 하는 분들부터 해와 달과 별을 몰라요. 교과서에 깃든 지식만큼은 알 테지만, 햇살이 들판과 숲과 바다를 어떻게 살찌우는지 슬기롭게 아는 교사는 몇쯤 될까요. 교과서에 안 단긴 이야기로, 그러니까 햇볕이 풀과 꽃과 나무를 어떻게 북돋우면서 지구별을 푸르게 빛내는가 하는 대목을 올바로 깨우치는 교사는 얼마쯤 될까요.


- “지상의 별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어? 죽은 사람은 ‘별’이 되어서 우리들을 지켜 준대. 나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에서 부모님을 찾고 싶어.” (18쪽)
- ‘이 돌과 라디오는 아빠의 보물이란다. 그러니까 아스나가 계속 소중하게 간직해 줬으면 해.’ ‘그럼 아빠가 가지고 있으면 좋을 텐데.’ (40쪽)


  모든 별은 돕니다. 스스로 돌고 큰 테두리를 그리며 돕니다. 지구별은 해가 한복판에 있는 태양계에 있다는데, 태양계도 스스로 돌면서 더 큰 테두리를 그리며 돌아요. 태양계가 깃든 은하계도 스스로 돌고, 태양계 깃든 은하계도 더욱 큰 테두리를 그리며 돌아요.


  사람 몸속을 들여다봐요. 사람 몸뚱이는 세포로 이루어집니다. 세포는 더 작은 것으로 이루어지고, 더 작은 것은 더욱 작은 것으로 이루어지며, 더욱 작은 것 속에는 또 훨씬 작은 것들로 새로운 것이 얼기설기 있습니다. 별과 우주는 커다란 누리라면, 세포 하나를 이루는 작은 것들은 또 다른 새롭게 자그마한 누리입니다.


- “여, 여기는 나만의 장소인걸. 무슨 일이 있어도, 오고 싶었으니까 온 거야.” (89쪽)
- “모리사키 선생님이 아스나에 대해 물어 보길래 말해 줬거든. 집에 대해서, 집안일은 거의 아스나가 하니까, 큰일이라든가. 멋대로 이야기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사과할 거면 애초에 말 안 했으면 좋았잖아!” (96∼97쪽)


  밥을 먹으면 밥이 내 몸으로 깃들어 나하고 하나가 됩니다. 밥을 먹은 사람은 밥냄새 나는 똥을 눕니다. 풀을 먹으면 풀이 내 몸으로 스며들어 나하고 하나가 됩니다. 풀을 먹은 사람은 풀냄새 나는 똥을 눕니다. 세겹살이나 불고기를 먹으면 세겹살이나 불고기가 내 몸으로 젖어들어 나하고 하나가 돼요. 세겹살이나 불고기를 먹은 뒤에는 이런 먹을거리 냄새가 나는 똥을 누어요.


  아름다운 생각 깃든 책을 읽은 사람은 마음밭에 아름다운 생각이 자랍니다. 사건과 사고 소식으로 가득한 신문이나 방송을 자꾸 들여다보는 사람 마음밭에는 자꾸만 사건과 사고 소식이 그득그득 들어찹니다. 대학입시라는 지옥 같은 굴레에 갇힌 채 시험문제 외우기에 허덕이는 아이들은 이녁 마음밭에 자꾸 시험문제만 차곡차곡 쌓아요.


  오늘날 우리 사회 어른이나 아이들 마음밭에 사랑이나 꿈이나 믿음이 자라지 못하는 까닭을, 오늘날 사람들은 스스로 얼마나 깨우칠까요. 오늘날 어른들은 스스로 갖가지 사건과 사고와 정치와 경제와 연예인과 스포츠 정보조각을 끝없이 채워요. 사랑이나 꿈이나 믿음을 담지 않아요. 오늘날 아이들 또한 ‘서울에 있는 더 이름난 대학교’에 가야 한다며 시험문제만 달달 외우며 마음밭에도 시험문제만 자꾸 쌓아요. 사랑도 꿈도 믿음도 스며들지 않아요.


  주식시세표 먹은 어른은 주식시세표 이야기 아니면 스스로 빚어내지 못합니다. 시험문제 먹은 아이는 시험문제 이야기 아니면 스스로 이루어내지 못합니다.


  사랑을 먹은 아이가 사랑씨앗 심어 사랑열매 내놓고 사랑꽃 피울 수 있어요. 꿈을 마신 아이가 꿈씨앗 심어 꿈열매 내놓고 꿈꽃 피울 수 있어요.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려 하나요.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바라보면서 살아가야 아름다울까요. 신문은 어떤 모습일 때에 참다운 신문 구실을 할까요. 방송과 인터넷은 어떤 이야기를 실어 보여주어야 비로소 참다운 방송과 인터넷 노릇을 할까요.


- ‘머나먼 나라에 사는 누군가의 마음이 그대로 노래가 된 것 같은.’ (105쪽)
- “언젠가 아스나가 그 노래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망설이게 되었을 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113쪽)


  만화책 《별을 쫓는 아이》에는 별을 쫓는 아이가 나옵니다. 그리고, 별 아닌 권력이나 꿍꿍이셈을 쫓는 어른이 나옵니다. 사랑을 찾는 아이가 나오고, 사랑 없이 눈먼 욕심을 찾는 어른이 나옵니다.


  우리 지구별은 어떤 보금자리일까요. 우리들 살아가는 이 나라는 어떤 터전일까요. 한국땅 남녘자락 고흥은 어떤 시골일까요. 한국에서 아주 커다란 도시인 서울은 어떤 곳일까요.


  사랑을 먹을 때에 사랑을 낳습니다. 미움을 먹으면 미움을 낳습니다. 욕심을 먹으면 욕심을 낳고, 이야기꽃 먹으면 이야기꽃 낳아요. 어떻게 살아가고 싶습니까. 어떤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가고 싶습니까. 4346.2.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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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른입니까 11] 폭력읽기
― 학교폭력이 생기는 까닭

 


  바다를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바다를 껴안습니다. 멧골을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멧골을 어루만집니다. 숲을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숲을 보살핍니다. 들을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들을 보듬습니다. 풀과 나무를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풀과 나무를 얼싸안습니다.


  손바닥에 올려놓는 전화기를 누리는 아이들은 손바닥에 올려놓는 전화기를 아주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다룹니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쉽게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언제나 컴퓨터와 텔레비전하고 사귑니다. 어린이집이건 학교이건 영어바람과 대학입시에 목을 매달아야 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시험굴레에 사로잡힙니다.


  바다를 누리거나 멧골을 누리는 아이는 주먹다짐을 하지 않습니다. 바다도 멧골도 아무한테 주먹다짐을 안 하기에, 바다아이와 멧골아이는 주먹다짐을 아예 모릅니다. 숲을 누리거나 들을 누리는 아이는 발길질을 하지 않습니다. 숲도 들도 아무한테 발길질을 안 하니, 숲아이와 들아이는 발길질을 처음부터 몰라요.


  주먹다짐은 학교에서 태어납니다. 아이들을 줄세우고, 아이들을 시험굴레에 가두고, 아이들을 똑같은 모양새와 차림새로 닦달하는 학교에서 주먹다짐이 태어납니다. 아이들을 감옥 같은 시멘트집에 집어넣은 채, 아이들 스스로 생각날개 펴지 못하도록 꺾는 학교에서 주먹다짐이 생깁니다.


  학교를 들여다보면,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번호를 붙여서 불러요. 학교를 살펴보면, 어른들은 아이들을 숫자로 따져요. 성적, 행동발달사항, 어버이 재산, 지능지수, …… 온갖 점수와 숫자를 아이들한테 붙여요. 점수와 숫자가 붙는 아이들은 이녁 동무를 ‘맑은 숨결’이나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마주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했듯이 동무들을 똑같이 점수와 숫자로 바라봅니다. 서로서로 점수와 숫자로 바라보거나 따지니, 저절로 계급이나 신분이 생기고, 차츰차츰 돌림뱅이 할 만한 여린 아이를 찾아냅니다. 누군가 돌림뱅이가 되고 나면, 시나브로 주먹다짐이 태어나고, 서로서로 아끼고 돌보는 사랑이 아닌 서로서로 괴롭히고 들볶는 주먹다짐이 자라납니다.


  학교에서 어른들이 사랑을 가르치는 적 없으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여린 동무를 주먹다짐으로 괴롭힙니다. 이른바 학교폭력입니다. 아이들이 대학입시 때문에 고등학교와 중학교와 초등학교, 게다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조차 시들시들 앓으니, 서로서로 주먹다짐으로 괴롭히면서 ‘나라도 한몸 살아남자’고 발버둥입니다.


  어른들 사회를 헤아려 봐요. 어른들도 물질만능 경쟁주의 도시에서 살아남으려고 거짓말을 하고 돈을 빼돌리며 검은돈을 먹이는 짓을 서슴지 않아요. 어른들부터 사회에서 돈을 빼돌리려 하고, 신분과 계급을 높이려 발버둥쳐요. 어른들부터 사회에서 이웃과 동무를 살가이 아끼는 길을 안 걸어요. 새까맣고 커다란 자가용을 몰면 무언가 으슥거릴 만하다 여기는 어른이에요. 새까만 양복을 걸치고 비서를 두어야 어쩐지 우쭐거릴 만하다 여기는 어른이에요. 사랑을 찾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사랑을 빚으려는 어른은 어디에 몇 사람쯤 있을까요. 사랑을 꿈꾸거나 사랑을 심거나 사랑을 이루려는 어른은 더이에서 무슨 일을 할까요.


  이런 대책을 세우거나 저런 정책을 내놓는대서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아요. 감옥을 짓고 새 법을 짓는대서 어른 범죄가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경찰이 늘거나 군대가 있는대서 평화가 찾아오지 않아요. 생각해 봐요. 경찰이 얼마나 많은데 범죄 또한 얼마나 많은가요. 감사원이라는 공공기관 있어도 공공기관 일꾼들이 얼마나 거짓을 많이 일삼고 나쁜 짓은 또 얼마나 자주 저지르는가요.


  군대로 지키는 평화가 아니라, 군대 없이 지키는 평화예요. 감사원으로 지키는 올바름이 아니라, 감사원 없이 지키는 올바름이에요. 경찰로 범죄를 막지 않고, 경찰 없이 범죄를 막을 뿐이에요. 곧, 학교폭력이 사라지자면, ‘입시지옥 학교’가 사라져야 해요. 입시지옥 학교 아닌 ‘사랑 어린 학교’일 때에, 차츰차츰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어요.


  아이들이 삶을 배울 수 있어야 해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대학입시 그만 시키고, ‘삶 배우기’를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해요. 어른부터 스스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길을 걸어야 해요. 어른부터 스스로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며 즐겁게 어깨동무해야지요. 돈벌이에 얽매인 생체기계 아닌 한 사람이 되어야지요. 삶을 짓는 고운 숨결로 우리 어른들 모두 새로 태어날 수 있어야지요.


  아이들은, 놀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아름다운 숲과 바다와 멧자락에 얽힌 이야기를 사랑스레 들으며 자라야 합니다. 아이들은, 꿈을 꾸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뛰놀면서 푸른 꿈을 빛내야 합니다.


  밝은 삶을 보아야 합니다. 밝은 삶이 있는 줄 느껴야 합니다. 밝은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즐거운가를 몸으로 맞아들여야 합니다. 아이들 마음밭에 웃음씨앗 한 톨 자랄 수 있기를 빕니다. 어른들 마음밭에도 나란히 웃음씨앗 두 톨 뿌리내릴 수 있기를 빕니다. 4346.2.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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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을 누자

 


  2월 9일부터 2월 14일까지 바깥에서 지낸다. 이제 2월 14일 오늘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엿새에 걸쳐 시골집 비우고 음성·일산·인천에서 보내고 보니, 몸이 아주 축 늘어진다. 아이들은 늦도록 잠들지 않으려 하는데,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이모와 고모와 외증조할머니와 외증조할아버지와 외삼촌과 큰아버지와 여러 살붙이를 만나며 저희를 귀여워 해 주는 손길을 받으니 더 놀고 싶으리라. 이 아이들도 느끼겠지. 저희 몸이 얼마나 고단한 줄. 그래서, 한 번 잠자리에 누우면 아침이 훤하게 밝을 때까지 오줌 마렵다는 소리조차 없이 깊이 잠들리라고.


  아침부터 밤까지 끝없이 놀다 보니, 아이들이 밤잠을 잘 잔다. 다만, 밥을 먹는다든지 집에 머물 적에, 이 아이들 몸짓은 아주 흐느적흐느적이다. 방바닥에 등판을 붙이며 논다.


  식구들이 아침에 똥을 눈다. 하나 둘 셋, 이렇게 똥을 누는 모습을 느끼며, 속을 확 비워야 바깥마실 하면서 몸이 가볍겠지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은아이는 똥이 좀 더디다. 한낮이 되거나 깊은 저녁에 비로소 똥을 눈다. 시골집에서는 하루에 서너 차례 느긋하게 똥을 누는데, 아무래도 바깥마실을 다니기 때문일 텐데, 하루에 한 차례 몰아서 똥을 푸지게 눈다.


  작은아이가 똥을 못 누고 움직이거나 무언가 먹을 적에는 자꾸자꾸 작은아이 배를 쓰다듬으며 ‘똥아 똥아 나와라’ 하고 노래를 부른다. 뽀직뽀직 시원스레 누고 깨끗하게 밑을 씻어 즐겁게 놀자. 큰아이 작은아이 너희 둘이 큰아버지 집에 머물 적에 똥을 누어야, 오늘 인천에서 고흥까지 머나먼 시외버스 타고 홀가분하게 돌아갈 수 있단다. 너희 똥 누는 때에 맞추어 길을 나설 생각이야. 아침에 일어나면 모두들 아랫배 홀쪽하게 속을 비우자. 4346.2.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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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이루는 숲


 

  도시를 이루는 숲은 무엇일까. 나는 책방이 도시에서 사람들한테 푸른 숨결 베푸는 고운 숲 구실을 한다고 느낀다. 중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를 다닐 적에, 또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를 다섯 학기 다니는 동안, 학교 둘레에서 책방을 쉽게 만나거나 드나들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내 마음과 내 이웃들 마음은 사뭇 달랐다고 생각한다.


  도시에 책방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크게 다르다. 도시에 새책방 여러 곳 있을 때하고 헌책방 한두 곳 있을 때 또한 크게 다르다. 새책방만 있고 헌책방이 없다면, 그 도시는 어딘가 허전하거나 쓸쓸하다. 새책방과 헌책방이 골고루 곳곳에 있으면, 그 도시는 여러모로 밝거나 산뜻하다.


  ‘기적의 도서관’이라 하면서 몇몇 도서관이 여러 지자체에 선다. 도서관을 세우고 책이야기 나누는 일은 반가우면서 고맙다. 그런데, 도서관만 있고 책방이 없다면? 사람들이 이녁 스스로 주머니돈 모아서 책 하나 살피며 장만하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면?


  갓 나오는 책은 갓 나오는 대로 따스한 기운 느끼며 장만할 때에 즐겁다. 오래 묵은 책은 오래 묵은 대로 깊은 기운 느끼며 장만할 때에 즐겁다. 살가운 동무와 만나 이야기꽃을 피울 적에는 이대로 즐겁고,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오순도순 둘러앉아 이야기열매 받아먹을 적에는 이대로 즐겁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새로운 이야기샘 길어올릴 적에는 이대로 즐거울 테지.


  도서관 곁에 새책방이 있고, 새책방 곁에 헌책방 여러 곳 거리나 골목을 이루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도서관에서 낡은 책은 사람들한테 내놓으며 깨끗한 책을 새로 갖추고, 도서관에서 나온 책을 헌책방에서 받아들여 알맞춤한 값으로 팔 수 있으면, 또 새책방에서 새로 나오는 책들을 널리 알려 팔 수 있으면, 그리고 새책방과 도서관에서 다루지 못하는 책을 헌책방에서 정갈히 손질하며 팔 수 있으면, 참말 사랑스러운 책터가 이루어지리라.


  책방 곁에 나무로 이루어진 숲이 있으면 더 좋겠다. 사람들 살림집 사이사이에 풀숲이 있고 텃밭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책은 나무를 베어 나무 숨결로 새로 빚는 이야기꾸러미인 줄 사람들이 고즈넉하게 느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4346.2.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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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2-14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인천에는 책방이 제법 많이 있었지요. 희망백화점 건너편의 희망서점, 주안-석바위 부근의 제일서점, 동인천의 대한서럼, 동아문고, 그 밖에도 수많은 동네와 학교 부근의 작은 서점들...책을 찾으러 이 서점, 저 서점 돌아다닌 기억도 이제는 가물가물해요. 그리고 이젠 도시의 숲은...아파트, 시멘트로 쌓아올린 형틀같은 엄청난 숫자의 아파트뿐이죠..

파란놀 2013-02-14 06:19   좋아요 0 | URL
음, 도시 숲이 이제 아파트라면, 도시 숲에 있는 나무는, 도시사람들인가요?
^^;;;;
에구구궁~
숲도 나무도 풀도 꽃도 모두 아름다울 도시가 될 수 있기를 빌어요...